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경(起耕)을 최소화하기가 흙의 탄소 저장의 기본

  • 등록 2023.06.25 12: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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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무 기자가 간다 흙의 반란이 시작됐다(6-3)

 

유기 농가들이 채택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아마 기경(起 耕)을 최소화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잡초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유기 농가들은 흙을 갈아 업는 기경 농사를 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기경을 하게 되면 땅을 뒤집어 놓는 것이니, 이 과정에서 흙속에 들어있는 탄소가 대기 중에 노출돼 산화 되기 시작한다. 흙을 갈아엎으면 우선 균근(菌根) 곰팡이의 균사(菌絲) 등 액체 탄소를 만드는데 공생관계를 가진 흙속 미생물의 생활터전을 찢고 파괴하게 된다. 사실 균사는 앞서서 본 것처럼 매우 연약한 망사형 네트워크로 흙속에서 식물 뿌 리에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기경을 감소한 흙에서 균계(菌界)의 미생물이 증가하고 있다. 기경을 하면 또한, 질소 고정과 탄소 안정화와 같은 중요한 화학 변화를 보호하기 위해 미생물의 분비물로 이루어진 복잡한 흙의 입단(粒團)을 파괴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경을 할 경우, 공기와 수분을 가둬 미생물의 생명력을 높이는 흙의 기공(氣孔)을 파괴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기경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 연료에 의해 운영되는 장비 아닌가. 어떤 연구에 따르면 어떤 유기농이든 기경을 없애고 동물의 분비물을 발효시킨 거름과 같은 유기물을 충분하게 흙에 투여해야 높은 수준의 탄소 저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기경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수년에 단 한 번만의 기경으로도 기경 전의 모든 기간 동안 축적된 탄소의 대부분이 손실된다고 했다. 


기경을 하지 않고 얻어지는 흙의 탄소는 흙 속 깊은 곳에 저장되는 게 아니라 흙 표면에서 이루어진다는 연구가 있다. 이 연구대로 흙속 깊숙한 곳이 아닌 흙 표면에서 탄소 저장이 이루어진다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부엽토를 형성하거나 미네랄이 탄소를 흡착해 장기간 탄소를 저장하려면 흙속 깊은 곳에 저장되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경 없이 흙 표면에 축적된 탄소라도 다른 유기물 분해 작용과 흙의 혼합 작용이 이루어져 10년~15년 뒤에 흙 속 깊이 천천히 침투된다는 연구도 있다. 


롤러 크림퍼(roller crimper)를 활용한 피복작물 키우기로 탄소 저장  


흙의 탄소저장 농법에 예민한 일부 유기 농가들은 기경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시스템과 장치를 고안하고 있다. 우선, 씨앗이나 묘목을 심을 수 있을 만큼만 흙을 개방 후, 작업이 끝나면 바로 닫는 방법이 있다.

 

또한, 피복작물이 개화하기 전-즉 씨앗을 퍼뜨리기 전에 롤러로 쓰러뜨리고 절단하여 흙에 돌려주는 롤러 크림퍼(roller crimper)라는 기구(機具)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기구는 이전 작물의 잔여물 위로 롤러가 굴러가면서 다음 작물을 파종한다. 때문에 화학물질을 전혀 투여하지 않고도 잡초를 잡는, 무경운 유기농업에 꼭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기경 없이 잡초를 억제할 수 있는 많은 발상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잡초를 억제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에는 멀칭 필름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햇볕이 잡초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데, 가장 간단한 것이 멀칭 필름이다. 하지만 이것을 생산하는데 화석 연료가 쓰이며 덮개 제거 자체가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게 문제이다.  


그래서 건초나 절단된 작물 잔해 등의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멀칭 필름은 부패된 유기물을 흙에 투여할 수 있는 것 이어서 흙속에 탄소를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활동이 활발한 흙은 유기물을 지속적 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려면 시간과 가격이 들어가야 한다는 게 어려움일 수 있다. 멀칭 필름의 근본적인 결점은 살아있는 다른 식물처럼 대기 중의 탄소를 포집하거나 광합성을 통해 흙속에 탄소를 고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음 호에는 피복작물, 윤작 등에 의한 흙속의 탄소저장에 대해 알아본다.

 

MeCONOMY magazine June 2023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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