[이슈] 탄광 찾은 김정은...중동 전쟁 속 북한 ‘석탄 자립’ 강조

  • 등록 2026.03.16 1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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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탄광서 투표...석탄 생산 1.2배 확대 목표 제시
북한 에너지 구조 ‘석탄·수력 의존’...국제 유가 상승에 취약
중국 송유관·러시아 정제유...북중·북러 협력 에너지 변수


 

석탄이 주요 에너지원인 북한이 중동 사태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교란 속에서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근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광 지역 선거장을 찾아 직접 투표하며 석탄 중심의 에너지 자립 노선을 거듭 강조했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수급이 흔들리는 상황을 의식해 석탄 산업을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부각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5기 대의원 선거일인 전날 평안남도 순천지구청년탄광연합기업소 산하 천성청년탄광을 방문해 현지 선거장에서 투표했다.

 

천성청년탄광은 1958년 개발된 탄광으로 매장량 7000만 톤 규모에 연간 수백만 톤의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석탄 산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고, 지난달 열린 노동당 제9차 당대회에서 석탄 생산량을 현재보다 1.2배로 늘리는 목표를 향후 5개년 계획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탄광 지역 선거장을 찾은 것은 최근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과 맞물려 석탄 중심의 자립 경제 정책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 사태 등으로 세계 에너지 공급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 내부적으로는 자국 자원 활용을 통한 에너지 자립 의지를 강조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 석탄·수력 의존 구조...북한 에너지 체계의 현실

 

북한의 에너지 구조를 보면 김정은의 ‘탄광 투표’가 단순한 상징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북한의 2021년 1차 에너지 공급 비중은 석탄 50.4%, 수력 33.8%, 기타 10.6%, 석유 5.3%로 석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력 생산에서도 수력과 화력이 양대 축이다. 통계청·KOSIS 기준 2024년 북한 발전전력량은 253억kWh로 이 가운데 수력이 156억kWh(61.7%), 화력이 97억kWh(38.3%)를 차지했다.

 

대외 제재와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 속에서 북한이 석탄 증산과 탄광 부문 동원을 거듭 강조하는 배경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약 90억 톤 이상의 석탄 매장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석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으로 꼽힌다.

 

다만 석탄 중심의 에너지 체계에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노후화된 발전 설비와 낮은 채굴 효율, 철도와 전력망 등 물류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실제 생산량 확대에는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북한은 과거에도 ‘석탄 증산 운동’을 추진했지만 설비 부족과 전력난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충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북한 역시 에너지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12일(현지시간)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경우 북한 역시 에너지 위기를 피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연간 정제유(석유) 수입 상한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다.

 

 

◇ 중국 송유관·러시아 정제유...북중·북러 협력 에너지 변수

 

이 시점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북중·북러 협력이다. 북중 협력은 북한 에너지 공급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 CNPC(China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는 북한에 연평균 52만 톤의 원유를 공급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한에 대한 공식적인 대규모 원유 공급 라인은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로 연결되는 ‘중조우의수유관(中朝友誼輸油管)’이 사실상 유일하다. 직경 377㎜, 길이 30.3㎞ 규모의 이 송유관은 1976년부터 중국 랴오닝성 단둥 외곽 뤄팡의 바싼 유류저장소에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 봉화화학공장까지 압록강 하저를 통해 원유를 공급해 왔다. 연간 최대 송유량은 약 300만 톤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북한 에너지 공급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최근 중국이 단둥–신의주 신압록강대교 일대에서 북중 연결 인프라 재가동에 나선 정황도 포착된다. 북한은 다리 주변에 세관·출입국 시설과 창고·화물 환적 건물을 조성하고, 중국은 단둥–평양 철도 운행을 재개하는 등 접경 물류망을 다시 움직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북한이 에너지와 교역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를 다시 높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북러 협력은 이러한 중국 중심 공급 구조를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는 2024년 러시아가 극동 보스토치니항에서 북한으로 정제유를 선적해 유엔 대북 제재 상한선을 넘겼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같은 해 공개된 위성영상 분석에서는 북한 선박들이 러시아 항구를 여러 차례 오가며 8개월 동안 100만 배럴이 넘는 러시아산 석유를 반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근 북러 관계가 군사 협력을 계기로 빠르게 밀착되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하는 우회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기본적인 원유 공급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추가적인 정제유 공급 창구로 작용하는 구조라는 해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총장은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하여 북한의 에너지 수급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은 옳지 않다”며 “북한이 군사훈련용이나 공업용으로 소비하는 수입 에너지의 대부분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 총장은 이어 “현재 이란은 북한에 에너지를 수출하고 있지 않고, 북한도 경제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석유 수입이 50만 배럴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다만 중국이 북한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정도여서 북한이 체제 유지 정도는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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