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한국 국적 K팝 그룹의 상업 공연을 공식 승인하면서, 장기간 이어졌던 한류 제한 조치인 '한한령'이 해빙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푸젠성 푸저우시 문화여유국은 지난 25일, 한국 보이그룹 이펙스(EPEX)가 오는 5월 31일 푸저우에서 개최할 콘서트에 대해 정식 공연 허가를 내렸다. 공연은 푸저우 대학성 문화예술센터에서 진행되며, 약 1,100명이 수용 가능한 규모다.
이번 공연은 '2025 EPEX 3rd 콘서트 청춘결핍 in 푸저우'라는 제목 아래 총 19곡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모든 멤버가 한국 국적인 K팝 그룹이 중국에서 단독 상업 공연을 여는 것은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처음이다.
과거 중국은 사드 도입에 대한 반발로 비공식적인 한류 제한 조치를 취해왔고, 이에 따라 K팝 아티스트들의 중국 공연이 사실상 금지됐었다. 이후 몇몇 외국 국적 K팝 스타들이 중국 방송에 출연한 사례는 있었지만, 전원 한국 국적 그룹의 상업 콘서트는 없었다.
작년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간의 긴장 완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고,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과의 마찰이 다시 거세지자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문화 교류 역시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검정치마(조휴일)가 소규모 공연을 허가받은 데 이어, 올해 4월 래퍼 그룹 '호미들'과 트로트 가수 윤수현도 각각 교류 행사 성격의 무대에 섰다.
하지만 이번 이펙스 공연은 상업 공연으로 분류되며, 단순 문화 행사와는 차별화된 의미를 갖는다. 다만 가요계에서는 아직 대형 기획사의 인기 아티스트들이 수만 명 규모의 콘서트를 열 수 있을지 여부가 '한한령' 해제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궈자쿤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공연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중국은 한국과의 유익한 문화 교류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며, 지속적인 협력 발전을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