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유해물질 이렇게 많아?”... 사각지대에 노출된 아이들

  • 등록 2024.09.25 18: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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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개 초등학교 교실 1019개 제품중 43.6% PVC 검출 등 기준치 초과
교사들 89% 유해물질 기준 인지 못해...시민사회 ‘특별법 개정’ 공감대

 

아동·유아용품에서만 안전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 물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칠판과 게시판에서도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중금속(카드뮴, 납)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과 아름다운재단은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을 열고 유해 물질 사각지대로부터 안전한 학교만들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존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에는 학용품, 완구, 섬유제품 등 13세 이하 어린이가 주로 사용하는 품목 34개를 지정돼 있다. 지정 품목 이외에 기타 어린이제품으로 분류된 납(100mg/kg 이하), 카드듐(75mg/kg 이하), 프탈레이트 가소세(7종 합산 0.1%) 등 주요 유해화학물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되도록 안전 관리가 명시돼 있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분석팀장이 최근 3년간(2022~2024년) 분석한 어린이 교육환경 유해 물질 현황을 보면, 37개 교실 내의 1019개 제품 및 시설 조사 결과 전체 43.6%가 PVC(염화비닐수지) 재질이 검출됐다. 제품군별로 보면 교구류>가구류>내장재 순으로 검출량이 높았다.

 

특히 게시판과 각종 가구류에서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PVC가 기준 초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면 발암물질, 신경독성물질, 내분비계교란물질 등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물질 다량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인자 분석팀장은 “3년간 유해물질 오염원을 바탕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환경표지인증 및 KC마크 제품 위주로 7개 교실의 제품과 시설에 교체작업 실시한 결과, 실내먼지 중 유해물질 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아직도 안전기준이 없는 교구류 등이 많아 학교 자체적으로 유해물질에 대한 관리가 필요할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각지대 없는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발제한 배성호 서울 송중초등학교 교사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개정을 통한 안전기준 강화를 위해서는 내장재를 포함한 시방서만 바꿔도 된다”며 “하지만 우리는 PVC가 사용된 제품의 그 유해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정보는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학교와 학부모에게 알 권리 차원의 제품 선택권을 보장하는 아주 작은 것부터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 조현희 정책실장은 ‘학교 유해물질 실태와 법 개정 필요성’과 관련해 초등학교 교사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 정책실장은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초등학교 교사 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 대전에서 근무하는 74.8%의 교사들은 ‘현재 근무하는 학교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지만, 교사들 약 89%는 유해물질 기준에 대해 인지조차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학교 유해 물질 문제에 대한 깊은 우려가 있는 만큼 철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ECO교실 만들기’에 참여 중인 학부모 정소라 씨는 “현재로서는 학교 제품에 대한 안전성 정보를 확인할 길은 없다”며 “아이들이 머무는 학교 곳곳에서 사각지대가 발견되고 있는 만큼, 정보 공유와 함께 안전지대를 만들어 나가는 데 학교 관리자 뿐 아니라 정부을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논의 방향을 제언하기도 했다.

 

진정환 변호사(민변교육위원회)는 “교구가 어린이전용 제품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개정의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범위설정의 난점을 해결해야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안전인증제도의 적용범위 확대를 통해 공동 안전조사 기준을 넓혀나가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앞서 장철민 의원은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초등학교 교실은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장시간 머무는 공간임에도 교구 및 물품이 안전성 조사 및 위해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이에 개정안은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에 ‘교구 등에 관한 특례’ 조항을 신설해 초등학교 교구 및 물품에 대해서도 안전성 조사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장철민 의원은 이날 “안전사각지대를 해결해 나가는 건 국회의 중요한 책무”라며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제도를 정비해 실직적으로 어린이의 안전과 건강이 보호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사)일과건강,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심승수 기자 sss23@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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