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KDDX, 국회·민간 ‘상생안 요구’ 무시하는 방사청…‘정권 부담' 가중 우려

  • 등록 2025.09.14 15: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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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분과위에 수의계약 강행 움직임...전력차질 불가피
"전 정권 방사청장 의지, 현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사업자 선정이 1년 넘게 표류하며 해군 전력화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방위사업청이 다시 ‘수의계약’ 카드를 꺼내 들면서 논란이 재점화된 것이다. 문제는 이 안건이 이미 지난 3~4월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에서 민간위원 반대로 좌절됐던 사안이라는 점이다.

 

국회와 민간위원이 한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음에도 같은 안건을 재상정한 것은, 방사청이 사실상 상생안이나 협력 방안 마련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특정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조차 “국내 굴지의 조선 대기업이 소모적 경쟁을 벌이는 사이 해외 시장 기회를 잃고 있다”며 방사청의 ‘조율 의지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총 7조8000억 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을 전임 정부가 임명한 방사청장이 밀어붙이는 형국은 현 정부에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방사청, 정권 바뀌어도 ‘수의계약 강행’ 움직임 여전

 

1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오는 18일로 예정된 분과위에 KDDX 사업 추진 방안으로 ‘수의계약’ 안건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지난 12일 분과위 민간위원 대상 사전설명회에서 KDDX 사업 방식과 관련해 수의계약 방안을 설명했지만, 민간위원들의 반응은 앞서 분과위에서처럼 싸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의계약에 매몰된 방사청의 행보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한 수의계약 방식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로 ‘특정 기업 밀어주기’ 논란이 불거지자 KDDX 사업자 선정방식으로 수의계약과 경쟁입찰의 여지를 모두 남겨두며 판단을 유보했다.

 

방사청은 지난해 8월 출구전략으로 ‘복수 방산업체 지정, 공동개발, 1‧2번함 동시건조’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공동개발 방안을 양사에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조율하기 보다는 방관자적 입장에서 수의계약 추진에 대한 논란을 피해가려는 모습으로 일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두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최근 국방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KDDX 사업은 방사청이 (애초에) 메시지를 잘못 냈다”며 “KDDX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서 ‘공동개발, 동시 발주, 동시 건조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 추진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메시지를 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아, 이것은 공동개발이구나’ 이렇게 되다가 뜬금없이 갑자기 수의계약”이라며 “(방사청의) 메시지 관리가 안 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에도 줄곧 수의계약 추진 의지를 보이던 방사청은 지난 3월 17일 열렸던 분과위에서 결국 수의계약 안건을 강행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당시 분과위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통과되는 보고안건으로 3가지 사업 방식(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을 올린 이후 수의계약 방식으로 심의·의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분과위 민간위원 6명이 ‘왜 수의계약을 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 4월 24일 분과위에서도 방사청의 수의계약 입장은 바뀌지 않았고, 민간위원들의 반대도 그대로였다. 이에 분과위에서는 ▲국방부 주관 KDDX 사업 점검 ▲해군과 함께 전력화 지연 해소 방안 마련 ▲방사청의 제도적 미비점 개선 방안 마련이라는 3가지 대안이 해소한 이후 사업방식을 결정키로 했다.

 

◇ 국회·민간위원, 모두 반대하는데... “방사청장, 조율 움직임도 없어”

 

수많은 우려 목소리에도 방사청은 수의계약 추진 의지를 놓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말 방사청은 국회 국방위원들에 대한 대면보고에서 “KDDX 적기 전력화라는 당면과제 속에 사업을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지난 3, 4월 분과위 민간위원들로부터 반려됐던 수의계약 안건을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의 유일한 방안처럼 내세웠다.

 

8월 28일 분과위에 KDDX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던 배경이다. 이 때문에 전력화 지연을 우려한다면서 건조기간 단축을 고려한 상생안 등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럼에도 방사청은 결국 오는 18일 예정인 분과위에서 수의계약 강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방사청에 상생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지난 2일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 양단의 결투를 하는 이런 방산은 더 이상 안 된다”면서 “방사청에서 제대로 된 상생협력 방안, 그리고 협력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믿고 일할 수 있는 그런 생태계를 만드는 안을 한번 갖고 와보라”고 방사청에 요구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도 “국내에서 굴지의 대기업이 싸우는 과정에서 해외에서 우리가 수주해야 될 엄청나게 많은 기회들을 다 잃어버리고 있다”며 “방사청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된다”고 지적했다.

 

방산업계에서는 방사청이 수의계약을 고집하는 이유를 두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사청은 기본설계 수행 업체가 관행에 따라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해왔던 관행을 앞세우며 수의계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사업 지연을 초래하면서까지 수의계약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무언가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KDDX 사업은 지난 2일 예결소위에서 사업지연에 대한 지적과 함께 추가 지연 방지를 위한 구체적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는 시정요구를 받았다”며 “하지만 방사청은 기간 내 국회에 시정조치 내용을 보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 분과위 안건으로 또다시 수의계약 추진을 상정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종건 방사청장이 업체 간 의견조율을 위한 자리를 만든다거나 그런 제스처도 전혀 없었다는 것도 문제”라며 “새정부가 출범했는데, 전 정권의 청장이 KDDX 사업을 마무리하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분과위에서 민간위원들의 반대로 또다시 의결되지 못하면 그만큼 전력화가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이를 모를 리 없는 방사청이 상생안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에 대한 책임소재도 분명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은주 기자 kwon@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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