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의 꽃, 네일산업을 들여다보다

  • 등록 2015.04.18 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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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국가자격시험 첫 시행


박근혜 정부 초기,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 발언이 화제였다. 발언의 골자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규제완화였다. 당시 규제완화를 한국사회의 의제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적 수사란 평가가 많았다. 규제는 역사적으로 역대 정권의 혁파 대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과락을 맞는 영역도 규제완화였다. 박 대통령의 의지는 단호했다. 대표적 ‘손톱 밑 가시’로 창업 관련 규제를 지목했다. 네일 업계엔 호외였다. 곧 가시적인 변화가 드러났다. 오랜 숙원이었던 국가자격시험이 신설됐다. 그간 독립된 자격시험시스템이 없었던 네일 산업은 대통령의 발언 후 네일 창업과 관련된 자격증 시스템을 ‘비로소’ 갖출 수 있게 됐다.


서울 성북구에서 3년간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는 K씨. 과거 미용사자격증으로 네일숍을 창업했다. 이번 제1차 네일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네일업계에 꽤 오랜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했다. “나는 중국집을 차릴 건데 왜 일식 자격증을 요구하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네일관련 창업을 하려면 네일과는 하등 관련이 없는 미용사자격증을 소지해야 했다. K씨는 “네일숍을 차리고 싶은데 왜 헤어자격증을 따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네일 국가자격시험’은 피부에 와 닿는 변화였다. 비로소 올바른 코스로 경주에 임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국가자격증이 생기면서 네일업이 하나의 산업으로서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늦었지만 국가가 운용하는 자격시스템이 자리 잡는 걸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얘기했다. 필기와 실기시험 모두 치러본 경험자로서 “필기시험에서 피부암, 피부조직 등 네일업과 별로 관련없는 분야가 출제됐다”고 했다. 실기시험에서는 “실무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 아닌 지엽적인 기술을 묻는 문제가 많이 나왔다”고 했다. 이어 시험전반에 관해 “예전에 학원에서 배우고 실제론 잘 쓰지 않는 기술을 물어 어렵게 느껴졌다”고 간략하게 평가했다. 시험에 대한 긍부정의 평가를 떠나 네일업계는 이번 네일자격시험의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대중의 인식이나 산업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종사자 개인에게는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네일숍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학원 강사들은 전문성을 인정받
기 위해 신설된 자격증을 다시 따야했다. 미용업에 속해 있던 네일산업은 비로소 국가가 인정하는 독립 산업이 되었다. 네일업계의 변화와 그 변화속에서 드러난 문제, 해결방안을 집중 조명해봤다.



네일국가자격시험 첫 시행


이전까진 공중위생법에 의해 ‘손발톱 손질’과 ‘화장’이 일반 미용업에 포함돼 있어서 네일숍을 열기 위해선 일반 미용사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해야 했다. 문제는 분명했다. 미용사 자격증은 손발톱을 손질하는 네일미용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로 인해 네일 창업을 꿈꾸더라도 관련이 적은 미용기술까지 부득이 습득해야 했다. 이는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된 부분이었다.


이에 네일 관련 단체를 포함, 전국 약 10만 네일업 종사자들은 2010년 네일미용업 제도 신설을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시작으로 그해 8월 국회의원회관에서 네일미용사 면허제도 신설을 위한 공청회를 주최하고 서명운동 등 끊임없이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201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네일업계의 청원과 박근혜 당선자의 규제혁파 의지를 반영해 ‘손톱 밑 가시 뽑기’ 사업 중 하나로 네일업을 선정했다. 전국 약10만 네일인과 대통령이 위아래로 움직여 거둔 의미 있는 성과였다.


2013년 7월 보건복지부는 일반미용업에서 ‘손톱과 발톱의 손질 및 화장’을 삭제하고 이를 네일미용업의 업무로 독립시켰다. 얼마 안 있어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그해 9월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 2014년 7월부터는 ‘네일 미용업의 분리 및 국가자격증 신설’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는 네일업 종사를 위해선 일반미용사 기술자격이 아닌 네일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10만 네일인의 오랜 염원이었던 네일 미용사시험이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시험은 작년 11월 16일 처음 시행되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첫 네일국가자격시험, 이 시험이 가져올 영향과 효과는 과연 무엇일까.


네일 국가자격시험 논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작년 11월 16일 미용사(네일)국가기술자격 필기시험을 한양공업고등학교 등 전국 65개 시험장에서 시행했다. 약 3만7천600여 명이 응시했다. 그러나 일부 수험생들이 필기시험 문제가 시중에 나온 특정 참고서와 똑같은 문항으로 출제되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한국네일아트협회는 울산에 위치한 한국산업인력공단 본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집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네일아트 종사자 50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필기시험에 네일미용 분야와 무관한 문제들이 다수 출제되었다”, “도대체 네일 시험인지 간호사 시험인지 모르겠다”라며 항의를 했다.


 이에 한국산업인력공단측은 “필기시험과 관련, 정해진 기준에 따라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 오류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토대로 사전 공개한 주요항목별 출제기준 범위 내에서 출제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직 새로 바뀐 시스템이 완전히 녹아들진 못한 모양새다. 첫 시험은 비교·적용할 수 있는 전범(典範)이 없기 때문에 논란이 생길 여지가 분명 있다. 아직 1회 시험밖에 치러지지 않은 만큼 출제기준과 범위가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네일시장의 성장


한국의 네일미용은 1980년대 후반부터 뿌리내렸다. 이때를 기점으로 네일산업이 하나의 업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네일미용은 뷰티산업 성장에 따라 갑자기 생겨난 것 같지만 사실 손톱에 대한 관심은 고대부터 꾸준히 있었다. 이집트에서는 헤나를 이용해 오렌지색, 붉은색으로 손톱을 물들이고 이를 신분 차이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상류층은 짙은 색, 하류층은 옅은 색만을 허용했다. BC3000~300년 동안 중국에선 조홍이라 하여 홍화를 손톱에 바르기 시작하였다. 이는 손톱에 대한 관심이 예로부터 꾸준히 있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통한 가처분소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80년대 중후반부터 네일이 뷰티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10년 간 네일업에 종사하고 있는 A씨는 네일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리며 “그 당시에는 백화점 안에 네일숍이 존재했고 손님도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네일아트 서비스는 부유층만 받는 ‘있는 자의 루틴’이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하지만 여성의 뷰티를 향한 욕구는 소득을 불문하고 계속 커져갔다. 오늘날 네일서비스가 대중화에 성공하게 되면서 많은 이들이 네일숍을 찾고 있다.


이미선 네일텐아카데미 총괄원장은 우리나라의 네일산업이 급성장하게 된 원인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손재주가 좋은데 그 바탕 위에 협회가 대회 및 자격제도 골격을 잘 만들어 훌륭한 기술자를 시장에 많이 공급한 것”을 꼽았다. 이어서 “각종 네일 콘테스트에서 자신이 개발한 독자 기술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선의의 경쟁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협회가 작품 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기본 토양을 제대로 가꾸어준 것”이 네일산업이 활성화된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네일리스트는 손톱이라는 작은 공간위에 섬세한디자인 작업을 수공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 원장은 “한국 여성들은 섬세한 손재주를 가지고 있어서 이들이 네일아트시장을 확대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라고 밝혔다. 한국은 네일아트 불모지였다. 산업 성장은 한국네일아트협회가 창설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1세대 네일리스트들이 네일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강구했고 협회는 네일아트의 규정과 자격제도를 만들어냈다. 동시에 네일박람회, 네일 콘테스트 등을 유치하며 산업 전반의 규모 및 내용의 성장을 이끌었다. 꾸준히 손질하고 다듬은 자격제도는 훌륭한 기술자들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했다. 이 기술자들이 콘테스트에서 경합하고 수상을 위해 노력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앞서 말한 제도적 뒷받침 위에 또 한 번의 도약을 가능하게 만든 젤시장의 출현은 네일산업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젤을 활용한 네일아트는 끈적한 젤매니큐어를 바른 뒤 LED램프 등 장비를 이용해 손발톱에 열을 가해 굽는 방식이다. 실제로 젤시장이 커지기 전까지 대부분 여성들은 일반네일아트(매니큐어)를 받았다. 일반 매니큐어는 지속력이 1~2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젤네일은 약 3주 동안 유지가 가능했다. 이러한 젤의 특성 때문에 소비자들은 젤네일을 받기 위해 네일숍을 방문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매장 손님의 70~80%가 젤네일을 받기 위해 방문한다고 밝혔다. 최근엔 셀프네일이 각광받으면서 이제 집에서도 젤네일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이로인해 다양한 네일 도구들이 유통시장에 나오게 됐다. 네일숍 안팎으로 네일 뷰티에 대한 저변 확대가 이뤄짐에 따라 네일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영향력 · 전문성 증대


2013년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네일미용업을 신설함으로써 해당 분야 종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불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관련 산업 종사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효과도 함께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민간자격증에 머물던 네일시험이 국가자격증으로 전환되어 네일아트분야의 사회적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가가 보증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취업의 기준이 민간자격증에서 국가자격증으로 빠르게 옮겨갈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도 “국가자격증이 생겨 네일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은 전문가로서 늘 소망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험제도의 변화가 네일리스트들의 개인의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자격증은 국가자격증과는 다르게 2급, 1급, 기술강사 등 급수별로 단계가 세분화 되어 있다”며 “지금까지 네일리스트들은 더 높은 급수를 따기 위해 계속해서 실력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즉 지금까지는 네일리스트들의 수준을 자격증 급수로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 나은 실력을 겸비하고 높은 급수의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네일리스트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 개발을 해왔다. 그러나 국가자격증은 급수가 없는, 말 그대로 ‘자격만을 묻는’ 시험이다.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네일 시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지만 실력의 상하를 구분할 수는 없다. 숙련도를 구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네일리스트들의 실력증진에는 환경적으로 민간자격증이 존재했을 때가 더 나을 거라고 예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장네일의 문제점


네일시장이 거대해지면서 나온 문제 중 하나는 ‘출장네일’이다. 공중위생관리법 제8조 1항과 2항에 따르면 미용사 면허를 소지한 자가 아니면 미용업을 개설하거나 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또한 미용 업무를 영업소 외의 장소에서 행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는다. 네일아트는 작은 평수와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하고자신이 직접 운영하면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의 창업 1순위 아이템으로 꼽힌다. 주위에 아는 사람이 많다면 고객을 모으기도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에 ‘출장네일’ 형태로 업계에 종사하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출장네일을 할 수 있는 경우는 3가지에 국한된다. 첫째, 결혼을 하는 신부가 웨딩 메이크업을 하면서 네일아트를 원할 경우이고 둘째, 환자가 네일아트 시술을 원할 경우이다. 이땐 건강진단서와 관련 서류들을 첨부하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 마지막으로는 봉사활동 중의 네일 시술이다. 이는 영리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처럼 3가지의 경우를 제외하곤 출장네일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출장네일사의 경우 그 자격을 검증하는 제도가 없다. 아무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세법에도 어긋난다. 또한 네일아트도구를 시술자가 직접 가져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위생 상태를 확인하기가 힘들다. 더욱이 정부와 네일업계는 출장네일 종사자가 몇 명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정이다. 네일업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출장네일의 정밀한 실태 파악과 관리감독이 시급하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중요


국내 네일산업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이원장은 “국내 네일산업은 그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공공지원 부족과 시스템 정착 부재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일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그러나 자격증 취득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고 자격을 취득한 후에 창업 관련 컨설팅이 없어 네일숍 창업을 꿈꾸는 예비창업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 원장은 “네일산업을 바로 이해하는 노력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일아트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제 한 산업의 전문가로서 다양한 네일 정보 공유와 네일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네일자격시험에 대비하는 이들의 배움을 향한 열정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부탁했다. 우리나라의 네일산업의 역사는 짧지만 크게 성장 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의 노력이었다. 결국 남들보다 더 많이 흘린 땀방울이 오늘날의 네일산업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일 국가자격 시험의 합격만을 생각하기 보다는 앞으로의 트렌드를 고민하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5

김세희 기자 sehi11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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