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심은 '특허나눔', 807명 채용·1169억 매출로 꽃피다

  • 등록 2024.12.02 19: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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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무상이전 기술 나눔 제도'... 중소기업 성장에 밑거름
삼성 시작으로 39개 기업 참여 확대... 16,765건 기술 이전

 

축제 분위기였죠. 대기업이 노력해서 일군 특허인데 중소기업에 나눔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지난 달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2024년 산업부-삼성전자 기술나눔 행사’에 참여한 ㈜디엔지니어 박명호 대표의 말이다. 이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총 128건의 특허 기술을 85개 기업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2013년도부터 시작된 특허기술 나눔은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특허나눔 행사를 통해 지금까지 총 39개 기업이 16,765건의 기술을 제공했다. 이 중 3,544건의 기술은 1,802개 중소·중견기업에 무상으로 이전됐다. 이를 통해 186개 기업이 1,169억원의 매출, 생산비용 56억 절감, 신규인력 807명 채용 등의 성과를 일으켰다.

 

동반성장, 상생협력의 모델로 자리매김한 특허나눔이 중소기업의 성장 밑거름으로 쓰여 대한민국 경제를 튼튼히 하고 있다. 이 상생의 씨앗은 처음 삼성전자가 심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장애인 관련 26개 특허를 국내 기업 최초로 산업부에 기부함으로써 '무상이전 기술나눔 제도'가 시작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대기업과 공기업 등이 보유하고 있는 미활용 특허를 중소중견기업으로 이전 및 사업화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가 2012년 장애인 관련 26개 특허를 산업부에 기부함으로써 이 제도가 시작되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후 다른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지금은 포스코, 현대기아차, LG화학,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 고려대, 한국공학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산학연이 특허 무상 이전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처음 특허기술 나눔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회사는 ‘상생추구·정도경영’이라는 핵심 가치 아래 다양한 상생협력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지속성장이 가능한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 노력의 일환으로 회사가 미활용하는 기술을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나눠준 특허기술들은 국내 다양한 중소기업에 큰 힘을 주고 있다.

 

지난달 특허나눔을 받은 특수목적용 기계 제조업 기업 ㈜디엔지니어(대표 박명호)는 삼성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장치에 대한 특허를 양도받았고, 이 기술을 자사가 특허출원한 자동차 촬영 스튜디오 하드웨어 장비에 접목시킬 계획이다.

 

박명호 대표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수여받은 특허 기술은 우리의 주요 연구 분야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혁신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허 이전 소감에 대해선 “이번에 받은 특허에 대해 알아봤는데 이 기술 개발을 위해 삼성에서 몇 년 동안 치열하게 연구했더라. 이런 귀한 특허를 양도받게 되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ICT 기반 자동화 솔루션 제공 전문기업인 테스프(대표 윤준혁)는 삼성전자로부터 ‘객체 데이터를 공유하는 로봇 장치 및 공유방법’ 기술을 이전받았다. 이 기술은 센싱 데이터를 다른 로봇들과 선택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로봇 장치 및 센싱 데이터 공유 방법으로 로봇과 드론에 적용된다.

 

테스프 윤준혁 대표는 “우리는 이미 로봇과 드론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니터링 및 제어 가능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인수받은 특허를 통해 물류산업, 제조산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도시를 플랫폼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의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산업현장에선 성과로 이어져

 

이미 삼성전자 특허를 받아 사업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도 있다.

 

㈜플랙스는 2021년에 삼성전자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통해 소외된 미취학 아동과 시니어를 위한 AI멘탈케어솔루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동과 고령자가 가정에서 비대면 심리검사와 상담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초기 심리검사의 이용 문턱을 낮추고 심리검사지와 개인의 감정 표현 데이터 분석, 심리상태 변화에 따른 우울증과 ADHD 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는 기술력이 집약됐다.

 

플랙스는 지자체와 협업하며 2021년에는 인천광역시 내 거주하는 1000명의 아이들에게 심리케어 사업을 진행했고, 22년에는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24개 교육기관에서 실증사업을 벌여 100여 건의 우울증과 ADHD 위험군을 조기 선별해 솔루션 적합성을 검증받았다.

 

플랙스 윤순일 대표는 특허 이전 소감에 대해 “삼성전자의 특허기술 나눔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을 빠르게 채택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2019년도 삼성전자의 파노라마 촬영방법을 기술 이전 받은 비지트(대표 조용원)는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를 활용한 실시간 지도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기업이다. 비지트는 삼성전자의 기술 이전을 통해 폰 기반 지도제작 기술을 개발했고 현재는 한국 외에 싱가포르, 일본, 홍콩, 태국, 베트남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지트는 지난해 매출 4억원, 신규특허 7건을 기록해 벤처기업협회에서 '2023 우수벤처기업'에 선정됐다. 

 

조용원 대표는 “지도 플랫폼 업체들과 경쟁이 아닌 협업의 관계로 3차원 이미지를 빠르게 확보하여 향후 자체 지도 서비스가 가능하게끔 준비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아시아 전역으로 라운드픽 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지역을 다각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특허 이전은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 기술개발을 위한 비용과 시간단축, 검증된 기술을 통해 중소기업 사업에 도움이 된다”며 “최근 5년 간 기술 나눔 수혜기업 성과분석 결과 개발 기간은 평균 2.1개월 단축, 생산비용 1180만원 절감, 매출액은 평균 2.5억원 증가 등 성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첨단로봇, 반도체, 헬스케어 등 초격차·신산업 분야 357건 기술을 공고하여 이전 기업을 확정할 예정”이라면서 이와 더불어 “내년에는 공공연구기관의 기술나눔 참여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지적재산권경상학회 조대명 회장(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기업의 특허나눔 활동에 대해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중소기업의 새로운 기회 창출을 위한 기회라고 의의를 밝혔다.

 

조 회장은 “중소기업은 자본력과 고급인력 확보에 있어서 취약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대기업의 특허 나눔이 이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며 “전통적 제조업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종속관계가 아닌 서로 윈윈하는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는데 특허 나눔이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조대명 회장은 “현재 우리 중소기업이 많이 어렵다. 그렇기에 더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전략이 필요하다. 자본력, 우수 인력에 대한 취약성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에 특허나눔을 넘어 우수한 인적자원 나눔으로 확대 발전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은주 기자 kwon@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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