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李 대통령, 송배전망 ‘국민펀드’로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 제안

  • 등록 2025.12.23 18: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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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조 투자 필요”...부채 짊어진 한전, 전력 인프라 재원 조달 한계
수익보장 재원 ‘망요금’이 유력...이재명 “요금은 정부가 손해 보지 않게”
‘민영화·개방’ 우려엔 “운영은 한전”...12차 전기본에 구체안 담기나

 

이재명 대통령이 ‘송배전망 국민펀드’ 구상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2025년 12월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 자리다. 이 대통령은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에게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재정 규모를 묻고 “2038년까지 113조원이 필요하다”는 답을 들은 뒤 “지금은 한전 입장에서 조달할 길이 없지 않느냐”, “100조원의 빚을 또 내기는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민펀드를 만들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하고, 국민에게 투자 기회도 드리면서 대대적으로 신속히 까는 게 어떠냐는 게 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전 돈으로 하기는 힘들지만, 어차피 송배전망은 한전에서 쓸 수밖에 없고 요금은 정부가 손해 보지 않는 수준으로 정할 것”이라며 수익 보장 구상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 대통령 발언은 전력망 투자 재원을 ‘한전 차입’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한전이 그간 송배전망 투자를 사실상 전담해 왔지만, 누적 부채가 큰 상황에서 추가 차입만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대통령이 직접 지적한 것이다.

 

이에 국민펀드는 ‘운영 주체 변경’보다는 ‘재원 조달 방식 변경’에 초점을 둔 구상으로 해석된다.

 

정책·업계에서는 국민펀드의 수익 보장 방식이 망요금(송전·배전 이용요금) 중심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배전망은 발전사업처럼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니라, 전기를 보내는 네트워크를 구축·보강·유지하는 인프라다. 이 때문에 투자비 회수는 시장 경쟁이 아니라 규제 체계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회수 재원은 전기요금에 포함된 망요금으로 연결되기 쉽다.

 

이 대통령이 “요금은 정부가 손해 보지 않는 수준으로 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수익이 시장 변동이 아니라 규제요금 기반 현금흐름에서 나오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전제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펀드 수익보장 재원은 ‘망요금’...배당·채권·BTL 등 다양한 시나리오

 

국민펀드의 수익 지급 구조는 여러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다. 망요금 수입 일부를 배당 재원으로 연결하는 배당형이 가능하고, 한전 또는 별도 특수목적법인(SPC)에 자금을 공급한 뒤 이자를 받는 채권·대출형도 거론된다.

 

민간이 건설을 맡고 공공이 임대료처럼 장기간 상환하는 BTL(Build Transfer Lease, 임대형 민간투자) 유사 구조도 대안으로 언급된다. 다만 어떤 형태든 ‘운영은 한전’이라는 전제가 유지된다면, 투자자 수익은 운영권이 아니라 규제요금·계약 구조에 기반한 현금흐름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익 보장 방식이 구체화될수록 전기요금 부담 논쟁도 불가피하다. 망요금에서 투자자에게 지급할 몫이 생기면, 한전이 전력망 보강과 유지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선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하나는 망요금 총액을 조정해 투자수익을 포함한 비용을 요금 체계에 반영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한전이 기존에 금융기관에 부담하던 이자 비용을 국민펀드 수익으로 대체해 “지급처만 바꾸는” 방식이다. 전자는 전기요금 인상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후자는 투자자 기대수익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전력시장 민영화·개방’ 우려엔 선 긋기...12차 전기본이 가를 정책 경계선

 

‘민영화·개방’ 우려에 대해 정부는 선을 긋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송전망 민영화를 우려하는 지적에 “민간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운영은 한전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12차 전기본)에 국민펀드 조성 방안을 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계통 운영과 통제는 공공이 맡고, 건설·투자 재원은 국민·민간 자본을 활용하는 구조가 정책의 기본 방향이 된다.

 

결국 쟁점은 ‘운영 주체’가 아니라 ‘수익 보장 장치’다. 수익을 어떤 형태로 약속할지(배당·이자·임대료), 그 재원을 망요금과 어떤 규칙으로 연결할지, 그 결과 전기요금 부담이 누구에게 얼마나 전가될지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 12차 전기본에 담길 국민펀드 방안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요금 산정 원칙과 위험 분담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핵심 검증대가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송배전망 국민펀드 제안에 대해 하윤희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한전의 재정적 한계 상황에서 전력망 확충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자,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하 교수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민간 기업에 사업권을 넘기는 방식은 민영화 논란이나 수익 독점 우려가 있으나, 국민펀드 방식은 한전이 망 운영권과 통제권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하며 “이는 외부 자본을 조달하되, 그 수익을 특정 자본이 아닌 국민에게 환원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의 제안은 재원 조달 주체를 다변화하여, 인프라 투자의 공익성을 유지하려는 방안으로 보인다”며 “한전의 재무 위기를 타개하면서도 전력망의 운영 주체를 공적 영역에 남겨두기 위한 구조적 접근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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