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정책(子育て, こそだて)에 사활을 걸라고 외치는 일본 치바(千葉)현 나가레야마시(流山市), 「이사키 요시하루(井崎義治)」 시장은 2003년 시장이 되자마자 기업처럼 시청에 마케팅실을 만들고 “어머니가 되려고 한다면, 나가레야마시”라는 표어를 내 걸어 젊은 맞벌이 부부들을 유치했다. 그 결과 최근 5년 연속 일본 전국에서 인구증가율 1위를 기록해 저 출산에 종지부를 찍었다. 인구감소 시대에 내리 5번을 시장에 당선되며 인구증가의 기적을 이뤄낸 그의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청사(廳舍)가 작을수록 인구는 더 늘었다
도쿄도와 사이타마(埼玉)현의 동쪽 경계인 치바(千葉)현의 나가레야마(流山)시, 지도에서 자세히 찾아보지 않으면 숨어 있는 도시처럼 보인다. 그 도시의 「이사키 요시하루」 시장과의 인터뷰를 하루 앞둔 저녁, 시장 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시장님이 오늘 코로나 확진판정이 나서, 내일 인터뷰는 시장님이 집에서 화상 통화로 하자고 하십니다. 시장 실에서 진행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건강이 우선인데 화상통화라도 해주시겠다니 감사하지요. 약속대로 오후 1시 반까지 가겠습니다.”
다음 날 도쿄에서 「쓰쿠바 익스프레스」를 타고 20분 만에 「미나미나가레야마(南流山)」역에 도착해 버스로 환승해 시청으로 갔다. 코로나 확진이 됐으면 다른 사람을 대신 시켜도 될 터인데 시장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우리는 내려야 할 시청 앞 정류장을 그만 지나치고 말았다. 정류장 4곳을 더 지난 뒤 반대방향에서 오는 다른 노선버스를 타고서야 시청 청사 부근에서 내렸으나 청사와는 거리가 있는 정류장이었다.
우리는 청사 뒤쪽의 주택가 언덕길을 오르며 정문 쪽으로 10여분 걸어가야만 했다. 하지만 행운과 불운은 평균으로 회귀하는 법이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친 덕분에 우리는 「나가레야마」시 청사를 뒤쪽과 옆쪽에서도 볼 수 있었다. 청사는 예전 우리나라의 군청 규모와 비슷한 3층 콘크리트 건물이었는데 인구 20만 4천명인 도시의 청사치고는 작은 듯해서 낯설어 보였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청사가 작은 건, 구조조정을 많이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나랏일이 줄어도 공무원 수는 늘어난다는 파킨슨의 법칙과 정반대일 거라는 예감이 든다했다. 인구가 줄든 말든 청사부터 크게 짓는 우리나라의 지자체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걸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점심시간에 불을 끈다, 회의용 탁자와 의자뿐인 시장 실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청사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또다시 놀랐다. 청사의 모든 층은 불이 꺼져 있었다. 일반 직원과 같이 쓰는 3층 구석 시장 실도 어두웠다. 우리가 들어가자 대기하던 직원이 불을 켰다. 왜 불을 끄고 있었느냐? 고 묻지 않았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 절약의 일환이라고 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시장 실에는 시장의 책상과 그것 앞에 놓인 회의용 탁자와 의자 8개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집기는 그게 전부였다.
검은 테 안경을 낀 「이사키 요시하루」 시장이 영상 모니터에 나타나 인사했다. 안경 뒤로 그의 눈은 약간 부은 듯 했다. 그는 “코로나 확진으로 어쩔 수 없이 화상인터뷰를 하게 되었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첫 질문에 답변했다.
“5년 동안 2만 명이 늘어난 게 아닙니다. 제가 시장에 취임하고 나서 15년 동안 6만 명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2021년 10월 현재 우리 시의 인구는 20만 4천여 명입니다. 인구수로 볼 때 일본 전체 791개 시 가운데 백 몇 번째 갈 것입니다.”
“그렇군요. 제가 잘못 알았습니다. 말씀대로 15년 동안 6만 명이 늘어났다면 매년 평균 2천5백 명이 늘어난 셈인데 인구증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배경은 무엇인가요?”
육아정책에 승부(勝負), 「송영보육스테이션(送迎保育station)」을 역(驛)에 설치
“육아정책(子育て、こそだて), 즉 아이를 키우는 환경을 만드는 데 가장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제가 2003년 시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2년 뒤, 2005년 쓰쿠바 익스프레스가 개통될 예정이었죠. 도쿄와 나가레야마시까지 30분 미만이면 출퇴근을 할 수 있으니까, 맞벌이 부부를 유치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기 위해선 우선 젊은 세대가 양질(良質)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메인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
"지금 우리 시에서 맨션이나 단독주택 건설 붐이 일고 있는 것도 그런 젊은 세대를 위한 주택 정책이 주요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자기 집에 나무를 심으면, 주택 융자를 할 때 우대 금리를 적용해 주지요. 그리고 자기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싶은 젊은 육아 세대를 위해 7천 명 정도를 고용하는 대형 물류센터를 유치했습니다.”
“그렇군요. 요즘도 나가레야마시에 젊은 육아 세대가 도쿄와 근교에서 속속 전입을 하고 있나요? 양질의 주택 정책 외에도 시장님이 주창하신 젊은 육아세대를 위한 정책이란 무엇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도 인구증가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철 역(驛)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송영(送迎, 보내고 맞이함)보육(保育) 스테이션」이란 것인데요. 일본 전역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시작했습니다. 이른 아침 육아세대가 아이를 데리고 역(驛)으로 와서 그곳에 아이를 맡겨 놓고 출근합니다."
"그러면 시내 전역의 보육원(소)를 순회하는 송영(送迎)버스가 와서 아이를 태워 가고. 퇴근 때가 되면 다시 아이를 데려다 놓습니다. 부모들은 출근 전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 후에 아이를 거둘 수 있으므로 아이 때문에 걱정이나 수고할 필요가 없지요. 15개에 불과했던 보육원은 지금 102개소로 늘었습니다만 보육원이나 보육사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 대기하는 아동은 없습니다.”
민간 기업 경영인 출신의 5선 시장, 시정(市政)을 기업 경영방식으로 바꾸다
저 출산 고령화로 인구 감소가 계속되고 있는 일본 지방도시에서는 사실상 젊은 세대가 빠져나가면서 지방도시의 재정난이 우려할 수준이다. 하지만 「나가레야마」시의 재정은 흑자로 돌아섰다. 최근 몇 년간 인구증가율이 5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시의 인구 구성비를 봐도 3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고, 전입해온 가족이 둘째, 셋째 아이를 출산해 마을은 아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무엇보다 「이사키」 시장(市長)이 시정(市政) 방향을 “세금을 쓰는 행정이 아니라, 기업처럼 경영하는 시정(市政),”을 밀어붙인 게 주효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저 출산 고령화로 지명도가 낮았던 「나가레야마」시가 저 출산의 종지부를 찍고, 도쿄의 중산층이 사는 세련된 지역인 「후타고타마가와(二子玉川)」와 같은 수준이 되어 ‘치바(千葉)의 후타고타마가와(二子玉川)’라고 불리게 되었다.
“시청에 마케팅실을 만들었다던가, 육아세대를 타깃으로 한다던가, 육아세대를 위한 주택정책, 물류센터를 유치하는 시장님의 모습은 공무원이라기보다는 경영을 하는 기업인 같습니다. 맞습니까?”
“(이사키 시장은 영어로 답변을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보이나요? 사실 시장이 되기 전까지 저는 미국의 민간 기업에서 도시개발에 종사했었습니다. (그는 1954년 생으로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대학원 석사를 수료했다) 민간 기업에 있어보니, 행정은 예산을 쓰기 때문에 늘 적자를 감수해도 된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보았습니다. 행정 또한, 민간 자본을 받아들여 기업처럼 흑자를 낸다 해도 하등 문제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민간기업의 기술이나 서비스에 항상 주목해 왔고, 관련 정보를 수집해 이를 행정서비스에 적용해 왔습니다.
“시장님은 행정력을 민간에 이양할 게 있으면 이양하고, 민간인 전문가를 과감히 영입하신다고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철학이 있는 건가요?”
행정은 민간과 대등한 관계, 10년 뒤를 앞당겨 고민
“행정은 군림하는 게 아니죠. 예산을 시민을 위해 사용하니까 민간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민간과 대등한 관계를 이루어야 하는 게 행정이라고 봅니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정책을 시행해야 「나가레야마」시도 다른 사람에게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른 지역에 없는 것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이곳에 정착하여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다른 사람들이 「나가레야먀」시를 선택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등등 민간인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시장님의 정책은 지나치게 젊은 육아 세대만 위한다는 비판이 없었나요?”
“왜 없겠습니까? 2003년, 제가 시장으로 취임할 당시, 우리 시의 재정은 핍박(逼迫,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태)했습니다. 게다가 저 출산 고령화까지 겹쳐 시정(市政)의 기둥을 육아 세대의 부부의 유치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었습니다. 그랬더니 고령자들로부터 ”노인을 버린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모든 시민이 서비스의 대상인 행정에서 당연한 주장이지요. 하지만 저는 저 출산 고령화로는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육아정책을 우선적으로 밀어붙였던 것입니다."
"이제 육아정책으로 재정의 건전성을 이루었으니, 다른 세대에도 당연히 신경을 써야지요. 지금 저는 10년 후에 75세가 되는 2천 세대를 위해 과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매일 듣고 있습니다.”
행정 서비스를 팔아라! 남성과 노령 층의 비판에도 마케팅실 신설
「이사키」 시장은 마케팅을 잘 해야 지방도시가 되살아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년층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청에 마케팅실을 만든 것이었다. 젊은 세대에 타깃을 맞추고 그들의 유치에 모든 노력을 쏟았다. “어머니가 되고 나면 나가레야마시,” 그가 내세운 표어는 임신, 출산을 해야 하는 여성이 중심이 되는 발상이다. 남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는 여성을 우선시하는 논리라면서 관공서 내에서 반발도 있었지만, 결국 도시가 살기위해서는 여성의 논리와 심리를 파악한 「이사키」 시장의 승리였다.
“아까 시청 뒷길로 오면서 시청사 건물 모습을 보았습니다만 청사의 크기가 인구 5만 명이 안 되는 우리나라 군청 건물보다 작더군요. 20만 명의 주민에게 서비스를 하려면 좁지 않나요?”
“지금 우리 시는 육아세대의 유입으로 초등학교를 신축하거나 증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의할 게 있습니다. 시청이나 공공시설을 새로 짓거나 늘리다가, 나중에 활용하는 수 없다면 큰 문제입니다. 노후화 된 걸 바꾸고, 기존시설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지요."
"시장이 되고 보니, 밑에서 올라오는 보고서가 600페이지나 됐어요. 저는 이것을 200페이지로 줄이라고 지시하고, 감독하는 자리, 부장이라는 자리를 없애고, 직원을 소수정예화 했지요. 그리고 웬만한 공공 서비스 기능을 민간에 이양했습니다. 그러니 시청 공간이 넓을 필요가 없지요. 아마 우리 시의 직원 수가 치바현 37개 시 가운데 가장 작을 겁니다.”
가짜로 시늉하지 말라, 전심전력(全心全力)도 부족한 인구감소, 지방소멸 위기
공무원의 나라가 일본이라는 선입견이 그와 인터뷰를 하고 나서 무너졌다. 「이사키」 시장은 그런 선입견의 대척점에 있었다. 민간과 대응하게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기꺼이 무릎이라도 굽힐 수 있어보였다. 화상 인터뷰를 더 길게 하고 싶었지만 우리의 다음 스케줄 때문에 양해를 구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일본의 현재 출산율은 1.3%로 아마 한국의 출산율보다는 높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출산율을 2%로 높이기는 어려울 겁니다. 여기에는 젊은 세대가 처한 여러 사정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장 현실적인 출산율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테면 출산율 1.5%를 유지한다는 것이죠. 그러면 인구증가를 늘리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인구감소를 멈추게는 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전심전력입니다. 인구감소, 지방소멸을 가짜로 시늉만 해서는 백년하청이겠지요.”
우리는 그에게 건강 제일이라며 엄지를 올려 인사를 나눈 뒤, 소박(素朴)해 보이는 그의 책상 위의 명패(名牌)를 뒤로하고 시장 실에서 나왔다. “다른 지역 사람에게 선택될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그의 기업가적 마인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를 우리나라에 초청해 인구증가의 기적을 만든 비결을 여러 사람들과 같이 토론해 보면 좋을 것만 같았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