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중남미와 중동을 동시에 겨냥한 ‘에너지 패권’ 강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 재편과 대외자본 유입 구조를 미국 중심 질서로 재정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란을 둘러싼 군사·외교 압박을 병행하며 중동발 공급 리스크를 관리 가능한 변수로 만들려는 구상이다. 국제 석유시장은 이러한 흐름을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은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69.40달러로 0.87% 올랐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4.63달러로 1.05% 상승했다. 다만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주간 지표가 상승폭을 일부 제한했다.
이번 유가 반등의 핵심 동력은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동한 뒤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 “확정적 합의는 없다”면서도 대화는 이어갈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또한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중동에 항공모함을 추가 전개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긴장이 더 고조될 경우 유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회담이 반복적으로 재개·중단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단기 급등보다는 제한적 상승 흐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앤드루 리포우 ‘리포우 오일 그룹’ 대표는 “시장은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그리고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 협상 재개·중단 흐름에 의해 계속 지지되고 있다”며 “뚜렷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한 유가 상승 압박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서 중국 에너지 기업들의 중남미 지역 영향력 차단에도 나섰다. 이날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합법적인 중국 기업의 거래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역내 국가들과 체결해 온 이른바 “해로운(damaging)” 유형의 거래를 피하려 한다고 밝혔다.
라이트 장관의 방문은 상징성이 크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개혁 국면을 직접 점검하며, 앞으로 전개될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의 투자·부채·계약 구조를 미국 중심으로 재조정할 가능성을 타진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라이트 장관은 과거 국유화 조치로 피해를 본 기업들에 대한 보상을 위해 부채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이는 “하룻밤 사이”에 이뤄질 사안은 아니라고도 언급했다. 베네수엘라 에너지 산업이 외자 유입과 제도 정비를 통해 정상화 수순에 들어가더라도, 대규모 자본 유입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에서는 군사적 존재감과 협상 압박을 통해 원유 공급 리스크를 관리하고, 중남미에서는 산유국의 계약·금융 질서를 재편해 중국식 자원외교 모델의 확장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석유 업계에서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주도하는 지정학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제유가는 외교·군사 이벤트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