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해외취업’ 미끼에 잡혀간 청년들… 정부, 범정부 합동팀 급파해 수습 총력

  • 등록 2025.10.15 19:01:43
크게보기

실종·납치 신고 급증… ‘해외 알바’ 미끼에 한국인 수백명 피해
‘하데스 카페’ 등 불법 사이트 여전히 활개…차단·단속 시급
정부, 합동 대응팀 급파...공동수사 협력·재발 방지 대책 논의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감금이 조직범죄와 ‘해외 고수익 알바’ 유혹을 고리로 급증하는 가운데, 대사 공석과 부실 대응 논란 속에 국정감사에서 외교·치안 공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는 재외국민 보호체계 전면 재점검과 ‘코리안 데스크’ 설치 등 범정부·국제공조 강화로 실질적 구출과 예방에 나설 것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 캄보디아행 이후 연락두절… 전국서 실종신고 속출

 

“가족이 캄보디아에 갔는데 연락이 안 됩니다.”

최근 전국 경찰서에 이런 신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접수되고 있다. 부산·경남·전남·강원·성남 등 전국 각지에서 ‘해외 체류 가족이 실종됐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캄보디아 대사관 및 현지 당국과 협조해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피해자 행방이 묘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의 심각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7월이다.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출국한 A씨가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감금된 뒤 고문을 당해 숨진 사건이 알려지면서다. 정부는 즉시 경찰을 현지에 파견해 시신 송환을 추진했지만, 부검·절차 지연으로 두 달이 넘도록 시신조차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은 2023년 21건에서 2024년 221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213건이 발생했으며, 연말에는 4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남부경찰청에는 “가족이 캄보디아에 갔는데 연락이 안 된다”, “현지 체류 중인 지인과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는 내용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북에서도 올해 들어 7건의 실종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이 중 8월 22일 접수된 사건은 정식 수사로 전환됐다.

 

제주에서는 해외취업을 미끼로 한 사기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 7월 신고된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감금과 협박을 당하다 탈출해 귀국한 뒤 신고했는데, 수법이 ‘한국인 대학생 고문 사망 사건’과 매우 유사했다. 전북과 인천에서도 유사한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두 번의 케이스를 통해 16명을 구출하는 데 저희가 관여했다”며 “이건 완전한 조직적 범죄”라고 단언했다. 그는 “8월 말 기준 캄보디아에서 실종 또는 납치로 의심되는 신고가 330건에 달한다”며 “지금의 정부 시스템으로는 사건을 분류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은 “구출된 피해자도 다시 범죄조직에 팔려가거나 장소를 옮겨 감금되는 경우가 있다”며 “10월 2일 구출된 두 명도 아직 귀국하지 못하고 현지에 머물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외교적 대응의 공백이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폭력조직에 의해 살해된 이후에도, 주캄보디아 한국대사 자리가 지난 7월 이후 3개월째 비어 있다. 현지 한국대사관의 부실 대응이 잇따라 지적되는 가운데, 피해자 가족들은 “국가가 우리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 아직도 버젓이 활개 치는 ‘해외 고수익 알바모집’ 사이트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사건이 수면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른바 ‘해외 고수익 알바’를 내세운 온라인 커뮤니티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대포통장 모집책에 이끌려 캄보디아에 갈 뻔했다는 30대 남성 A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데스 카페는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 범죄의 온상”이라며 “최근까지도 ‘해외 TM직원’, ‘카지노 관리자’ 등의 구인 글이 끊이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하데스 카페는 2023년 개설된 이후 현재까지 약 1만8천여 건의 구인·구직 게시물이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카페에서는 실제 ‘대포통장 명의자 모집’이나 ‘테더(USDT) 정산 급여’ 등 명백한 불법 금융 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올라온 한 글에는 “베트남 나트랑 중심가 근무, 주 5일 근무, 월 3000만 원 이상 가능”이라며 구체적인 수당 구조와 출국 지원 내용까지 제시됐다. 또 다른 게시글은 “항공권·비자 전액 지원, 기본급 2500달러+인센티브 지급”을 내걸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노렸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사이트가 정부의 관리·단속망 밖에서 장기간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인들이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에 감금·폭행당하는 사건이 잇따랐지만, 하데스 카페는 오히려 이를 ‘안전한 지역 근무’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과 ‘웬치’ 등지에서는 이미 수십 개의 범죄단지가 운영 중이며, 피해자 대부분이 ‘고수익 아르바이트’에 현혹돼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하데스 카페는 사이트 주소조차 바꾸지 않은 채 2년째 그대로 운영 중이다.

 

외교부의 현지 대응 공백과 경찰의 수사 한계 속에서, 불법 알바 플랫폼이 여전히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캄보디아 납치·살인 사건이 사회적 파문으로 번진 지금, 온라인 모집 단계부터 범죄의 고리를 끊기 위한 총체적 진단과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사 공석 3개월·코리안 데스크 부재… 정부, 범정부 대응팀 파견해 수습 총력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은 이번 주 국정감사의 최대 현안으로도 부상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서며 국민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3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건수가 2022~2023년에는 연간 10~20건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8월까지 330건으로 30배, 3000% 증가했다”고 지적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정부는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도 외교부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국민이 300~500명 납치·감금됐다면 공군 1호기라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용선 의원은 “코리안 데스크 설치 등 상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을 대상으로 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적극적인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범정부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민국 의원 역시 “캄보디아 군경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실질적인 구출 작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4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인력 보강 논의도 이뤄졌다. 양부남 의원은 “지난해 외교부의 주재관 증원 요청이 거절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올해는 증원 요청을 적극 수용하고,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캄보디아에도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캄보디아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외교부는 즉시 캄보디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프놈펜 지역의 여행경보를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했다. 경찰청 또한 23일 캄보디아 경찰과 양자회담을 열어 ‘코리안 데스크’ 설치와 경찰관 파견을 논의할 예정이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는 2023년 21건에서 지난해 221건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213건이 발생했다. 국정감사에서는 “부분적 대응을 넘어 실질적 구출과 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데 여야가 공감했다.

 

정부는 즉각적인 현지 대응에 착수했다. 15일 외교부, 경찰청, 법무부, 국정원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합동 대응팀이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파견됐다. 대응팀은 프놈펜에서 캄보디아 고위 당국자와 면담을 갖고 한국인 대상 범죄에 대한 공동 수사 협력과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8월 발생한 한국인 대학생 고문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과 유해 운구 절차, 공동조사 체계 구축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또한 캄보디아 당국 단속 과정에서 구금된 한국인 63명의 송환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며, 정부는 이들의 귀국을 위해 전세기 투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주캄보디아 대사관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일 전 주레바논대사를 현지에 급파, 대사관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이는 현지 교민 보호와 사건 수습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한 임시 조치로, 외교 공백을 해소하고 국민 안전 확보에 힘을 보태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외교·경찰·법무·정보기관이 긴밀히 협력하는 통합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권은주 기자 kwon@m-ec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2길 4.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