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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發 ‘트럼프주의’에 요동...킹달러·비트코인 쏠림현상

원·달러 환율 1400원 경신...“트럼프 폭주 우려에 투자자 불안 심리 작용”
비트코인, 코스피 시총보다 220조 많아...“美 규제 정책에 따라 변동성 커”
IRA·칩스법 폐기, 관세 부과 불확실...“반도체·배터리, 기술력으로 증명해야”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암호화폐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르고 상승하고, 외환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폐기 우려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원·달러 환율’ 2022년 이후 첫 1400원 돌파... 미국은 ‘달러 딜레마’

 

12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상승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400원 선을 재돌파했다.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5분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6.0원 오른 1,400.7원을 기록하고 있다. 종가 기준 1,400원을 웃돈 것은 지난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금리를 떨어뜨려 수출 확대를 꾀하려는 미국 정부의 바람과 달리 세계 금융시장은 ‘강(强)달러’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어 ‘달러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한층 뚜렷해진 달러 강세가 주변국의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나며 시황이 부진하지만, 미국 증시는 ‘트럼프 트레이드’를 바탕으로 사상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간밤에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나스닥 지수 등 3대 지수가 나란히 최고가를 새로 썼다.

 

국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강달러 유지 속 트럼프 정권의 정책 유동성에 초점을 맞췄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트레이드가 연일 이어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외환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며, “트럼프 당선 이후 감세 연장과 규제 완화 기대로 미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어 투자를 위한 환전 수요가 꾸준히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국 하원에서도 공화당 과반 확보가 유력해지며 ‘레드 스윕(공화당의 상하원 장악)’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며 “향후 이러한 시장 변화는 글로벌 경제 및 정치 이벤트를 고려하면 경제 지표와 중앙은행 정책 발표에 따라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형주 LG경영연구원 통상담당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이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달러로 유입되면서 강달러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면서 “앞으로 트럼프 집권 이후 행정부에 누가 기용되느냐에 따라 환율 정세가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가상화폐 파죽지세...비트코인 급등의 ‘빛과 그림자’

 

무엇보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9만 달러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가상화폐는 업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던 바이든 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 정부는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급등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이날 오후 4시 27분(서부시간 낮 1시 27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0.98% 급등한 8만8,413달러(1억2,389만원)에 거래됐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7.30% 올라 3천367달러에 거래됐고, 솔라나는 7.54% 오른 221달러를 나타냈다.

 

전날 처음 8만 달러선에 오른 비트코인은 이날 사상 처음 8만5,000 달러선을 돌파한 데 이어 사상 최고점을 8만8,000달러대까지 끌어올리며 9만 달러선을 바라보고 있다.

 

비트코인 시총을 원화로 환산(환율1401.3원)시 2407조4334억원이다. 이미 국내 코스피 시총(2062조9987억원)을 뛰어넘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전 세계 가상자산 시총은 3조달러(약 4203억원)을 넘어서면서 코스피의 2배에 달한다.

 

영국 투자 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은 “트럼프가 가상화폐에 올인하겠다는 그의 약속이 비트코인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며 “미국을 세계 최고의 가상화폐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메시지가 비트코인 거래자들로 하여금 완화된 규제 환경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계속해서 유입되면서 향후 비트코인 가격 전망도 긍정적이다.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일부 분석가들은 가상화폐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본다”며 “비트코인이 연말까지 10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비트코인을 넘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상승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과 공약이 제대로 이행될지 여부는 미지수이기에 무리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김형주 수석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은 틈새시장이기 때문에 강달러 기세와 달리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트럼프 정권이 가상화폐 관련 규제 정책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美 증시 ‘트럼프 랠리’ 지속...국내 증시 ‘방산주-반도체주’ 희비

 

1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주요 지수를 살펴보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9%가 오른 4만4293.1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10%가 상승한 6001.35, 나스닥(NASDAQ)지수는 0.09%가 오른 1만 9303.57에 장을 마감했다. 트럼프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에 따라 상승 흐름을 탄 가운데, 테슬라 주가는 이날도 8% 더 상승해 일중 최고가인 358.64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업종별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럼프 트레이드 수혜주로 방산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 한화시스템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종은 트럼프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폐기와 관세 부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주가는 이틀째 7% 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정책 불확실성에 2차전지주로 분류되는 삼성SDI는 6거래일째 하락하며 주가가 20% 넘게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5일 이후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에코프로그룹주들은 10% 넘게 떨어졌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체제에선 칩스법 중단 및 축소 우려가 있으며, 현실화 시 미국에서 한국 기업의 반도체 투자가 위축되고 현지 공장의 정상 가동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승진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테마 ETF' 종목을 언급하며 "트럼프 2.0 시대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의 장기화 전망과 방위비 재배분 가능성, 주요국 중심의 국방비 예산 증가 추세는 쉽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혜를 볼 수 있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방산 기업 등 방산 ETF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산업 전반의 위기 상황에 대해 “새로운 질서가 온다고 하더라도 결국 반도체에서는 무엇보다 기술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기회를 되찾기 위해서는 결국 기술력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자구책을 마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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