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중국이 자신의 힘을 키우면서 그들의 패권적 국제정치를 노골적으로 드 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11월, 미국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다고 했을 때 회원국 자격이 없는 중국을 도왔다.
중국은 국영기업이 많고 중국의 경제를 시장경제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회원자격이 없었다. WTO 회원국이 되려면 국내적으로 시장경제를 해야 하고 국영기업 숫자를 줄여야 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중국을 가입시켜야 중국이 달라질 것이라고 하면서 나머지 100여 개 회원국을 설득하고 다녔다.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의회도 설득했다. 중국을 가입시키면 중국이 달라져 동맹국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미국은 이미 그런 경험이 있다. 2차 대전은 독일, 일본, 이탈리아라고 하는 3국 동맹과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선진국 간에 벌어진, 다시 말하면 미국이 일본의 군국주의, 나치즘, 파시즘에 맞선 전쟁이었다. 미국이 이겼다.
동맹국이었던 소련도 태도를 바꾸면서 미국은 깨닫기 시작했다. 미국의 적대국이 되어 버린 소련을 혼자 감당하기보다는 누구와 함께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시아에서는 일본, 유럽에서는 독일을 선택했다. 두 나라는 위치적으로 소련에 가깝고 전쟁 전부터 꽤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은 원래 두 나라를 폐허에 가까운 농업 국가로 만들어 다시는 전쟁을 할 수 없게 할 참이었다.
그런데 소련이 적대국이 되면서 완전히 태도를 바꿔 소련에 맞설 두 나라의 산업화를 돕는 정책을 폈다. 미국은 두 나라에서 만든 제품을 적극적으로 수입했다. 덕분에 두 나라는 급속히 발전을 이룬데다 대표적인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 편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미국의 논리는 사람들이 돈이 많아지면 각자의 자유를 요구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민주주의가 될 것이라는 단순논리였다. 중국도 일본이나 독일처럼 될 것이라고 믿은 것이었다.
미국의 기대와 달리 중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전체주의 색깔이 강해졌고, 패권을 추구하는 성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급기야 미국과 대립하는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면서부터 중국은 미국의 적대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중국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배은망덕도 유분수였다. 이제는 안 되겠다 싶었기에 중국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이제 중국은 미국 편이 아니었다.
위태로운 부동산 시장, 미국의 반도체 제재보다 위협적
중국의 경제가 어렵게 된 것은 미국이나 서방국의 제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영향이 컸다. 미국은 트럼프 때부터 반도체 제재를 시작했는데 화웨이는 2019년부터 제재를 받았다. 당시 화웨이의 스마트폰 세계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따라왔다. 한 분기만 지나면 추월을 당할 상황이었다.
만약 미국의 제재가 없었다면 삼성전자는 화웨이에 밀려 일본의 소니와 같은 처지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인 AP(Application Processor) 반도체칩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서 설계해서 대만의 TSMC에 생산을 맡겼다.
AP는 컴퓨터로 말하면 CPU에 해당하는 굉장히 수준 높은 반도체다. 그것이 화웨이 스마트 폰의 핵심이었는데, 미국이 TSMC에서 못 만들도록 제재를 가했다. 반도체를 구할 수 없게 된 화웨이는 자신들이 설계해 놓고도 만들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 때문에 지금 화웨이의 존재가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것처 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는 중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기침체의 실망스러운 부분은 반도체가 아니라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는 내수와 수출이란 두 가지 수요가 줄어들어 회복이 안 되고 있다. 그 심각성은 부동산으로부터 오고 있다. 중국은 GDP의 30%를 부동산이 차지한다(우리나라는 15%), 다시 말해, 중국경제에서 주택과 건설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 이 부문이 잘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2008년 이후 중국은 부동산은 물론 인프라, 즉 고속도로, 공항, 철도 등에 많은 투자를 했다. 주택 같으면 몇 천만 채가 빈 채로 그대로 남아있 을 정도이다. 그런 빈 집은 소유권을 개발업자가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소비자들이 돈을 주고 사서 가지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빈집을 몇 천만 채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또 집을 살 수 있단 말인가? 지금 가지고 있는 집은 고사하고 기본적으로 집을 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집값이 하락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부동산은 중국인들의 개인 자산에서 70%를 차지한다(우리나라는 75%). 그러니까 부동산가격이 추락하면 재산이 줄어들어 소비자들은 돈을 쓰기 어렵다. 이 때문에 소비가 안 되고 저축이 늘어나면서 내수가 줄어들게 된다. 집값이 하락하면 재산 가치가 하락하는 게 뻔한 상황인데 여러분이라고 그런 상황에 돈을 쓸 수 있겠는가?
그건 중국인이 아니라도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국민이라면 소비를 하지 않는다. 대신 저축한다. 왜? 미래가 너무 불확실하니까.
“이러다 큰일 나겠어, 저축해야 돼 그래야, 자식들을 가르칠 것 아니겠는가. 앞으로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거잖아,” 하고 생각한다. 누가 나서서 집값을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닌데 지금 돈을 쓴다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이어서 2편으로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396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