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해서 성공하고 싶다고?...인테리어보다 '밥맛'에 투자하라!

  • 등록 2025.03.31 14: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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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무의 기후 칼럼

 

지난 일요일, 벚꽃이 활짝 핀 일본 도쿄 중심부에서 쌀 농사를 짓는 4천 여 명의 농부들이 정부 규제에 분노한다면서 시위를 벌였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밀짚모자와 선캡을 쓰고 "쌀은 생명이다"와 "우리는 쌀을 만들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참여했다. 그들 중 30명은 고층 빌딩이 늘어선 거리에서 트랙터를 몰기도 했다.

 

지난해 20만 톤 이상의 쌀 부족에 시달렸던 일본은 쌀 가격이 급등하면서 슈퍼마켓에서 쇼핑객이 살 수 있는 쌀의 양을 제한했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비상용 쌀 비축량을 사용했다. 이처럼 쌀 부족에 대처하는 상황인데도 일본 정부는 농부들에게 쌀 재배량을 제한하도록 돈을 지급해 왔다. 반세기 이상 시행된 이 정책은 매년 수십억 달러의 공공 지출로 이어지고 있다.

 

쌀 부족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했다. 2023년 기록적인 여름 더위로 인해 수확량이 감소했고, 관광 수요 급증으로 인한 쌀 소비가 늘어난 것도 쌀 부족의 원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이 수십 년 된 정책에 있다고 말한다.

 

이 정책은 쌀 경작지를 줄이는 것으로 일본은 1970년대부터 쌀 생산을 줄이기 위해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이번 시위에 참여한 도쿄 북쪽 현에서 벼농사를 짓는 요시히데 칸노(75세) 씨는 “그런 정부의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은데도 계속되면 우리 농장은 사라지고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도 사라질 겁니다”라면서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는 일본의 잘못된 농업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라고 외쳤다.

 

칸노 씨는 지난 50년 동안 자기 마을의 논 중 약 3분의 1이 버려졌다고 말했다. "왜 그렇습니까? 쌀이 부족하고 논이 있는데 왜 생산을 줄여야 합니까? 제 아들과 손주들이 농사를 계속하려면 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합니다"라고 그는 반문했다.

 

일본 정부는 쌀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쌀 생산을 제한하는 정책을 고수해 왔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은 농부들이 원하는 만큼 생산하도록 허용하고 가격 손실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채택했다.

 

도쿄대 농업경제학 교수인 노부히로 스즈키의 계산에 따르면, 일본에서 이와 유사한 정책을 채택하려면 정부 비용이 연간 약 26억 5천만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현재 농부들이 생산량을 줄이도록 장려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23억 2천만 달러와 비교된다.

 

스즈키 교수는 약간 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생산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쌀 공급을 늘려 일본의 식량 안보를 강화하고 소비자 가격을 낮춰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으로서는 농업 정책이 근본적인 개혁을 거치지 않는 한 쌀 부족 문제는 계속될 게 분명하다. 올 7월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첫 전국 투표가 될 참의원 선거가 있는데 이 선거를 앞두고 농부와 시민의 분노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일본의 쌀 문제를 관리하는 능력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일본의 정치, 경제 상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의 농업 정책에 관한 토론은 정치적 변화를 촉진했다. 1955년 창당 이래 거의 계속 집권해 온 자유민주당이 2007년, 잠시 축출된 주요 요인은 야당이 쌀 생산을 줄이는 정책을 폐지하자는 주장 때문이었다.

 

지난달, 신선식품 인플레이션은 쌀 가격이 81% 상승한 데 힘입어 19%나 치솟았다. 가계가 지출을 줄이면서 식품 및 기타 필수품 비용에 대한 불안이 일본 소비자와 경제에 부담을 주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전임자가 지난해 8월에 사임한 것도 주로 기본 상품의 비용상승으로 인해 대중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일본 농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쌀 농가의 평균 소득은 약 23,000달러였다. 그 수준의 소득으로는 젊은 농가의 유치에 충분하지 않아 쌀 농업은 급속히 고령화되고 매년 수만 명의 쌀 농업 관련 근로자가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일본 못지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시행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벼 재배면적 69만8000ha 중 11.5%인 8만ha를 전체 벼 농가를 대상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통계청의 국민 1인당 쌀소비량 감소에 있다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농축산부의 말대로 생산량보다 소비에 문제가 있다면 일방적으로 쌀 재배면적부터 줄이는 건 잘못일 듯하다. 오히려 품질이 뛰어난-맛있는 쌀을 생산하는 경작지를 늘리고 그들 농가에 높은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게 순리일 듯싶다.

 

쌀 소비가 감소하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쌀밥의 맛이 없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난 후 “인테리어에 투자하기보다 밥맛에 투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기호가 달라서 혹은 건강을 이유로 쌀을 피한다면 몰라도 최소한 흰 쌀밥의 맛이 월등하다면 안 먹을 이유는 없다.

 

맛있는 쌀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혹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논의 흙이 지력(地力)을 다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비료로 지력을 보충하고 농약으로 병충해를 예방하는 사이에 오히려 그로 인해 흙 속의 미생물이 사멸하여 쌀의 영양성분과 구수한 맛이 떨어질 수 있다.

 

밥맛 좋기로 유명한 일본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정확한 이유를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들보다 더 맛있는 쌀을 생산해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의 소비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김소영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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