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편』 탄소중립 자전거 도시의 세계화를 꿈꾼다...네덜란드 자전거 대사관
네덜란드 자전거 대사관(Dutch Cycling Embassy)이라는 이름은 불과 6개월 전에 들었던 우리였다. 자전거 대사관? 자전거로 외교를 하는 곳인가? 생전 듣고 보도 못한 생소한 이름이었다. 이같은 기구가 네덜란드를 세계 1위의 자전거 나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어 찾아가봤다.
자전거 대사관은 위트레흐트 역에서 10분정도 걸어가면 서울의 청계천만한 폭의 수로(水路)옆에 있다. 수로(水路)가를 따라 5~6층 건물들이 나란히 서 있는데 대사관은 중간 위치에 있는 5층 건물에 있다. 그 건물 3층 높이에 「Dutch Cycling Embassy」라는 영어 간판이 겸손하게 붙어있다.
2011년에 설립됐다는 이 단체는 범세계적으로 유명한 60여개의 자전거 관련 기업이나 기관 과 제휴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선진 자전거 도로 다이어트 기술 등의 노하우를 국내외 고객을 상대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이 단체가 발행한 팜플렛에 의하면 설립 첫해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워싱턴 DC. ▲핀랜드 Joensuu. ▲노르웨이 Aukra&Molde, ▲프랑스의 Montreuil, ▲필리핀의 IIoilo, ▲도미니카 공화국 Santo Domingo 등에게 자전거 하드웨어(인프라)와 소프트웨어(법안, 정책, 사회인식 등)을 조사해 컨설팅을 의뢰한 도시와 나라에 맞는 자전거 관련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오후 1시, 대사관을 찾은 우리는 이 단체의 프로젝트 책임자로 들어온 캐나다 출신의 엠마 스터블(Emma Stubble MSc) 씨로부터 환영 인사를 받았다. 그녀는 자전거로 다져진 군살 하나 없는 몸매였다. 전 세계적으로 자전거 친환경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꿈이라는 그녀에게 우리는 급한 질문부터 던졌다.
정부 지원금과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
(질문)단체를 운영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이 단체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합니다.
Emma Stubble) 반 이상은 정부 보조금 입니다. 그리고 지금 벽면에 표시된 것처럼 여러 기업과 기관이 서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이 낸 일정액의 연회비도 있습니다. 후원사들 간에 액수의 차이는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기업과 기관들이 매년 우리에게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지원금을 받기도 합니다. 후원사들은 정부 기관도 있고 일반 자전거 제조사들, 그리고 자전거 동호인 단체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호인 단체와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자전거 동호회는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전거 뉴스와 정보를 우리의 SNS를 통해 전파하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비정부 기관인 NGO로 등록이 되어 있고요, 후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단체의 일부 사업부문은 자영업자로도 정부기관에 등록이 되어 있어요. 그래야 정부 보조금을 받기가 용이하거든요.
질문)정부로부터 1년에 지원받는 금액은?
Emma Stubble) 작년까지는 30만 유로 정도인 것으로 압니다. 올해는 많이 늘어났는데 정확히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50만~60만 유로 사이가 될 것입니다.
질문) 이 단체는 언제 어떻게 세워진 것인가요?
Emma Stubble) 12년 전에 세워졌어요. 처음에는 여러 컨설팅 회사에 재직하던 분들이 다른 국제사회 에서 네덜란드 자전거 도로와 같은 자전거 인프라와 관련한 컨설팅이 필요한데 돈이 없어서 컨설팅을 못 받는 지역이나 사람들에게 무료로 컨설팅을 해주자라는 취지로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시작을 하다 보니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컨설팅을 네덜란드 정부에 부탁했고 정부는 그 일을 우리 단체에 맡기게 됐어요. 그래서 보조금을 주면서 그들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한 것이지요. 그렇게 천천히 단계별로 성장했지요.
질문) 현재 이곳에서 하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Emma Stubble) 저는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입니다. 지금은 프랑스측 담당자들과 어떻게 하면 워크샵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 협의 중입니다. 자전거에 대한 여러 지식이나 정보를 어떤 식으로 공유할 수 있는지, 그리고 관련 이벤트들을 열기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상의하면서 워크샵 전체를 진행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스페인에서 열린 워크샵에 다녀왔고, 곧 스위스로 가서 워크샵을 진행 하러 가야 합니다. 그런 일을 하는 게 저의 임무입니다.
건강, 행복, 사회적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자전거
질문) 왜 자전거가 네덜란드에서 주요 교통수단이 되어가고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Emma Stubble) 첫째는 사람들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너무 행복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세 살이 되면 부모의 감독을 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는데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타면 뭐랄까 개인적인 자유로움이 생기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그리고 모든 사회 활동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저는 인간의 행복감, 다시 말해 인간의 행복 추구권을 위해서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는 차량보다 크기 면에서 훨씬 작기 때문이죠. 네 번째는 자전거는 다른 교통수단들처럼 소음이나 탄소 배출이 없기 때문에 인간이 생활하기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도시인 이곳 위트레흐트의 공기는 세계 어느 곳보다 맑지요. 오시면서 그런 생각이 안 드셨나요?
질문) 네 그랬습니다. 아주 맑습니다. 당연히 시민들의 건강이 좋아지겠네요. 안그렇습니까?
Emma Stubble) 물론이죠. 비만, 암 등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고요. 네덜란드는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의사가 사이클링 처방을 내려줄 때도 있어요. 어떤 때는 의사가 환자와 같이 사이클링을 하면서 환자의 병을 치유하는 경우들이 더러 있고요. 자전거는 다이어트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의사가 자전거로 다이어트 처방을 내려주고 있지요.
만약 매일 출퇴근을 다른 교통수단이 아닌 자전거로 한다면 다른 운동을 하러 시간을 드릴 필요가 없잖아요. 피트니스센터에 나가지 않더라도 자전거 출퇴근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전거 타기야 말로 자연스러운 운동인 거죠. WHO가 최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유럽과 전 세계를 통 털어 유일하게 네덜란드 사람들의 비만율이 제일 낮아요. 전 세계적으로 비만이 심각한데 그런 비만을 축소시키는 나라가 유일하게 네덜란드라는 겁니다. 왜 그렇겠어요? 저는 자전거가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고 봅니다.
안전, 편리성, 주행 효율성을 갖춘 자전거 도로 모델의 세계화
질문) 우리가 보기에 네덜란드의 자전거 인프라는 환상적입니다. 특히 자전거와 자동차가 다니는 길의 폭이 거의 같다는 데 놀라게 됩니다. 그럴 경우 자동차를 운전하는 이들의 불만이 없나요?
Emma Stubble) 불만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계속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지요. 네덜란드도 40년 전까지만 해도 도시에서 자동차가 우선이었어요. 그러다가 점점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자전거 도로를 더 확장해야 되는 경우들이 생기게 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당연히 자동차가 차지하던 공간을 자전거에 내 놓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는데 그렇게 되자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그렇게까지 자전거를 위해 투자하는 걸 원치 않는다면서 문제제기가 있지요.
하지만 자전거 인구도 늘어나고 정책적으로 권장하다보니 그런 불만이 누그러진 듯합니다. 다만 대도시나 중소 도시들 제외한 농촌으로 가면 아직 자전거도로가 개발이 되지 않은 곳이 많아서 자전거도로를 만들려고 하면 주민들이 40년 전과 같은 불만 제기하고 있죠. 주민들은 우리가 자동차를 주차할 자리를 뺏으면 어떻게 하냐는 등의 문제 제기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자전거를 타게 되면 자동차 정체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환경이 좋아진다는 식으로 설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고속주행 자전거도로를 고속도로 옆에 내고 있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우리 집 앞에 왜 그런 자전거도로를 내느냐, 그런 도로 만들지 말라 하십니다. 자전거가 빨리 달리다가 우리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이죠.
질문) 여하튼 도로를 보행자, 자전거, 공공교통, 그리고 맨 마지막에 자동차를 두고 비슷한 비율로 도로를 분배하는 용기랄까? 아니면 네덜란드의 분배 방식이랄까,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쉽게 납득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Emma Stubble) 저 역시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도로의 균등한 분배를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전거도 엄연한 교통이동수단으로써 안전하고 자유롭게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른바 자전거를 탈 권리를 내세운 게 먹혔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 인프라 구축을 할 때 5개의 분야를 무조건 고려해야 하는데요, 그중에 첫째가 편안함입니다. 자전거를 탈 때 불편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지요.
둘째, 자전거가 목적지까지 직통으로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돌아가는 길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셋째가 안전성입니다. 등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 설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하튼 그런 과정을 거쳐 사람들이 이용하기 편한 세계적인 자전거 인프라를 깔았다고 봐야 하겠지요.
아울러 그런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놓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서 자전거를 타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했는데 아시다 시피 습관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네덜란드의 경우 두 세대 만에 습관이 잡힌 듯합니다. 어른이 자전거를 타는 습관이 잡히면 아이들한테는 자연스럽게 물려지는 거여서 지금 남녀노소 누구나 자전거를 타며 그에 따라 도로의 공간 분배에 따른 갈등은 저절로 소멸되어 가는 중이 아닐까 합니다.
질문) 저는(김영환 PD) 네덜란드 사이클링 대사관을 개인적으로 반년 전에 알게 됐습니다. 저는 이 사이트에 가입했고 일주일에 한 번 들러 정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 단체는 자전거 정보 전달과 교육 등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mma Stubble) SNS를 담당하는 두 분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밖에 나가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와 제휴를 맺고 있는 네트워크 회사들을 방문해서 그 회사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를 어떻게 지지하고 있는 지 등을 제작해서 올려주고 있습니다. 세계의 자전거 뉴스와 정보도 함께 말이죠.
이처럼 우리가 주도적으로 하는 소통 이외에도 상대방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많아요. 이를테면, 어떤 나라에서 자전거 관련 프로젝트가 있으면 우리 쪽에 지식을 공유해 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오는데 그러면 우리가 알려주는 것이죠. 자전거와 관련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그 문제를 가지고 고객들이 우리한테 찾아오는 는 경우가 있어요.
사이클 대사관이라고 해서 자전거를 통한 정치외교적인 일을 하는 건 아니죠. 대사관이란 명칭을 쓰게 된 것은 그저 네덜란드의 사이클링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나라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네덜란드 정부에 다른 나라 정부가 자전거도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을 많이 받으니까, 그런데 네덜란드 정부가 그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어서 우리한테 보조금을 주면서 그 업무를 대신 맡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해외 자전거 업무를-정부가 할 일을 직접 받아서 처리하니까 우리가 대사관은 맞는 것 같네요.
질문)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얼마나 되나요?
Emma Stubble) 모두 12명입니다. 6명은 풀타임 직원, 4명은 파트타임, 2명이 인턴 사원입니다. 저는 3년 전에 이 단체에 합류했습니다. 아주 어릴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던 마을에서 저는 차 없는 도로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면서 자전거를 탔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지요.
여름방학이면 할아버지네 할아버지 댁으로 가서 자전거를 타고 마음껏 누린 자유로움을 잊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방학이 끝나고 자동차 위주로 설계된 도시로 돌아오면 자전거 타기가 너무 어렵고 불편했어요. 그걸 고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찾았던 곳이 이곳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시였고, 네덜란드 사이클링 대사관이었어요. 여기가 제가 있어야 할 곳임을 직감했지요.》
복개천을 걷어내라! 자전거 타는 유트레히트 시민의 힘
인터뷰를 끝내고 우리는 손으로 그린 커다란 세계 전도(全圖)가 걸려 있는 사무실 벽으로 가서 남북으로 나뉜 대한민국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새끼손가락 하나로 가려지는 영토,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땅이라서 자전거로 어디로든지 이동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왜 자전거의 나라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지만 위트레흐트시가 20년 전 복개 도로를 그대로 두고 자동차가 다니는 길로 방치했었다면 오늘 날 세계 최고의 친환경 자전거 도시라는 명예를 얻을 수 없었을 터이다. 수로의 다리 위로 무수한 자전거들이 교차하며 지나간다. 시선을 어디에 둬도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이 도시를 보면서 세계 최초의 자전거 대사관이 이곳에서 생긴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듯 했다.
이 수로(水路)를 따라 관광객 6명을 태운 작은 보트 한 대가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고 보트를 피해 물오리 몇 마리가 물가로 헤엄쳐 나온다. 산책로에서 조깅하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도 들린다. 명실상부한 친환경 도시가 궁금하다면 이 도시에 와보면 금방 알게 될 것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