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구감소와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없다면【제1편】

  • 등록 2022.08.04 18: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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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을 하나로 생각하는 「멋진 상상」

출산 장려금을 준다고 애를 낳는 것도 아니고, 농공단지 만들어도 일할 사람이 없는데 지방소멸을 막겠다며 예산을 쓴다고 될 일인가. 예산을 들였다면 이론상으로 인구가 늘어나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곳”이라면 누가 떠나겠는가? 오히려 사람들이 몰리고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시·군·구별로 선을 긋고 각자도생을 통해 지방소멸을 막으려고 할 게 아니라-웬만한 아이디어라는 아이디어는 다 나와 새로운 것도 없을 터인데-비록 좁은 땅 덩어리지만 대한민국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간주하는 「멋진 상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 M이코노미 뉴스가 언론진흥기금을 지원 받아 앞으로 10회에 걸쳐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대한민국 지방경제의 미래희망을 큰 그림(Big Picture)으로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제1편】 우리나라 골프산업의 메카 「골프시티」를 만드는 상상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등장한 골프산업

 

미국, 일본에 이어 골프시장 규모 세계 3위인 우리나라, 만약 그런 우리나라의 골프산업을 이끌어가는 메카, 즉 골프 시티를 만든다고 하면 어디가 좋을까? 현재 자치단체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26개의 골프장이 운영 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가 유력할까? 그렇지만 용인시는 골프관련 산업이 클러스터처럼 모여 있는 골프시티가 아니므로, 대개는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골프장이 많다고 골프 시티가 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말이다.

 

「골프장 이용 합리화 및 골프 산업 혁신 방안(2022년, 1월 20일, 정부 관계부처 합동)」에 따르면, 우리나라 골프 산업은 매년 4.7%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2019년 기준으로 시장규모가 16조원에 이르렀다. 그 성장세를 감안하면 2022년 올해 국내 골프 시장 규모는 2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이는 80조 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전체 스포츠 산업 시장의 20%이며, 흔히 22조 원 규모로 알려진 유럽의 축구시장보다 더 큰 시장이다.

 

특히 골프는 건설, 설계, 제조, 관광, 서비스 등 38개 산업과 연계되어 있어,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편이다. 2019년 현재 골프산업 종사자만 10만 명이다. 10억 원 당 고용유발 계수가 10.4명으로 일반 제조업보다 1.9배가 높은, 골프산업이야말로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 아닐 수 없다.

 

 

골프시장은 골프장(6조 원, 5백여 곳) 스크린골프(1조4천억 원), 연습장(7천억 원) 등의 참여골프시장과 골프용품과 의류(5조 7천억 원), 골프관광(6천억 원)등의 파생시장으로 나뉜다. 골프 파생시장에서는 용품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첨단기술, 신소재 개발, IT기술 결합 등으로 새로운 시장영역을 창출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이를테면 KT사물 인터넷(IoT)활용 골프장 잔디 생육관리 서비스, VC(보이스캐디)음성 안내 GPS, 스마트스코어 온라인 골프 기록 서비스(이용자 260만 명) 등이 상품화되어 있다. 스포츠정책과학원이 조사한 골프인구는 최근 MZ세대와 여성 중심 신규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해 2021년 기준 474만 명, 골프장 내장객은 4천674만 명으로 5천만 명에 이르고 있다.

 

골프고등학교를 불씨로 골프시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골프산업은 게임 산업 수준으로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으나 서비스, 기술, 경영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해 자본투자 시장에서의 선호도가 낮은 편이고. 사치성, 접대수단, 환경훼손 등과 같은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가 잔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느 지역이든, 골프산업의 서비스와 기술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건정한 스포츠 레저 활동으로서의 사회, 경제적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전국적인 역량을 한곳으로 모은다면 우리나라 미래의 먹거리 산업인 골프산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골프 메카, 즉 골프 시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가칭 골프시티를 조성한다면 어디가 좋을까? 골프의 메카가 될 요건은 전문가의 의견, 기업의 투자, 지역의 협조 유무 등등 선정 기준이 매우 까다롭겠지만 여기서는 그런 기준을 무시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군단위에 골프고등학교가 있는 전남 함평군을 예로 들어보겠다.

 

함평군은 인구 3만 천명의 광주광역시와 붙어 있는 나비축제, 국향대전, 친환경 농업으로 널리 알려진 생태관광의 메카로 신지애, 전인지 등 굵직한 골프 스타를 배출한 국내 유일의 골프 전문 특수목적고인 함평골프고등학교가 있는 곳이다.

 

함평 골프고등학교는 1929년 농업고로 개교해 실업고, 특성화고를 거쳐 2016년에 골프 특목고로 지정됐다. 2018년엔 약 2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교내 5000평 부지에 최고의 골프 훈련시설을 지었고, 300m 전장의 인도어 연습장, 벙커(모래밭)까지 완비한 4개의 쇼트게임 연습장, 골프장 수준의 벤트 잔디가 깔린 퍼팅연습장, 스윙분석실, 체력단련장 등을 갖췄다.

 

각 연습장에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등으로 구성된 8명의 산학 겸임 교사들이 훈련을 돕는다. 학비와 기숙사비가 전액 무료이며, 한 달 연습장 사용료로 30만 원 정도만 내면, 말 그대로 하루 종일 골프훈련이 가능한 학교다. 전교생은 남녀공학 100여 명이다. 방학이라 학교 안은 아주 조용했는데, 마침 임한솔이라는 고3학생이 뙤약볕에서 혼자 퍼팅연습을 하고 있어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임한솔 학생은 “집이 서울인데 가지 않고 방학동안 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면서 "졸업 후 골프산업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해서 졸업한 뒤에는 골프레슨 프로가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한솔 학생은 키가 180cm은 넘을 듯 했는데, 구리 빛으로 그을린 두 팔과 다리의 근육이 불끈 솟아오른 조각상 같았다.

 

함평골프고등학교는 1929년 공립 농잠 실수학교로 인가받아 3차례의 교명 변경과 학과를 개편했다. 지난 2002년 함평골프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하고 학과 개편을 한 후에 KLPGA, KPGA, LPGA, JL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수한 골프 인재를 다수 배출했다. 함평골프고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는 벼가 자라는 들판이었는데, 건너에는 함평역이 보였다.

 

가칭 골프시티는 골프와 관련 38개 업종이 모여 있는 창조도시

 

만약 함평군에 초등학교 때부터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등 총 12년을 골프만 공부하는 통합 학사과정이 있다면 어떨까? 근육이 굳어지기 시작한다는 12살 이전부터 골프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이들이 함평 골프시티 의류를 입고 골프시티 용품을 사용해 각종 국제 대회에서 우승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골프시티의 명성을 듣고, 골프 관광객이 몰려드는 즐거운 장면을 떠올리다 보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나는 잠시, 골프 시티에서 세계적인 골프대회가 열리고, 전 세계로 중계방송이 되고, 디지털로 융·복합된 혁신 골프용품과 골프장 기업을 들어오고,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 골프장의 설계와 건설 기술을 확보한 회사들도 이곳에 본사를 두며,  관광, 친환경농업 등 38개 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 함평군은 이들에 대한 거주 공간, 자녀 교육 등을 책임을 지는 이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골프시티 명성, 삽시간에 세계로 ...

 

골프장 위탁경영 및 골프장 매도 매수 전문회사인 「파인드히어 」 김용효 대표는 "드라이버 아이언 등 골프클럽은 칼을 만드는 회사에서 잘 만들고, 샤프트는 낚시대를 만드는 회사가 잘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프 공은 타이어회사가 잘 만든다. 우리나라에도 칼을 만드는 장인들이 있으니, 목기 장인과 대장간 장인이 협업을 하면 세계적인 골프 클럽을 만들 수 있지 않겠냐. 세계 시장의 벽이 높지만 얼마든지 뚫을 수 있다. 그들에게 연구개발비를 얼마나 지원하느냐가 문제지, 기술력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골프시티에서 골프의 반도체를 창조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장비를 들고 골프 신동들이 국제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면, 골프시티의 명성은 삽시간에 세계로 퍼질 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낮아서 그 대안으로 자연에서 사람과 어울리는 골프를 좋아하게 되어있으니, 골프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면서 “골프시티에서 골프와 연관된 여러 업종들의 co-work가 일어나도록 한다면, 매달 천억 원에 달하는 골프수입용품을 대체하고 우리나라의 골프산업을 세계 속에 위치시킬 수 있는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프산업,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

 

골프시티로 만들어 23조원이 달하는 국내 골프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상익 함평군수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농촌으로서는 골프산업 육성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은 물론이고, 지역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함평군을 골프시티로 발전시켜 지역 골프의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고, 골프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 육성과 골프장 내 기반시설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함평골프고등학교에서 신인 골프인재를 발굴·육성해서 세계적인 골프 스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잘 만들고, 골프와 연관된 전문 생산시설을 관내로 유치해서 골프하면 '함평군'이라는 인식을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잔디산업, 골프용품, 스포츠 조명 생산 시설 등을 유치하는 동시에 지역 생산품 사용을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군수는, 대도시 위주로 진행되는 세미나를 지역 골프장에서 개최하여 지역 골프장을 홍보하고, 골프장 내 숙박시설, 수려한 자연환경, 드라이빙라운지(연습장) 등 골프 이용객 외에도 일반인들이 유입 될 수 있도록 제반 시설 확보를 중요하게 꼽았다. 특히 신규 골프장이 관내에 유치될 수 있도록, 신속한 행정 지원을 통해 입지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미래 희망 될 수 있는 불씨 찾아 머리 맞대야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2명, 도시국가가 아닌 정상적인 국가에서 이처럼 낮은 출산율은 일찍이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다. ‘둘도 많다’며 산아제한을 하던 우리나라가 이토록 급속히 인구감소, 지방소멸 국가로 손가락질을 받게 된 원인은, 지역 자원을 불씨로 삼아 관련 산업을 들불처럼 일으키지 못한 탓이 아니었을까?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면 왜 떠나겠는가.

 

지방소멸과 인구감소를 걱정한다고 해결되지 않을 바에는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는 불씨를 찾아 지역주민들과 출향인사이면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일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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