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오티리 마을의 특별한 인연

  • 등록 2015.11.13 18: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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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부 대기업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하도 많아서 일까. 다들 똑같고 비슷한 모습뿐이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사회공헌 활동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곳이 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그 주인공.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오티리 마을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들어봤다.


정부기관, 기업 관계없이 모두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세계적인 장기불황으로 기업의 투자는 감소되고 있지만, 사회공헌 관련 투자는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기업과 기관은 앞 다퉈 자원봉사, 성금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이 웬만한 광고보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회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거의 모든 기업과 기관들이 ‘사회적 책임’을 외치며 도심을 떠나 농촌으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하지만 자발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직원들은 이를 업무의 연장으로 받아들인 지 오래다. 농촌은 절실함과 고마움을 잃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서로에게 도움 될 일 없는 봉사활동의 모습이 도시와 농촌에 펼쳐지고 있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봉사활동, 기부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곳이 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본인들의 상황과 규모에 맞게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이곳은 올해 여러 차례에 걸쳐 실사를 하고 도움이 진짜 필요한 농촌마을을 찾아내 농번기철 농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원장 홍성재 이하 농금원)과 충북 제천시 수산면 오티리의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하는 일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은 정책목적을 위해 대출 또는 출자된 자금을 관리하고 농업재해보험사업의 공공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설립된 농림수산정책보험 및 금융관리 전문기관이다. 은행(조합포함)을 통해 지원된 정부의 농림수산정책 대출금이 사업 목적대로 적정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검사하고,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연재해로부터 경영을 안정시키기 위해 보험판매 지도 감독, 보험사업 기반에 대한 연구, 손해평가, 재보험기금의 관리 등 공공성을 증진시키는 한편 농림수산식품산업에 민간자본과 기술이 보다 손쉽게 투자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코자 정부 출자 농수산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농금원의 ‘오티리 마을 가꾸기’


이렇게 농촌과 밀접한 농금원이 올 5월 처음으로 제천시 수산면 오티리를 찾았다. 5월이면 농촌은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돼 한창 바쁜 시즌이다. 도시는 도시대로 가정의 달이라 불리면서 누구나 바쁜달이 바로 5월이다. 정성봉 농업정책보험금융원 기획관리부 부장은 “우리 규모와 상황에 맞게 실질적으로 농촌마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올해 초 부터 많이 고민했다”면서 “형식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일손이 많이 부족한 시기에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오티리에 농금원 직원들이 방문해 크게 거창한 일을 한 것은 아니다. 5월·7월·10월 농사일로 바쁜 시기마다 찾아가 ‘함께 가꾸는 농촌 운동’부터 함께했다. 오전에 도착해 먼저 마을을 돌며 폐비닐 수거를 하고 환경정비 활동을 한 것이다. 5월에는 마을에 나무를 심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직원들이 내려가 오티리에 앵두나무, 연산홍 등을 400그루 정도 심었다. 또 7월에는 복숭아 선별과 포장을 도왔고 과수원 잡초제거 등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난 10월에는 마을 공동의 밭에 열린 율무 수확을 위해 팔을 걷었다.


정성봉 부장은 “도시생활에 익숙하고 모든 농사에 서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다”면서 “우선은 ‘함께 가꾸는 농촌 운동’으로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함께 가꾸는 농촌 운동


‘함께 가꾸는 농촌 운동’은 올해부터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추진하고 논·밭, 축사 등 생산지나 마을 주변의 생활공간에 방치된 폐기물 등을 수거하고 꽃·묘목 식재 등 경관을 조성하는 환경 개선 활동이다. 주민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하에 지자체·지역농협·농업인단체·농업관련기관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주민활동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농촌마을이 고령화·인구감소 등으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농금원의 오티리와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농금원은 추석 등 명절을 맞아 임직원 선물도 오티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구입했다. 정 부장은 “기왕 살 것이라면 우리 농촌의 물건을 직접 구입해주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올 11월에는 오티리에서 콩이 나온다고 해서 연말 불우이웃돕기에 그 콩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런 것들이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아니겠냐고 반문한 정 부장은 “많지 않은 인원이지만 일손이 부족한 시기에 가서 농사일로 바쁜 농민들을 도와드리고 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일을 해드리고 나서 가슴이 훈훈해 졌다고 말했다.


“솔직히 저희 직원들은 봉사활동이라고 하지만 농사일이 서툴러서 마을 입장에서 보면 그냥 귀찮아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너무 고마워하셨어요. 마을 주민과 작업도 같이 하고 식사도 같이 하면서 가족처럼 끈끈해지는 것을 느꼈거든요.”


생전 처음 잡아본 낫을 들고 하는 서툰 농사일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 안으며 배려해준 농민들에게 봉사활동을 하러 간 직원들이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 그는 “시골에서 담아온 훈훈한 정을 요긴하게 활용할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농금원 덕분에 마을에 활기가 돌아요!


충북 제천시 수산면 오티리 마을은 제천시내에서 35km 떨어져 있고, 꼬불꼬불한 길로 한 40분 정도 들어가야 나오는 산골 중 산골이다. 현재 108가구에서 22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주로 브로컬리와 콩 등을 많이 재배하고 최근에는 사과, 복숭아 등 과일에서부터 감자, 고추까지 다양한 작물을 키우고 있다. 오티리 마을의 들판은 석회질 토양이라 다른 지역보다 작물의 저장성이 좋고 당도가 높다.


오티리 마을 김영철 이장은 “예년에는 대학생들과 제천시내의 통장님들이 종종 찾아 왔는데 올해는 아무도 오질 않아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서울에서 농금원 직원들이 찾아와 줘서 너무 감사했다. 현재 농촌은 농번기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젊은이들이 없어 일손이 많이 부족한 데 도시 분들의 도움은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김 이장은 “도시의 젊은 사람들이 오니 또래의 사람들은 친구 같아서 좋고, 어르신들은 자식 같아서 많이
들 좋아한다”며 “농금원 직원들이 와서 우리 마을에 큰 활력소가 됐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능숙하지 않아도 농번기철에는 젊은 사람들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만큼 도시 분들이 농촌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도시도 도움 필요한 사람이 많아요!


농금원은 농촌 말고도 도시지역의 불우이웃과 소외계층에게도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봄에는 관악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찾았다. 청소년상담 복지센터는 청소년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상담활동을 벌이는 곳이다.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결손가정 아이들부터 직업청소년들까지 이들이 가장 필요한 물품은 컴퓨터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농금원은 사용한지 5년이 지나서 지난해 불용결정 된 전산물품 가운데 재활용이 가능한 노트북, 데스크탑, 프린트 등을 20여 대 증정 했다. 정 부장은 “이런 것들은 따로 예산이 들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면서 “도시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물품지원 이외에 멘토·멘티가 돼서 상담을 해주는 등 복지센터에서 원하는 지원활동도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농금원의 자발적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부동호회가 매번 기부하는 곳이 달라지는 점도 독특했다. 정 부장은 “직원들 한 40여 명이 매월 조금씩 돈을 내서 정기적으로 복지센터나 시설에 1차 물품을 기증하는 동호회”라며 “우리 동호회의 독특한 점은 동호회원 한명씩 돌아가면서 기증할 곳을 정한다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매번 물품이 가는 곳이 달라졌고 회원들의 호응도도 좋았다고 전했다. 처음에 사내 기독교 모임에서 시작했던 모임은 이제 종교와 직위에 관계없이 많은 직원들이 참여하는 기부동호회로 발전했다.


농금원만의 사회적 가치 찾는다!


농금원과 제천시 수산면의 오티리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봉사활동을 넘어선 도농교류의 롤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기부동호회는 도시에서의 소외계층과 불우이웃을 꼼꼼히 챙긴다. 보여 주기식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에게 맞는 사회적 가치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농금원은 54명의 작은 규모이지만 농업정책금융 분야에서 최상의 전문성과 공공성, 창의성을 가지고 일한다.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농금원 직원들의 맨 파워는 사회공헌활동에서 조차 강력해 보였다. 그들이 펼쳐나갈 농업정책금융이 기대된다.

최종윤 기자 cjy@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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