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힘의 정치’가 불러온 '정직한 야만의 시대'

  • 등록 2025.03.05 11: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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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新계산법…‘유럽 OUT, 러시아 IN, 중국 DOWN’
북, 경제·군사·외교 다 잡을 계획... “韓, 안보 대응 준비해야”

 

 

미국 신행정부가 출범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러·우 전쟁 종식에 적극 개입하면서 전 세계 안보와 경제 지형이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기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했던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필두로 법의 지배가 아닌 ‘힘의 지배’로 돌아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달 24일 UN총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년을 계기로 특별 소집된 회의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연내에 종결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엔 유럽 회원국들의 의견을 반영해 ‘러시아군 즉시 철수’ 및 ‘우크라이나 영토보전’ 등을 포함했으나 미국이 러시아와 함께 이에 반대하면서 극명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종전협상과 관련 ▲우크라이나 영토 포기 ▲ 5000억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광물수익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일부를 양보하더라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등 미국과 서방의 안보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묵살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만난 두 정상은 의견대립으로 고성이 오가며 협상이 결렬됐다. 협상 결렬 여파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전면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고 유럽연합은 오는 6일 열리는 유럽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패키지의 구체적 내용과 자금 규모를 정할 예정이라고 본격 예고했다.

 

'러·우 전쟁' 종식을 향한 각국의 대응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종전이 가져올 한국의 안보 영향에 대한 분석도 빠르게 나오고 있다.

 

◇ 새롭게 편성되고 있는 지정학 관계 “이전의 세계는 잊어라”

 

기존의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입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유럽 회원국들이 제안한 결의안에 반대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정권의 입장이 180도 선회했음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황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문영 서울대 교수(통일평화연구원)는 최근 출연한 방송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지각변동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러우전쟁 종식과 관련해 “대격변의 시점으로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힘의 정치, 강대국 정치, 세력권 정치로 가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는 “규칙, 법이 아닌 힘이 법이 되는 이른바 ‘우아한 위선의 시대가 가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미국이 30년 냉전체제에서 유일패권을 쥐며 세계 경찰 역할을 담당해왔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자진 반납한 것이라고 설명한 이 교수는 이는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루비오 국무장관의 연설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전략, 세계전략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며 “‘냉전이 종식되고 미국이 세계정부 역할을 하느라 손해를 많이 봤다. 일극체제는 정상이 아니고, 다극체제가 정상이다. 우리는 이제 거기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게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강대국 정치로의 선회를 선택한 트럼프 행정부가 키 플레이어로 지정한 나라에도 개편이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냉전 종식 이후 결성된 나토의 핵심원칙은 미국이 유럽에 개입한다는 ‘아메리카 인’ ‘러시아 아웃’ ‘독일 다운’이었다. 그런데 이번 미러 회담을 통해 나타난 트럼프의 세계전략은 ‘유럽 아웃’ ‘러시아 인’ ‘중국 다운’으로 미국이 러시아와 함께 중국을 누른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트럼프의 행보에 유럽연합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 다음으로 지원을 많이 해왔지만 러우전쟁 종식을 두고 트럼프가 러시아와 협상을 하며 유럽패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기중단’ 카드를 꺼내며 압박하고 있는 미국에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에 자체적인 군사지원을 논의한다지만 미국 없이 러시아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2014년 나토 설립 후 미국이 유럽연합보다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해 왔기에 미국의 입김을 거스르기 힘들고 또 러우전쟁 3년 간 유럽 경제가 엉망이 되면서 트럼프의 종전협상을 저지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 '러·우 전쟁' 참여 북한, 경제·군사·외교 다 잡아... 한국의 대응 전략은?

 

미국과 러시아는 종전협상에 우크라이나를 협상 당사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대로 종전이 될 경우 한반도처럼 불완전한 평화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이는 유럽을 넘어 세계안보 지형에 큰 파장을 불러 올 것이며 여기에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안병석 평택대 특임교수(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는 전쟁이 종결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면 한반도 정세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 한국은 종전 협상 이후 변화할 국제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특히 북러 밀착이 가져올 위협을 평가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해 러시아와 군사, 경제적으로 밀착이 된 상황이다.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식량 뿐 아니라 첨단 군사기술도 이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이 쿠르스크 지역에 군인을 투입해 북한군이 최전선 전투를 경험하며 실전 감각을 익힌 것이 향후 한반도 안보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전쟁을 통해 북한은 목적한 바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러·우 전쟁에 참여함으로써 정치적으로 고립된 걸 탈피하고 UN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곧 상당히 수준 높은 우군을 만들고, 또 식량과 에너지 자원을 획득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아마도 이를 다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군사적 측면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나 ICBM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미비한 것이 있었는데 러시아로부터 최종적인 기술을 이전받아 완벽한 핵 무장을 완성해 선언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하며 “무엇보다 이번 전쟁에서 부각된 무인기 생산 기술, 운용 기술 등을 터득해서 올 것이다. 북한이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많은 이익을 보며 러시아와 밀착되는 건 우리에게 큰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종전 후 러시아는 "북한과는 군사적으로, 한국과는 경제적으로 협력한다는 이중 스탠스를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이에 대해 "우리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전쟁 전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은주 기자 kwon@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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