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생존에 필수요소인 물까지 위협하면서 안정적인 물을 공급하려면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AI가 변혁하는 미래 물관리 방안)에서 참석자들은 경험과 통계 중심에서 벗어나 AI 기반 예측 체계의 물 관리로 빠르게 전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토론회 발제에 나선 송호석 기후에너지환경부 수자원정책관은 "최근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 호우, 100년 빈도를 넘어 200년 빈도 강우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진짜 위협은 ‘증가’가 아니라 ‘예측 불확실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댐 절반 이상이 30년을 넘었다”고 짚은 뒤 “새로운 물 관리 시스템이 정말 중요하다. 그 답은 AI 기반 물관리”라고 말했다. 송 정책관은 “기존 물관리는 물리 모형을 기반으로 수학적 계산을 거쳐 예측하게 되면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확성도 떨어졌다. 하지만, AI 물관리는 예측값을 도출하면서 홍수 예보 시간까지 단축하고 있다”며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댐 방류나 홍수 등은 가상공간의 시뮬레이션도 가능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수장과 하수처리장에서는 AI가 약품 투입량과 에너지 사용을 자동으로 최적화하고 이상 징후도 사전에 감지되고 있다”며 “시범 운영 결과 전력 사용량은 약 7%, 약품 사용량은 10% 이상 줄어 들었다. 오는 2030년까지 광역 정수장은 완전 자율 운영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분석을 통해 녹조 관리 또한 시간을 단축할 뿐 아니라 정확도도 높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초분광 센서를 통해 실시간 감시 체계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과제로는 △빅데이터 기반 고도화 △스마트 수문조사 △물산업 AI 생태계 조성 등을 꼽았다. ◇ 물 정보, 얼마나 잘 활용할 것인가? 물 정보 활용이 미래 경쟁력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노준래 한국수자원공사 AI혁신처장은 "전국의 물관리 시설 약 110만 개의 센서를 운영하고 있는 수자원공사는 하루에 생성되는 데이터만 해도 약 32억 건에 달한다"며 “기존의 물관리 역량에 AI, 디지털 트윈, IoT 같은 첨단 기술을 결합해 기후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혁신처장은 “최근 10년간 여름철 집중호우에도 큰 피해 없이 대응하며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히며 “해당 기술은 이미 2024년 사우디에 수출해 1단계 구축을 완료했고,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정수장 기술은 약품 투입·에너지 사용, 설비 상태를 실시간 분석해 최적 조건을 자동으로 도출하게 되면서 운영 안정성은 높이고 생산 원가를 낮추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 구글, 2018년부터 AI 기반 홍수예보 서비스 시작 과거 재난 예보는 국가의 고유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민간 기업이 글로벌 단위로 예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이다. 구글은 2018년부터 AI 기반 홍수예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현재 100개국 이상, 수억 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대 7일 전 홍수 예측도 제시하고 있다. 황석환 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이는 기존 물리 기반 예측 한계를 뛰어넘는 접근”이라고 짚으며 “앞으로 재난 예보를 누가 책임지고 누가 통제할 것인가. 민간 플랫폼이 전 세계 재난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가 되면 ‘공공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황 연구위원은 “한국은 인프라·통합 물관리·행정 집행 역량이 매우 강하다”며 “댐·하천·도시 침수 통합 제어 체계는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플랫폼 규모의 데이터·클라우드·AI 연산 역량은 민간 빅테크가 압도적”이라며 “우리가 단순히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차별화 전략을 취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유일상 한국수자원학회 회장을 좌장으로 진행된 종합토론회에서는 지구 온난화는 어떤 특정 산업 분야의 이슈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는 데 공감했다. 물 문제는 그 변화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영역이다. 유 회장은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심해지고 기존의 예측 방식이나 운영 체계만으로는 대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AI가 물관리 기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또 지금 구조에서 무엇이 한계고 무엇이 문제인 지, 국가 차원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 등을 함께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제도와 연결하고 의사결정 체계와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김두일 대한상하수도학회 회장은 “정확도도 중요하나 양적 성과 지표가 필요하다"며 “유수율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에너지가 얼마나 절감됐는지, 사고가 얼마나 줄었으며 안전사고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등에 대한 수치가 나와야 AI가 정책과 예산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짚었다. 개인정보 보호와 AI의 충돌 문제 관련해서는 "AI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좋아진다. 현행 제도는 최소 수집·목적 제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스마트미터(수도계량기) 같은 데이터는 수요 예측과 이상 탐지에 매우 유용하지만 동의 문제와 목적 제한 때문에 전국 단위 통합 학습이 어렵다. 가명이나 익명 데이터의 연구 활용 확대와 공공 AI 특례·샌드박스 도입과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 데이터 활용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국가 중요 정보로 분류돼 외부 반출 등 어려워 물관리 데이터가 국가 중요 정보로 분류돼 외부 반출이나 클라우드 활용이 어려운 점도 지적됐다. 유 회장은 "유량·압력·제어 로직, CCTV 정보 등이 보안 데이터로 묶여 있어 과도하게 일괄 보안 처리된 데이터가 많다"며 "데이터 등급 구분 관련해 △외부 반출 금지(1등급), △조건부 반출(2~3등급), △연구 목적 개방(4~5등급) 등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건부 반출과 연구 활용을 허용하고 보안을 유지한 상태에서 AI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유 회장은 "금융·국방 분야에서 이미 운영 중인 내부망에 AI 서버 설치 및 모델과 코드의 조건부 반출 허용, 전용 보안 데이터 센터 구축, 연구자는 원격 접속만 허용 등은 물관리 분야에도 도입이 가능하다"며 "보안을 유지하면서 AI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공공형 AI와 민간형 AI로 분리해야 이어진 토론에선 AI를 공공형과 민간형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표 한국물관리학회 회장은 "공공형 AI의 목표는 수익이 아니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물복지"라면서 "AI 정수장이나 운영 자동화가 정말 필요한 곳은 어디인지부터 봐야 한다. 공공 AI라면 더 필요한 곳에 먼저 작동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자체마다 예산에 따라 AI 수준이 달라진다면 지역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법·제도는 분명히 AI 발전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며 회색지대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법의 잣대만으로 해결하기보다 이해관계자 간의 거버넌스와 합의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는 “공공 AI는 거버넌스를 통해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까지 통제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하수 속 카페인 농도 데이터, 상권 분석이나 지역 활성화 지표로도 활용될 수도 민간 AI는 더 자유롭게 실험하고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하수 속 카페인 농도 데이터는 단순 오염 정보가 아니라 상권 분석이나 지역 활성화 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는 것처럼 물 데이터는 새로운 산업과 파생상품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민간 영역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나 실험 공간을 열어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해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AI 산업이 유발하는 물 수요 대응이나 예방 중심 재정 구조 전환, 예측과 의사결정의 연계 강화, 시설물 유지관리 AI 확대, 인프라·법제도 기반 확충 등이 함께 논의되면 물관리 AI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형수 인하대학교 교수는 “AI 발전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확대와 직결되고 결국 대규모 물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면서 “지금 AI를 물관리에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AI 산업 자체가 유발하는 물 수요를 과연 감당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우려를 전했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요 증가까지 겹친다면 공급 안정성에 대한 중장기 대책이 더 정밀하게 필요하다”며 “최근 예산 구조를 보면 예방 사업비보다 복구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후위기 대응은 사후 복구가 아니라 사전 예방이 핵심인데, AI 예측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면 예측을 기반으로 예방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정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현재 많은 AI 예보 지점이 수위 중심 예측을 하고 있지만, 수위 정보가 실제 지역 리스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의사결정자가 어떤 기준으로 행동해야 하는지까지 구체화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단순한 예측 정확도 향상을 넘어서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으로 발전해야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댐 여수로 손상, 부속 시설물 관리, 구조적 안전성 분석 등 물리적 유지관리 영역에서도 AI 적용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분야는 데이터 축적, 전문 인력 양성, 교육 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는 만큼, AI 도입만큼이나 유지관리 인재 양성과 교육 체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로봇·센서·라이더 기술이 발전하면 범람 면적, 하천 수심 등 기존에 측정이 어려웠던 데이터도 범용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데이터 확보가 확대되면 AI 예측 정확도도 비약적으로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 AI 기술 발전은 알고리즘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 인프라, 데이터 공개 수준, 법적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가 간에도 데이터 공개 범위가 다르고 정보 공유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기술 문제라기보다 정책과 제도의 문제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 AI로 전환하려면 무엇이 먼저인가? 노성진 금오공과대학교 교수는 이어진 토론에서 “수자원 분야의 AI 학습시킬 데이터는 충분한가?”라는 질문부터 던졌다. 도시 홍수 분야의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노 교수는 “일본·미국·유럽 등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는 강수 정밀 측정 고성능 레이더가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지적하며 “하늘에서부터 데이터 구멍이 뚫려 있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최근 몇 년 사이 폭우로 인해 도시 침수 피해가 잦아지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침수가 시작됐고 어떻게 전파되는 지에 대한 관측 자료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노 교수는 “수백 개 센서 중 몇 개에서만 데이터가 확보되더라도 그 데이터는 AI 모델 학습과 정확도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문제는 아직 우리 사회가 ‘도시 침수를 그 정도까지 투자해서 측정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의 나라들에서는 1m 이하 고해상도 지형 데이터를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아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우리는 고해상도 지형 데이터, 일부 수문 데이터들이 보안 또는 제한 자료로 묶여 있는 상태다. 노 교수는 “최근 AI 학과를 만들면 해결될 것처럼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데 AI는 모든 도메인에서 써야 한다”면서 “수자원, 수문, 도시계획, 재해관리 각 분야 전문가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후 하수처리장과 데이터센터의 복합 개발, AI 기반 설계·운영 시스템 전환과 관련된 발언도 이어졌다. 최문진 BKT 대표는 “우리나라 하수처리장 상당수가 30~4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인데 이를 개선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짚었다. 그는 “노후 하수처리장을 그린 데이터센터와 결합한 복합 인프라로 전환하자”고 제언하며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냉각수가 필요하고 하수처리장은 도심 내 입지, 안정적 수자원, 에너지 회수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두 시설을 결합하게 되면 하수처리장이 ‘돈을 쓰는 시설’이 아니라 재정 자립이 가능한 전략 인프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집약화 기술과 열 회수 기술을 개발해 실제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기술도, 사업 모델도 준비돼 있다. 필요한 건 부처 간 협력과 제도적 기반과 시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의 쇼케이스만 만들어도 내수 시장 활성화와 해외 진출 기반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AI 설계 자동화 설계는 많은 시간과 인력, 휴먼에러를 동반하는 데 8년간 투자해 AI 기반 3D 자동 설계 시스템을 개발했다. AI 운영까지 가려면 △3D 설계 △계측 설비 △실시간 데이터 축적 △디지털 트윈 그리고 그 위에서 작동하는 AI, 이 모든 것이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AI 물관리의 필요성을 크게 공감하면서 인프라는 경직돼 있고, 부처는 분절돼 있고, 신기술 진입 장벽은 너무 높다는 것을 지적했다. 여기에 기업이 R&D를 해도 현장 적용까지 가는 길이 너무 어렵다는 현장의 어려움도 읽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정애 국회물포럼 회장은 “우리나라는 AI 정수장, 홍수가뭄 예측, 디지털 트윈 물관리 등 그간 축적해 온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관리 전반의 AI 전환을 가속화하고 이를 모델화하여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다”면서 “국회물포럼은 대한민국 물관리 AI 전환을 위해 입법·정책적으로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I 기술이 게임 개발과 운영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대규모 LLM(대형언어모델)과 멀티모달 모델을 내재화한 게임사들은 NPC·콘텐츠 제작·밸런싱·QA·운영 자동화까지 전 과정의 효율을 극대화하며 ‘AI 네이티브 게임’ 시대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개발비 절감’과 ‘품질 향상’이라는 긍정적 성과와 함께 ‘학습 데이터 저작권·AI 발화의 예측 불가성·규제 공백’ 등 새로운 리스크도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기술 확장성과 위험 관리 능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기업만이 AI 시대 게임 산업의 경쟁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사의 AI 내재화 전쟁...개발·운영·콘텐츠의 삼중 혁신 AI가 게임 개발·운영 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AI 밸런싱과 운영툴의 도입으로 개발비와 인력 투입이 크게 줄고, QA(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 자동화가 수천 시간의 테스트를 대체하며 라이브 서비스 운영 효율도 극대화되고 있다. 특히 AI NPC는 고정 스크립트에 의존하던 기존 상호작용 방식을 벗어나 플레이어 행동에 따라 감정·대사·행동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동적 반응형’ 구조를 구현하며 게임 경험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주요 기업들은 이와 같은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자체 LLM과 멀티모달 모델을 개발하며 AI 기술 내재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는 개발 자동화·운영 최적화·콘텐츠 혁신을 동시에 가속하는 산업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은 자체 LLM과 멀티모달 모델 개발에 뛰어들며 기술 내재화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외부 모델을 활용하던 패턴을 떠나 게임 데이터에 최적화된 전용 모델을 구축, AI NPC, 자동 밸런싱, 실시간 운영툴 등 핵심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추세다. 특히 멀티모달 모델은 텍스트·음성·이미지·행동 데이터를 통합 학습해 캐릭터 행동, 콘텐츠 생성, 유저 분석까지 게임 전 영역을 AI 중심 구조로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게임 개발 방식은 자동화·지능화 중심으로 재정의된다. 게임 산업 전반이 ‘AI 네이티브 게임’ 시대로의 전환을 흡수하고 있다. ◇게임 제작의 패러다임 전환...AI 접목 초고효율 개발·운영 구조 개발 단계에서는 AI가 NPC(Non-Player Character, 게임 내 정보 제공·퀘스트 부여·상인 등 역할하는 비플레이어 캐릭터)의 대사·행동·감정·기억을 실시간 생성해 기존 스크립트형 캐릭터를 대체하고, 맵·퀘스트·아이템 등 콘텐츠 제작도 자동화해 기간·비용을 줄이고 있다. 출시 이후에는 플레이어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밸런싱 기술이 난이도·보상·메타를 지속 조정해 패치 효율을 높이며, AI QA는 게임의 문제점을 사전 차단한다. 운영 단계에서는 AI 기반 운영툴이 유저 행동 분석, 이탈 예측, 부정행위 탐지, CS 자동화 등으로 운영 인력 부담을 줄이고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 음성·애니메이션 자동화와 개인화 추천 기술까지 더해 AI는 개발·운영 효율화·경험 고도화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AI는 게임 개발의 속도·규모·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기술적 촉매제로 작동한다. 먼저 속도에서는 맵·캐릭터·아이템·대사 등 반복적 제작 공정을 자동화해 전체 개발 주기를 대폭 단축한다. 규모 면에서는 AIGC(Artificial Intelligence Generated Content, 인공지능 생성 콘텐츠)를 통해 소규모 팀도 대형 게임 수준의 방대한 월드·퀘스트·스토리를 생산, 인력 중심의 개발 구조를 확장·업그레이드 가능한 체계로 전환된다. 품질 측면에서는 AI QA가 수천 시간의 플레이를 시뮬레이션해 버그·밸런스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AI 밸런싱이 실시간 데이터 기반으로 난이도와 메타를 조정해 출시 안정성과 라이브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 AI NPC와 멀티모달 모델은 캐릭터 반응과 스토리 전개, 상호작용의 자연스러움까지 향상시킨다. 게임과 AI와의 접목은 개발 효율성 및 콘텐츠 완성도 향상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AI 네이티브 게임 시대...기술 도입과 리스크의 동시 확대 AI가 게임 산업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저작권·품질·규제라는 새로운 과제가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먼저 제일 큰 논란은 AI NPC와 각종 AI 모델이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의 출처다. 게임사들이 방대한 이미지·행동 데이터·텍스트를 활용하는데 있어 원저작자와의 저작권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AI 모델이 외부 데이터셋을 활용한 경우 저작권 분쟁 리스크가 산업 전반의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두 번째는 AI 생성 콘텐츠의 품질과 일관성 문제다. 자동 생성된 스토리·대사·퀘스트가 게임 세계관과 충돌하거나, 윤리적 기준선은 넘는 표현을 포함하는 사례가 늘면서 AI 제작 콘텐츠의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된다. AI NPC가 예측 불가능한 대사를 하거나, AI 밸런싱이 특정 유저층에 불리한 난이도를 만드는 등 게임 경험 자체를 무너뜨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 번째는 규제 공백이다. AI NPC가 특정 발언을 했을 때 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콘텐츠가 유해 요소를 포함했을 때 규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특히 실시간 상호작용형 AI NPC는 기존 게임 규제 체계가 전제한 ‘고정된 콘텐츠’와 성격이 달라 새로운 법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AI NPC의 언어(대사·대화) 기능에 대한 논란은 지난달부터 시행된 AI기본법의 ‘사전 고지·표시’ 및 ‘위험관리’ 의무 대상이 될 수 있어, 향하 게임사들의 개발·운영에 대한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 도입 경쟁의 가속화로 업계의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기업이 자체 AI 모델 개발에 뛰어들며 혁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그만큼 데이터 관리, 품질 통제, 책임 소재, 규제 대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기존 게임 시스템과 달리 더욱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AI가 게임 산업에 있어 새로운 미래 동력으로 자리잡는 만큼 기술 혁신으로 발생하는 허점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업그레이드된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I가 결정하는 미래 경쟁력...혁신 가속과 리스크 관리의 이중 과제 AI가 여는 게임 산업의 미래는 확장의 긍정성과 함께 새로운 위협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AI는 개발비 절감, 대규모 콘텐츠 생산, 운영 자동화 등 효율성 향상을 통해 게임 제작에서 서비스까지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특히 AI NPC, 자동 밸런싱, QA 자동화 등은 개발 속도와 효율을 끌어올리며 게임의 완성도까지 높이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에 AI 모델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 생성 콘텐츠의 품질·일관성·윤리성 논란, 예측 불가능한 AI 발화·행동에 따른 유저 경험 훼손 우려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없지 않다. 산업의 확장과 함께 불거지는 규제 공백도 정부-산업계가 신속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생성형AI로 시작한 AI의 확산은 게임 산업에서도 접목되며 업계 내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세계 게임 시장에서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4대 강국으로 부상한 우리의 게입 업계는 자체 LLM과 멀티모달 모델 개발 등으로 기술 내재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게임 개발 방식과 서비스 구조 재편의 결정적 요인으로 평가되며, 결국 기업의 경쟁 우위를 판가름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미래 게임 산업의 승패는 두 가지 축에서 갈릴 전망이다. 하나는 AI 활용의 속도, 다른 하나는 저작권·규제·윤리 문제를 포함한 리스크 관리의 정교함이다. 기술 확장성과 위험 관리 능력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만이 AI 시대의 게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연관 재단 연구원은 “AI가 게임 개발의 자동화나 운영 효율화처럼 온라인 기반 시스템에는 빠르게 적용되며 개발·운영·콘텐츠 전 과정이 AI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기술 혁신 속도와 함께 저작권 등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 문화는 국내외 게임쇼의 활성화와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게임사와 게이머가 소통하며 만들어 가는 트렌드 차원에서도 AI 도입이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교육적 이상과 현실적 한계 사이의 정직한 성찰 2025년 9월 19일, 일본 문부과학성 중앙교육심의회가 발표한 국가 교육과정의 차기 학습지도요령 논점 정리(안)는 일본 공교육이 지난 수십 년간 추구해 온 ‘질적 향상’ 담론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문서로 평가받고 있다. 이 논점 정리는 새로운 교육 목표를 제시하기에 앞서, 그동안 일본의 교육개혁이 누적시켜 온 구조적 피로(structural fatigue)를 정책 문서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 교육은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고 창의력과 인성을 기르고자 이른바 ‘유토리(여유)’ 교육정책을 도 입하였다. 이름처럼 학습 내용을 감축하고 주 5일제 수업 등을 도입했으나, 결과적으로 학력 저하 논란이 발생하여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도 받아왔다. 이후 ‘탈(脫) 유토리’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기초 학력의 확실한 정착과 미래 사회에 대비한 역량 교육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신호 들이 포착됐다. 교사의 번 아웃과 장시간 노동, 그리고 부등교 학생 수의 급증은 더 이상 개별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의 징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깊이 있는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세 축의 재배열 이러한 맥락 속에서 아래 그림은 일본 차기 학습지도요령 (국가 교육과정) 개정 논의의 기본 관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중앙에 배치된 핵심 문구는 “다양한 아이들의 ‘깊이 있는 배움’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이번 개정이 특정 학생 집단이나 수월성을 위한 교육과정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각자의 조건 속에서 깊이 있는 학습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 설계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이 중심 목표를 둘러싸고 세 개의 축이 삼각 구조로 배 치되어 있는데, 각각 Excellence(깊이 있는 배움의 실현), Equity(다양성의 포용), Feasibility(실현 가능성의 확보)를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이 세 요소가 병렬적으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이 평생에 걸쳐 주체적으로 배우고, 다양한 타자와 협력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한 민주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시민적 역량의 형성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Excellence는 단순한 학업 성취의 고도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깊이 있는 배움은 201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액티브러닝적 방향, 즉 ‘주체적·대화적·깊이 있는 배움’ 이라는 세 요소 가운데서, 특히 ‘깊이’의 차원을 재 강조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학습 방식의 활성화 자체보다, 그러한 활동이 학습자의 이해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삶과 사회에 어떤 의미를 남기는가에 정책적 초점을 이동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활동의 ‘형태’가 아니라 배움의 ‘질’을 교육과정 개정의 중심에 놓겠다는 선언이 다. Equity는 이러한 깊이 있는 배움이 일부 학생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학습 속도, 언어 환경, 장애 유무, 가정 배경 등 아이들의 조건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전제로, 교육과정은 획일적 기준이 아니라 유연한 접근과 조정 가능성을 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 축은 ‘동일한 교육’이 아니라 ‘동등한 도달 가능성’을 지향하는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개정 논의에서 가장 결정적인 변화로 읽히는 것이 바로 Feasibility다. 그림에서 실현 가능성이 별도의 축으로 명시된 것은 “아무리 고결한 교육적 목표라 하더라도, 현장의 물리적 시간과 교사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순간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이상에 불과하다”는 현실적 반성에서 출발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즉, 차기 개정안의 본질은 “무엇을 더 가르칠 것인가”라는 확장의 논리에서 벗 어나 “어떻게 교육 체제를 지속 가능하게 재구조화할 것인가”라는 공교육의 생존 전략을 제도적으로 공식화한 데 있다. 이는 교육개혁을 ‘더하는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덜어내고 재배치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으로 전환시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초·중학교의 혁신: ‘조정수업시수제도’가 창출하는 여백 지금까지 일본의 초·중학교는 국가가 정한 ‘표준 수업 시 수’를 엄격히 준수해야 하는 경직된 제도 아래 운영되어 왔다. 이러한 체제는 전국적인 교육 수준의 균질화를 보장하는 장점이 있었지만, 동시에 교사에게는 끊임없는 진도 압박을, 학생에게는 수업을 ‘따라가야 할 과제’로 인식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족쇄로 작동해 왔다. 이 구조를 근본에서 흔드는 장치가 바로 ‘조정수업시수제도(調整授業 時数制度)’다. 이 제도는 학교가 연간 표준 수업 시수의 약 10% 범위를 자율적으로 감축하고, 이를 ‘재량적인 시간 (Margin)’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제도가 단순한 시수 감축이나 규제 완화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확보된 이 ‘여백’은 학습 결손이 있는 학생을 위한 개별 맞 춤형 지도, 지역 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한 심화 탐구, 프로젝트형 학습, 그리고 교사들이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동으로 연구하고 성찰하는 시간으로 재배치된다. 다시 말해, 여백은 교육 활동의 공백이 아니라, 기존의 획일적 시간 구조 속에서는 불가능했던 질적 심화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차기 개정안의 방향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여백이 없으면 깊이도 없다”는 표현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교육의 질을 교사의 헌신이나 추가 노동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확보된 시간 위에서 실현하겠다는 정책적 선언이다. 교육의 혁신을 ‘더 열심히 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가능한 구조를 먼저 만들겠다’ 는 방식으로 전환한 점에서 이 제도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고등학교 단위제의 유연화: ‘이수 면제’와 학교 밖 배움의 통합적 설계 이러한 일본 정부의 방향성은 고등학교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등학교 단계에서의 개혁은 초·중학교보다 한층 더 과감한 자율성을 지향한다. 논점 정리는 고등학교 교육을 더 이상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 가두지 않고, 사회 전체를 하나의 배움의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것을 명확히 목표로 삼고 있다. 그 핵심 장치가 바로 ‘단위제 유연화’와 ‘이수 면제(Credit Waiver)’ 제도다. 이 제도는 학생이 입학 전이나 학교 외부의 학습 경험을 통해 특정 과목의 목표를 이미 달성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경우, 해당 과목의 수강을 면제하고 그 시간을 상위 수준의 심화 학습, 대학 강의, 기업 인턴십, 사회 연계 프로젝트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단순히 ‘선행 학습을 인정해 주겠다’는 차원이 아니다. 오히려 학습의 경로가 학교 안에서만 형성된다는 전제를 해체하고, 학교 밖 배움을 정식 교육과정의 일부로 통합하려는 구조적 전환이다. 더 나아가 필수 과목의 핵심 내용을 학교가 자체적으로 설계한 ‘특성화 탐구 과목’ 속에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은 입시를 위한 중복 학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로와 관심에 맞춘 커리큘럼을 실질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토대를 갖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고등학교를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내용을 제공하는 공간’에서 학습 경로를 조정·연결하는 허브로 재정의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한·일 교육과정의 비교 분석: ‘제도적 인프라’와 ‘구조적 탄력성’의 차이 유사한 인구 절벽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교육과정 개혁은 접근 방식에서 흥미로운 대조를 보인다. 한국의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교 학점제라는 강력한 제도적 틀을 중심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이었다면, 일본의 ‘차기 개정안’은 운용의 탄력성과 현장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래 표는 한국과 일본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핵심 개정 내용을 비교한 것이다. 한국이 학생 자율성에 초점을 둔 ‘과목 선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중심을 두었다면, 일본은 배움의 ‘인정 범위’를 학교 밖으로 확장함으로써 교육과정의 밀도를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고 생각한다. 이 비교는 어느 쪽이 더 우월한지를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양국이 공교육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동일한 표준 수업 시수 자체의 유연화 과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경로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지능적인 여백’의 설계 일본의 2026년 교육개혁은 우리에게 하나의 단순하지만 무거운 명제를 던진다. 좋은 교육은 지속 가능한 구조 위에 존재한다. 우리는 그동안 미래 역량이라는 이름 아래, 교육 현장에 새로운 과업을 끊임없이 덧붙이는(Add-on) 방식의 개혁만을 반복해 온 것은 아닐까. 일본이 제시한 Feasibility(실현 가능성)는 정책이 갖춰야 할 가장 용기 있는 덕목이다. 교사가 진도 압박에 시달리고, 아이들이 정 답만을 쫓는 교실에서는 ‘깊은 배움’도 ‘다양성’도 뿌리내리기 어렵다. 일본이 설계하기 시작한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교사가 아이의 눈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며,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지능적인 여유다. 이제 우리 교육 역시 “무엇을 더 가르칠 것인가”라는 유혹을 내려놓고, 공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무엇을 과감히 덜어낼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글 현재균 교육학박사(쓰쿠바대학 특임연구원)
강대국 정치가 익숙한 양상으로 돌아왔다. 미국, 중국, 러시아는 지역, 무역로, 정치적 동맹에 대한 특권적 주장을 다시금 내세우고 있으며, 종종 냉전 이후 시대를 규정해야 했던 법적 제약을 교묘하게 이용하거나 회피하고 있다. 지난 세기의 강요된 위계질서에 의해 형성된 국가들, 이를테면 인도, 브라질과 같은 국가들은 다양한 수준의 점령, 지배, 또는 외부의 제약을 경험해 왔다. 이들 국가는 통치 방식, 안보 문제, 개발 전략에서 깊은 분열을 겪고 있지만, 지배와 저항이라는 공통된 역사를 통해 다져진 정치적 문법을 공유하고 있다. 이 문법은 힘들게 쟁취한 자산이며, 쉽게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이들은 필사적으로 지켜내려고 할 것이다. 대륙을 넘나들며 동맹을 맺기보다는 양다리를 걸치고, 확고한 결단을 내리기보다는 상황을 살피고, 굴복하기보다는 거래적인 방식으로 협상하려 할 것이다. 또한, 무역을 다변화하고, 자금 흐름을 바꾸고, 대안적인 파트너를 발굴하며, 선택의 폭을 넓히고 그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리라. 이들에게는 공급망, 결제 시스템, 에너지 흐름, 데이터 네트워크, 식량 시장 등 모든 요소가 압력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차기 세계 질서는 아마도 안정적인 강대국 연합이나 세계가 대립하는 진영으로 깔끔하게 나뉜 모습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오히려 더 거칠고, 즉흥적이며, 경쟁이 치열한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강대국들이 경계를 그으려 애쓰는 한편, 과거의 위계질서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들 국가가 끊임없이 그 경계를 시험하고, 변형시키고, 재협상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무대에 오르되 단독 주연이 아니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 무대에 설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적다. 다만 그 방식은 기존 패권국과 다르다. 중국은 군사력보다는 경제력, 기술력, 인프라 투자와 금융을 통해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다만 중국 역시 내부적으로는 인구 감소, 부동산 위기, 성장 둔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부상은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 권력이기보다는, 기존 질서를 계속 흔드는 결정적 변수에 가깝다. 이는 세계가 하나의 중심을 갖기보다는 여러 축이 충돌하는 상태로 장기간 머물 가능성을 시사한다. 18세기에 중국과 러시아는 근시안적으로 유라시아 스텝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 애썼고, 영국은 증기기관을 완성하며 세기의 승자가 되었다. 19세기에는 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 분할에 몰두하는 동안 미국은 전력화와 대량 생산을 발명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현재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고 그린란드를 차지하려 애쓰면서 스스로 주의를 분산시킬 위험에 처해 있는 반면에 중국은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에서부터 양자 컴퓨팅과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미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구매력 기준으로 이미 미국의 약 30%에 달하며, 산업 기반과 발전량은 각각 두 배에 이른다. 전기 자동차와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 같은 신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미국은 항생제부터 희토류 광물까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을 장악한다고 해서 눈앞의 현실을 크게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서반구는 세계 인구에서 약 13%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제조업 생산 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만약 아메리카 대륙을 우선시하고 아시아에 대한 자원 투입이 감소한다면, 이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적으로 역동적인 지역을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내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어리석은 선택일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막대한 규모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내 군사력을 재정비하고 해외에서 "동맹 규모"를 구축함으로써 미국의 파트너 국가들의 집단적 힘을 활용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서반구에 대한 "미국 우선주의" 집착은 이러한 노력을 복잡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강탈하려는 것은 나토를 분열시키고 유럽을 중국에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는 빌미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혼돈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가장 냉혹해지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앞으로의 세계는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보다, 혼돈이 상수가 되는 시대에 가깝다는 것이다. 규칙은 약해지고, 위기는 잦아지며, 충돌은 국지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년 동안 많은 사람은 똑같은 미래가 반복되는 것에 싫증을 느꼈다. 빠르게 움직이고 기존 질서를 부수거나, 적어도 뒤흔드는 걸 대담하고 급진적이며 참신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런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익숙해져 버린, 돌이켜보면 안일함에 빠질 정도로 익숙해진 국제 질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다음엔 트럼프 미 대통령이 또 다른 국가 원수를 억류하라고 명령할까? 또 다른 러시아 국적 유조선을 나포할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을 중국 본토와 재통일할 때가 왔다고 결정할까? 우리는 이른바 급진적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전 체제가 무너지고 있는 과도기에 있지만, 앞으로 무엇이 올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 않고 곧 새로운 정상 상태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예측 불가능한 유권자, 무역 전쟁, 인공지능(그리고 그에 따른 투자 거품), 고령화, 지구 온난화 등 너무나 많은 파괴적인 요인들이 존재한다. 게다가 우리는 의사결정권자들의 변덕에 무척 취약하다. 기념비를 세우는 데는 열심이지만 국민에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번영을 가져다주는 데는 서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항상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게 해주는 측근들로 둘러싸인 고립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대부분 지표에서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의 지도자이지만 국내외에서 권력 행사를 즐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생각해 보시라. 대만과 태평양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갈등, 국경을 따라 형성된 인도와 중국의 충돌, 그리고 유럽과 러시아의 동부 국경에서의 충돌 등등 전쟁은 우연히 시작될 수 있지만, 일단 시작되면 통제하거나 끝내기가 어렵고, 마치 산불처럼 모든 걸 집어삼킬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 혼돈 속에서 무엇을 감당해야 하나 한국은 에너지와 자원을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이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전형적인 개방 경제다. 세계 질서가 흔들릴수록 한국 경제는 그 진동을 증폭된 형태로 받아왔다. 에너지 전환 경쟁은 한국 산업의 명암을 동시에 드러낸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조선과 같은 분야에서는 기회가 열리지만, 에너지 가격 변동과 공급망 재편은 제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위협한다. 미·중 갈등은 ‘선택의 문제’를 한국 앞에 던지고 있으며, 어느 한쪽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리스크로 돌아올 것이다. 특히 기술 표준, 공급망, 안보와 산업 정책이 한 덩어리로 묶이는 시대에 한국 경제는 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내부 체력을 요구받고 있다. 성장률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적 회복력이고,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혼돈의 시대를 산다는 것은 불안하지만, 동시에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혼돈을 단순한 위기의 연속으로만 보지 않고, 무엇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규칙이 사라진 자리에 어떤 원칙을 세울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가를 것이다.
미국과 이란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를 둘러싼 협상을 시작했다. 이번 협상은 미국이 이란을 겨냥해 중동에 군사력을 집결하고, 이란은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대규모 해상 훈련을 시작하며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열렸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제네바에 있는 유엔 주재 오만 대사관 관저에서 간접 협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놓고 갈등을 빚어오던 양국은 지난 6일 오만에서 협상을 재개한 바 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은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협상단을 이끌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가한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양측이 오만의 중재자들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간접적으로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도 간접적으로 협상에 관여할 것”이라며 “합의를 못할 경우의 결과를 이란 측이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 인근 해역에 미국 핵항공모함이 배치된 가운데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군이 몇 주에 걸친 대이란 작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이 원유 수송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47년간 미국이 이란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며 “당신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란 정권 교체가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라며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과 이란이 적대 관계를 이어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란은 이번 협상을 통해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을 좁힐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앞선 오만 회담을 두고 “이란 핵문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이 보다 현실적인 쪽으로 움직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행한 웹진 ‘소프트웨어 중심사회’의 주요국 AI 인재 양성 및 유치 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재 유치 매력도는 2020년대 들어서도 세계 30~40위권에 그치고 있다. 이 지수는 AI 분야에 한정한 것이 아닌 전반적인 분야의 고급 인력 유치·유출에 관한 지표라고 하더라도 AI 분야 인재에 적용해 보더라도 단기간에 상위권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 전망됐다. AI 분야 인재 이동을 분석하는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발행한 ‘AI 인덱스’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 AI 인재 이동 지수는 -0.36(10만 명당 0.36명 순유출)으로 2023년 -0.30에서 유출 폭이 더 커졌다. 보고서는 지난해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글로벌 최우수 인재를 유치해 AI 등 첨단 산업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최근 들어 AI 고급 인재 ‘모시기’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분야 고급 인재 확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점이 됐다. 우리나라는 특히 AI 인재 순유출국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인재 보상 격차 해소와 경직된 연구 문화 개선을 통한 순유입국 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AI 양강으로 전 세계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미국·중국 외에 AI 인재 순유입국인 영국·일본의 사례가 시사점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한국은 대학 중심의 국내 인재 양성 정책에 주력하고 있으나 석·박사급 고급 인재 풀의 규모가 아직 선도국에 비해 작고 해외 인재 유치·귀환·활용 및 글로벌 협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빅테크나 해외 연구기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AI 전문가들이 다수 있지만, 이들이 역량을 국내에서 발휘하거나 귀국하도록 하는 정책적 장치는 부족한 실정이어서다. 보고서는 또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인공지능 파트너십(GPAI)’ 등 거버넌스 논의에 참여하지만, 정책적으로 국제 공동연구나 인재 교류가 미흡하고 기업의 AI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민관 협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인재 순유입국 지위를 유지 중인 영국과 일본이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목했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봤을 때 영국은 글로벌 재능 비자, 세계 상위권 대학 졸업생을 위한 HPI 비자, 스케일업 비자 등 다양한 비자 제도를 통해 브렉시트 이후 해외 AI 인재 유치에 힘쓴 결과 안정적인 AI 인재 순유입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AI 인재 양성의 후발주자로 2019년까지 한국처럼 AI 인재 순유출국이었지만, 2020년 0.69로 순유입국으로 전환했다. 일본은 특별고도인재제도(J-Skip) 도입, 유럽연합(EU)과 AI 인재 상호 유학 촉진 프로그램 및 대상국 확장 등을 통해 해외 인재 유치와 함께 해외 우수 일본인 과학자 귀국에도 힘쓰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석·박사급 고급 인재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 체계와 혁신 연구 클러스터 조성, 외국인 인재의 안정적인 정주 환경을 마련하는게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물리적인 이주 없이도 국내·외 AI 고급 인재가 국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원격 협업 및 인재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강대국 정치가 익숙한 양상으로 돌아왔다. 미국, 중국, 러시아는 지역, 무역로, 정치적 동맹에 대한 특권적 주장을 다시금 내세우고 있으며, 종종 냉전 이후 시대를 규정해야 했던 법적 제약을 교묘하게 이용하거나 회피하고 있다. 지난 세기의 강요된 위계질서에 의해 형성된 국가들, 이를테면 인도, 브라질과 같은 국가들은 다양한 수준의 점령, 지배, 또는 외부의 제약을 경험해 왔다. 이들 국가는 통치 방식, 안보 문제, 개발 전략에서 깊은 분열을 겪고 있지만, 지배와 저항이라는 공통된 역사를 통해 다져진 정치적 문법을 공유하고 있다. 이 문법은 힘들게 쟁취한 자산이며, 쉽게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이들은 필사적으로 지켜내려고 할 것이다. 대륙을 넘나들며 동맹을 맺기보다는 양다리를 걸치고, 확고한 결단을 내리기보다는 상황을 살피고, 굴복하기보다는 거래적인 방식으로 협상하려 할 것이다. 또한, 무역을 다변화하고, 자금 흐름을 바꾸고, 대안적인 파트너를 발굴하며, 선택의 폭을 넓히고 그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리라. 이들에게는 공급망, 결제 시스템, 에너지 흐름, 데이터 네트워크, 식량 시장 등 모든 요소가 압력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차기 세계 질서는 아마도 안
2026-02-17 윤영무 본부장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고 새로운 국정 운영 구상을 발표한 후, 세계는 더 이상 ‘일시적 충격’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제 질서를 떠받치던 규칙과 관행, 금기와 합의가 하나둘씩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안보 동맹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며 신정(神政)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발사하며 냉전 이후 암묵적으로 지켜진 선을 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관통하는 인식은 분명하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세상은 끝나고 있으며, 이미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국제정치·경제 분야의 전문가 다섯 명에게 “다가오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 것인가”를 물은 뒤 이들의 답변을 종합해 혼돈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다섯 가지 기둥을 세웠다. 여기에 필자의 의견을 덧붙여 탈질서의 세계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 에너지가 다시 세계 질서의 중심이 되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목한 첫 번째 키워드는 ‘에너지’다. 이는 새로운 화두라기보다는 가장 오래된 문제로 귀환하는 것에 가깝다.
2026-02-16 윤영무 본부장 기자
창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예비창업자는 사업 아이디어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시장 내에서 차별화 가능한 요소는 무엇인지가 초기 논의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실제 경영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분명하다. 창업의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아이디어의 참신성이 아니라, 사업을 실행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설계된 준비의 깊이다. 새로운 사업화 추진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곧바로 ‘좋은 사업’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드물다. 고객은 예상보다 빠르게 비교하고, 경쟁자는 예상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움직이며, 거래 조건은 감정보다 계약과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 홍보에는 즉각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유통·플랫폼 채널은 수수료를 요구한다. 운영 과정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결제 시점은 지연되기 쉽고, 재고와 반품은 현금을 묶는 구조로 작 동하며, 사소한 운영상의 판단 오류가 곧바로 손익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예비창업자에게 가장 큰 제약 요인은 제한된 자금과 시간, 그리고 ‘처음 경험하는 사업 운영’에서 비롯되는 시행착오다. 유사한 아이디어로 출발한 사업 중 일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반
2026-02-13 편집국 기자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 VC)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작동되도록 하는 근본 목적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이다. 내부통제(Internal Control)는 조직이 조직의 목 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경영 활동이나 규정 준수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과정과 절차를 말한다. 내부통제는 경영 활동을 일정한 시스템에 따라 통제하고 계획과 실적을 비교하여 평가하는 과정을 포함하는 종합적 관리 방식이다. 벤처캐피탈 업계는 투자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벤처투자 시장을 만들기 위한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회사 임직원이 내부정보를 악용해 투자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윤리규정 등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벤처캐피탈 자율규제 프로그램 참여기 업에 대해 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우수한 VC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내부통제는 크게 3단계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투자처 발굴 및 심사 (Pre–Investment), 투자 결정 및 집행(Execution), 사후관리(Post–Investment)로 구분하여 프로세스별로 구체적인 통제 방안(Process Flow)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투자발굴 및 심사
2026-02-13 편집국 기자
20년 전의 청소년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었다. 당시를 떠올리면, 10대 시절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일은 대개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간섭처럼 느껴졌고, 잔소리로 들렸으며, 무엇보다 ‘나만의 세계’를 침범당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아과 의사들과 공중보건 연구자들의 최근 연구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놓는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가족 간의 유대가 성인이 된 이후 더 나은 삶의 질적 수준과 정신적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주 「JAMA Pediatrics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시절에 부모와 친밀하고 따뜻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높은 사회적 유대감을 가질 확률이 23.4%포인트 더 높았다. 특히 성인의 사회적 행복의 측정에 사용한 '6가지의 모든 지표-예를 들어 소득, 건강, 심리 검사, 삶의 만족도 등) 에서 일관되게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연구 결과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로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면 접촉이 급격히 줄어든 사회다. 가족끼리 밥을 함께 먹는 시간은 줄었고, 대화는 메시지와
2026-02-11 윤영무 본부장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올 하반기부터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뢰(Le Cordon Bleu)’처럼 한식 교육의 세계적인 기준이 되는 ‘수라 학교’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거주 외국인 조리사, 조리 전공자, 그리고 대중적이고 실무적인 외식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식을 글로벌 미식의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기보다 민간 교육기관을 공모·선정하여 각 기관의 특색을 살린 전문 교육을 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신청 방법과 상세 모집 공고는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나 한식진흥원을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해외에서건 국내에서건 한식의 이름으로 팔리는 음식이 제각각이고, 그중 상당수가 ‘한식 풍’에 그친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 취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한식은 ‘손맛·칼맛·불맛’이라는 아날로그적 설명이 격에 맞는 것처럼 여겨 왔다. 이는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하지만 계량화되지 않은 감각의 언어로는 국경을 넘는 순간 표준이 되기 어렵다. 해외에서 한식을 배우는 이들에게 “대충 이 정도” “불 조절은 느낌으로”라는 설명은 재현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각자의 해석이 덧붙여지고, 한식은 빠르게 변주되며 원형과 멀어진다. 세계화의 걸림돌은 바로
2026-02-11 윤영무 본부장 기자
많은 기업은 경영 환경이 점차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품고 사업을 이어가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대보다 불안의 신호가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 거래처의 발주 주기가 점차 늦어지고, 원자재 가격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며, 환율과 금리 변동에 대한 언급이 잦아질수록 조직 내부의 긴장감 역시 서서히 높아진다. 이러한 인식이 지속되면 조직은 외부 환경의 변화를 관리와 대응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불가항력적인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전략적 판단의 범위는 점차 축소되고, 선택과 조정을 통해 상황을 바꾸려는 경영의 역할 역시 약화된다. 결국 문제 해결 을 중심으로한 적극적인 경영은 뒤로 물러나게 되고,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수용하는 소극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조직 전반에 확산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사실 위기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급망 불안, 금융 환경의 변동, 소비심리 위축, 규제 강화와 경쟁 구도의 재편과 같은 요인들은 특정 시점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형태를 달리하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환경 변수에 가깝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는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에 지속적으로 작
2026-02-09 김소영 기자
대한민국의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천명관 (千明官)이 10년 만에 장편을 발표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다. 그는 2004년 장편소설 ‘고래’로 독자와 평단 모두를 놀라게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천 년 동안의 고독’과도 비교되며 주술적 사실주의의 백미로 거론되는 이 작품은 작가가 다양한 삶의 경험을 쌓아온 뒤에야 비로소 빚어낸 거대한 서사였다. 은희경은 당시 그의 출발을 두고 “전통적 소설 학습이나 동시대 작품에 빚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독자적 세계의 탄생을 주목했다. 그리고 지금, 10년 만에 발표되는 신작은 그 연장선상에서 다시금 이야기가 어떻게 확장될지 기대하게 한다. 문학의 귀환을 축하하는 방식을 여러모로 상상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한 병의 와인을 곁들 이는 것을 권한다. 천명관에게 어울리는 품종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탈리아 남부의 풀리아(Puglia)의 프리미티보(Primitivo)다. 프리미티보는 미국의 진판델과 같은 유전적 뿌리를 가진 품종으로,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고 과실향이 강렬하다. 잔에 따르면 밝은 루비색을 띠며 라즈베리·블루베리·딸기 같은 붉은 과일 향과 함께 시나몬 등의 향신 노트가 은근히
2026-02-09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