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수출 둔화에 대비한 선제적 재정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보통 위기 상황이 도래하면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려워지고 상류층은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유류세를 깎아주는 만큼의 재원으로 서민이나 어려운 소비자층을 지원하면 양극화를 완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와 관계 부처는 최근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에너지 가격 상승 대응과 산업·수출 지원을 포함한 추경 편성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와 기업 비용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이란이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2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실제 봉쇄나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12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경이 편성될 경우 △유가 상승 대응 △에너지 공급 안정 △수출기업 지원 △취약계층 물가 지원 등이 주요 사업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제 부처 내부에서는 에너지 수급 안정과 산업 경쟁력 보호가 핵심 정책 목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정부는 국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서민 생활과 산업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인하 연장, 에너지 바우처 확대, 중소·중견 수출기업 금융 지원, 원유 비축 확대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재정 투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추경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도 예상된다. 국가채무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확대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추경이 필요하더라도 규모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추경 논의가 단순한 경제 대응을 넘어 정치적 의미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위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향후 경제 정책 신뢰도와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