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하이오 파이크 카운티 옛 우라늄 농축시설 인근...제염 완료 여부 쟁점 - 340억 달러 LNG발전·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美 에너지 패권 전략과 맞물려 - 동맹 자본으로 에너지 인프라 확충하는 미국...韓도 ‘타산지석’ 삼아야 일본 정부가 대미투자펀드를 통해 340억 달러(약 48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에 나선 가운데, 첫 사업지로 선정된 오하이오주 파이키턴 일대가 과거 핵시설 부지 인근이라는 점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된 사업 부지는 오하이오주 파이크 카운티에 위치한 파이키턴 인근이다. 이곳은 1953년부터 2001년까지 가동된 포츠머스 가스확산 우라늄 농축시설(Portsmouth Gaseous Diffusion Plant)가 있었다. 해당 시설은 냉전기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연관된 농축 활동이 이뤄졌던 곳으로, 현재는 미 에너지부(DOE) 주도로 단계적 제염·해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일본은 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포츠머스 파워드 랜드 프로젝트(Portsmouth Powered Land Project)’를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정하고,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겨냥한 LNG 발전소 건설에 합의했다. 미 상무부 팩트시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자회사가 333억 달러를 투입해 발전소 건설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25년 9월 보도에서 해당 부지의 정화 작업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점을 지적했다. 토양·지하수 오염 잔존 여부, 장기 정화 비용, 책임 분담 구조 등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다. ◇ 냉전의 유산 위에 세워지는 “AI 데이터센터와 LNG 발전소” 오하이오 파이키턴은 냉전기 미국 핵산업의 상징적 공간이었다. 시설 가동이 중단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전체 제염 완료 시점은 여전히 장기 과제로 분류된다. 미 에너지부는 단계적 정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지역 주민단체들은 지하수 오염과 해체 방식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LNG 발전소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기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상징성이 크다. 과거 핵산업의 유산 위에 미래 디지털 산업 인프라를 세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실제 방사능 위험의 절대치’보다 정화 완료 여부와 책임 구조의 투명성이다. 미국 환경법 체계상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지만, 현실에서는 장기 소송·비용 분담 협상·사업 지연 가능성이 뒤따를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환경 리스크가 곧 재무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다. ◇ LNG·원유·핵심광물...美 에너지 패권 확장 행보와 셈법 이번 사업은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다. 일본은 오하이오 LNG 발전 외에도 텍사스 원유 수출 인프라, 조지아 핵심광물 가공시설 등 복수 사업을 묶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해 온 ‘미국 에너지 패권’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셰일가스·LNG 수출 확대,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동맹국 자본을 유치해 자국 내 에너지·산업 인프라를 강화하는 구조다. 즉 미국은 기술과 부지를 제공하고, 동맹은 자본을 제공하는 방식의 ‘전략적 자본 동맹’ 모델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 포츠머스 '방사능 수치'가 대미투자 앞둔 한국에 던진 질문 이번 쟁점은 단순한 환경 논란을 넘어, 동맹 간 비용 분담과 전략 산업 패권 경쟁의 교차점에 놓여 있다. 한국 역시 미국과의 에너지·반도체·AI 협력 과정에서 대규모 금융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이 확정된 상황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한국이, 유사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점검해야 할 핵심 항목은 △ 사전 환경실사(DD)의 범위와 공개 수준 △ 계약상 오염 정화 책임 귀속 조항 △ 장기 정화 비용 발생 시 손실 분담 구조 △ 공적 자금 투입 시 정치적 책임 관리 방안 등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경제프로그램을 이끄는 필립 럭은 최근 토론회에서 “일본이 가장 먼저 대규모 실질 투자를 단행하면서 다른 동맹국에도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 협력의 문제가 아니라, 동맹 내부의 ‘기여 경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의 대미투자금 48조원은 단순한 해외 발전 프로젝트 비용이 아니다. 이는 동맹 체계 내에서 자본이 어떻게 배치되는지, 그리고 환경·법적 리스크가 어떻게 분담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현 시점에서 한미일 경제·안보 동맹은 굳건하다. 하지만, 에너지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누가 어떤 비용을 부담하는가”라는 질문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결국 논란의 본질은 방사능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공개와 책임 구조의 투명성이다. 한국이 일본의 ‘대미투자 1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자율주행 실증도시’ 프로젝트가 전남 광주에서 본격화된다. AI 실증도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연구실 안에만 가두지 않고, 도시 전체를 거대한 실험실(Test-bed)로 삼아 실생활에 적용하고 검증하는 도시 모델이다 정부는 대규모 차량 운영을 통해 데이터와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고 3년 내 서비스 상용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027년 레벨4 수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도시 조성과 규제 합리화 및 R&D 지원을 전방위로 추진키로 했다. 국비 약 617억원도 편성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는 ‘AI 자율주행 실증도시, 기술을 넘어 서비스’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카카오모빌리티(kakao mobility)가 공동 주최했다. ◇ 자율주행 기술의 본질은 엣지 케이스(edge case) 자율주행은 데모 수준에서는 비교적 쉽게 구현할 수 있으나 실제 도로에 나가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즉 ‘엣지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다. 최준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의 본질은 이 '엣지 케이스'를 얼마나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엣지 케이스는 시스템의 작동 매개변수(operating parameter)의 극단(최대 또는 최소 한계)에서 발생하는 드물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문제를 의미한다. 최 교수는 “'엣지 케이스'는 사전에 완전하게 정의할 수 없는 통계적 개념”이라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유형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규칙 기반 접근 방식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AI 기반 접근은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도 일반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최근 자율주행 산업을 선도하는 테슬라(Tesla)와 웨이모(Waymo)는 대규모 데이터와 GPU 인프라를 활용해 성능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는 End-to-End 구조와 Mid-to-End 구조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어 왔다. End-to-End 구조는 인지부터 제어까지 하나의 신경망으로 연결해 전체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학습하는 방식이며, Mid-to-End 구조는 인지 모듈과 플래닝 모듈을 분리하되, 일부 단계에 AI 기반 모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최 교수는 "테슬라는 카메라 기반의 End-to-End 접근을 채택하고, 웨이모는 다중 센서 기반의 높은 인지 신뢰성을 확보한 뒤 AI 플래너를 결합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며 "기존 End-to-End 모델은 모든 엣지 상황을 데이터로 수집해 학습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어 대안으로, Vision-Language Model(VLM)을 활용한 추론 기반 자율주행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상황을 경험 데이터에로만 판단하지 않고 인과적 추론을 수행하는 인간과 같이 추론 능력을 자율주행 시스템에 도입하게 된다면, 데이터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엣지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다만, "국내에서 단일 기업이 글로벌 수준의 AI 프론티어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될 것"이라며, "대학에서는 AI 모델을, 기업에서는 상용화와 사업화를 담당하는 협력 모델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자율주행 산업, 데이터 기반 E2E(End-to-End) 모델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 최근 자율주행 산업은 기존의 룰 기반(Rule-based) 체계를 넘어 데이터 기반 E2E(End-to-End) 모델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 중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서울의 고밀도 도심의 실증 경험과 광주의 대규모 실증을 결합해 데이터 휠을 구축하게 되면, 국내 기업도 E2E 기반 자율주행 시장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미래플랫폼경제연구소 소장은 “해외에서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국내 역시 본격적인 전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 확산 사례는 자율주행 기술이 단순 기술 실험 단계를 넘어 소비자 경험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이는 과거 스마트폰 생태계를 재편한 ‘아이폰 모먼트’와 유사한 산업 구조 재편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피지컬 AI 조직을 신설해 E2E 기반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한 그는, 데이터 격차 해소의 현실적 방안으로 데이터 파이프라인 자동화와 택시 네트워크 기반 대규모 데이터 확보를 꼽았다. 그러면서 시나리오 생성 자동화, 데이터 학습-재학습 순환 구조 확립 등과 함께 택시 차량에 센서 키트 탑재를 제안했다. 김 소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0여 년간 축적한 플랫폼 역량을 기반으로 한 수요 예측 모델과 배차·매칭 알고리즘 및 내비게이션 기반 자율주행 전용 라우팅 등을 통해 서비스 운영 상용화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광주 실증 정책은 SDV 200대 지원, GPU 기반 컴퓨팅 인프라 제공. GPU 기반 컴퓨팅 인프라 제공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구역형 대규모 실증 역량 확보와 데이터 규제 패러다임 전환 등의 사안 등에 대한 추가 검토를 제언했다. ◇기술적·제도적 가능성 충분한지 검토가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이동민 대한교통학회 수석부회장(서울시립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은 “최근 중국 우한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가 상용 운영되면서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위기감이 존재한다"며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가 자율주행 시장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차량은 우리가 생산하고 핵심 소프트웨어는 해외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며 "이런 점에서 광주 실증도시에서 200대 규모의 자율주행 차량이 동시에 운영되는 계획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반겼다. 또한 “광주는 서울과 같은 대규모 도시가 아니고 실증 경험도 많지 않은 도시인만큼, 이러한 실증 경험이 향후 서울 등 대도시로 확장될 수 있을지, 기술적·제도적 전이 가능성이 충분한지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실증 1~2년 지속되면 논의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서비스’로 이동 초기는 기술과 데이터 확보가 과제지만, 실증이 1~2년 지속되면 논의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서비스’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수영 현대자동차그룹 모빌리티사업실 상무는 “현재 자율주행 실증의 출발점은 기술"이라며 “다만,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가 보다는 그 기술이 시민들에게 어떤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며 “차량 운행을 통한 데이터 축적과 데이터 기반 기술 고도화, 그리고 고도화된 기술의 안전성 확보 등 상용 서비스 전환 등의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율주행 상용화에 기술과 제도뿐 아니라 시민 수용성이 결정적 변수"라고 짚으며 ”역사적·사회적 의미가 큰 도시 광주는 단순한 실증도시를 넘어 상용화 모델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과 AI 분야에서 앞서고 있지만 우리가 지금 시작하게 된다면 결코 늦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정석원 엔비디아코리아 엔터프라이즈 전무는 "광주는 도심·교외 환경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다양한 주행 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라며 "여기에 가상 데이터 생성 기술과 시뮬레이션 환경을 결합하게 되면 눈·폭우 등 다양한 상황까지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2~3년간 AI 모델 효율성이 급격히 향상되며 200대 규모의 실증 차량이 과거 2만 대 수준의 학습 효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자율주행은 더 이상 기술 경쟁만의 영역이 아니라 데이터, 플랫폼, 완성차, AI 기업, 지자체가 함께 협력하는 생태계 구축이다. 광주 실증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한국이 자율주행 상용화 경쟁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 실증 ...전국 확산 모델의 출발점 삼아야 정상준 엔비디아코리아 솔루션 아키텍트 상무(기술 엔지니어)는 “5년 전부터 여러 국가가 자율주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고, 일부 국가는 훨씬 이전부터 준비해왔다"며 "광주 실증도시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정확한 출발선을 밟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며 자율주행 산업의 핵심 과제로 ‘속도’와 ‘안전’을 동시에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야 하는 상황이이나 자율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안전”이라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보일 수 있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는만큼, 정부가 단순한 규제 기관을 넘어 대한민국 기술 발전을 돕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확대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규제·실증 공간이 핵심...국정과제로 속도 이어진 토론에선 광주 자율주행 실증사업과 관련해 지역 주관 기관이 ‘속도감 있는 범정부 지원과 데이터 거버넌스 정립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진 광주미래차모빌리티진흥원장은 “200대 실증, 선택과 집중으로 국가 표준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 광주 실증은 도시 단위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국가적 도전인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내고 이를 전국 표준 모델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국내 자율주행이 뒤처진 원인을 분석해 보니 핵심은 규제와 실증 공간이었다”며 “광주가 도시 단위 실증을 제안하고 국토교통부 주요 사업 및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예산을 반영했지만 추가 비용과 전문 인력 확보 등 문제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전면에 나서 쟁점 사항을 리스트업하고 일정 관리까지 총괄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1,000대 규모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원장은 분산 배치보다 ‘집중 전략’을 강조했다. 200대씩 여러 지역에 나누기보다는 한 곳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표준화해 타 도시로 확산하고, 나아가 수출 모델로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김 원장은 "현재 3개 사업자 공모가 진행 중인 가운데 데이터 관리 체계도 주요 쟁점인데, 공동 데이터의 수집·처리·관리 주체를 명확히 하고, 지역이 데이터 거버넌스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밀지도, 관제센터, 데이터 플랫폼 등 실증 인프라를 사업 종료 후에도 지속 활용 가능한 ‘공공재’로 운영할 필요가 있고,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수용성 확보도 필수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람이 낸 사고에는 관대하지만 기계 사고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자율주행에 대한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 택시·화물 업계와의 상생 방안도 중요하다. 요금의 일부를 사회적 기금으로 조성해 업계와 상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것”을 제언했다. 임월시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정책과 과장은 “자본·시간·데이터 열세를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실증도시”라며 “3년간 기술 실증을 거쳐 서비스 상용화 단계로 전환하겠다”고 자율주행 실증도시 추진 배경과 향후 로드맵을 설명했다. 임 과장은 “미국과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이미 상당한 수준의 데이터를 축적했다. 한두 대 차량으로는 기술 고도화가 불가능하다"며 "대규모 차량 운영을 통해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기술 격차를 줄이는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광주는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GPU 인프라가 전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수준”이라며, 엔비디아 기반 연산 생태계와 결합할 경우 데이터 학습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과장은 지역 주민과 택시업계의 수용성도 강점으로 꼽았다. 과거 차량 호출 서비스 논란과 달리, 업계가 위기 인식보다는 ‘비즈니스 모델 전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시장 분위기도 전했다. 광주 실증은 3개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1~2년 차에는 대규모 데이터 축적 및 기술 고도화, 3년 차에는 완전 무인화 수준 시연 및 서비스 실증 전환이다. 이번 1단계에 투입되는 200대 차량은 자율주행 승용차다. 정부는 향후 △택시 △장애인 이동지원 △관용·공유 차량 등 다양한 서비스 모델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임 과장은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 체계에서는 기업들이 자율적 실험을 하기 어렵다”며 “광주 전역을 규제 샌드박스화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율주행 특화 보험 상품 개발을 병행해 사고 발생 시 스타트업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완화하고,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자율주행 보험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3년 뒤에는 생활 체감형 자율주행 서비스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광주에서 구현될 것”이라며 “이번 실증이 대한민국 자율주행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광주가 자율주행 실증도시 테스트 베드로서의 역할을 원활하게 해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사전에 짚어야 할 문제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정부는 올해 1월, 전남 광주를 국내 최초의 '도시 전체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지정했다. 특정 구간이 아닌 도시 전역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자율주행차 200대를 광주 도심 전역(주택가, 지하차도 등 포함)을 24시간 운행할 예정이다. 초기에는 안전관리자가 탑승하는 유인 주행으로 시작하며, 기술 검증을 거쳐 점차 완전 무인 주행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월요일인 23일 아침 기온이 하루 사이 5∼10도가량 큰 폭으로 떨어지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 영하권의 '반짝 추위'가 찾아오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7∼3도,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예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겠다. 중부 내륙과 전북 내륙, 경상권 내륙은 아침 기온이 -5도 안팎에 머물겠다.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춥겠다.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오후부터 가끔 구름이 많겠다.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 등에서 발원한 황사의 영향으로 대기 질이 탁하겠다. 미세먼지 농도는 인천과 강원 영동, 충남이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보통' 수준으로 예상된다. 수도권과 강원 영동은 오전에, 충청권은 낮 동안 잠시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겠다. 강풍특보가 내려진 강원도와 경북권, 일부 충북, 부산·울산은 오전까지 바람이 순간 초속 20m 안팎(산지 초속 30m 안팎)으로 매우 강하게 불겠다. 서울과 일부 경기 북부 내륙, 강원 산지·동해안, 전남 동부, 경상권, 일부 충북에는 건조특보가 발효됐으니 화재 예방에 유의해야겠다. 바다 물결은 동해·서해 앞바다에서 0.5∼3.0m, 남해 앞바다에서 0.5∼1.5m로 일겠다. 안쪽 먼바다(해안선에서 200㎞ 내의 먼바다) 파고는 동해 1.0∼5.0m, 서해 0.5∼3.0m, 남해 0.5∼3.5m로 예상된다.
대통령경호처는 22일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엑스레이(X-ray) 위험물 검색 기법’이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미국 특허로 등록된 것은 엑스레이 장비를 활용해 황산·염산이나 폭발물 등을 검색하는 기술, 또 이를 인공지능화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기법 등 두 건의 국유특허다. 경호처는 이 기술들에 대한 국제적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특허청에 특허를 신청했으며, 약 3년간 심사를 받은 끝에 특허를 획득했다. 이를 계기로 해당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경호처는 내다봤다. 경호처는 위험물 데이터를 사전 학습한 AI가 검색 대상물을 자동으로 판별, 검색 요원에게 실시간 경고를 제공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황인권 경호처장은 “현재 검색 업무가 현장 요원의 경험과 숙련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계를 과학기술로 극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 기법의 현장 도입과 고도화를 통해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황 처장은 이어 “우리 영토 내 위험물과 금지 물품의 반입을 차단하려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관련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다량 누설한 혐의로 전직 직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LG에너지솔루션 전 직원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2021∼2022년 회사의 이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16건을 불법 촬영하고 자문 중개업체를 통해 유료자문 형식으로 영업비밀 24건을 누설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A씨가 촬영·누설한 영업비밀 중에는 국가핵심기술도 포함됐다. 회사가 영리목적 자문행위를 금지하자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 정보를 이용해 차명으로 자문했다는 공소사실도 인정됐다. A씨는 “촬영한 자료들은 모두 경제적 유용성이 없거나 이미 공개돼 있고 일부는 보안등급도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촬영한 자료들은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고, 회사에서 비밀로 분류해 관리하는 자료로 판단된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안한 국가핵심기술 내지 영업비밀을 부정하게 취득하거나 무단 유출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국내외에 누설했다”며 “회사의 감시와 규제를 피해 차명 유료자문도 했기 때문에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다만 A씨가 20년간 성실히 근무하며 회사에 기여한 점, 유출한 영업비밀이 회사의 기술 경쟁력을 단기간에 현저히 침해할 만한 정보는 아닌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사정으로 고려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9월 A씨의 범행과 관련한 제보를 받고 내부 조사를 통해 10월 그를 해고했다.
다주택자들이 시중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이 최근 3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다주택자(2주택 이상 보유 개인) 주담대 잔액은 1월 말 기준 36조46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주택자 주담대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2023년 1월 말(15조8565억원)과 비교해 약 130%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전체 주담대 잔액이 513조원대에서 610조원대로 약 2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다주택자 주담대는 2022년 말 15조4202억원 수준에서 2023년 초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이후 빠르게 불어났다. 당시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수도권까지 주택시장 침체 가능성이 확산되자,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시장 연착륙을 유도했다. 그 결과 다주택자 주담대 잔액은 2023년 말 26조688억원, 2024년 말 38조428억원으로 매년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후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강화되고 은행권이 다주택자 대출 한도를 재차 조이면서 지난해 상반기 말에는 39조867억원으로 증가 폭이 둔화됐다. 특히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를 금지한 ‘6·27 대책’을 기점으로 잔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규 대출 유입이 차단된 가운데 기존 차주들의 분할 상환이 이어지면서 잔액이 36조원대로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의 기존 대출 문제까지 언급하며 규제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다주택자들의 기존 대출은 만기가 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라며 “집값 안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투자·투기용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19일에도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가하는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은 만기 연장 제한이나 대환대출 규제 강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다만 실제 만기 도래 규모는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단기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5대 은행에서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다주택자 주담대 잔액은 약 499억원으로, 1월 말 기준 전체 잔액의 0.14% 수준에 불과하다. 또 한 은행의 경우 다주택자 주담대 중 일시상환 방식 비중이 약 0.3%에 그쳐, 대부분이 수십 년 만기의 분할상환 구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향후 정책 방향에 따라 만기 연장·대환 조건이 강화될 경우, 다주택자의 유동성 관리 부담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을 규정짓는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특징이나 꼬리 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무리는 항상 움직인다. 집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사람들이 모인 회당에서는 내 성적일 수도 있고, 강세장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주식 투 자자가 약세장에서는 지나치게 신중할 수도 있다. 행동은 ‘만약 ~라면 ~일 것이다’라는 조건문과 같은 맥락에 더 가깝다. 어떤 상황이 되면 이런 생각의 흐름과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상황이면 전혀 다른 생각의 흐름과 행동을 보일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범주들이 오히려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셨으리라. 우리는 정신 활동을 지각, 추론, 감정, 욕망, 행동과 같은 범주로 나눈다. 이는 뇌의 모듈식 구 조와 잘 맞아떨어진다. 시각은 머리 뒤쪽에서, 추론은 앞 쪽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소용돌이의 집합체로 바라보면, 이 모든 다양한 정신 활동이 하나의 전체적인 과정의 일부로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여러분이 느끼는 감정은 여러분이 보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러분이 보는 것도 여러분의 느낌에 영향을 미친다
2026-02-21 윤영무 본부장 기자
최근 독일에서는 전기·가스 요금이 급등해 난방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차에 2월 11일자, 뉴욕타임스에서는 뜻밖의 기사를 실었다. '영국에서 굴뚝 청소부가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산업혁명기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직업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니..., 시대가 거꾸로 가는 것일까? 런던발 이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사람들이 전기 가스에만 의존하기 어려워지면서 벽난로와 목재를 사용하는 난로를 보조 난방으로 두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굴뚝 점검과 청소를 해주는 전문가의 수요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굴뚝 청소부는 예전과 같은 형태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집 위를 맴돌며 지붕 상태를 살피는 드론이나 굴뚝 내부를 살펴보는 CCTV 카메라, 그을음을 청소하는 산업용 진공장치 등 현대적 도구를 사용해 예전과 다른 기술 기반 형태의 직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굴뚝 청소업계 단체에 따르면, 회원 수는 2021년 약 590명에서 현재 약 750명으로 증가했다. 훈련을 받는 젊은 인력도 등장하는 등 업계 자체가 재부흥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20세기 후반 중앙난방의 대중
2026-02-20 윤영무 본부장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 국회의 법적 통과 부분을 빌미 삼아 합의한 완성차와 자동차부품 분야의 15%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우리만 지키는 한미FTA의 무용론도 그렇지만 예전의 미국이 아닌 신제국주의의 팽창이라는 측면에서 경제적 자유와 자주국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현실이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자주 실현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가일층(加一層) 필요하다는 뜻이다. 글로벌 위기가 닥치면서 WTO와 FTA는 물론이고 국제 사회의 균형추 역할을 하던 UN의 존립도 위기를 받고 있다. 합종연횡과 끼리끼리 뭉치는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제 사회 또한 현안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와 냉철한 판단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 번복되고 상황에 따라 적과 아군이 뒤바뀌는 시대. 강력한 독재 체제를 갖춘 강대국이 목소리를 내는 이러한 경향은 트럼프를 시작점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이러한 대표적인 강력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마음대로 글로벌 사회를 유린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와 같은 중견국은 바람 앞의 등불 상황이다. 수출은 앞길이 안
2026-02-19 편집국 기자
오늘날 사람들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가난과 실패가 아니라 남에게 “속는 것”인지 모른다. 속았기 때문에 가난하게 되고 실패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우리는 늘 사방이 사기와 속임수로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기사 한 줄, 통계 숫자 하나까지 의심의 대상이 된다. 남산에 올라 서울을 내려다보며 “어떻게 저 많은 사람이 다 먹고 살 수 있지요?”라는 질문에 고인이 된 한 정치철학자는 이렇게 답했다. “다 속고 속이면서 살아가는 거지요.” 씁쓸하지만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이다. 현대인은 속지 않으려 애쓰며 산다. 누군가의 의도를 간파하고, 숨은 이해관계를 추적하며, 거짓을 폭로하면서 지적 우월감마저 느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럴수록 피로는 깊어진다. 의심은 일상이 되었고, 신뢰는 점점 사치가 되어가고 있다.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1533~1592)의 회의주의는 흔히 “아무것도 믿지 말자”는 냉소주의로 오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 인식의 한계를 자각하는 겸손의 철학에 가깝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 그는 스스로 그렇게 물었다. 왜냐하면 인간의 이성이란 믿을 만한 도구가 아니라고 보았으니까. 우리는 감각에 의존해 세상을 인식하지만
2026-02-19 윤영무 본부장 기자
요즘 내 자신의 정치적 무관심이 조금 낯설다. TV를 켜도 신문 기사나 휴대폰 뉴스를 봐도 정치 뉴스는 건너뛴다. 분노도 없고 기대도 없기 때문인데 관심이 사라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한 결과를 보면서 문득 그 압도적 숫자는 정당정치의 성취가 아니라, 더 이상 질문받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신호처럼 읽히는 것이었다. 동시에 내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은 낙선자를 지지한 사람들의 표가 사표가 되어 그들의 정치적 의사는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절대 다수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선거가 과연 민주적일 수 있을까? 다수의 승리가 곧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패배한 선택들이 제도 안에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하는 구조라면, 선거란 참여를 독려하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무력감을 학습시키는 과정이 되지 않는가 이런 회의가 들었다. 이대로 가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정치의 토대였던 ‘정당’ 시스템이 머지 않아 무너지고 말겠다는 예감도 스친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정당보다 더 나은 제도가 있다는 확신은 없다. 정당은 여전히 민주주의의 핵심 장치이기 때
2026-02-18 윤영무 본부장 기자
강대국 정치가 익숙한 양상으로 돌아왔다. 미국, 중국, 러시아는 지역, 무역로, 정치적 동맹에 대한 특권적 주장을 다시금 내세우고 있으며, 종종 냉전 이후 시대를 규정해야 했던 법적 제약을 교묘하게 이용하거나 회피하고 있다. 지난 세기의 강요된 위계질서에 의해 형성된 국가들, 이를테면 인도, 브라질과 같은 국가들은 다양한 수준의 점령, 지배, 또는 외부의 제약을 경험해 왔다. 이들 국가는 통치 방식, 안보 문제, 개발 전략에서 깊은 분열을 겪고 있지만, 지배와 저항이라는 공통된 역사를 통해 다져진 정치적 문법을 공유하고 있다. 이 문법은 힘들게 쟁취한 자산이며, 쉽게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이들은 필사적으로 지켜내려고 할 것이다. 대륙을 넘나들며 동맹을 맺기보다는 양다리를 걸치고, 확고한 결단을 내리기보다는 상황을 살피고, 굴복하기보다는 거래적인 방식으로 협상하려 할 것이다. 또한, 무역을 다변화하고, 자금 흐름을 바꾸고, 대안적인 파트너를 발굴하며, 선택의 폭을 넓히고 그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리라. 이들에게는 공급망, 결제 시스템, 에너지 흐름, 데이터 네트워크, 식량 시장 등 모든 요소가 압력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차기 세계 질서는 아마도 안
2026-02-17 윤영무 본부장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고 새로운 국정 운영 구상을 발표한 후, 세계는 더 이상 ‘일시적 충격’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제 질서를 떠받치던 규칙과 관행, 금기와 합의가 하나둘씩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안보 동맹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며 신정(神政)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발사하며 냉전 이후 암묵적으로 지켜진 선을 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관통하는 인식은 분명하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세상은 끝나고 있으며, 이미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국제정치·경제 분야의 전문가 다섯 명에게 “다가오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 것인가”를 물은 뒤 이들의 답변을 종합해 혼돈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다섯 가지 기둥을 세웠다. 여기에 필자의 의견을 덧붙여 탈질서의 세계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 에너지가 다시 세계 질서의 중심이 되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목한 첫 번째 키워드는 ‘에너지’다. 이는 새로운 화두라기보다는 가장 오래된 문제로 귀환하는 것에 가깝다.
2026-02-16 윤영무 본부장 기자
창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예비창업자는 사업 아이디어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시장 내에서 차별화 가능한 요소는 무엇인지가 초기 논의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실제 경영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분명하다. 창업의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아이디어의 참신성이 아니라, 사업을 실행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설계된 준비의 깊이다. 새로운 사업화 추진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곧바로 ‘좋은 사업’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드물다. 고객은 예상보다 빠르게 비교하고, 경쟁자는 예상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움직이며, 거래 조건은 감정보다 계약과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 홍보에는 즉각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유통·플랫폼 채널은 수수료를 요구한다. 운영 과정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결제 시점은 지연되기 쉽고, 재고와 반품은 현금을 묶는 구조로 작 동하며, 사소한 운영상의 판단 오류가 곧바로 손익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예비창업자에게 가장 큰 제약 요인은 제한된 자금과 시간, 그리고 ‘처음 경험하는 사업 운영’에서 비롯되는 시행착오다. 유사한 아이디어로 출발한 사업 중 일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반
2026-02-13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