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한민국의 핵심산업 K-반도체···초강대국 전략은?

  • 등록 2025.12.11 13: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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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강점 유지, 시스템반도체·소부장 확장 통해 산업 생태계 균형
반도체아카데미 전국 확대 추진, 2031년까지 전문인력 15만명 양성
국가전략산업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세제 혜택·제도 통해 세계 우위 수성

 

정부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부가 영국 반도체설계업체 암(Arm)과 반도체 설계인력 1천400명 양성을 위한 MOU를 맺은 것을 보면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왜 지금 ‘반도체’일까?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핵심산업’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한국의 수출 효자품목 1호 산업으로, 국가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며 안정성을 좌우한다. 또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오는 위기감이기도 하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여기서 한국이 밀려나게 되면 AI, 전기차, 로봇 등 연관 산업까지 피해 우려가 크다. 여기에 기업들의 ‘공급망 안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인프라 지원, 특별회계 설치 등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또 ‘차세대 기술 확보’에서는 AI 반도체, 첨단 패키징 등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해 R&D 투자 확대와 스타 팹리스 기업 육성을 통해 기술 주권을 강화하고 있다. ‘인재 확보’에서도 정부는 반도체 아카데미 확대, 석·박사 연구 프로그램, 해외 인재 유치 등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 ‘투자·인력·기술·소부장’ 4트랙


앞서 정부는 2022년 7월에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네 가지로, 첫째, ‘투자 확대’로 5년간 340조원 이상 투자, 둘째, ‘인력 양성’으로 2031년까지 15만명 이상 전문인력 공급, 셋째, ‘기술 경쟁력’으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의 10% 확대, 넷째, ‘소부장 생태계’로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율을 50%로 올리는 것 등이다.

 

정부는 메모리 반도체의 강점 유지와 시스템 반도체·소부장 분야의 약점 보완에도 초점을 맞췄다. 


3년 전 ‘반도체 전문인력 15만명 양성’의 목표를 구체화한 사례가 이달 5일 반도체기업 암(Arm)과의 MOU(업무협약)로 구체화되고 있다. 설계인력의 글로벌 역량 강화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세계 1위이지만,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취약해 메모리 중심에서 시스템 반도체로의 영향력 확장계획도 담겼다.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은 △투자 및 인프라 지원 △인력 양성 △시스템반도체 선도 기술 확보 △견고한 소부장 생태계 구축 등 4트랙으로의 추진을 목표로 삼았다.


반도체는 모든 디지털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며 AI·빅데이터·클라우드·IoT·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구현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즉, 반도체 경쟁력이 곧 4차 산업혁명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D램(DRAM), 낸드(NAND)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유지하지만, CPU와 GPU, 통신칩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대만·미국에 뒤처져 있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AI 연산, 자율주행 제어, 스마트가전 등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 안정성에도 반도체는 중대한 역할을 한다. 한국은 장비·소재·부품 국산화율이 낮아 공급망 리스크가 큰 만큼 공급망 확보가 국가 혁신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아카데미 전국 확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 시동


먼저 ‘투자 및 인프라 지원’은 민간 기업의 투자를 2026년까지 340조원 이상 투자를 촉진하고,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용수, 도로 등 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해 산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PIM(Processing In Memory, 메모리 내부에 연산 기능을 통합해 메모리 안에서 직접 처리하는 기술), 전력반도체, 첨단 패키징 등 차세대 기술의 연구개발도 확대한다.


인력 양성에서는 2025년부터 2031년까지 15만 명 이상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대학 내 특성화 대학원 신설 등 교육 인프라를 강화한다. 또 공급망 및 기술 보호를 위해 공급망 리스크 관리, 핵심 인력·기술 확보 및 보호 정책도 병행된다.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원 방안으로는 용인·평택 등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 지중화(고압 송전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방식) 비용의 70%를 국비로 부담하고, 인프라 지원 한도를 단지별 1000억 원으로 상향한다. 여기에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지금의 17조 원 규모에서 20조 원 이상으로 늘려 기업의 투자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세제 혜택도 강화한다. 정부는 반도체 투자세액 공제율을 상향해 기업의 투자 유인을 높이고 있다.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은 기존 15%에서 20%로, 중소기업은 기존 25%에서 30%로 상향 조정한다. 이는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적용된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도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에는 적용 기한을 2029년 말까지 5년 연장하고, 반도체 R&D도 적용 기한을 기존에서 7년을 늘려 2031년 말까지로 조정했다.


이밖에도 AI와 미래형 운송수단도 국가전략기술로 포함해 세제 혜택을 확대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도 중소·중견기업은 2년 연장하고 2024~2025년 투자분도 공제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두 번째는 ‘인재 양성’ 사업이다. 정부는 2021년부터 2031년까지 반도체 전문인력 15만 명 이상을 추가 배출한다는 목표로 대학 계약학과 확대와 특성화 대학·대학원 지원, 산학협력 강화가 추진 중이다.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아카데미는 대구·구미 등 지방으로 확장되며, 올해 6월에는 경남 창원의 경남테크노파크와 충남 아산의 호서대가 지역 교육센터로 선정됐다. 용인에서는 장비개발 실습, 판교에서는 칩 설계·후공정 교육이 진행된다.

 

경남테크노파크는 한국전기연구원, 부산테크노파크와 협업해 전력반도체 맞춤과정을 운영한다. 호서대는 후공정 전용 실습공간을 활용해 패키징·테스트 특화 교육을, 삼성전자·하나마이크론·SFA반도체 등 충청권 기업 전문가들이 직접 학생을 지도한다. 현재 100명의 취업준비생이 교육받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아카데미의 연간 배출 목표를 800명에서 1000명으로 확대해 2027년까지 4000명 이상을 배출할 계획이다. 경남테크노파크는 기초·심화 과정을 운영해 현장 연계를 강화하고, 호서대는 ‘반도체패키지 LAB’을 기반으로 특화 교육을 제공한다. 또 AI 반도체, 미래차·AI 융합 교육과정이 신설되고, R&D 연수와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도 추진된다. 정부는 산·학·연 연계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지방 기업에도 인재 확보 기회를 제공한다.

 

◇시스템반도체·소부장 경쟁력 강화로 K-반도체 초격차 유지


세 번째는 ‘시스템반도체 선도 기술 확보’다. 정부는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세대 기술개발(R&D)에 집중 투자한다. 또 NPU(신경망처리장치), PIM(Processing In Memory) 등 차세대 첨단 반도체 핵심 기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팹리스(Fabless)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 활용장비를 확충하고, 글로벌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형 팹리스 기업을 집중 지원해 현재 15개사에서 20개사로 확대 지원한다. 또 국산 AI반도체 조기 상용화를 위해 대규모 수요처와 트랙레코드(실적) 확보에 나서고 국내외 실증 지원도 강화한다.

 

 

파운드리(Foundry)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초미세 공정(첨단시장)과 차량용·IoT용 등 특화 시장(틈새시장)을 동시에 강화하고, 삼성전자 등 국내 파운드리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추진한다. 또 첨단 패키징 및 미니팹 구축을 위해 양산연계형 미니팹을 구축,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실증 지원 및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구현을 위한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산·학·연 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해 K-반도체 혁신 생태계(한국형 IMEC)를 구축, 기업-소부장-대학-연구소가 협력하는 현장형 전문 인재 양성 및 공동연구 플랫폼을 형성한다. 이와 함께 팹리스-파운드리 상생 협력으로 설계와 생산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마련한다.


이밖에도 인재 확보를 위해 국내 석·박사 연수 프로그램으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글로벌 공동연구 프로그램으로 해외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영입한다. 반도체 아카데미를 전국으로 확대해 지방 기업도 안정적으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도 확장할 계획이다.


네 번째는 ‘견고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구축’이다. 정부는 국내 소부장 산업 육성 및 공급망 내재화 촉진을 위해 보조금 지급, 세제 지원 등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특별법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의 입지·설비 신규 투자비의 30~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소부장 기업이며, 규모는 신규 투자액의 30~50% 내외다. 지원한도는 건당 150억원, 기업당 200억원이며, 중소기업은 수도권 40%·비수도권 50%, 중견기업은 수도권 30% 및 비수도권 40%로 차등 지원한다.


반도체 중소기업의 기술 보증 비율도 85%에서 95%로 상향 조정하고, 보증 한도 2배 확대, 저리대출 3조원 이상 추가 공급, 총 20조원 규모 금융투자 추진 등 금융 지원도 이뤄진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미니팹’을 조성해 소부장 기업들이 실제 양산 환경에 근접한 테스트를 수행하도록 지원한다. 클러스터 내 실제 양산 환경에 근접한 전공정 미니팹을 통해 시제품 제작 전후 검증 및 실증 장비를 확충하고, 산학연 협력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공급망 안정화에서는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위해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지중화 비용의 70%를 국비지원하며, 인프라 국비 지원도 1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인프라 국비 지원을 위해 100조원 이상 클러스터 조성 시 안정적 전력·용수 공급을 보장한다.

 

◇우려되는 리스크 및 향후 풀어야 할 과제는?


아직 ‘반도체 특별법’은 국회 정기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제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특별법의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실제 지원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정부 재정과 한국전력 등 공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지속 가능성의 확보도 필요하다. 또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지원율 차등으로 기업의 입지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는 미국·중국 등 주요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과 비교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정부가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글로벌 기업과의 MOU까지 맺으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미·중 등 주요국의 반도체 투자 확대 속에서 한국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필요한 때다. 또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거점 육성을 통해 전국적인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확립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역량을 확대,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 정책에 발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 개발과 양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은 내실 다지기 전략을, SK하이닉스는 특화 조직 신설 등 글로벌 확장 전략으로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개발팀을 D램 개발실 산하로 재편하고 ‘메모리 개발 담당’을 신설해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했다. 또 생산 확대를 위해 평택공장 건설을 재개하고, 10나노급 6세대 D램 적용으로 HBM4 대량 양산을 준비 중이다. 최근 엔비디아에 HBM4 샘플 전달 후 내부 품질 테스트(PRA)를 통과했으며, 12Gbps 이상 성능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범용 D램·낸드·HBM을 통합해 효율적 개발 및 생산 역량에 집중하고, 글로벌 점유율 회복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중국, 일본에 AI 리서치 센터 신설하는 등 글로벌 확장과 함께 글로벌 인재 영입으로 시스템 아키텍처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패키징 수율·품질 전담 조직, 미주 지역 HBM 기술 조직을 신설하고 맞춤형 HBM에 대응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엔비디아에 전달했으며, 올해 4분기부터 출하를 시작했다. 여기에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를 비전으로 글로벌 생산 인프라·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팹을 등을 구축하고 있다.

 

 

김영명 기자 paul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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