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당선 이후 급등했던 달러·원 환율이 1,390~1,400원 밴드에 진정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2025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지난 집권 때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무역분쟁 초기에 원화 가치가 절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은 미국 경제의 상대적 우위 국면이 이어지는 동안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이고, 달러의 약세 전환은 내년 상반기 미국의 빈 일자리 소진과 고용시장 둔화를 확인하면서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2025년 상반기까지 미국 달러 강세, 내국인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한국경제 회복, 내외금리차 역전 폭 축소,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의 단기 절상 효과 등으로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화 평가절하 압력 계속... “환율 급등에 대비책 세워야”
증권가에서는 원화 평가절하 압력을 높이는 요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리스크 현실화로 인한 환율 급등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트럼프 집권 2기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달러·원 환율의 상승 시점은 달라지겠지만, 무역분쟁 심화와 관세 부과는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충분한 요인이다. 미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은 이미 ‘관찰 대상국’으로 1년 만에 재지정됐다. 관찰대상국은 특별한 제재를 받지는 않지만, 한 단계 높은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 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미국 내 조달시장 진입 금지 등의 제재가 가해지게 된다.
특히, 금번 환율보고서에서 심층분석 대상국 지정 요건 중 일부를 유연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환율이 트럼프 정권의 통상 압박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에 대미 무역수지 흑자 기준은 150억달러인데, 무역수지 기준을 인플레이션 또는 글로벌 무역증가율을 반영해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고율 관세와 환율보고서가 주요국들의 대미 수입을 늘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2018~19년 미-중 무역분쟁 케이스를 통해 살펴보는 달러·원 환율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무역분쟁의 과정과 환시 흐름을 살펴보면, 2017년 8월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따라 조사를 시작했으며, 2018년 3월부터 전세계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부과, 2018년 7월부터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됐다. 이후 중국의 보복 관세 맞대응으로 2019년까지 전면전이 지속되다가 2019년 12월 양국이 1단계 합의에 도달하면서 갈등이 완화됐다.
실제 관세 부과 전까지 미 달러는 약세 기조를 보였으나,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2018년 미 달러는 8.0% 절상, 위안화는 8.2% 절하됐다. 같은 기간 원화도 3.8% 가량 절하됐다. 2019년에도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미 달러 강세, 위안화 및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졌으나 2019년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전환 등으로 달러 강세 폭은 제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연구원은 “트럼프의 당선 확률 높아진 지난 10월 초 기준으로 무역분쟁 당시 원화의 평가절하율(약 2년 간 -8.2%)을 계산해보면, 달러·원 환율의 상단은 1,450원 남짓이 된다”며 “트럼프 집권 2기에서 제시하고 있는 보편관세와 상호관세 부과의 경우, 신규 법안 제정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에 대한 견제는 지난 집권 1기 때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