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실시를 앞두고 있는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1대 다(多) 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이기흥 현 회장의 3선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그를 꺾기 위해 박창범 전 우슈협회장을 비롯해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강태선 서울시 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구도대로 간다면 해보나 마나 한 승부가 될 것이라는 것이 체육계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그만큼 이 현 회장의 입지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2300여 명의 선거 인단 가운데 40% 정도는 이기흥 회장을 지지한다고 보면 된다. 이 회장이 지난 8년 간 밑바닥을 잘 다져 왔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다. 비리 의혹이 불거지기는 했지만 현 정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강한 상황에서 별다른 파괴력을 보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이 회장의 당선이 매우 유력하다.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회장의 출마가 유력하다고 할 수 있다. 현역 회장이라는 방패를 앞세워 경찰 수사도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지금은 날카로운 창을 잠시 피해 있는 것일 뿐, 결국은 회장 도전에 나설 것으로 풀이하는 체육인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25일 의미 있는 만남이 있었다.
박창범 전 회장은 지난 22일부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비리와 독단으로 얼룩진 이기흥 회장이 3선에 도전해선 안된다는 것이 이유다.
그런 박 전 회장을 또 다른 후보인 강신욱 명예 교수가 찾아갔다. 라이벌 후보의 단식을 더욱 빛나게 해줄 수도 있었지만 강 교수는 좀 더 큰 뜻에서 위로 방문을 했다.
둘 사이에 오간 대화들이 대단히 의미가 있었다.
강신욱 출마자는 박 전 회장을 만나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라. 대다수의 체육인이 우리와 뜻을 같이한다"며 위로를 전했고 박 전 회장은 “항상 같이 있다고 생각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박 전 회장은 "체육회의 큰 뜻을 가진 사람이 뭉쳤다고 생각한다“라고 했고 강 후보는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체육회의 어른으로서 미안하다“라는 말로 화답했다. 이어 ”이미 박창범 전 회장의 큰 뜻은 전달됐으니 건강을 생각하라“고 소회를 덧붙였다.
둘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 돼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체육계 한 원로는 "강 교수가 박 전 회장을 정말 잘 찾아갔다고 생각한다. 단일화에 대해선 많은 후보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단일화는 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생각도 다 다르고 지지층도 달라서 뜻을 하나로 뭉치는 것이 쉽지 않다. 강신욱 교수나 강태선 회장 등 경륜 있는 인물들이 앞장 서고 유승만 박창범 등 비교적 젊은 세대들이 뒤를 받히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강 교수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다음 회장은 다음 세대에 넘겨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들 모두 넓게 보면 다 체육인 선.후배라고 할 수 있다. 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이대로 그냥 가면 다 진다. 가능성 없는 싸움이다. 욕심을 비우고 지금부터라도 하나가 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 교수의 박 전 회장 위로 방문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강신욱 명예 교수의 박창범 전 회장 단식 농성장 방문이 큰 단일화를 향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