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자체가 운영하는 온라인 농특산물 유통 플랫폼이 지난해 매출 22억원을 기록했다. 핵심 품목은 말차였다.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말차 소비 트렌드를 지역 차 산업의 실적으로 이끌어 낸 이 사례는 전남 보성군이 운영하는 '보성몰'이다.
보성녹차가공유통센터는 지난해 수매한 찻잎 246톤을 전량 판매했다. 연도별 찻잎 수매량은 2020년 101톤, 2021년 105톤, 2022년 122톤, 2023년 185톤, 2024년 138톤으로, 지난해에는 수매 물량뿐 아니라 과거에 쌓여 있던 재고까지 모두 소진됐다.
이 성과는 단순한 판매 호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농업은 생산에서 끝나고, 유통과 브랜드는 민간의 영역이라는 오랜 정책 전제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 ‘잘 팔린 말차’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
보성몰은 사업자 정보상 법인명이 ‘보성군청’으로 표기돼 있지만, 실무 운영은 군의 위탁을 받은 민간 대행사가 맡아 운영한다. 공공 플랫폼의 공신력과 민간 운영의 기동성을 결합한 형태다. 지역 차 농가에서 생산된 원료를 가공 상품으로 연결한 뒤, 온라인 판매까지 이어지는 구조인 이 플랫폼은 소비 흐름을 농업 정책의 실험 대상으로 끌어왔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기존 농업 정책이 생산 보조나 판로 지원에 머물렀다면, 이 플랫폼은 ‘기획–가공–유통’을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묶은 사례에 가깝다. 이는 “농산물은 많이 생산하면 팔린다”는 공급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소비 트렌드를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말차는 왜 ‘정책 상품’이 될 수 있었나
말차는 녹차보다 가공도가 높고 활용 범위가 넓다. 음료뿐 아니라 베이커리, 디저트, 카페 메뉴, 기능성 식품 원료로 쓰인다. 이를 단순한 고급 녹차가 아니라 ‘확장 가능한 가공 원료’로 바라봤다는 얘기다.
이 선택은 차 산업의 위치를 바꿨다. 전통적으로 차 산업은 농업과 관광의 경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말차는 식품 산업과 외식 산업, 글로벌 소비 트렌드와 직접 연결된다. 보성몰의 성과는 농업이 더 이상 1차 산업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점을 실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보성군은 지난해 차를 테마로 한 복합관광시설 ‘봇재’를 비롯해 한국차박물관, 율포해수녹차센터 등 관내 차 문화시설 방문객이 52만명을 넘어서며 29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방문객은 4만5305명(9.5%), 수익은 3억6100만원(27.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차 문화 관광의 거점으로 자리 잡은 봇재에는 전년보다 11% 늘어난 13만명이 방문했고, 수익도 14% 증가했다. 한국차박물관 이용객 역시 11.6% 늘어난 13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농업–가공–유통에 이어 관광까지 연결된 차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는 셈이다.
◇ 22억원이 던지는 정책적 질문
이 플랫폼의 지난해 매출 22억원은 대형 유통사나 민간 플랫폼과 비교하면 크지 않다. 그러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농특산물 플랫폼이 단일 품목 전략으로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는 작지 않다. 다만 이 성과가 장기적인 소비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과제다.
M이코노미뉴스와 통화한 보성군 관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80억원을 투입해 재배 환경 현대화에 나섰고, 중국 차 산업 중심지인 윈난성과 재배·가공·문화 교류를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