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경제 침체 등이 길어지면서 국민 정서에도 우울의 그림자가 드리운 지 오래다. 우리는 이를 ‘코로나 블루’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1년 넘도록 전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시작됐지만, 코로나 블루를 걷어내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들은 자체적으로 이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섰고, 그중 하나가 바로 우리의 집을 정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코로나 블루 ↑, 반려식물 시장 ↑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여가생활 제약 및 감염 우려 등으로 개인들의 정신건강 이슈가 제기된 지 오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울감 극복 방안으로 반려식물이 주목받고 있다. 실내에서 관상용 화초, 공기정화 식물 또는 식용 채소 등 초록 식물을 가꾸면서 심리적 위안을 받고자 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반려식물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여러 연예인들이 자신들이 기르는 식물을 SNS 등으로 공유하고 반려식물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더 증가시켰다. 반려식물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도 1인 가구나 노령층의 외로움을 달랠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관심을 받아 왔으나, 이러한 추세가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강화된 셈이다.
반려식물은 원예, 취미의 개념에 반려, 동반자의 개념이 더해져 식물을 가꾸고 기르며 교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홈가드닝(Home Gardening), 플랜테리어(Planterier, 식물을 의미하는 플랜트와 인테리어가 합쳐진 단어) 등의 용어로도 불린다.
반려식물을 포함한 홈가드닝 시장은 국내외적으로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의 소매 판매 업종이 급격한 매출 감소세를 겪었으나, 홈가드닝 분야는 10%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홈가드닝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매년 5% 내외의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지난해에는 성장세가 이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홈가드닝 관련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점들이 관련 코너를 확대하는 추세다. 실내 생활 증가와 더불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관상용 반려식물뿐만 아니라 식용식물재배 관련 시장도 성장하면서 LG전자, SK매직,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반려식물 로봇‧반려식물 전용호텔‧식물병원 등장
최근 중국의 로봇 제조 스타트업인 빈크로스(VINCROSS)는 반려식물에 로봇 기술을 접목해 반려동물처럼 움직이는 로봇 반려식물을 개발했다. ‘HEXA’라고 불리는 이 로봇 반려식물은 6개의 다리로 거미처럼 자유자재로 보행이 가능하며, 카메라, 적외선 송신기, 거리 측정 센서 등이 탑재했다. 이 로봇은 식물의 광합성 신호를 로봇이 해석해 광합성이 필요할 때 알아서 햇빛이 많은 곳으로 이동하고 햇볕을 충분히 쬔 후에는 스스로 다시 그늘로 이동한다.
또한 반려동물처럼 발을 동동 구르는 애교를 부리거나 영양소가 부족할 때에도 신호를 보내 양분 공급을 유도하는 기능도 보유하고 있다.
반려동물 케어센터와 같이 장기간 여행이나 출장으로 주인이 집을 비워야 할 때 반려식물을 맡길 수 있는 반려식물 전용호텔 서비스나 반려식물을 치료해주는 식물병원도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이 최근 선보인 서비스로, 반려식물 호텔에 맡겨진 반려식물은 투숙 기간 동안 자연 채광 전구시설이 갖추어진 공간에서 수분과 영양제를 공급받으며 관리를 받는다.
반려식물 인구가 늘면서 반려식물의 각종 증상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는데, 오스트리아의 스타트업인 하버트(Herbert)는 반려식물의 인테리어 기능을 강조한 수직공간에서 자라는 반려식물 시스템을 개발했다. 포닉스 시스템(Ponix Systems)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액자와 같이 실내 벽면에서 수직으로 반려식물을 키울 수 있게 서비스다.
대기업들도 속속 진출 준비
식물재배기 시장은 대기업들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식물재배기 시장에 진출해 선두주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교원 웰스는 2018년 출시한 제품인 ‘웰스팜’의 판매량이 지난해까지 2만 5,000대를 넘어섰으며, 기존 렌털사업에 식물재배기 렌털도 추가했다. 여기에 SK매직은 지난해 하반기 식물재배기 스타트업인 AIPLUS를 인수하면서 올해 상반기에 관련 제품 상용화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 의해 설립된 스타트업 AIPLUS는 인공지능(AI) 식물재배기인 ‘플랜트 박스’를 출시했다. SK매직은 지난해 10월 22억 원을 투자해 이 회사를 인수했다.
대기업들도 속속 식물재배기 시장에 진출을 준비 중이다. 다만 기존 교원 웰스나 SK매직의 제품이 소형가전이라면,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준비하고 있는 제품은 대형 프리미엄 제품으로 냉장고의 정밀 온도 제어 및 정온 기술, 인버터 기술, 정수기의 급수 제어 기술, 에어컨의 공조 기술, LED 파장 및 광량 제어 기술 등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와 삼성전자도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에서 자사의 식물재배기를 선보였으며, 특히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