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성대의 종언인가? 기후 위기는 물과 식량 전쟁

  • 등록 2024.11.13 19: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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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지금 카스피해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도시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29번째의 UN 기후 총회에 대해 시큰둥한 태도를 보일지 모른다. UN이 주도하는 회의가 뭐 그렇고 그런 거지라든가,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고 합의해 놓고 화석연료는 영원하다느니 운운하며 앞뒤 다른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 생각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UN 기후 총회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기후 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80억 인류는 물과 식량 전쟁을 피할 수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와 같은 식량 수입국이 떠안을 것이기 때문이다.

 

UN기후 총회에 참석한 200여 나라 가운데 우리가 흔히 강대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은 모두 농업강대국들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쌀을 제외하면 27% 정도로 대부분 먹는 것을 수입하는 농업약소국이다-농업은 담수의 70%를 쓰니까 식량 수입은 물을 수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급속한 경제 개발로 선진국이 됐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농촌은 고령화되었고 마을이 이곳저곳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농림어업조사'를 보면, 65살 이상 고령 농가 인구 비율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고, 전체 농가 인구는 올해 200만 명 선이 무너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기후 위기에 따라 농업 걍대국이 ‘우리도 사정이 생겨서 수출할 수 없다’거나 높은 가격을 불러 식량 위기를 불러왔을 때 우리 손으로 우리 땅에서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혹자는 농사야 아무나 지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도시민들에게 5평의 텃밭을 줄 테니 농사를 지어 보라고 하면 대부분 경험이 없어 첫해 농사는 실패한다. 겨우 주변 농사 경험자들의 조언을 받아 이듬해 약간의 결실을 보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는, 경험과 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농업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재앙 가운데 가장 혹독한 것이라면 가뭄이다. 가뭄이 닥치면 전문 농업인들도 어쩔 수 없다. 지하수? 한계가 있는 물이다. 최근 영국의 ‘건강 및 기후 변화에 관한 란셋 카운트다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지표면의 48%가 최소 한 달 이상 이어지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이로 인해 댐을 둘러싼 국제간 분쟁이 격화되어 댐을 폭격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댐과 저수지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공유하천을 제외하면 국제적 분쟁의 여지가 없기는 하지만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그 많은 물 저장고도 버틸 수가 없다.

 

변희룡 부경대 명예교수(환경대기과학)에 따르면 내년에 우리나라는 124년마다 돌아온다는 대 가뭄에 들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나라 농업 시스템을 가지고 기후 위기로 인한 물과 식량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해외 여러 나라와 식량 협정이라도 맺어야 할까? 하지만 세계적인 식량 대란아 오면 그까짓 협정은 휴지가 될 터이다.

 

때문에, 식량으로부터 자유를 확보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기후 위기와 식량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UN 기후 총회와 같은 국제 이벤트에 주목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200여 년간 산업혁명과 농업혁명을 거치면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잠시 몇 번 멈칫하던 기간, 이를테면 전 세계적인 경제공황으로 미국과 유렵의 탄소 배출량이 수십 %로 줄었다.

 

그렇다면 미국과 유럽의 배출량을 줄였는데 왜 세계적으로 배출량은 올라갔을까? 우리는 그 핑계를 인도와 중국에 대고 있었다. 두 나라의 인구를 합하면 30억 명이고 이들이 갑자기 잘살게 되면서 에너지 소비가 늘어났으니 배출량도 늘어났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수 도 없게 되었다.

 

2024년 상반기 인도가 새로 확보한 태양광 발전량은 12.1기가와트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가 1기가와트를 생산하니까 원자력 발전소 12기를 만든 것과 같다. 인도가 기후 위기를 걱정해서 그랬을까? 아니다. 경제 개발을 하려다 보니 빨리 에너지가 필요해졌는데 원자력 발전보다 가격이 제일 싼 게 태양광과 풍력으로 보고 엄청나게 만들기 시작했던 덧이다. 인도는 지금 태양광 풍력만 130기가와트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 130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도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이미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화력발전을 추월했고, 전기 가격도 화력발전보다 싸졌다. 미국에서 석유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텍사스조차 올해 7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새로 확보하기로 한 태양광과 풍력은 35기가와트다. 석유가 펑펑 나오는 텍사스에서 왜 그렇게 할까? 아마 재생 에너지가 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지찻, 태양광 풍력으로 되겠어? 라고 생각하기가 쉽지만 세계 경제의 기준이 이미 재생 에너지 쪽으로 기울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탄소 배출량은 호주에 이어 세계 2위다. 유럽연합보다 거의 4배 이상이고 우리보다 에너지를 3배 이상 쓰는 미국인의 배출량은 우리의 70%에 불과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와 그들이 사용하는 에너지가 달라서다.

 

이산화탄소는 배출량을 줄이면서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처리해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으로 숲을 늘려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게 한 뒤 나무가 썩는 시간을 연장하고 탄소 성분만 남는 숯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흙 속에 보관하면 된다.

 

이러한 방법은 자연에서 배운 것이다. 고생대 석탄기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보다 높았을 때 나무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생겼다가 썩지 못하고 지금의 석탄이 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지금 태평성대를 살고 있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3대가 대부분이고,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며 먹을 게 넘쳐 난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평화체제가 이어지겠는가? UN 기후 총회를 주시하면서 기후 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물과 식량 대란에 대처할 우리나라 농업 시스템을 점검해 볼 때가 아닐까 싶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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