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기후위기 시대, 물은 더 이상 '자원' 아닌 '생존'

  • 등록 2026.04.05 13: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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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물 거버넌스’ 구축해 글로벌 수준의 물관리 모델 제시해야
- 농업용수 정책, 이해관계자 간 협력·합의 기반으로 접근해야
- 3기 국가물관리위원회, 기존 미해결 과제 정리, 정책 추진에 집중해야


 

제3기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출범에 맞춰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물관리 과제와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지난 1일 국회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경제 성장에 따른 수자원 수요 급증과 지역 간 갈등 등 복잡해진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참석자들은 우리나라의 통합물관리 체계의 핵심 기구로서의 위원회 역할을 강조했다. 아울러 기후 위기 대응과 물 복지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점검했다. 

 

김좌관 제3기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포럼에서 ‘원 워터(One Water), 톱 코리아(Top Korea)’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우리나라 물 관리 정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K-물 거버넌스’ 구축해 글로벌 수준의 물관리 모델 제시해야

 

김건아 한남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대한민국의 물관리 정책의 핵심을 기술이 아닌 ‘거버넌스’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물 기술과 재정을 갖췄음에도 이를 실제 정책 실행으로 연결하는 거버넌스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 문제가 단순한 지역 현안을 넘어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경고하며 지방시대에 걸맞는  물 수용성 확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후위기와 산업 수요 증가로 인한 지역 간 갈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하며, 금강 유역의 새만금 개발과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급격한 물 수요 변화를 언급했다. 또한 세종보 등 주요 수자원 시설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의 부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한 기술적 접근을 넘어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의 해외 사례를 언급한 뒤 "우리나라는 유역 단위 기구의 재정과 권한이 제한돼 있어 정책 집행력이 부족하다"며 "국내 물관리 체계가 실질적인 싱행보다는 심의와 권고 중심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관리기본법을 통해 유역 단위 관리와 통합 물관리 원칙 등 제도적 기반은 이미 갗춰서 있는 만큼,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가 협력해 정책과 실행을 효율적으로 분담하는 구조를 실질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역할로 갈등 조정과 사회적 합의 도출을 강조한 그는, “물관리위원회는 찬반을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조정하고 최적의 대안을 도출하는 공론의 장”이라고 강조하며 “유역 단위에서의 합의가 정책 실행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를 공동 설계자로 인정해 역할을 확대하고 물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유역위원회의 권한과 재정 강화와 데이터 기반의 ‘K-물 거버넌스’를 통한 글로벌 수준의 물관리 모델을 제시했다.

 


 

◇ 농업용수 정책, 이해관계자 간 협력과 합의를 기반으로 접근해야

 

백명수 물개혁포럼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은 지정토론에서는 물관리위원회의 실행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의 법적 구속력과 유역 중심의 재정·권한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개편 방안이 제기됐다. 또한 부처 간 칸막이 해소와 시민 참여를 통한 실질적인 협치 구조 및 데이터 기반의 제도적 지원 체계 마련이 강조됐다.


이광야 충남대학교 교수는 "농업용수가 과거의 단순 생산 지원을 넘어 물관리기본법 제정 이후 다목적·다기능 자원으로 기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민(수요자)과 공공기관(공급자) 중심의 기존 체계를 언급하며 "변화된 위상에 걸맞은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물관리 정책 전반에 걸쳐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이 교수는 물관리기본법 시행 이후에도 농업 현장의 변화는 여전히 미미하다고 평가하며,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력 인력이나 법·제도, 예산 등이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농업용수의 효율적 이용과 수요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충분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농민과 공급자를 정책의 대상을 넘어선 공동의 주체로 인정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물관리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적·재정적 뒷바침 없이 농민의 일방적 희생이나 절약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수요 관리를 통해 절감된 수자원의 이익이 농업 현장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해야만 지속 가능한 물 이용 체계가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 3기 위원회, 기존 미해결 과제 정리, 정책 추진에 집중해야

 

이어진 토론에서 송미영 동국대학교 교수는 제3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제 설정과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1기가 제도 정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2기는 이를 충분히 계승·발전시키지 못해 일부 성과가 퇴보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3기는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그동안의 물관리 정책이 새로운 의제 발굴과 외형적 확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4대강 사업 정리와 신규 댐 정책 등 핵심 현안과 구조적 갈등 해결에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낙동강 수질 및 반도체 용수 문제 등 유역별 주요 쟁점들을 여전히 미결 과제오 남아 있음을 지적하며, 3기 위원회가 이러한 기존의 과제들을 우선적으로 정리하고 정책의 본질적인 갈등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관리 거버넌스 개념을 재정의하며 위원회와 정부 부처 간의 협력 구조를 최우선적으로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단순한 자문기구에 머물지 않고 부처 간 정책을 실질적으로 조정하고 제어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각 부처와 지자체는 실질적인 집행을 담당하는 이원화된 구조를 명확히 인식하고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3기 위원회, 실행력 확보와 함께 실질적인 성과 도출해야

 

이어진 토론에서 진만식 강원대학교 겸임교수는 제3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새로운 의제 발굴보다는 기존에 마련된 과제들을 실행하고 성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기에서 도출된 다양한 과제와 법·제도 정비 필요성 등이 2기에서도 실질적으로 진척없이 의제 발굴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이에 3기 위원회는 이미 제시된 주요 과제들을 실무적으로 이행해 물관리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물분쟁조정 분과가 그간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위원회가 사회적 신뢰를 얻으려면 국가적 물 갈등 해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난 수준의 강릉 지역의 물 부족 사태를 언급하며 위원회가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물관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적인 조직 및 재정 기반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프랑스나 네덜란드처럼 충분한 재원을 바탕으로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물관리기본법 제정 당시 누락된 물관리기금(유역관리기금)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그는 "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조직을 함께 갖추는 방향으로 제도 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 법·제도 개선 이전에 거버넌스 기능 통한 실질적 성과 축적 중요

 

김태순 한국수력원자력 수력처 부장은 국가물관리위원회의 법적 강제력과 예산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법 개정 전까지 현행 거버넌스 기능을 통한 실질적 성과 축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남부지역의 가뭄 당시 보성강댐과 주암댐의 용수 공급 연계 협약을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았다. 부처 간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물관리위원회가 중심 역할을 수행하며 협약을 이끌어낸 것처럼, 앞으로도 조정자로서의 거버넌스 역할을 발휘해 실질적인 물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부장은 도암댐 갈등 사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이 이럭힌 복합적인 사안에 거버넌스 권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거버넌스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이해관계자의 참여뿐만 아니라 이를 뒷바침할 조직과 재정, 그리고 조정 권위가 필수적"이라며 "그런 만큼 제3기 위원회는 모든 갈등을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중앙부처나 공공기관 간 협력처럼 조정이 용잏나 분야부터 성공사례를 축적해 가는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은채 한국수자원공사 신성장전략단장은 2018년 물관리 일원화 이후에도 정부 조직과 위원회 구조 간의 충돌 등 한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국제사회의 흐름을 인용하면서, 기후변화와 첨단 산업의 수요 급증, 에너지 전환 등이 결합된 오늘날의 물 문제 해결이 매우 까다로운 ‘슈퍼 위키드 문제(super wicked problem)’로 규정했다. 물 문제가 새ㄹ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복합적인 위기 대응할 수 있는 고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그는 한강 유역의 홍수 위험과 수도권의 기록적 집중호우, 반복되는 가뭄 등 기존 인프라의 대응에 한계를 지적하며, 첨단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물 수요 급증이 수자원 체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 댐 건설이 사회적 갈등과 장기간 소요 문제로 단기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짚으며, 기존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다목적 운영 최적화를 현실적인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해수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 확보와 자연 기반 해법을 포함한 종합적인 ‘물그릇’ 확충 전략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조 단장은 이러한 물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거버넌스를 지목하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복잡한 관계를 조정하고 통합적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핵심 기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의 법적 권한과 재정적 기반의 한계를 보완하려면 유역 단위 수계관리위원회와 연계해 정책 실행력을 강화할 것을 제언했다. 또한 물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사안이 아닌 사회 전반의 구조적 혁신이 필요한 분야임을 명시하며 갈등을 혁신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해결잭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국가 차원의 가뭄 대응 기준과 생존용수 확보 수준 설정 필요

 

이주헌 중부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국가와 유역 단위로 나뉜 이원화된 물관리위원회 체계가 본질적으로 하나의 시스템인 물 문제를 인위적으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분리 체계가 유지되려면 유역 단위 위원회가 단순한 협의를 넘어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할 제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이 정책 지침으로서의 실효성이 부족하고 단순히 사후적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만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물산업, 거버넌스, R&D 등 핵심 요소들이 ‘기타’ 항목으로 분류돼 정책 간 연계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그는 "현재의 정책이 공급 확대에 치중되어 있어 수요 관리 중심으로의 전환의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가뭄 대응에 대한 명확한 국가 기준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생존용수 확보 수준 설정 등 체계적인 가뭄 대응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했다.

 

물관리 정책이 공급 확대에 치중된 반면에 수요 관리 고나련 기술과 정책 개발을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점도 주요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는 정책 추진과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현재의 이행 평가 체계가 개별 부처 과제 중심으로 운영되어 통합 물관리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업을 기반으로 통합  과제를 확대하고 수요 조정 논의가 부족한 농업용수 분야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수요 관리 기반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합물관리·거버넌스 강조...“유역 중심 실행력·철학 정립 필요”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과거 물관리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통합 물관리와 거버넌스가 정책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그는 생활·공업·농업용수로 나뉜 기존의 분절된 체계를 지적하며 전체 수자원 총량을 기준으로 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농업용수 비중이 큰 현실을 언급하며 용도 간 연계 활용이 원활해 진다면 가뭄과 같은 물 부족 위기를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허 전 위원장은 국가 전체 수자원 관리 차원에서 농업용수 절감의 중요성을 제기하며 "물값부과와 같은 민감한 현안은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과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역의 문제는 유역에서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정책 결정과 유역 간 갈등 조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역 중심 체계가 지역 이기주의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며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면서 거버넌스를 소유역 단위까지 확대 구축할 것을 제언했다.

 

그는 거버넌스를 단순 자문이 아닌 정책 결정부터 집행, 평가까지 포함하는 전 과정으로 정의하며, 현재의 회의체 성중심 구조를 정책 발굴과 해결이 가능한 주도적 조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에서 보 처리 및 자연성 회복 관련 내용이 삭제된 것에 유감을 표하며 핵심 지침의 복원을 주장했다.

 

특히 신규 댐 건설은 기존 저수시 활용 등 수자원 최적화가 선행된 후에 검토해야 할 신중한 사안이라며, 물관리의 지향점으로 생태계 회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사람 중심의 사회 구조가 선행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물개혁포럼·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적응사회포럼이 공동주최하고, 기후변화행동연구소▷환경운동연합이 공동주관했다. 또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후원했다.

최동환 기자 photo7298@m-e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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