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2000원·계란 한판 7000원? 서민 가장 힘들때 '배짱 인상'

  • 등록 2025.06.12 15: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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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동서식품 등 유통업체들, '정치 혼란기' 틈타 6개월간 가격 줄인상
이재명 대통령 “라면값이 2000원...진짜인가?” 언급하니 기업 주가 하락세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 “원재료값 하락하는데 계속 가격인상하는 건 문제”

 

최근 계란 가격이 폭등하면서, 소비자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업계에도 근심이 드리우고 있다.

 

10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특란 10구 평균 소비자가격은 3,811원을 기록(8일 기준)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4% 오른 가격이다. 일반적인 계란 한 판(30구) 기준 가격은 평균 7,034원으로, 계란 한 판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 이후 약 4년 만이다.

 

정부는 현재 계란 가격이 실제 시장 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것으로 파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부터 계란 생산 및 유통 현장 점검을 이어오고 있으며, 가격 인상 배경으로 수급 불균형보다는 담합 가능성 등 유통 구조상의 문제에 더 주목했다.

 

하지만 농가에서는 최근 5개월 간 병아리 입식 수가 월평균 대비 10만 마리 이상 증가하며, 병아리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산란계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고 주장한다. 이밖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 미국 수출 증가, 동물복지형 사육환경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 등도 산지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식품 기업 대상 담합 조사를 지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정부 공백 상황에서 가공식품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며 “담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물가 대책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식품 기업들을 겨냥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는 농심, 오리온, 해태, 롯데웰푸드, 크라운제과 등 식품기업 5곳에 조사관을 파견했다. 5개월 만에 17% 상승한 계란 가격도 주시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 취임하며 물가 상승 차단 움직임에 적극적인 모습

 

경제 안정을 위해 열일하는 이재명 대통령은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지난 9일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높은 라면 가격을 언급하며, 물가 안정 대책을 주문하자 관련 식품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해 말 계엄 시국부터 올해 대선 전까지 정치·경제적 혼란을 틈타 식품 기업들은 연속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며, 슬그머니 가격을 인상한 기업들의 시장 가치를 억누른 것이다. 식품 기업들의 무분별한 가격 인상에 대해 정부가 우선 나서서 차단하려는 의지를 보이면, 자본 시장에서도 올바른 여론이 형성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테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최근에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고 하더라.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 데 그게 진짜인가?”라며 “물가 문제가 우리 국민들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가능한 대책이 뭐가 있을지 챙겨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뒤 페이스북에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식품 위주로 상승세를 보였다. 통계청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하며, 2%대에 못 미쳤으나 식품은 3.0%, 가공식품은 4.1% 상승하며, 두 수치 간 엇박자를 냈다. 또한 비상계엄 직전인 2024년 11월 대비 집계 대상 가공식품 73개 중 52개(72%)의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식품 기업들이 혼란한 시국을 틈타 가격을 올린 것 아니냐는 언론의 비판도 나왔다.

 

정부는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열어 식품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식품 기업들은 계엄령 선포 이후 연속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임은경 전문위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6일 만에 서민 물가에 대한 관심을 행정부에 전달한 것”이라며 “소비자 단체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재료 가격이 계속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격을 인상하는 업계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행정부가 제대로 본다면 업계의 가격 인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 혼란 시기 가격 올린 식품기업들...이재명 대통령 ‘라면’ 발언 이후 주가 하락

 

라면 2위 업체 오뚜기는 올해만 세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오뚜기는 올해 4월 대표 제품인 진라면 가격을 10% 올리며, 오동통면, 짜슐랭 등 라면 16개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진라면은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개당 716원에서 790원으로 74원 비싸졌고, 오동통면은 800원에서 836원으로, 짜슐랭은 976원에서 1,056원으로 인상됐다. 진라면 용기면은 1,100원에서 1,200원으로 100원 올랐다.

 

오뚜기는 대표 품목인 라면 외에도 컵밥류와 후추 등 가격도 올렸다. 올해 2월에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컵밥 덮밥 7종 가격을 600원 인상했고, 한 달 뒤에는 대형마트 후추(10.7%)와 식초(10.7%) 제품에서 가격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런 가격 인상 정책에 따라 오뚜기 제품 큰 컵라면 기준 진짬뽕과 짜슐랭은 2,000원, 마슐랭 마라샹궈는 2,300원에 판매 중이다. 총 10개 제품이 2,000원을 넘어선 것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올해만 세 차례 가격을 올린 이유에 대해 “모두 원부자재 가격 인상, 유틸리티 비용, 인건비 등 증가 요인이 작용했다”며 “오뚜기는 (보유한) 품목도 많고,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인상을 미루고 미루다 올해 상반기에 올렸다”고 밝혔다.

 

오뚜기 주가는 이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주문한 9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코스피에서 2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9일 오뚜기 주가는 전일 대비 0.62% 상승한 40만 4,000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하락하며 각각 40만 1,500원과 40만원에 마감했다.

 

국내 대표 믹스커피 기업인 동서식품은 주력 제품인 믹스커피의 가격 상승폭을 6개월 만에 20% 가까이 올렸다. 동서식품은 지난 달 30일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7.7% 올리면서, 주력 제품인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원두커피 가격이 평균 9% 인상률을 기록했다. 동서식품의 제품 가격 인상은 지난해 11월 15일(평균 8.9% 인상) 이후 불과 6개월 만이다. 일각에서는 동서식품이 대통령 선거 전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새 정부 출범 이후 가격 동결 압박을 피하려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커피 가격 인상은 모두 원두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11월 한차례 가격을 올린 뒤 12월에도 갑자기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격 인상과 대선과는 상관없다. 커피 가격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찾아보면 안다”고 덧붙였다.

 

동서식품 지분을 50% 소유한 모기업 동서의 주가는 지난 4일부터 2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나, 이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강조했던 당일(9일) 전일 대비 0.74% 하락하며, 2만6,900원을 기록했다. 하루 지난 10일에는 1.12% 올랐으나 11일에는 0.92% 낮아지며 2만6,950원에 마감했다. 이 대통령의 물가 안정 발언 이후 지난주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멈췄다.

 

대표 과자 및 빙과 기업 롯데웰푸드 역시 올해 2월 초코 빼빼로를 1,8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26종 제품의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다. 당시 롯데웰푸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코코아 가격을 비롯해 각종 원재료비, 물류비, 인건비, 전기료 등 가공비와 환율이 모두 상승했다고 설명하며, 가나마일드를 2,800원에서 3,400원으로, 크런키를 1,400원에서 1,700원으로 각각 올렸다. 또한 월드콘, 설레임 등 빙과류 제품은 각각 1,200원에서 1,400원으로, 1,200원에서 1,400원으로 가격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6월 1일에도 17종 제품을 평균 12% 인상해, 최근 1년 사이 두 차례 가격 인상을 보였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초코 빼빼로는 3~4년 동안 카카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올해 1월 가격 인상은 정치적 불안 상황과는 상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롯데웰푸드 주가도 4일부터 3연속 거래일 상승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물가 대책을 언급한 다음 주 월요일(9일)에는 상승했고, 전일 대비 1.23% 오른 12만3,4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루 지난 10일에는 0.73% 하락한 12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11일엔 전일 대비 0.73% 낮아져 12만16,00원을 기록하는 등 주가는 전체적으로 하락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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