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과제를 두고 다양한 기술이 시도되고 있다. 세포 배양육을 비롯한 새로운 식품기술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했다. 각국은 현재 세포 배양육 도입과 규제, 더 나아가 허용과 금지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세포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의 줄기세포를 채취한 후 배양해서 만든 살코기를 말한다. 동물의 도축없이 고기를 생산하는 세포공학 기술이다. 현재 미국과 싱가포르처럼 시장 도입을 시도한 국가가 있지만, 같은 미국 내에서도 주별로 금지 조치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유럽 또한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세포배양육 식품산업화, 안전한가?’라는 주제 포럼에서 박미영 한국생명기술연구조합 이사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식품의 안전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규제개혁이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고 있지만 모든 영역이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분야는 과학적 검증에 기반한 신중한 접근이 필수적이며, 식품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와 관련한 핵심 개념으로 ‘규제 과학’이라는 용어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정부의 규제개혁 100대 과제 중 하나로 세포배양육 산업화를 선정해 산업 추진이 검토되는 부분과 관련해 보다 엄밀하고 객관적인 검토가 요구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 세포배양육, 안전성부터 꼼꼼하게 체크해야
발제에 나선 최윤재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명예교수는 “세포배양육은 기존 축산물의 생산 한계, 환경 문제, 질병요인 등을 대체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돼 왔다"며 "그러나 과학적 안전성, 소비자 정보 제공, 정책적 제도 설계 측면에서 다수의 미검증 요소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최 교수는 "특히 한국에서의 규제 체계 형성을 매우 서두르고 있다"고 우려하며 “인공육이나 인조육은 결국 ‘대체식품’ 범주 안에 들어간다. 근육세포와 지방세포를 배양해 적당히 섞어 내는 방식이므로 일부는 GMO, 일부는 비-GMO"라고 설명했다.
세포배양육은 지난 2020년 싱가포르가 첫번째로 승인했다. 또 2022년에는 미국 FDA가 승인하며 닭고기부터 시작해 스테이크 모양까지 시도하고 있다. 효모나 세균에 우유 단백질 유전자를 넣어 만든 단백질은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 제품으로도 나왔다.
최 교수는 "심지어 인조 계란까지 출시되고 있다"며 "이걸(세포배양육)로 아이스크림이나 치즈를 만들면 소비자가 사실상 구분하기 어렵다. 표시(라벨링)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 소비자가 헷갈리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과 같이 ‘대체식품’이라는 포괄적 용어만 쓰면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 FDA는 명확하게 ‘실험실에서 배양한 닭고기(Lab-grown cultivated chicken)’라고 썼는데, 한국은 단순히 '대체식품'이라고 했다”며 “너무 포괄적인 표현이라 소비자 정보 제공 면에서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가 크게 늘어 2050년엔 약 100억 명이 될 거라 예상한다"며 "식량 수요가 70% 이상 늘어나고 지구 온난화와 윤리문제, 전염병 문제까지 고려하면 ‘대체육’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된다”고 긍적적인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안전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경제성도 아직 맞춰지지 않았고 첨가물 문제도 크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그 안에 들어가는 배양액·성장인자·향미제·식품첨가물까지 다 합쳐서 건강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며 “동물 세포를 키우려면 혈청(serum)이 필요한데 임신한 소의 태아에서 뽑는다. (이렇게 되면) 윤리적 문제와 바이러스·박테리아 오염 위험도 있다. 그래서 ‘혈청 대체제’를 쓰려고 하는 것인데, 결국 호르몬과 성장인자를 넣을 수 밖에 없어 안전성 논란의 핵심이 된다”고 주장했다.
FAO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부터 시작해 2040년 사이 세포배양육 성장률은 연평균 41%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것처럼 보이나 해외 주요 기업들의 투자는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몇몇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인 경우도 있어 한국이 뒤늦게 뛰어들었다간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농무부(USDA)가 세포배양육 상용화를 위한 승인을 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몬태나, 네브래스카, 인디애나, 미시시피,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주정부들을 중심으로 세포배양육 유통을 금지하거나 라벨링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하는 각종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대체식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명확히 알 수 있는 이름으로 대체하고 안전성 검증이 우선이다. 혈청/대체제 안에 무엇이 들어가는지와 첨가물, 항생제, 바이러스 위험 등과 관련해 식약처는 안전성 기준과 표시제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제언했다.
◇ 자연육과 배양육이 서로 공존하는 구조 만들어야
인구가 늘수록 고기 소비 또한 증가한다. 이에 지금의 축산 방식만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또 환경오염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토양과 수질 오염 같은 문제도 심각하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세포배양육인데, 언뜻 보면 기술이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주는 획기적인 대안처럼 보인다.
이어진 '지속 가능한 고기 문화에 대한 영양학적 통찰' 주제의 토론에서 조금호 한국통합영양연구원 원장은 “세포배양육은 동물복지와 환경 보호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짚은 후 "그렇다고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고기가 우리 몸과 마음에 동일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최근 영양학 연구에 따르면, 고기 속에는 글리칸이라는 특정 당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인체의 면역 기능, 세포 간 신호 전달, 장내 미생물 균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세포배양육이 과연 이런 복잡한 생리활성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다.
조 원장은 "아직 확실한 근거는 없으나, 만약 배양육이 자연육이 가진 생리활성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면역 질환,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등 새로운 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과 관련해선 "배양육이 시장에 나오기 위해선 "소비자의 신뢰가 필수”라며 △유전자 조작(GMO) 사용 여부 △배양 과정에서 사용된 배지, 특히 소태아 혈청의 사용 여부 △항생제, 색소, 성장호르몬 등의 첨가 여부 △배양 세포의 안전성, 종양성 및 유전적 안정성 등의 정보가 반드시 표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축산을 단순한 산업이 아닌, 농촌 생태계와 맞물린 중요한 경제시스템인 만큼, 자연육과 배양육이 서로 다른 장점을 살려 공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배양육이 환경 훼손을 완화하고 대규모 단백질 공급과 농촌 생태계 유지 등이 함께 갈 때 식량 체계가 안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농촌 생태계 균형 흔들릴 수도...축산업계 불안
축산업은 농업 생산액(60조 원)의 약 40%(24조 원)을 차지한다. 농업 생산액 상위 10개 농산물 중 6개를 차지할 정도로 산업적 기반이 확고한 축산은 그럼에도 농식품부 전체 예산 대비 8% 수준(1.5조)에 머물고 있는 실정다. 더욱이 내년에는 7%대로 하락할 것으로 보여 산업 규모 대비 정책적 지원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높은 사료 가격과 에너지 비용, 축산물 FTA 수입개방 확대 등으로 국내 축산농가의 경쟁력은 나날이 약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우농가는 생산비 이하의 수익을 내는 경우가 빈번하고 고령화와 함께 경영이 악화되어 폐업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동원 농협경제지주 국장은 “국내에서 '식품위생법' 개정(‘23)과 '세포배양 규제자유특구' 선정(경북의성) 등, 산업화를 위한 제도 정비가 본격화 되는 상황에서 농촌의 생태계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축산업계가 느끼는 가장 큰 불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한우 도체 중량은 421kg로 20년 전보다 약 50kg 증가했고, 돼지 PSY 또한 22.3두로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 왔다. 이 밖에 산유량·산란지수 등 모든 지표에서 우리 축산업은 장족의 성장해 왔다"며 "배양육 애찬론자들이 주장하는 인구 증가에 따른 육류공급 부족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배양육은 검증의 대상이고, 축산은 지켜야 할 기반"이라고 강조하며 "정부와 축산업계 그리고 소비자가 함께 힘을 모아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공동의 노력이 있을 때 안전하고 품격있는 식문화를 지켜내며 농업·농촌의 진정한 가치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포배양육에 대한 충분한 안전성에 검토와 예방적 조치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24년 ‘배양육의 미생물학적·화학적 위험과 이를 검출하는 방법’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배양육 생산에서의 미생물 및 화학적 위험 조사 결과, 각 생산 단계에서 잠재적인 미생물 및 화학 오염물질이 파악됐다. 이 논문은 배양육 특유의 오염물질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견고한 안전 프로토콜, 확장 가능한 검사 방법, 그리고 특수 검출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배양육의 안전성과 소비자 신뢰 강화를 위해 실시간 모니터링 및 규제를 위한 디지털 식품 안전 기술 도입을 권고한다.
◇ 어떤 형태로 만들어지는 지에 대한 정보 제공도 뒷받침돼야
포럼에 참석한 김영선 약사는 “오늘날 인류 건강에 가장 보편적인 의학적 접근은 예방의학"이라고 전제한 뒤, "건강과 생명에 대한 가장 현명한 접근론은 이처럼 위험의 가능성을 차단하거나 미리 방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포배양육의 개발과 대중화가 인류에게 어떤 건강상의 위험성이나 안전성을 줄 지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예방적 조치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는 우려가 아닌 재앙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영국의 국영방송 BBC는 돼지고기의 기름성분 즉, 라드를 세계 8대 수퍼푸드에 포함시켰고, 현재 한돈 업계의 TV 광고를 통해 우리 국민에게도 계속 전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약사는 "이처럼 각종 육류의 100%, 200%의 영양학적 활용과 더불어 육류의 부산물이 폐기물이 되지 않는 완벽한 육류 활용을 통해서도 우리는 충분히 환경과 식량 위기에 대처할 지혜를 발굴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육과 세포배양으로 만들어낸 배양육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지, 또 다른 형태의 재해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이 문제에 대한 ‘알권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탈탄소 목표를 정하고 이의 타임스케줄에 맞추는 환경정책 범주내의 세포배양육 문제와 국민건강 및 생명에 관련된 사안은 새로운 사회적 가치 저울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저울의 균형추를 마련하는 작업도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포배양 식품의 안정성에 대해 소비자의 반응은?
한편, 지난 2023년 4월 3일 ‘제10차 K-바이오헬스포럼 세포배양식품의 문제와 해법’에서 우리나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세포배양식품에 대한 인지도는 3.6%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3.6%에 비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33.1%였다.
세포배양식품 안전성과 신뢰성도 각각 30.8%, 29.3%였으며, 가격 측면 긍정 비율은 34.1%로 가장 높았다. 맛과 거부감에 대해서는 각각 22.5%와 20.8%로 나타났다.
해외의 사례도 있다. 지난 2022년 GoodFood Institute urope에서 18세 이상 4,0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럽 4개국(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소비자 조사 결과, 향후 몇 년 간 식물성 대체육 소비를 늘리고자 하는 소비자 비율은 △프랑스 11%, △이탈리아 23%, △스페인 24%, △독일 25%으로 집계됐다. 배양육 구매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프랑스가 33%로 가장 낮았고, 이탈리아 55%, 독일 57%, 스페인이 65%로 가장 높았다.
이동한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는 이 자료를 언급한 뒤에 “소비자들은 세포배양육을 자연적이지 않은 ‘실험실 고기’로 인식하며, 이로 인해 강한 심리적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며 "국민적 인지도가 낮아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접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용화가 되면 혼란과 불신이 커질 수 있고,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정보 없이 구매를 강요당한다고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초기 상용화 단계의 세포배양육은 일반 육류보다 생산 단가가 높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식품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표시 문제인 ‘고기’라는 명칭 사용 여부 등 표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가 제품을 오인할 가능성이 있어 명확한 표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식약처, 세포배양식품 등 신기술 식품에 대한 철저한 선검증 원칙 적용
이날 토론에 참여한 문귀임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과 과장은 "현재 식약처는 세포배양식품 등 신기술 식품에 대해 철저한 ‘선(先) 검증’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과장은 이어 “국제적으로 세포배양식품은 미래 식량 안보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중요한 기술로 평가되며, FAO와 CODEX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포배양식품의 안전성 심사 기준과 법적 근거를 이미 마련했고, 제조 단계별 위해 요소, 배지·첨가물·항생제 등의 사용 여부를 매우 엄격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셀미트사의 배양 새우는 2024년 4월 심사가 요청됐으나 제출자료 보완이 계속되며 1년 반 이상 검토가 진행되는 등 심사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고 재차 강조한 뒤 “한국은 코덱스의 배양식품 관련 국제 기준 제정 작업에서 공동 의장국으로 참여해 국제 규범을 선도하고, 국내 심사 체계가 국제 표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포럼은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가 공동주최하고 사단법인 나눔축산운동본부·한국소비자연합·대한인터넷신문 축산신문 등의 후원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