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 등록 2013.03.08 1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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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우리 생활 속에 전통문화를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데에 큰 역량을 하고 있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전통문화와의 소통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통예술공연, 전시, 전통의례재현, 교육, 출판 및 전통문화의 부가가치 창출과 문화재 발굴조사 등 무형유산의 발전을 위한 국제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세섭 이사장을 만나 올해 운영계획을 들어봤다.

지난해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무형문화재 답사프로그램 ‘풍류로드’가 떠오르네요. 그 동안 답사라고 하면, 왕릉이나 사찰을 다니는 게 전부였죠. 그런데 저희 재단에서 작년부터 실시한 ‘풍류로드’라는 답사프로그램은 매우 특별합니다. 우리의 소리, 우리의 춤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풍류로드’라고 지었고 잊혀져가는 우리의 무형유산을 의미 있는 곳에서 만나보자라는 취지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첫 번째 풍류로드에서는 군산을 갔었는데요, 군산 소화권번의 마지막 기생 ‘장금도’ 선생의 인생역정을 들을 수 있는 만남의 자리가 주선되고 선생의 독보적 예능인 민살풀이춤을 직접 관람하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장소는 일반 공연장이 아니고 군산의 옛 정취가 살아있는 ‘빈해원’이라는 중국집이었습니다. 그러니 관람하는 관객도 일반 공연과는 감흥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예인의 인생 전체를 관조하게 되니까요.

유형의 문화재만이 문화재의 전부는 아니죠. ‘노래’,  ‘춤’ 나아가서 ‘예술정신’, ‘인생’ 같은 무형의 것들이 유형적인 것을 의미있게 만드는 힘이라는 점에서 풍류로드와 같은 답사는 ‘힐링’과 같은 요즘의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집니다. ‘힐링’이 화두가 된 것도 유형적인 것만 난무하는 요즘에 정신적 가치를 반대급부로 강조하면서 나온 것이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무형유산이 앞으로 가지는 잠재적 가치는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재단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저희 재단에서는 문화재 발굴조사와 같은 유형문화재에 대한 조사연구도 진행하고 있지만, 무형유산에 대한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무형유산의 가치는 활용이 무한하다라는 점에 있죠. 유형적인 것에 무형적인 것을 입히기만 하면 모두가 ‘이야기’가 됩니다.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스토리텔링’입니다. 이런 예로 들 수 있는 사업은 덕수궁에서 저희 재단이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는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가 될 수 있겠습니다. 행사장소인 정관헌은 덕수궁 내에서도 서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인데요, 승정원일기나 구한말 외교문서를 통해 복원해낸 대한제국 고종황제 시기 외교사절의 접견례와 그 연회의 모습을 연극 형식으로 복원해낸 것입니다.”

이 밖에도 역사적 고증에 바탕하여 복원해낸 행사로서 세자빈의 종묘알현의례인 ‘묘현례’, 이제는 한국의 대표 관광코스가 된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 군사 사열의식인 ‘첩종’ 등 고궁을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재현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도 널리 알려진 창덕궁 달빛기행이 있겠네요. 보름달이 뜨는 전후에 야간에 전문해설자와 함께 창덕궁을 거닐며 공연까지도 관람하는 프로그램인데 너무 인기가 좋아 예약이 눈 깜짝할 사이에 마감될 정도니까요.” 

하지만 문화유산이라 하면 아직도 일반대중에게는 낯선 게 사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더욱 문화유산을 잘 소개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저희 재단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입니다.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끌고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는 점이 더욱 어렵지요. 하지만 작년 성황리에 막을 내렸던 판소리 기획공연 ‘득음’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의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사실 판소리 기획공연 ‘득음’은 매년마다 공연되던 프로그램으로 관람객 역시 제한되어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어떻게 하면 많은 관람객을 확보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판소리도 과거의 ‘문학’이었다는 것에 착안해 베스트셀러 소설가 김홍신 교수를 사회자로 모셨습니다. 판소리 명창의 소리와 함께 그 안에 담긴 삶의 교훈을 소설가의 입담으로 듣다 보니 관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항상 어렵게만 느껴졌던 판소리가 관객 자신의 삶과 연관되면서 감동을 받았다는 관람 평이 많았습니다.

전통예술 공연도 일방적이고 도식적인 공연문화에서 벗어나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해야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한류의 인기와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생각되는데, 재단에서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까?
“저희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집’은 조선시대 박팽년의 사저였던 유서 깊은 사대부 저택으로 현재는 전통 혼례, 돌잔치와 같은 전통의례나 고급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고품격 문화공간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외국인들에게는 최적의 장소이지요. 그래서 미리 신청한 단체 관람객의 경우에는 김치, 택견, 전통 공예와 같은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구요, 31년 간 150만 명의 외국인들이 관람한 한국의집 민속극장 상설공연은 그 동안 계속되어 왔던 레퍼토리에 일부 변화를 주어 한국 전통예술의 정수를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1시간 분량으로 재정비했습니다.

이 외에도 2011년부터 시행되어 매 회 매진기록을 세우고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의 경우에는 외국인의 호응이 높은 점에 주목하여 작년부터 외국인을 위한 영어진행 ‘창덕궁 달빛기행’을 시작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어떤 것입니까?
“재단에서 추진 중인 문화유산 활용 사업 및 상품들을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단에서는 따로 마케팅실을 설치하고 문화상품팀과 상품개발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개발되는 문화상품은 순수 국산제품으로 길거리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기념품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전통의 문양과 색을 꼼꼼히 분석하고 연구하여 일상생활 속에서도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세련되게 디자인하였기 때문입니다.

한국 드라마의 한류 1.0, K-pop의 한류 2.0의 시대를 지나 한국 문화의 한류 3.0의 시대를 얘기하지만, 저희 재단은 이미 한국 전통문화의 한류 4.0세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 새롭게 K-Heritage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여기에 맞춰 전통문화상품 및 공연을 기획하여 새로운 한류 시대를 선도할 예정입니다.”

정영훈기자 jyh@mbceconomy.com
정영훈 기자 기자 jyh@mbc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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