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정권기에 희생된 한인·독립운동가들의 유해 봉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10일 국회에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이수진·김용만,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과 한인·독립운동가 유해봉환 추진위원회 등 12개 단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는 한인·독립운동가들의 유해 봉환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모두 발언을 통해 “오늘은 일제 6·10 만세 운동의 날이기도 하고 1987년 6월 항쟁이 일어난 날”이라며 “역사적으로 뜻깊은 날, 그러나 일제하에서 수많은 (우리) 동포들은 이 땅에서 살지 못하고 식민지 아래서 해외로 쫓겨가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 동포들은) 중국이나 연해주, 일본 해외 곳곳으로 쫓겨 가셨는데, 연해주로 이주하신 많은 독립운동가와 한인 지도자들은 소련의 스탈린 치하에서 죽어갔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제대로 이분들의 진상 규명과 유해 봉환, 서훈 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37년~1938년 이른바 ‘스탈린 대숙청’ 시기, 소련에서는 정치인, 관료, 군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당시 소련 원동 지역에 거주하던 한인 17만 명 이상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됐는데, 이 과정에서 1만6000명 이상의 한인들이 추위와 질병, 기아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22년 진실·화폐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에서 발표한 ‘스탈린 대숙청 시기 한인 집단 희생’ 연구자료에 따르면, 이름이 확인된 희생자만 총 10.478명이다.
그렇다면 희생자들에 대한 복원 조치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
1956년부터 일부 한인 희생자들에 대한 복원을 시작으로, 2000년대까지 계속됐으나 단지 문서상으로만 이뤄졌을 뿐, 진상 규명이나 유해 발굴 및 유족으로의 인계, 한국으로의 인도 작업 등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당시 수많은 국민이 억울하게 희생됐으나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한 진상조사 및 유해 발굴과 봉환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정부를 향한 강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들은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당시에 희생된 분들의 유해를 발굴 봉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스탈린 정권기 한인 희생자 유해봉환 사업’ 역시 마찬가지로 추진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현재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은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지원’ 업무를 시행하고 그 일환으로 ‘강제 동원 한인 희생자 유해봉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독립운동가의 유해 봉환’ 사업과 동일하게 스탈린 정권기에 희생된 독립운동가 유해봉환 사업 역시 당연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스탈린 정권 숙청기에 희생된 한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실태 조사를 즉각 실시하고, 유족 학계 관련 기념사업회를 포함한 유해 발굴 및 봉환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김단아를 비롯한 독립운동가의 유해 봉환을 즉시 이뤄지게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 정부를 향해선, "사할린 정권기에 희생된 한인 독립운동가들의 진상조사와 유해 발굴 및 인도에 적극 협조하고 이와 관련된 적극적 조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인·독립운동가 유해봉환 추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이재정·이용선·이수진·전용기· 김용민·김준혁·차지호 의원,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 6·10만세운동유족회, 더불어민주당 역사와 정의 특별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1923제노사이드연구소, 겨례하나, 권호설·권오상기념사업회, 김단아기념사업회,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시민모임 독립,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약산김원봉과함께, 이재유선생기념사업회,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 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