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실적 챙기려다 ‘안전’ 놓쳤나...동아그룹 해체 데자뷰

  • 등록 2025.08.07 10:49:59
크게보기

최근 3년 영업이익 급전직하...실적 반등 위한 2번 수장 교체 급급
잇따른 산재로 ‘주택통’ 정희민 사의...‘안전통’ 송치영 부사장 내정
李 “건설면허 취소 시켜라”...'성수대교 붕괴' 동아그룹 해체 떠올라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잇따른 건설 현장 사망사고로 위기에 처했다. 정희민 대표가 사임하고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안전특별진단 TF 팀장(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하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포스코이앤씨는 전날 사의를 표명한 정 전 대표를 대신해 송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전격 선임했다. 지난해 12월 포스코그룹 2025 정기 임원인사에서 실적 향상을 위해 발탁된 건축사업본부장 출신 정 전 대표는 올해 들어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취임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송 신임 대표는 포스코이앤씨 안전보건센터장 출신으로 그룹 내 최고 안전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1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직속 ‘안전특별진단 TF’ 팀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1964년생으로 부경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014년 광양제철소 안전방재부장, 2019년 포항제철소 안전환경담당 부소장, 2021~2023년 포스코이앤씨 최고안전책임자, 2023년 말 포스코엠텍 사장 등을 역임했다.

 

 

◇ 올해만 다섯 번째 인명사고...긴박했던 일주일

 

포스코이앤씨에서 지난달 28일 올해 4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경남 함양~울산 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보강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사망한 것이다. 다음날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를 콕 집어 “똑같은 방식으로 사고가 반복디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질타하고 “포스코이앤씨 현장에는 저도 한번 가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포스코이앤씨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고 머리를 숙였다. 회사 모든 사업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과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4일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30대 외국인 노동자가 감전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에도 연달아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 사고로 1명, 대구 사일동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로 1명이 사망한 것이다. 지난 1월에는 김해 신문1지구 A7-1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고로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포스코이앤씨는 단 하루만에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다. 다음 날 이 대통령은 “이러한 산업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징벌적 배상제 등 가능한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해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의 정부 부처는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에 대한 내부 검토에 즉각 들어갔다. 이 대통령 말대로 포스코이앤씨의 건설면허가 취소된다면,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 책임이 있었던 동아건설이 1997년 면허취소를 당한 이후 28년 만에 첫 사례가 된다.

 

 

◇ 전중선 전 대표 취임 1년 안 돼 ‘주택통’ 정희민 교체했지만...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세 번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지난해 3월 한성희 전 대표를 대신해 그룹 내 재무 전문가인 전중선 대표를 선임했다. 장기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카드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3년 연속 영업이익이 급락했다. 2022년 3086역원, 2023년 2014억원, 2024년 618억원 등으로 불과 3년 만에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468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전 전 대표 시절에도 영업이익은 좋지 못했다. 실적 반등을 위해 투입된 정 전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만 도시정비사업 수주고 5조302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건설업계 1, 2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5조7,195억원)과 현대건설(5조5,357억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의 실적이다.

 

하지만 연이은 사고가 발목을 잡았다. 포스코이앤씨는 공사비 9244억원 규모의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에 공을 들였지만, 지난 6월 조합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에 결국 패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앞서 발생한 신안산선 붕괴사고 영향으로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에도 총 4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를 냈다. 2024년 1원 22일 서초구 잠원동 주택 재건축 현장 끼임 사고을 시작으로, 8월 12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더 샵 아파트 공사현장 감전 사고, 8월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느티마을 3단지 재개발 공사 현장 추락사고, 11월 27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 현대5차아파트 재건축 현장 폭설로 인한 보행로 붕괴 사고로 총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2024년 3월 취임 후 줄곧 안전을 강조해왔다. 철강·건설 등 위험성이 높은 산업을 영위하는 포스코그룹의 산업적 특성을 고려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장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눈앞의 성과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미래를 준비하면서 어떠한 여건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자"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사망사고 문제를 저적하자 곧 바로 회장 직속 ‘안전특별진단 TF’를 신설하기도 했다.

 

 

◇ ‘실적’ 챙기려다 ‘안전’ 놓쳤나...안전관리 시스템 강화해야

 

그룹 회장의 이 같은 안전 강조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2년 사이 포스코이앤씨가 실적 향상을 위해 수장을 3번이나 교체하면서 안전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2023년 3분기까지 매 분기 발표하던 ‘사망사고 발생 상위 100대 건설사 명단 공개’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2023년 1건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2022년에는 단 한 건의 사망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2024년 2월, 2020년부터 4년 동안 포스코이앤씨를 이끌던 한성희 전 대표가 교체된 이후 사망사고가 크게 늘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 건수는 2019년 3건, 2020년 2명, 2021년 1명 등으로 나타났다. 한 전 대표 시절인 2022년에는 중대재해 제로를 달성했다.

 

한 전 사장은 30년 포스코맨으로서 폭넓은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포스코이앤씨를 포의 질적·외형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건설업계 불황기를 맞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의 퇴임 이후 사망사고 건수는 2024년 4건 그리고 올해 현재까지 4건이 발생했다. 대통령의 질타와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이번에는 안전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 대부부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를 두고 있고 대표이사로 지위를 격상시켜 최대 권한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CSO가 단독 대표인 경우는 흔치 않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수장이 자주 바뀐다는 것은 회사의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며 ”대표가 바뀔 때마다 조직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고 구성원들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하기 때문에 어떤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업에 무슨 일이 있을 때 수장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면서 ”포스코이앤씨는 수장 교체보다는 현재 느슨해진 현장 안전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전체적인 시스템 강화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5일부터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했다. 다음달 송 신임 대표는 취임 직후 사고가 발생한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을 찾아 사고 경위를 직접 확인하고, 재발 방지을 위한 현장 안전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했다. 

 

또한 포스코이앤씨는 인프라 사업분야 신규 수주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송 대표는 "당장의 경영 성과보다 가장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을 듣고 동아건설이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면허가 취소된 후 부도를 내고 동아그룹이 해체된 일이 떠올랐다”면서 “근로자 고령화, 외국인 근로자 증가 등으로 산업재해의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어 건설업체들은 진퇴양난”이라고 호소했다. 

노철중 기자 almadore75@m-ec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2길 4.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