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조기에 종결되더라도 국제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쟁 전 배럴당 63달러(한화 약 9만5470.20원)였던 유가가 종전 이후에도 최소 90달러(한화 약 13만6386원) 선을 유지하며, 장기적으로는 174달러(한화 약 26만3679.6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세계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KIEP는 미·이란 전쟁 전개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첫재는 ‘조기 종전·휴전’이다. 전쟁이 빠르게 끝나면 호르무즈 해협 항행이 재개되고 공급 안정성이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비축유 확보 경쟁과 시설 복구 지연으로 인해 유가는 전쟁 전보다 큰 폭으로 올라 새로운 기준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다. 이란이 해협을 통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는 구조가 현실화되면 세계 원유 생산이 약 10% 감소한다. 이 경우 유가는 100~117달러 범위에서 움직이며, 내년 4분기에는 약 117달러로 전쟁 전보다 86%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는 ‘에너지 시설 타격·확전’이다. 걸프 지역 주요 에너지 시설이 파괴될 경우 공급 차질은 장기화된다. 세계 원유 생산이 약 20% 줄어들면서 유가는 배럴당 174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는 전쟁 전 가격의 약 2.8배로, 1973년 아랍 석유 금수 조치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나프타 수입의 34%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중동 국가에 의존하고 있어, 봉쇄나 시설 피격은 곧바로 정유·석유화학 원재료 수급 불안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일부 석유화학 기업은 나프타 부족 우려로 가동률을 60%대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너지 단가 상승은 제조업 원가, 물류비, 공공요금, 소비자물가 전반에 상방 압력을 가한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증시 약세로 금융시장 불안도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국 경제는 ‘전쟁만 끝나면 정상화된다’는 기대보다는 ‘고유가 뉴노멀’에 맞춘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
핵심은 전쟁의 종결 여부가 아니라 공급망 훼손의 지속성이다. 종전이 현실화하더라도 에너지 시설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으며, 비축 경쟁과 우회 운송 비용 확대가 겹쳐 가격 프리미엄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순히 전쟁 종결을 기다리는 것은 위험하며, 장기적인 비용 구조 변화에 맞춘 산업 전략 재편이 요구된다.
KIEP는 한국이 고유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산 원유 및 비중동 물량 확보 △전략 비축 확대 △석유화학 원료 다변화 △LNG 계약 안정성 점검 △에너지 가격 전이 관리 등에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비용 구조 변화에 맞춘 산업 전략 재편을 의미한다.
KIEP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세계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고유가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을 비롯한 에너지 수입 의존 국가들은 이제 ‘전쟁 종결’이 아니라 ‘비용 구조 변화’에 맞춘 근본적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