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포를 내 맘대로 쓸 수 없는 이유

  • 등록 2024.09.03 11: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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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발되는 일반적인 신약들은 모두 각각의 콘셉트가 있다. 예컨대 맙(mAb)제제는 특정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항체 의약품이다. 즉, 그 특정 단백질과 붙어서 그 단백질의 효과를 억제하거나 증강시키는 것을 콘셉트로 한다. 이러한 콘셉트는 인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생화학적 메커니즘의 발견을 통해 정해진다.

 

반면, 지금까지의 줄기세포 치료제는 메커니즘의 발견보다는 과학적 상식에 기반하고 있다.

 

예컨대 정상적인 혈구 세포가 아니라 불량한 혈구 세포가 많으면 문제가 생기고 이를 우리는 백혈병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반대로 좋은 세포, 정상 세포, 젊은 세포가 많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닐까? 바로 이런 것이 줄기세포 치료의 콘셉트다.

 

다시 말해, 줄기세포 치료제는 그저 본인의 세포를 외부에서 배양하여 얻은 많은 수의 줄기세포를 다시 본인에게 넣어주는 약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내 몸속 세포와 같은 세포를 과연 “약”이라고 정의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률에서는 이를 명확하게 “약”으로 구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첨단재생바이오법 제2조 제5호 가목은 ‘약사법 제2조 제4호에 따른 의약품으로서 사람 또는 동물의 살아 있는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증식하거나 선별하는 등 물리적,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 방법으로 조작하여 제조한 의약품’을 첨단바이오의약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자기의 세포를 배양한 것을 의약품이라고 정하면서 본인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여러 규제를 만들어 놓은 것일까?

 

세포배양의 과정은 세포 씨뿌리기(seeding), 배양기에서 넣고 기다리기(incubation), 거둬들이기(harvest)로 나눌 수 있다. 매우 간단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씨뿌리기(seeding)는 작은 마이크로 원심분리기 튜브(Eppendorf Tube)에 담긴 씨뿌리기(seeding)용 세포들을 마이크로 피펫(micro pipet)을 이용해 잘 희석한 후 배양액(배지)이 담긴 배양 접시 내지 배양 플라스크에 옮겨 담는다.

 

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마이크로 원심분리기 튜브(Eppendorf Tube)나 배양 접시 내지 배양 플라스크, 마이크로 피펫에 연결된 팁(tip)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미코플라스마 같은 미생물이 붙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세포를 키우는 배양액이 미생물에 오염(contamination)될 것이고, 그 미생물은 곧 세포를 오염시킨다.

 

씨뿌리기(seeding)가 잘 마쳐졌다고 해서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씨뿌리기(seeding)가 된 배양 접시 내지 배양 플라스크는 배양기로 옮겨져야 하는데, 옮기는 과정에서 배양액이 연구자의 오염된 손에 닿거나 오염된 공기가 유입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배양기 자체가 오염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배양이 잘 되었더라도 거둬들이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거둬들이기 작업을 위해서는 배양 접시 내지 배양 플라스크에 트립신(trypsin)과 같은 효소를 처리해서 바닥에 붙어있는 세포를 떼어내고 긁어내기 도구(cell scraper)로 세포를 긁어내야 하는데, 효소가 오염되거나 긁어내는 도구가 오염되어 있을 수도 있다. 세포를 떼어낸 후에는 원심분리를 통해 세포와 배양액을 분리해서 세포만을 얻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도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 줄기세포 오염되면 여러 문제 발생 

 

줄기세포란 아직 분화되지 않아 다른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세포를 말하는데, 오염으로 인해 줄기세포가 의도하지 않은 성질을 가진 엉뚱한 세포로 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오염의 원인이 된 미생물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이유로 인해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자신의 세포를 배양한 세포를 “첨단바이오의약품”이라고 정하면서, 인체세포를 채취할 수 있는 자를 의사 등으로 제한하고, 세포처리시설 등의 기준을 정해 허가하며, 장기추적조사 및 투여내용 등록 등을 통해 모니터링 하는 등 규제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첨단바이오법상 정해진 대다수의 규제는 국민보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첨단바이오의약품의 발전을 위해 그 규제는 날이 갈수록 더욱 세밀하게 추가∙수정∙보완되어야 한다.


이동훈 변호사

약학박사/변리사

히어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대한약사회 고문변호사

대한변협 정책위원, 식약처 전 심사관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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