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뗀 지 20년이 넘는 사업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얘기다. 항만 시공 능력 1위 기업인 대우건설이 공기 내 공사 완료를 자신하고 나섰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의 반대 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며, 안전성과 경제성 부문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에서는 사업 철회 여부를 판단하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만큼 사업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결국 논란 속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점이 마뜩지 않은 상황이다. ◇ 현대건설 컨소시엄 당시부터 내리 6번 유찰 해당 사업은 2006년 12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의 일환으로 남부권 신공항 검토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김해신공항사업에서 가덕도신공항사업으로 바뀌었고 2021년에는 여야 합의로 ‘가덕도신공항 건설 특별법’까지 제정됐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으로 사업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지난해 주간사인 현대건설이 사업 탈퇴를 선언했다. 공사기간 84개월 안에는 완공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건설사들과 협의를 거쳐 공사기간은 106개월로 확정하고 재입찰을 진행했다. 공사비도 10조5000억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늘렸다. 재입찰 마감일인 지난 1월 17일 대우건설 컨소시엄만 응찰해 유찰됐고 지난 2월 6일 2차 마감에서도 대우건설 컨소시엄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3차 재공고 또는 수의계약 여부를 조만간 판단할 예정이다. ◇ 유찰되는 이유...능력 갖춘 시공사 드물어 경쟁입찰 어려워 가덕도신공항사업은 최근까지 총 6차례 유찰됐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네 차례 유찰이 있었고 이번 대우건설 컨소시엄도 두 차례 유찰됐다. 이에 대해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지난 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건설 컨소시엄 탈퇴 이후 롯데건설, 금호건설, 한화, 쌍용건설, 코오롱글로벌 등이 줄지어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며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은 굴지의 건설 사업자조차 사업을 포기할 정도로 난공사이며 안전성과 경제성이 크게 문제 제기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업계에서는 난공사임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난공사이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공사는 아니다”면서도 “유찰이 반복되는 이유는 초고난이도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건설사가 국내에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컨소시엄을 주도할 능력을 갖춘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 대우건설, 항만 시공능력 평가 1위...부등침하 없앨 해법 있다 수의계약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대우건설이 55%의 지분을 가지고 시공주간사로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사업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컨소시엄에는 HJ중공업 9%, 중흥토건 9%, 동부건설 5%, BS한양 5%, 두산건설 4%, 부산 및 경남지역 건설사 13% 등 총 19개사가 참여했다. 두산건설은 이번 2차 입찰에서 새롭게 합류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2년간 시공능력평가에서 토목분야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항만공사 분야에서는 3년 연속 1위로 평가됐다. 현재 사업비 5조원에 달하는 이라크 알포 신항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파제, 컨테이너터미널 안벽공사, 접속도로 등 관련 공사가 초연약지반에서 진행됨에도 부등침하를 성공적으로 제어하며 시공하고 있다는 게 대우건설 측 설명이다. 이밖에도 대우건설은 거가대로 침매터널 공사, 부산신항 서측컨테이너부두와 진해신항 남측방파호안, 진해신항 투기장호안공사, 동해신항 광석부두 현장 등 다양한 항만공사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특히 완공한 지 15년이 넘는 거가대로 침매터널은 아직까지 부등침하나 누수, 결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대우건설은 가덕도신공항과 비유되며 부등침하를 겪고 있는 일본 간사이공항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간사이공항은 연약지반이 두 개 층으로 돼 있지만 가덕도신공항은 한 개 연약지반이 있고 그 아래 암반층이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부등침하를 예방할 수 있는 공법으로 두 가지 대안을 도출했으며 부등침하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고 본다. 대형 건설사 한 곳만 참여해 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항만공사를 경험한 토목기술자 상당수가 당사에 경력직 채용 시기를 문의하고 있으며, 장비업계도 현장의 개설 시기와 장비 수요에 대해 문의하기 시작했다”며, “가덕도신공항 공사가 시작되면 106개월의 안정적 일감이 보장되기 때문에 관련 종사자와 업계의 관심이 높아 현장의 인력 및 장비 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 시민단체, 안정성·환경·경제성 위험 검증 없어...“선거용인가” 목소리도 공사의 성공적 완공과는 별도로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가 “가덕도신공항 부지는 조류 충돌 위험도가 무안공항의 수백 배에 달한다. 높은 조류 충돌 위험은 제거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서를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에 제출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23년 1월과 2023년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주2공항과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가덕도신공항의 연간 가능 조류 충돌 수(TPDS)는 4.79~14.74로 나타났다. 무안공항 TPDS 0.06의 80~246배에 이르는 수치다. 또한 가덕도신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는 0.006(원주공항)에서 2.9(인천공항) 사이인 국내 15개 모든 공항보다 더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서울행정법원에서는 국민소송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절차적 정당성과 안전·환경 위험성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현재 4차 재판까지 진행됐다. 조종사협회는 이 같은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사업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가덕도신공항 건설로 부산 경제를 일으켜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기자회견에서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유령이 안전, 환경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 등을 검증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안전·경제성·환경 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정치적으로 비화되는 모습도 감지된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결국 선거 논리다. 공항 지어야 표가 생기니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는 국회 입법을 통해 진행되는 국책사업인 만큼 사업 진행을 의무로 여기고 있다. 이같이 수많은 논란에 대해 홍복의 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 팀장은 “다양한 관련 기준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은 의견을 수렴해 차차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반도체는 글로벌 공급망이 거세게 재편되며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장기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반도체 밸류체인은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각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압력을 높이고, 설계–제조–패키징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은 지역별로 분절된 형태로 재정렬되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3460억 달러(한화 약 506조5786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18.9% 증가했다. 국가별 강점을 살펴보면 미국은 팹리스와 IP 등 설계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대만은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 생산) 중심의 제조 경쟁력을 공고히 한다. 중국은 대규모 투자로 전 영역에서 추격을 시도하고, 일본과 유럽은 첨단 패키징과 장비·소재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십 년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왔다. D램(DRAM)·낸드(NAND) 초미세 공정,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난도 기술에서 한국 기업은 양산 속도와 수율로 타국을 압도한다.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장기간 축적한 경험에 기반해 긴밀한 협력을 구축하고,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국산화에 속도를 내며 공급망도 안정화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 엔지니어 중심 ‘현장 기술력’, 정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세제 혜택, 인력 양성 등 국가적 지원이 이어진 결과다.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이 ‘설계–제조–패키징’ 전 영역으로 확장되며, 우리의 취약한 팹리스·IP 역량과 뒤처진 첨단 패키징 경쟁력은 리스크로 불거지고 있다. K-반도체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조’를 넘어 밸류체인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금이 AI메모리를 통해 메모리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할 때”라고 강조한다. ◇메모리 강국의 그림자...설계·IP 취약성과 공급망 리스크 부상 한국 반도체 밸류체인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설계와 IP(Intellectual Property, 설계자산)’ 분야다.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AI·자동차·모바일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흐름과 대비된다. 핵심 IP와 설계 자동화 툴(Electronic Design Automation, EDA) 역시 ARM, 시놉시스, 케이던스 등 해외 기업 의존도가 높아, 국내 생태계가 독자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국내 팹리스 산업은 스타트업·중견기업 중심으로 자본 조달 어려움과 인력 부족, 글로벌 시장 진입 장벽 등이 성장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고성능 AI 칩과 차량용 반도체처럼 기술 난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대규모 R&D 투자와 IP 축적이 필수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감당할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 설계 인력 양성 속도도 느려 전문인력 확보도 힘든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설계·IP 생태계의 취약성은 제조 강점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진다. 설계 역량 강화 없이는 K-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도 지속되기 어렵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장비·소재’ 분야에서는 EUV 포토레지스트, 특수가스, CMP 슬러리 등 일부 핵심 소재에서 국산화가 진전되며 공급망 안정성도 강화되는 추세다. 제조 생태계 전반의 기술력과 생산 효율성은 여전히 세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반도체 제조 부문을 보면 메모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초미세 공정·HBM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파운드리에서는 TSMC에 뒤처지지만, 삼성전자가 GAA 기반의 차세대 공정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리며 기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외부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일본·대만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 강화로 한국 제조 경쟁력은 지정학적 압력과 정책적 변수가 더 커지고 있다. 기술력에 관계 없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의 제조 우위가 언제든 흔들릴 수도 있다. ◇공급망 재편의 한가운데 선 한국 반도체...초격차 유지의 조건 AI와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고성능 컴퓨팅)가 주도하는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 ‘패키징’이 새 승부처가 되고 있다.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칩을 하나로 묶는 칩렛 구조와 3D 패키징 기술이 부상하며 후공정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미국과 대만은 이미 첨단 패키징 클러스터 구축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나서지만, 한국은 제조 강국임에도 메모리·파운드리 중심의 산업 구조가 패키징 경쟁력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며 AI 반도체 시대에 필요한 통합 기술 역량에서 뒤처질 위험도 제기된다. 제조에서 확보한 강점을 패키징으로 확장하지 못한다면, K-반도체의 경쟁 우위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가속화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위치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칩스법(CHIPS Act)을 통해 자국 내 생산·첨단 패키징 투자를 강화하고, 일본·대만은 국가 주도로 패키징 클러스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중국은 보조금을 뿌려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며 독자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이처럼 주요 국가가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가운데 우리가 기존 ‘메모리 중심 국가’에 한정한다면 글로벌 밸류체인 내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한국이 설계–제조–패키징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전략을 구축하면, 메모리 초격차와 축적된 제조 역량에 기반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인력·투자·정책의 통합적 국가전략이 뒷받침된다면, K-반도체는 공급망 재편 파고 속에서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국의 메모리 초격차는 ‘투자-기술-공정-생태계-인력’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다. 반도체 산업의 세계적 변화 추세 속에서 초격차를 설계와 패키징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가 K-반도체의 차기 과제로 꼽히고 있다. ◇‘종합 반도체 국가 전략’이 K-반도체의 미래를 결정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메모리 분야에서의 우위에 자만하지 않고, 밸류체인 전체의 균형적 강화를 추구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HPC 중심의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며 밸류체인 가화가 새로운 생존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강화해야 한다. 첫째, 설계·IP 생태계 강화로, 팹리스 기업의 성장 기반을 확장하고, EDA·IP·인력·투자 생태계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 둘째, 제조 초격차 유지와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로 GAA(Gate-All-Around, 트랜지스터 채널 4면을 게이트가 둘러싸 전류 제어를 강화해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구조), EUV, HPC 공정 등 차세대 기술에서 선도권을 확보해야만 제조 강국의 지위를 지킬 수 있다. 셋째, 첨단 패키징 역량 강화로 칩렛·3D 패키징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가 차원의 패키징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설계–제조–패키징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내는 ‘K-반도체 종합 국가 전략’은 단순히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패러다임 전환이다. 기술·인력·투자·정책 통합의 국가적 로드맵 없이는 공급망 재편의 파고를 넘기 어렵다. 반도체 밸류체인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적 전환이 K-반도체의 다음 10년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메모리 분야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메모리 중심 AI’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연구기관 전문가는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의 역할이 단순 저장을 넘어 연산과 지능 기능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는 만큼, 한국이 AI 메모리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공정, 설계 툴, 재료 등 핵심 요소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자와 통화한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반도체와 CPU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팹리스가 설계한 칩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실증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우리 기술 수준이 아직 낮더라도 꾸준히 사용하고 개선해 나가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설계·운용·측정장비 등 전반적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9일자 뉴욕타임스는 〈걱정을 멈추고, 산업형 음식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 글을 쓴 이들은 곧 출간될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라: 산업화로 만든 식품이 좋은 이유와 더 나은 식품을 만드는 방법》의 저자인 두트키에비츠 박사와 로젠버그 박사다. 이들은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음식은, 정크푸드든 채소든 가리지 않고 산업화한 시스템의 일부”라면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시스템의 규모, 신뢰성, 안전 기준, 그리고 풍부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에덴동산 같은 이상적인 음식을 쫓는 것보다 더 나은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 역시 “패스트푸드점과 형형색색의 정크푸드 상자로 가득 찬 식료품점 진열대가 지배하는 식생활은 심장병, 비만, 당뇨병의 만연을 초래하는 등 미국 가정의 약 14%를 식량 불안정에 시달리게 만들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이를테면 식물성 고기 대체 식품처럼 영양가 높은 자연식품을 영양가가 더 높은 가공식품 및 조리식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식품 푸드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 신문 광고만 봐도 ‘푸드테크로 여는 미래 먹거리, 강원특별자치도, K-연어 산업의 새 시대 완성’에서부터 각종 건강식품과 가공식품, 그리고 간편식 광고가 연이어 있다. 명절을 앞두고 선물용 수요를 겨냥한 것일 수도 있고, 식량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알리기 위한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가공식품을 구성하는 ‘원료’가 과연 어디서 왔는가? 라는 질문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농업은 흙의 지속가능성을 빠르게 소모하고 있다. 단기간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다 보니, 유익한 미생물이 살지 못하는 흙은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작물도 영양 성분과 밀도가 예전 같지 않다. 이런 원료를 전제로 한 가공식품은, 부족한 맛과 품질을 무엇으로 보완할까? 답은 너무도 명확하다. 인공 첨가물이다. 라면 스프에 들어간 성분표를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읽기도 전에 포기하게 된다. 이름조차 낯선 향미증진제, 안정제, 유화제, 착색료….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이걸 매일 먹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시원한 대답을 해 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더 이상 먹을 게 없다”며 식량 위기를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가공식품이 인류를 구할 것”이라고 외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둘 다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소비자는 이 틈에서 길을 잃는다. 기술을 믿어야 할까? 먹을 게 없다는 불안을 따라야 할까? 자연식으로 돌아가자니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가공식품을 받아들이자니 내 몸과 환경이 걱정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판단 기준이다. 첫째, ‘가공의 여부’보다 ‘가공의 정도’를 보자. 모든 가공식품이 나쁜 것은 아니다. 씻고, 자르고, 냉동한 식품은 오히려 식량 낭비를 줄인다. 문제는 초가공식품이다. 원재료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고, 첨가물이 주연이 된 식품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둘째, 성분표는 짧을수록 좋다. 성분 표시의 칸이 많다면, 그것은 자연이 아니라 공정의 산물이다. 셋째, 흙을 이야기하는 생산자를 기억하자. 푸드테크와 스마트팜이 아무리 화려해도, 농업의 출발점은 여전히 흙이다. 토양을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농사짓는 곳, 지역의 순환을 고민하는 생산자는 가공식품 시대에도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넷째, ‘편리함의 대가’를 소비자가 돈으로 치르고 있음을 잊지 말자. 돈이 아니라면 건강일 수 있고 미래 세대의 환경일 수도 있다. 가공식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더 그럴듯한 얼굴로 우리 식탁에 올라올 것이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무력한 존재는 아니다. 선택의 기준을 세우는 순간, 시장은 반응한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이 음식은 나를 살리는가? 아니면 나를 편리하게만 만드는가? 이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가공식품의 시대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흙이 다시 숨 쉬는 방향으로, 기술이 사람을 닮아가는 방향으로 향할 때 식탁 위의 미래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 걱정을 멈추고 가공식품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으리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예정돼 있던 청와대 오찬 불과 한 시간 전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취소한 것과 관련해 “이 무슨 결례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오찬을 요청한 것도 국힘 본인들인데, (오찬) 한 시간 전 이러저러한 말도 되지 않는 핑계를 대면서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상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이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 이렇게 무례한 것은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무례"라며 “그동안의 당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모두발언을 준비했었는데 못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정말 진중해야 되는데 너무 가볍게 행동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일련의 이런 행위에 대해서 정말 큰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민생법안, 개혁법안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태클을 걸고 발목잡기 양상으로 나아간다면, 앞으로는 더 이상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후에도 이런 식의 국회 운영으로 나온다면, 여당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과감하게 법안에 대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일 김현준 한국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단순한 노조 지도부 재신임을 넘어,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정책금융기관’을 지키겠다는 기조가 다시 한 번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산업은행 노조는 그간 정권 공약과 정치적 판단에 기반한 정책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집회와 법적 대응을 병행해왔다. 김 위원장의 연임은 이러한 노선이 내부적으로 여전히 힘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 부산 이전 논란...정책이었나, 정치였나 갈등의 출발점은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었다. 강석훈 전 회장은 2022년 6월 취임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부산 이전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경제정책 실무와 정책특보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노조는 이를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아닌 ‘정권 공약 이행 사업’으로 규정했다. 정책금융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정치적 상징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5월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했고, 부산시는 2024년 2월까지 행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주거·교육·세제 등 29개 지원책도 제시됐다. 그러나 노조는 “산업은행법 개정 없이는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 위원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법 개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을 약속하는 것은 정치적 접근”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금융위원회와 국회, 대통령실 앞 집회까지 이어진 반발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정책금융기관의 독립성을 둘러싼 제도적 충돌로 확산됐다. ◇ 박상진 체제, 이번엔 ‘수석 인사’와 150조 정책금융이 핵심 2025년 9월 15일 박상진 회장 체제가 출범했지만 노사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수석부행장 인사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발표했지만 수석부행장과 혁신성장금융부문장(부행장) 인사를 확정하지 못했다. 당초 이봉희 기업금융부문 부행장과 김사남 벤처금융본부장이 거론됐으나 최종 명단에서 김 본부장은 제외됐다. 노조는 해당 인사들이 부산 이전 추진 과정에 관여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여의도 본점 로비에서 이어진 천막 농성도 이와 맞물려 있다. 노조는 코드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정책금융기관의 독립성이 구조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갈등은 정책금융 운용 문제로까지 번졌다. 정부가 2024년 하반기 발표한 ‘150조원 규모 첨단전략산업 금융공급 프로그램’이 또 다른 논쟁 지점이다. 이는 산업은행이 향후 반도체·이차전지·AI 등 국가 전략산업에 공급할 정책금융 총량이다. 노조는 “관련 인력이 50명 남짓한 상황에서 150조원 규모의 금융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느냐”고 지적한다. 산업은행이 정권 산업정책의 집행 창구로 기능하는 구조에 대한 우려다. ◇ 김현준 위원장 “수석 인사, 장기화 조짐 보인다” 김 위원장의 연임은 노조 노선의 지속을 의미한다. 산업은행 노사 갈등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국책은행의 독립성과 정책금융의 방향성을 둘러싼 구조적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수석부행장 인선이 갈등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현준 위원장은 이봉희 부행장의 수석부행장 인선과 관련해 “이미 단식까지 진행했던 사안”이라며 “당초 지난해 12월 인사를 마무리하려 했지만 확정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하게 밀어붙일 사안이었다면 이미 결정됐을 것”이라며 임명 지연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수석부행장 공석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김복규 수석부행장의 임기가 오는 3월까지인 만큼 이후로 임명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며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보다는 장기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사남 본부장 인선 철회와 관련해서는 “천막 농성과 단식 투쟁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또 향후 대응과 관련해서는 “현재도 천막 농성을 유지하며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더라도 산업은행을 꼭 지킬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산업은행은 노조의 강력한 투쟁으로 당초 내정했던 부행장 등의 임명을 일단 보류한 상태다. 사측은 "인사권이 회장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하나, 노조는 "책임 있는 인사가 임명될 때까지 출근 저지 등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당분간 조직 운영의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할인 지원과 비축 물량 공급 같은 단기 대책뿐 만 아니라, 특정 품목들의 담합 독과점 같은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제23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물가 관리를 위해 할당관세, 특정 품목 관세를 대폭 낮춰서 싸게 공급하라고 했더니 허가받은 업체들이 싸게 수입해서 정상가로 팔아서 물가 떨어뜨리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국민 세금으로 오히려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며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조치해달라“고 주문했다. 전날 가동된 민생물가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와 관련해서는 "할인 지원, 비축 물량 공급 같은 단기 대책뿐 아니라 특정 품목 담합, 독과점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도 철저하게 감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에 교복 구입비가 60만원에 육박한다"며 "제가 (성남)시장 할 때는 30만원이었는데 어느새 60만원에 육박한다고 한다"며 "개학을 앞두고 있는 만큼 교복 가격 적정선 문제도 살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예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어서 국내 일자리도 만들고 가급적 소재도 국산 사용하도록 하면 국내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는데 타당성이 있는지도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민생 물가에 대한 엄정한 관리도 거듭 강조했다. 전날 충북 충주 무학시장을 방문했던 이 대통령은 "드림 사업을 돌아보고 시장 상황이 어떠한 지를 들여다 봤다"며 "일부 우려와 달리 취약계층의 최소한 안전 매트로서 역할을 충실하고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다양한 복지 체계를 우리가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할 수 있는 사각 지대를 보다 촘촘하게 메우기 위한 취지인만큼 꼭 해당 지역 주민들이 아니더라도 차별하지 말고 다 지급해 주라고 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방침으로 정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든 그 지역에 안 살다가 지나가는 사람이든, 또 주민 등록이 말소된 사람이든, 굳이 차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건 복지 정책이라기보다는 최소한의 생존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회의 주제는 우리 정부의 국정 철학을 잘 보여주는 소확정책이며, 작지만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정책이나 또 K-관광같은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개혁하는 것들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삶을 현장 속에서 작더라도 빠르게 많이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설 연휴를 앞두고 고위 공직자의 책임 의식에 대한 강조하며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휴가도 없고, 주말도 없고 퇴근도 없다"며 "눈 뜨면 출근이고 잠들면 퇴근이지 휴일이나 휴가가 어디 있나. 에너지 소모가 많긴 하겠지만 우리 손에 나라 운명이 달렸다고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공서비스가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많은 것들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 이 대통령은, "경찰과 소방, 군인 같은 안보 치안 분야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 방역 분야, 명절 이동을 지원하는 교통 수송 분야 등 많은 영역에서 고생하는 분들에 대해서 보답, 보상, 대우를 확실하게 해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20년 전의 청소년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었다. 당시를 떠올리면, 10대 시절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일은 대개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간섭처럼 느껴졌고, 잔소리로 들렸으며, 무엇보다 ‘나만의 세계’를 침범당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아과 의사들과 공중보건 연구자들의 최근 연구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놓는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가족 간의 유대가 성인이 된 이후 더 나은 삶의 질적 수준과 정신적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주 「JAMA Pediatrics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시절에 부모와 친밀하고 따뜻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높은 사회적 유대감을 가질 확률이 23.4%포인트 더 높았다. 특히 성인의 사회적 행복의 측정에 사용한 '6가지의 모든 지표-예를 들어 소득, 건강, 심리 검사, 삶의 만족도 등) 에서 일관되게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연구 결과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로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면 접촉이 급격히 줄어든 사회다. 가족끼리 밥을 함께 먹는 시간은 줄었고, 대화는 메시지와
2026-02-11 윤영무 본부장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올 하반기부터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뢰(Le Cordon Bleu)’처럼 한식 교육의 세계적인 기준이 되는 ‘수라 학교’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거주 외국인 조리사, 조리 전공자, 그리고 대중적이고 실무적인 외식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식을 글로벌 미식의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기보다 민간 교육기관을 공모·선정하여 각 기관의 특색을 살린 전문 교육을 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신청 방법과 상세 모집 공고는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나 한식진흥원을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해외에서건 국내에서건 한식의 이름으로 팔리는 음식이 제각각이고, 그중 상당수가 ‘한식 풍’에 그친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 취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한식은 ‘손맛·칼맛·불맛’이라는 아날로그적 설명이 격에 맞는 것처럼 여겨 왔다. 이는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하지만 계량화되지 않은 감각의 언어로는 국경을 넘는 순간 표준이 되기 어렵다. 해외에서 한식을 배우는 이들에게 “대충 이 정도” “불 조절은 느낌으로”라는 설명은 재현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각자의 해석이 덧붙여지고, 한식은 빠르게 변주되며 원형과 멀어진다. 세계화의 걸림돌은 바로
2026-02-11 윤영무 본부장 기자
많은 기업은 경영 환경이 점차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품고 사업을 이어가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대보다 불안의 신호가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 거래처의 발주 주기가 점차 늦어지고, 원자재 가격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며, 환율과 금리 변동에 대한 언급이 잦아질수록 조직 내부의 긴장감 역시 서서히 높아진다. 이러한 인식이 지속되면 조직은 외부 환경의 변화를 관리와 대응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불가항력적인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전략적 판단의 범위는 점차 축소되고, 선택과 조정을 통해 상황을 바꾸려는 경영의 역할 역시 약화된다. 결국 문제 해결 을 중심으로한 적극적인 경영은 뒤로 물러나게 되고,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수용하는 소극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조직 전반에 확산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사실 위기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급망 불안, 금융 환경의 변동, 소비심리 위축, 규제 강화와 경쟁 구도의 재편과 같은 요인들은 특정 시점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형태를 달리하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환경 변수에 가깝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는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에 지속적으로 작
2026-02-09 김소영 기자
대한민국의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천명관 (千明官)이 10년 만에 장편을 발표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다. 그는 2004년 장편소설 ‘고래’로 독자와 평단 모두를 놀라게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천 년 동안의 고독’과도 비교되며 주술적 사실주의의 백미로 거론되는 이 작품은 작가가 다양한 삶의 경험을 쌓아온 뒤에야 비로소 빚어낸 거대한 서사였다. 은희경은 당시 그의 출발을 두고 “전통적 소설 학습이나 동시대 작품에 빚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독자적 세계의 탄생을 주목했다. 그리고 지금, 10년 만에 발표되는 신작은 그 연장선상에서 다시금 이야기가 어떻게 확장될지 기대하게 한다. 문학의 귀환을 축하하는 방식을 여러모로 상상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한 병의 와인을 곁들 이는 것을 권한다. 천명관에게 어울리는 품종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탈리아 남부의 풀리아(Puglia)의 프리미티보(Primitivo)다. 프리미티보는 미국의 진판델과 같은 유전적 뿌리를 가진 품종으로,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고 과실향이 강렬하다. 잔에 따르면 밝은 루비색을 띠며 라즈베리·블루베리·딸기 같은 붉은 과일 향과 함께 시나몬 등의 향신 노트가 은근히
2026-02-09 편집국 기자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콩 재고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수급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히 소비 감소로 인한 상황으로 이해하면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산콩 생산량은 2021년 11만 톤에서 2024년 15만5000톤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 비중은 같은 기간 34.3%에서 30.5%로 오히려 감소했다. 1인당 콩 소비량 역시 줄었고, 감소분 대부분이 국산콩에서 발생했다. 생산은 확대됐지만 산업으로의 투입은 늘지 않았다. 이 간극이 현재 콩 문제의 핵심이다. ◇ 국산콩이 설 자리는? 콩의 가격 구조는 이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국산콩 가격은 수입콩 대비 약 두 배 수준으로 가격 격차가 크다. 2022~2023년 정부가 수입콩을 낮은 가격에 방출하면서 국내 시장 가격까지 동반 하락했고, 그 결과 국산콩의 경쟁력은 더 약화됐다. 가격으로 선택되는 식재료 시장에서 이 격차는 구조적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홍보나 판촉을 통해 일시적으로 판매를 늘릴 수는 있지만, 산업 공정으로의 편입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가격 수준이 아니라 시장의 성격이다. 식재료 시장에서
2026-02-09 편집국 기자
올해 자동차 분야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문제로 미국 시장의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고, 유럽도 점차 기준을 강화하면서 문호는 점차 좁아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이미 공론화된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은 결국, 지역으로 공장을 옮기라는 의미와 다름없을 정도로 공세가 강화되ㅏ는 추세다. 특히, 중국을 지향하는 유럽의 쇄국정책은 같은 지역에 있는 우리에게도 불똥이 튀길 수 밖에 없어 우려스럽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는 하이브리드 차종은 일본산과 전기차와 배터리 등은 중국산과 치열하게 전쟁을 치루는 중이다. 현재 전기차의 경우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금지가 지연되면서 몇 년의 시간을 벌었다지만 앞으로 빠르게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서방의 국가들 대비 10년 앞서 개발과 보급을 시작하고, 정부의 보조금과 각종 인센티브 정책으로 급격히 성장한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은 이제 글로벌 각국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미·중 간의 경제 갈등으로 아예 발을 들이지 못하게 만든 미국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시장은 이미 중국산 전기차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은 BYD 등 중국산 전기차 보급이 유럽산 대비 과반의 비용으로 공급 중이
2026-02-08 편집국 기자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미국의 토양 과학자 「페드로 A. 산체스」 박사가 85세로 서거했다는 부고 기사를 읽었다.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척박한 땅심을 살려 식량 증산에 이바지한 그는,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옥수수와 같은 작물을 수확한 후 '세스바니아(Sesbania)'나 '테프로시아(Tephrosia)' 같은 콩과 식물 나무들을 심어 1~2년간 나무들이 뿌리에 질소를 포집해 식물이 먹을 수 있는 형태인 암모늄 등으로 바꾸어 가득 저장하게 하고, 떨어진 잎이 천연 퇴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도록 했다. 그런 뒤 나무를 베어내 잎과 잔가지를 흙에 묻고 그 자리에 다시 작물을 심게 했다. 그 결과 비료를 전혀 주지 않았어도 토양의 질소 함량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옥수수 수확량이 2~4배로 증가했다. 비료를 쓰지 않는 이 농법은 '녹색 혁명'의 아프리카 버전으로 평가받아 농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식량상(World Food Prize)'이 그에게 주어지기도 했다. 고 산체스 박사가 꿈꿨던 토양은 미생물이 살아 숨 쉬고 탄소를 머금으며 스스로 생명을 길러내는 '살아있는 유기체'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 곁에는 비닐하우스라는 거대한 플라스틱 돔 안에서 화학비료와 농약이라는 링
2026-02-08 윤영무 본부장 기자
인공지능의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은 종종 신대륙 발견의 대항해 시대에 비유된다. 지도에도 없던 대륙,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땅. 그곳에 금이 흐르고 향신료가 쌓여 있다는 소문이 돌자 모험가들은 앞다퉈 항해에 나섰다. 그들은 바다를 건너 돌아와 보고서를 올렸고, 보고서는 다시 투자금을 끌어왔다. 위험은 컸지만, 약속된 미래는 더 커 보였다. 페르난도 세르반테스의 신대륙 정복사를 담은 《정복자들》이란 책을 보면 1500년대 초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지만, 그 발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콜럼버스가 도달한 "인도"는 자급자족적인 군도일 수도 있고, 인도와 중국으로 향하는 약속된 관문일 수도 있으며,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대륙일 수도 있고, 신화와 초자연적인 힘의 영역일 수도 있었다. 더 멀리 나아가는 탐험가들은 원시 부족이나 중국 함대, 용과 개 머리를 한 인간(문명 세계의 끝, 즉 인도나 아프리카 깊숙한 곳에 사는 존재), 프레스터 존(Prester John, 동방의 신비로운 기독교 왕국을 다스리는 사제 왕), 혹은 잃어버린 아틀란티스(9,000년 전 대서양에 존재했던 거대하고 강력한 섬나라. 아틀란티스 사람들이 탐욕과 오만
2026-02-06 윤영무 본부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