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을 마무리 짓는 협상 방법

  • 등록 2026.04.17 15: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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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공해인 아라비아해로 나오는 즉시 나포하겠다는 미국의 경고는 단순한 해상 통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선언이자, 동시에 체제의 선택을 강요하는 신호니까.

 

그러나 이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단순한 압박을 넘어 명확한 ‘양자택일’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핵 개발을 지속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없다고 분명히 압박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협 통제와 핵 개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국제질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메시지를 이란 지도부에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한다.

 

선택은 하나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때, 비로소 협상은 현실적인 궤도에 오른다.

 

둘째, 지금의 위기를 단순히 핵 문제로만 환원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협소하다. 이란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외부 제재보다 내부의 분노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희생된 사건 이후 누적된 민심의 균열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이란 지도부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경제 붕괴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촉발될 체제 내부의 붕괴다. 따라서 미국은 단순히 경제적 압박을 넘어, 정치적 메시지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란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정상적인 국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출구를 분명히 제시하되, 동시에 그 조건이 무엇인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핵 개발 중단, 해협 안정 보장, 그리고 자국민에 대한 폭력 중단이라는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은 서로 분리된 사안이 아니라, 하나의 패키지로 다뤄져야 한다.

 

런던에 본사를 둔 이란 반정부 성향 뉴스 사이트인 이란 인터내셔널(Iran International)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전쟁으로 파괴된 경제를 재건하는 데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가운데 “전쟁으로 인해 최대 200만 명의 실업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인플레이션이 18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월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것은 40%를 넘는 인플레이션이었다. 봉쇄 조치의 영향에 대해서는 "하루 약 4억 3천5백만 달러의 경제 활동 손실"과 "몇 주 안에 유전 가동 중단"을 초래할 것이라고 이 사이트가 전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란도 내부적으로 위기다.

 

물론 이란 정권이 이를 쉽게 수용하진 않을 것이다. 47년간 이어져 온 이념적 강경 노선은 외부 압력에 굴복함은 체제의 붕괴로 인식해 왔다. 그렇기에 초기 반응은 단호한 거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즉각적인 수용이 아니라, 지속적인 압박 속에서 이란 지도부로 하여금 선택의 비용을 다시 계산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전쟁이나 사업이나 ‘돈’은 가장 냉정한 변수다. 국가가 전쟁을 지속하려면 재정이 필요하고, 재정은 결국 시장과 연결된다. 원유 수출이 봉쇄되고 외환이 고갈되면, 어떤 이념도 현실의 벽을 넘기 어렵다. 경제적 숨통이 조여들수록, 강경 노선은 내부에서부터 균열한다.

 

결국 트럼프식 해법의 본질은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선택지를 봉쇄하는 데 있다. 상대가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도록 압박하는 것, 그것이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군사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되, 그것이 최후의 수단임을 분명히 하면서 경제적·정치적 압박을 극대화하는 것, 이러한 복합적 압박 속에서 이란이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 전쟁은 총성이 아니라 결정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강경함이 때론 위험하다. 그러나 방향이 분명한 강경함은 협상의 또 다른 이름이다. 다만 협상이 아닌 타협이나 거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협상은 원칙과 목표를 분명하게 둔 상태에서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즉 “핵 개발은 안 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보장되어야 한다”와 같이 선을 긋고 그 선 안에서 수단과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 반면 타협과 거래는 선 자체를 흔든다.

 

당장의 긴장 완화나 부분적 이익을 위해 핵 문제를 유예하거나, 제재를 완화해 주는 식의 맞바꾸기일 뿐이다.

 

타협과 거래가 이란전에서 위험한 이유는 이란 지도부에게 숨 고르기 시간을 줄 수 있고, 이란 지도부는 경제적 합리성으로 움직이지 않고 외부 압박보다 내부의 균열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협상을 통해 이란 지도부가 어떤 선택을 하도록 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트럼프식 제로섬 게임이 성공하려면, 협상의 어느 지점에서 멈출 줄 아는 절제와 함께해야 협상 타결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제안을 하는 것은 지도자다운 행보일 것이다. 나아가 이란 지도부가 제안을 수용할 때까지 압박을 계속하는 것 또한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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