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으로 본 덴마크 교육과 시사점

  • 등록 2026.04.06 18: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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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교육은 흔히 ‘자유롭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종종 오해를 낳는다. 겉으로 보이는 느슨함과 자율성만을 보고 ‘통제가 없는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본 덴마크의 교육은 전혀 다른 구조 위에 서 있었다. 이곳에서 자유는 방임이 아니라, ‘믿음’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체계다.

 

◇ ‘자유는 방임이 아니다’ - 덴마크 교육이 보여주는 것

 

덴마크 사회는 전반적으로 신뢰를 중심으로 유지된다. 집 앞에 수확한 과일을 내놓고 자율적으로 값을 지불하게 하는 판매 방식,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밖에서 재우는 문화는 단순한 생활 방식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깔린 전제를 보여준다. 타인을 끊임없이 통제하지 않아도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구조는 교육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덴마크의 공립 의무교육인 폴케스콜레(Folkeskole)와 고등교육 과정인 줌네시엄(Gymnasium)은 경험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 많은 청년들이 선택하는 교육기관인 호이스콜레(Højskole)를 네 차례 경험하며 이 사회가 교육을 통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분명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호이스콜레는 시험이나 성적 중심의 교육기관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위한 시간’에 가깝다. 진로를 고민하거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하기 위해 선택하는 공간이다. 18.5세부터 누구나 갈 수 있는 학교이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자율성’이 단순한 선택의 자유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율성은 반드시 책임과 함께 주어진다. 예를 들어,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대부분의 워크샵 공간은 잠겨 있지 않다. 학생들은 별도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공간을 사용하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누군가 이를 악용할 것이라는 전제를 두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책임 있게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수업 방식 또한 기존의 교육과는 분명히 다르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지시받는 대신, 하나의 주제만 주어진다. 예를 들어 텍스타일 수업에서는 ‘업사이클링’이라는 키워드가 제시될 뿐이다. 그 안에서 무엇을 만들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는 전적으로 학생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기고, 토론이 이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학생들이 질문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틀릴까 봐 침묵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모르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당연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덴마크 공교육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폴케스콜레에서는 수학을 단순히 공식과 문제 풀이로 접근하지 않고, 실생활과 연결하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목공, 요리, 건축, 가구 제작 과정에서 길이와 면적, 각도와 비율을 계산하며 수학을 실제 문제 해결의 도구로 활용한다. 물론 모든 학교가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식을 삶과 연결하려는 방향성은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4번의 호이스콜레에서의 변화

 

반면 한국의 교육은 여전히 시험 중심의 구조가 강하다. 지식은 삶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평가를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지가 중요해지고, 그 과정에서 ‘왜 배우는가’에 대한 질문은 뒤로 밀린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하는 힘을 기르기 어렵다.

 

덴마크 교육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실수’에 대한 태도다. 이곳에서는 실수를 부정적인 결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학습의 필수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있어 잘하고 못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시도 그 자체다. 실제로 수업 중에도 완성도보다는 과정과 시도를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은 개인의 태도를 바꾼다. 필자 역시 호이스콜레 경험을 통해 여러 변화를 겪었다. 

 

첫 번째 호이스콜레에선 아주 심했던 나의 외모강박이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두 번째 호이스콜레 에선 나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법과 모르는 걸 물어보는 사람이 되었고, 세 번째 호이스콜레에선 실수를 사랑하는 법과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을 배웠다.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고 우울감이 있던 상태로 덴마크에 도착했지만, 평가와 비교가 없는 환경 속에서 그러한 압박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후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더 나아가 실수를 받아들이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문화적인 차이 또한 인상적이다. 덴마크에서는 타인의 외모를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매우 무례한 행동으로 인식된다. 이는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감정과 존엄을 존중하는 사회적 기준과 연결된다. 실제로 한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외모 관련 표현들을 설명했을 때, 덴마크 친구들은 이를 공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반응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경험은 일상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 내 카페에서 일할 때, 학생들이 좋은 하루를 보내길 바라며 손님들에게 의식적으로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했다. 처음엔 큰 반응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눈을 마주치지 않던 사람들이 시선을 맞추기 시작했고, 무표정하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생겼다. 학기 말에는 학생들이 찾아와 “좋은 하루 보내라는 인사 덕분에 힘든 하루도 버틸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이 카페에 오면 항상 기분이 좋아졌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상을 바꾸는 힘, 다정함과 용기 

 

우리는 결국 다정함과 표현하는 용기로 살아간다. 사소한 표현 하나가 타인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했다. 내가 느끼는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하루를 바꾸고, 한 해를 바꾸고, 삶을 바꿀 수 있는 건 아주 작은 행동들이다. 서로를 칭찬하고, 아끼는 마음을 표현하며, 믿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어린 아이들에게는 뛰어놀 수 있는 시간과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실패가 창피한 일이 아님을, 도전 자체가 의미 있는 일임을 알려줘야 한다. 꿈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며, 꿈이 없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물론 덴마크 사회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비교적 안정된 환경 속에서 도전에 대한 긴장감이 낮거나, 작은 스트레스에도 쉽게 피로를 느끼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이러한 여유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가 유지하고 있는 가치, 즉 개인을 존중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은 분명 배울 만한 지점이다. 

 

한국 사회가 덴마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거창한 제도의 변화가 아니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있는 태도에 가깝다. 삶과 연결된 배움을 제공하는 교육, 실수를 허용하는 분위기, 질문을 장려하는 환경, 그리고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는 언어 사용이다. 

 

동시에 한국이 가진 강점 역시 분명하다. 높은 몰입도, 끈기, 그리고 빠른 실행력은 덴마크 사회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요소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우위가 아니라 균형이다. 개인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을 때, 타인과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다. 교육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덴마크 교육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믿음을 전제로 한 구조이며, 그 구조 안에서 개인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자유는 방임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상태가 아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러한 자유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조건 위에서 완성된다.


가족과 함께하는 웹사이트 ‘무지개샐러드’ 디자이너로 여섯 살 무렵 엄마에게 뜨개질을 배운 뒤로, 지금까지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아홉 살에 홈스쿨링을 시작했고, 열아홉 살에는 덴마크 호이스콜레(Højskole)로 떠났다. 그곳에서 다시 일어서는 법과 실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현재는 또 다시 워킹홀리데이로 덴마크에 와있다.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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