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UN 생물 다양성 보존 회의...대책은 OK, 문제는 돈

  • 등록 2024.11.06 12: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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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무의 기후칼럼】


 

지난주 토요일 약 180개국에서 모인 외교관들은 2주간에 걸쳐 남미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환경 회담을 마무리하고 자연 동식물 DNA에서 얻어낸 수익(收益)의 일부를 전 세계적 생물 다양성 보존 노력에 사용할 새로운 기금에 만들자는데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디지털 시퀀스 정보(digital sequences information)라고 불리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유전 정보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회사들은 생물 다양성을 이용한 것에 대한 일종의 수수료를 기금에 기부하도록 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연구자들은 유전 물질의 시퀀싱(유전자의 배열 순서를 밝힘)이 더 쉽고 저렴해졌다. 이는 제약, 화장품, 생명공학 및 기타 회사들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 분석해야 하는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베이스가 이미 제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COP-6)로 불리는 이번 회담에 참석한 대표단은 이 합의를 중요한 돌파구라고 보고 있다.

 

미생물 및 세포 생물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독일 연구 기관인 라이프니츠 연구소( Leibniz Institute) DSMZ에서 과학 정책 부서를 이끄는 앰버 숄츠(Amber Scholz)는 “지금까지 보존 비용은 주로 정부와 자선 단체에서 내는 기금으로 조달되었지만, 이제 생물 다양성에서 이득을 얻는 기업이 새로운 기금에 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선언문에는 새로운 기금이 자발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기업이 기여(寄與)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협정은 그들이 내야 할 금액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이익의 1% 또는 매출의 0.1%라고 명시하였는데 관련 회사에 기금에 기부하도록 요구하는 입법 조치를 각국 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 협정(조약)을 관리하는 사무국이 의뢰한 한 연구에 따르면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그렇게 모이는 기금은 매년 약 1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비록 국가가 재량권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자금의 절반을 해당 지역 원주민에게 지원이 되도록 함으로써 그들이 생물 다양성의 수호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이 협정은 시사했다.

 

회담이 무르익으면서 디지털 유전 정보의 불가사의한 세계에 점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전 세계적으로 모든 종류의 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자들은 서로 동기화되는 3개의 주요 데이터베이스에 유전 정보를 업-로드해 모두가 자유롭게 접근 가능한 글로벌 유전 라이브러리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를 무료로 사용하여 제품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가 생물 해적 행위에 해당한다, 고 일부 국가와 지지자들이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제제약협회 연맹은 세금 기반 제안이 혁신을 저해하고 연구 개발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맹의 사무총장인 데이비드 레디는 최종 결정이 나오자 "이러한 메커니즘의 의도된 이점과 그것이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와 과학에 대한 상당한 추가 비용 사이의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회담이 생물다양성 협약 30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써 전 세계의 외교관과 함께 생물 옹호 단체, 기업, 원주민 단체 및 학술 기관의 대표 등 약 14,000명의 대표가 참석했다고 밝혔다.

 

다만, 유전 정보 사용에 대한 보상제도를 만들었으나 광범위한 자금지원 약속에 대해서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논란의 소지가 많은 2022년 몬트리얼 생물 다양성 회의에서 목표로 설정했던 한해 2000억 달러를 어떻게 모금하고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안건은 해결되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렸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는 각국이 생물 다양성 공약을 얼마나 잘 달성하고 있는지 측정해 보자고 했지만 미해결 상태로 남겨졌다. 살충제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대해 농업 이해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2주간 회의 내내 기부하는 나라와 경제적으로 가난하지만,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나라 사이에 불신이 팽배했다. 기부 국은 새로운 행정 비용이 돈 낭비일 것이며 자금의 잠재적 오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자금 수혜국은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새로운 생물다양성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서로 긴장 국면이 이어졌다.

 

시에라리온의 환경부 장관인 지워 압둘라이는 "기후 변화로 인해 경제가 파괴된 국가들이 생물 다양성 재정을 위해 대출을 받길 기대한다면 누군가의 차에 뛰어들어 차를 부수고 나자 차를 수리하라고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유한 국가와 개발은행에서 생물 다양성 기금이 대출 형태로 점점 더 많이 지원되고 있어서 기금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개발도상국은 부유한 국가가 만든 기후 위기의 결과를 겪으면서도 더 많은 대출에 의존해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이 회의에 참석해 "지구의 생물다양성과 우리 자신의 생존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돈과 관련된 안건은 회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다음 회의로 미뤄지고 말았다.

 

관계자들은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내년 아르메니아에서 개최 예정인 제17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7)까지 합의를 이룰 수 있을까? 백년하청, "회의는 춤춘다. 그러나 진전은 없다."던 2백 년 전 오스트리아 빈 회의가 떠오르는 것은 비록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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