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23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MBK 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을 상대로 승기를 잡았다.
최 회장 측이 전날 꺼낸 ‘상호주 제한’ 카드가 적중했다. 상호주 제한이란 순환출자 구조에서 최상위 회사의 의결권을 막는 상법상 제도다. 고려아연 대주주인 영풍(24.52% 보유)의 증손자 회사가 영풍의 10.3% 지분을 획득함으로써 이날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막은 것이다.
고려아연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 표결을 통해 출석 의결권의 약 73.2%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승부가 갈렸다.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이사 10명과 영풍 측 이사 1명의 ‘10대 1’ 구조다.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자 7명이 모두 과반 득표를 얻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등 MBK·영풍 측이 추천한 14명은 각각 20∼30% 찬성 득표로 상위 7위 안에 들지 못해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MBK·영풍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추천 이사 14명을 이사회에 새로 진입시켜 과반을 확보,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다. 하지만 영풍은 의결권 제한에 걸려 의결권 효력이 있는 MBK·영풍 측 지분이 40.97%에서 15.55%로 축소됐다.
한편, MBK·영풍 측은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