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증·비응급 환자의 상급종합병원행을 줄이고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의료계에선 "동네병원·종합병원 의료의 질을 높일 고민을 먼저 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상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위해 연간 3조3천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을 포함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5년간 20조원의 재정을 투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급종합병원의 인력 구조를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라며 "중증·희귀질환 등 고난도 진료에 집중하게 하고, 경증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일반병상은 5∼15%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증수술 수가 인상, 중환자실 수가 50% 인상, 사후성과에 따른 보상 등 연간 3조3천억원의 건보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하기로 한 '진료의뢰제'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선 중증질환에 속하지 않지만 경증질환으로도 보기 힘든 '회색지대(Gray zone·그레이존)'에 속하는 일부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진료의뢰제란 환자가 2차 병원에서 3차 병원으로 전원할 때 기존처럼 개인이 아닌 병원이 예약해주는 제도다. 환자가 고난도 진료를 받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되면 해당 상급종합병원과 연계된 진료 협력병원으로 가게 된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행을 막는데 골몰하기보다는 동네 병원과 종합병원의 의료의 질을 높일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상급병원 전공의는 "동네 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환자들이 굳이 상급종합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국민들에게 가장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1만여 명의 전공의들의 복귀 없인 의료 공백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