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은폐로 공정위 제재

  • 등록 2026.03.10 13:47:50
크게보기

EQE·EQS에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사실 숨기고 CATL만 강조한 판매지침 배포
공정거래위, 소비자 기만 판단...과징금 112억·공표명령·본사 포함 검찰 고발

 

‘메르세데스 벤츠’(이하 벤츠)가 EQE 및 EQS 전기차 상당수 모델에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파라시스 에너지(Farasis Energy) 배터리 셀이 탑재됐음에도 이를 누락·은폐한채, 마치 모든 전기차량에 CATL 제품이 탑재되는 것처럼 ‘차량 판매지침’(EQ Sales Playbook, 이하 판매지침)을 만들고 이를 딜러사들에게 배포해 판매 영업에 활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가 적발됐다. 벤츠는 지난해 상반기 수입차 브랜드 판매 순위에서 BMW에 이어 판매량 2위를 달성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으로 판단, 시정명령·공표명령·과징금 112억3900만원 부과하고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 모두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불공정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하게 된 배경은 앞서 널리 알려진 2024년 8월 ‘인천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공정거래위는 해당 사고 차량의 배터리 셀이 당초 알려진 CATL 제품이 아닌 파라시스 제품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며 이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수십여명이 대피하고, 100여대 이상의 차량이 전소됐다.


벤츠는 2023년 6월, EQE·EQS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를 포함한 ‘EQ Sales Playbook(판매지침)’을 제작해 전국 딜러사에 배포했다. 그러나 이 지침에는 파라시스 배터리 셀 탑재 사실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고, 대신 CATL의 기술력·시장점유율·우수성만 강조됐다. 소비자가 배터리 제조사를 문의할 경우 CATL의 장점을 강조해 안내하라는 지시까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EQE 6개 모델 중 4개, EQS 7개 모델 중 1개 모델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돼 있었다. 벤츠코리아는 이미 2021년 독일 본사로부터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전달받아 파라시스 탑재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고의로 누락했다.

 


파라시스는 2021년 중국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이력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벤츠 EQ 전기차에만 탑재되고 있다. 반면 CATL은 글로벌 점유율 1위 업체로 기술력·인지도에서 큰 차이가 있다. 공정위는 “배터리 셀 제조사는 전기차 구매 결정에 핵심 요소”라며, 벤츠가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은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벤츠는 해당 판매지침을 딜러사 교육자료로 활용하도록 지시했고, 딜러사는 계약상 벤츠가 제공한 자료 외의 홍보물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딜러사조차 파라시스 탑재 사실을 모른 채 소비자에게 CATL 배터리가 들어간 것으로 안내하며 차량을 판매했다.


그 결과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이 국내에서 약 3000대가 판매됐고, 판매금액은 2810억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공정위에는 ‘CATL 배터리로 알고 구매했다’는 소비자 민원이 90건 이상 접수됐다.


공정위는 벤츠 독일 본사 역시 단순한 묵인이 아니라 적극적 가담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본사는 △벤츠코리아가 본사에 보고한 판매지침 내용을 승인했고 △이를 ‘우수 사례’로 선정해 다른 국가에도 전파했으며 △벤츠코리아가 내부 교육 플랫폼에 게시하도록 허용한 점 등을 근거로 공정위는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를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를 은폐한 첫 제재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한 제조사가 딜러사를 ‘수단·도구’로 활용해 소비자를 기만한 경우에도 제조사가 직접 책임을 진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외에도 공표명령을 부과해 벤츠가 언론에 제재 사실을 공개하도록 했다. 향후 피해 차주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번 제재가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현재 불공정거래 과징금 상한을 높이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며, 앞으로 유사한 소비자 기만 행위에 대해 더욱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벤츠는 배터리 제조사 공개 이후 파라시스 탑재 모델의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소비자 기만 및 불공정 사건이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명 기자 paulkim@m-ec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2길 4.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