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확산은 데이터센터를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아니라 국가 전력망을 뒤흔드는 거대한 소비자로 끌어올렸다. 서버 한 대가 아니라 수천 개의 GPU가 동시에 돌아가는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고, 냉각 비용만으로도 전체 운영비의 절반에 육박한다. 일반적인 데이터센터의 전력 구성만 봐도 IT 장비가 45~55%를 차지하며, 그다음으로 냉각 설비가 30~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공랭·수랭 방식이 이 열기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45℃의 뜨거운 물로 GPU를 식히는 ‘온수 냉각’ 기술을 채택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뜨거운 물이 더 효율적이라는 역설적인 선택은 AI 인프라가 기존 방식의 한계에 도달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전력·물 사용 규제 강화, ESG 압박, 글로벌 AI 경쟁이 겹치며 냉각 패러다임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데이터센터 냉각 패러다임의 균열: AI 인프라가 맞닥뜨린 보이지 않는 병목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더 이상 단순한 ‘열 관리 시설’이 아니라 고밀도 AI 연산의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초거대 AI 모델의 연산량이 폭증하며 냉각 문제는 운영 효율을 넘어 인프라 확장성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기존 공랭식은 GPU 서버가 방출하는 고열을 감당하지 못하고, 수랭식은 설비 복잡성과 비용, 누수 위험의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냉각 기술은 더 이상 백그라운드 기술이 아니라 AI 시대의 성능·안정성을 결정하는 전면적 과제가 되고 있다. AI 모델 학습에 투입되는 전력이 중소 도시의 연간 사용량에 육박하면서, 그 에너지가 모두 열로 전환돼 데이터센터 내부에 축적되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최신 GPU 한 장이 방출하는 열은 700W를 넘기며, 수천 장이 집적된 AI 팜에서는 기존 냉각 시스템이 설계 한계를 반복적으로 초과한다. 냉각 효율이 떨어지는 순간 서버는 스로틀링에 들어가 연산 속도가 급감하고, 이는 곧바로 AI 서비스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결국 냉각 기술은 비용 절감의 보조 요소가 아니라 AI 인프라의 경쟁력과 확장성을 가르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변화는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구조와 입지 전략까지 흔들고 있다. 공랭식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고밀도 AI 서버를 수용할 수 없고, 수랭식은 설비 투자와 유지 비용이 급증해 경제성을 위협한다. 일부 기업은 북유럽이나 캐나다처럼 자연 냉각이 가능한 지역으로 데이터센터를 이전하고, 다른 기업은 아예 냉각 기술 자체를 재발명하려고 시도 중이다. 냉각 기술의 혁신 없이는 AI 인프라의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냉각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과 기업 전략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 전쟁의 최전선이 되었다. 문제는 이 전쟁이 아직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AI 모델의 크기와 성능만이 주목받는 사이, 그 모델을 지탱하는 물리적 기반은 조용히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리고 그 균열은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온수 냉각이 가져오는 기술·산업·정책의 대전환 생성형 AI의 폭발적 확산은 데이터센터의 냉각 기술을 재검토하게 했다. 기존 공랭·수랭 방식은 CPU 중심의 서버 시대에는 효율적이었다 해도 AI 서버는 상황이 다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탑재한 고성능 GPU는 기존 서버 대비 2~3배 열을 발생시켜 더욱 열에 민감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엔비디아에서 온수 냉각을 빠르게 도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온수 냉각의 도입은 단순히 냉각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의 설계 철학 자체를 바꾸는 대전환이다. 서버 랙에는 GPU와 직접 맞닿는 냉각판(Cold Plate)이 장착되고, 서버 보드 설계도 냉각 유로를 고려해 재구성된다. 건물 내부에는 온수 순환을 위한 배관망과 열교환기가 새롭게 설치되며, 기존 공랭 중심 데이터센터에서 흔히 보이던 대형 공조기나 냉각탑은 크게 줄어든다. 초기 구축 비용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운영비 절감 효과는 훨씬 크다. 냉각 효율이 높아지면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GPU 운영이 가능해 AI 인프라의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온수 냉각은 데이터센터의 장기적 경제성을 재정의하는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국내 데이터센터는 여전히 공랭·수랭 중심의 전통적 방식에 머물러 있으며, 온수 냉각 도입률은 매우 낮다. 이에 더해 한국은 수도권 전력망 포화, 물 사용 규제 강화, 지역 주민 반발 등 냉각 효율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온수 냉각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은 초기 투자비 부담, 기술 표준 부재, GPU 공급망 불안정, 데이터센터 입지 규제 등 장애물도 많다. 그럼에도 온수 냉각은 전력 효율 개선을 통해 AI 인프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친환경 데이터센터 인증과 ESG 평가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온수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지역난방이나 산업용 열로 재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해진다. 냉각 기술은 AI 인프라 경쟁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모델이 대형화될수록 GPU 클러스터의 열 밀도는 폭증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식히는 방식이 인프라의 성능과 비용을 좌우한다. 엔비디아, AMD, 인텔 등 주요 제조사들은 온수 냉각 전제의 서버 설계를 확대하고 있으며, 차세대 GPU는 공랭 방식으로는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관련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온수 냉각 기반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축, GPU 팜 효율 극대화, 정부·지자체와의 규제 협력, 열 재활용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온수 냉각은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다.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차가운 공기’가 아닌 고온의 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재활용하는 에너지 산업에 가까워지고 있다. AI가 만들어 내는 경제적 가치가 기존 인프라의 한계를 넘어 확장되기 위해서는 냉각 기술의 혁신이 필수이며, 온수 냉각은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이는 한국이 AI 인프라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이기도 하다. ◇‘뜨거운 물’이 AI 시대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AI 인프라의 중심축은 더 많은 GPU 확보가 아닌 얼마나 효율적으로 GPU를 식히고, 얼마나 적은 전력과 물로 안정되게 운영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GPU 클러스터가 만들어내는 열을 감당하지 못하면 모델 학습 속도는 떨어지고, 전력 비용은 치솟으며, 데이터센터 확장도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은 냉각 기술의 해결책으로 온수 냉각을 선택하고 있다. 온수 냉각은 데이터센터의 설계, 전력 구조, 환경 규제, 운영비, 산업 생태계까지 흔드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냉각탑과 칠러를 줄여 전력 사용량을 낮추고, 물 사용량을 줄여 ESG 규제에 대응하며, 폐열을 지역난방이나 산업용 열원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가능하게 한다. 냉각 기술 하나가 데이터센터의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바꿀 수 있다. 우리 데이터센터는 수도권 전력망 포화, 물 사용 규제 강화, 지역사회 반발 등 기존 방식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공랭·수랭 중심의 구조로는 AI 시대의 전력 밀도와 열 부하를 감당하기 어렵고, 글로벌 클라우드·AI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냉각 기술 혁신을 국가적 전략으로 다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온수 냉각은 전력 효율을 높여 더 많은 GPU를 운영할 수 있고, 친환경 데이터센터 인증과 ESG 평가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폐열 재활용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줄이는 새로운 모델도 만들 수 있다. 곧 AI 인프라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길을 만들 수 있다. 냉각 기술을 혁신하는 기업이 곧 AI 인프라의 속도를 결정하는 기업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공지능 확산과 GPU 사용 증가로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에너지경제연구원 김 박사는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 관리의 핵심 지표인 전력효율지수(Power Usage Effectiveness, PUE) 규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유럽연합을 포함해 독일·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주요국은 국가 차원의 PUE 기준을 마련해 기존 데이터센터의 단계적 개선 목표를 제시하고, 신규 센터에는 일정 수준의 PUE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정부 차원의 규제가 전무할 뿐 아니라 각 데이터센터의 PUE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아 정책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 박사는 “카카오·네이버 등 일부 국내 기업이 자체적으로 PUE를 공개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보고 체계가 없어 데이터 확보는 불가능하다”며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량을 공식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PUE 개선에 따라 인센티브나 규제를 적용하는 정책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논의되는 ‘소버린 AI’ 역시 기술 개발 중심일 뿐, AI 확산에 따른 에너지 소비 관리 논의는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연일 이어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그리고 이란의 보복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오래된 기억 하나가 되살아난다. 이란 혁명 10주년 행사에 이란 정부 초청으로 수도 테헤란을 비롯하여 군 수송기를 타고 이란의 유전과 남쪽 도시를 방문했었다. 당시 거리에는 호메이니의 초상, 혁명수비대의 행진, 그리고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카메라 밖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은 단선적이지 않았다. 혁명의 자부심과 피로감, 종교적 열정과 세속적 욕망이 한 도시의 공기 속에 공존하고 있었다. 오늘 자 뉴욕타임스에 토머스 프리드먼이 기고한 관련 칼럼은 복합적인 이란을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유용했다. 그는 중동 전쟁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하려면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머릿속에 담아둬야 한다고 했다. 종교, 석유, 부족 정치, 강대국 정치가 모든 주요 사건에 얽혀 있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흑백논리로만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차라리 체스나 두는 게 나을 거라고까지 했다. 또 테헤란의 성직자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이번 노력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테헤란 신정정권은 자국민을 학살하고, 주변국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위대한 문명을 파괴해 왔기 때문이다. 테헤란의 이슬람 정권이 이란 국민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진정한 목소리를 내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전념하는 지도부로 교체되는 것만큼 중동 전체를 더욱 건전하고 포용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둘째, 이 작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란 정권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공습만으로는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년 넘게 무자비한 공습과 지상전을 벌였지만,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지 못했다. 게다가 하마스는 바로 이웃 나라인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트럼프 대통령이 촉구한 이란 국민의 봉기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란 국민과 주변국에 대한 위협이 훨씬 덜한 '이슬람 공화국 2.0'-기존의 것을 개선하거나 시대에 맞게 변형한 새로운 나라를 의미-이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주도적인 정권 개혁파가 나설 수 있을 것으로도 보았다. 반대로 이란이라는 국가가 분열되는 등 예상치 못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고도 했다. 셋째, 이 전쟁의 종결 시기는 이란 내부의 군사적 상황뿐만 아니라 석유 시장과 금융 시장에 의해서도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화폐 가치가 벽지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한 이후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되는 액화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은 트럼프 지지층을 자극할 것이며, 그들 중 상당수는 이미 중동 전쟁에 다시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많은 사람이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랄 것이며, 이는 트럼프와 테헤란의 협상 방식과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넷째, 그는 이란에 민주주의와 법치를 가져오기 위한 이 전쟁에 매몰되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민주주의와 법치에 가하는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헤란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의 이상을 고취하고자 하지만,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들은 미네소타 주에서 두 달 동안 법적 제약을 거의 무시하며 활동했고, 다음 선거에서 투표권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란과의 전쟁이 네타냐후 총리가 올해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이는 서안 지구 합병, 이스라엘 대법원의 기능 마비, 그리고 이스라엘을 인종차별 국가로 만들려는 그의 노력에 큰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며, 이는 이란을 넘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가 혁명 10주년 행사 때 보았던 혁명은 완결된 과거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행형이었다. 혁명은 체제를 세웠지만, 그 체제를 영원히 고정하지는 못했다. 지금 이란의 앞날도 마찬가지다. 전쟁의 포성이 울려도 장기적으로는 시민의 삶의 질, 경제의 활력, 세계와의 연결성이 국가의 향방을 결정하니까 말이다. 이란은 다시 갈림길에 서 있다. 강경한 요새 국가로 남을 것인가? 제한적 타협을 통해 숨을 고를 것인가? 아니면 내부 변화의 압력을 제도 안으로 흡수할 것인가? 외부의 폭격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란 국민이 어떤 미래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혁명 10주년의 깃발 아래에서 느꼈던 그 복합적인 표정들—자부심과 피로, 열정과 회의—가 지금도 테헤란의 밤거리에 공존하고 있을 것이다. 역사는 포성으로 기록되지만, 결국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방향이 잡힐 것이다.
생명(bio)을 해킹(hacking)한다는 ‘바이오 해킹’이 일상의 언어가 된 듯하다.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이 수면 시간을 쪼개고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생산성을 극대화하던 실험이 이제는 우리나라의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식탁 위까지 들어왔다. 간헐적 단식, 저 탄수·고지방 식단, 수면 시간·빛 노출 관리, 냉수 샤워, 사우나 영양 보충제 섭취, 혈당·심박·수면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 사용 등 가장 흔한 형태의 바이오 해킹에서 유전자 분석 후 맞춤 영양 설계, 장내 미생물 조절, 각종 호르몬·노화 억제 실험 등 확장된 형태의 기술 의학적 바이오 해킹까지 ‘내 몸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입력값을 바꿔 출력값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자기 몸과 기능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식습관·수면·운동·환경 등을 의도적으로 조절해 나가겠다는데 무슨 토를 달겠냐만 문제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더 넣을 것인가’에 집착한 나머지 ‘그 무엇이 어디서 왔는지’를 잊어버리는 태도다. 이 지점에서 먹을거리의 근본, 흙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고가의 바이오 해킹이라 해도 자연환경이 오염된 상태에서, 특히 지력(地力)을 잃은 황폐한 흙에서 자란 먹거리로 과연 생명의 밀도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비료와 농약이 범벅된 먹거리를 가지고 바이오 해킹을 해 봐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거라는 점에서 그렇다.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생태경제학은 생산과 소비의 흐름을 화폐가 아니라 생태계의 순환 속에서 본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이란, 개인의 몸 안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토양 미생물에서 시작해 식물의 뿌리를 거쳐 우리의 장내 미생물로 이어지는 긴 사슬의 한 고리를 통해 달성된다. 예를 들어 혈관에 쌓인 찌꺼기를 거실 바닥 청소하듯 깔끔하게 청소할 수 있는 의료 기술을 포함한 바이오 해킹 기술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극초 수준의 로봇이 혈액으로 들어가 모세혈관까지 청소할 수 있다면 모를까. 아직은 살아 있는 흙에서 난 단순한 음식의 힘을 빌리는 동시에 생활 습관을 바꾸는 수밖에 없을 터이다. 예로부터 팥은 피를 맑게 한다고 여겼다.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팥은 혈액 내 활성산소를 줄여 혈관 내피세포의 손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밖에도 팥의 풍부한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을 조절하고, 칼륨은 혈압을 안정시키며, 풍부한 저지방 식물성 단백질은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팥앙금, 트랜스 지방이 많은 가공식품과 결합한 행태, 과도한 당류와 함께 섭취하는 경우 팥의 장점은 상쇄된다. 그렇게 보면 최고의 흙에서 자란 밀과 팥으로 만든 소박한 붕어빵 하나가 값비싼 기능성 음료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은 해킹의 대상이기 이전에 자연의 일부다. 흙이 병들면 식물이 병들고, 식물이 병들면 우리의 몸도 병들고, 혈관도 탁해진다. 그러므로 진정한 바이오 해킹은 좋은 흙, 절제된 식사, 충분한 휴식, 그리고 공동체와 나누는 밥상이리라. 기술은 그 위에 얹히는 도구일 뿐, 뿌리가 될 수는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데이터와 실험정신은 존중하되, 생명의 근원을 잊지 않는 균형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커피에 무엇을 더 넣을지 고민하기 전에, 그 커피를 길러낸 토양과 노동을 떠올려 보는 일, 단식 시간을 계산하기 전에, 내 식탁에 오르는 곡물과 채소가 어떤 흙에서 자랐는지 묻는 일, 그것이 바이오 해킹 시대에 생태 경제학적 상상력이 제안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 아닐까 한다.
정부가 임금 체불실태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관련 통계지표를 기존 3개에서 11개로 확대하고 이를 매월 집계해 공개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에 새롭게 신설되는 지표는 ‘임금체불률’(임금총액 대비 체불임금 비율)과 ‘체불노동자 만인율’(임금 노동자 1만 명 당 체불 피해자 수) 2가지다. 신설 지표 외에도 기존에 집계는 됐지만 따로 공개하지 않았던 ‘체불 사건 처리 결과’와 ‘금품·업종·규모·국적·지역별 체불 현황’ 등 6개 지표도 추가 공개한다. 체불 발생 원인도 유형별로 세분화해 파악한다. 기존에는 ‘일시적 경영 악화’가 60% 이상을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일시적 경기 영향’, ‘사업소득 미발생’, ‘도산·폐업’ 등으로 보다 세분화한다. 또한 체불 정보와 기업 소득 정보를 연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분석 결과를 연 1회 발표한다. ‘숨어 있는 체불’ 현황도 파악해 반기별로 발표한다. 아울러 전국 지방 관서에 접수된 신고 사건을 바탕으로 '체불 총액'과 피해 노동자 수 등 3개 지표를 중심으로 발표해온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체불액’은 조사가 완료돼 확정된 금액 기준으로 산정한다. 기존에는 체불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변동 가능성이 있는 금액도 체불액에 포함시켜 중복 집계 문제점이 있었다. 기존의 3종 지표도 11종으로 확대한다. 새로 도입되는 대표 지표는 '임금체불률'과 '체불노동자 만인율'이다. 임금체불률은 해당 월 체불임금 총액을 노동시장 임금 총액으로 나눈 비율이며, 체불노동자 만인율은 임금노동자 1만 명당 체불 피해자 수를 의미한다. 노동시장 규모 대비 체불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상대 지표다. ◇ 2025년 임금 체불액 2조 678억 9600만원으로 집계···제조업·건설업 가장 많아 고용노동부가 윤종오 국회의원(진보당·울산 북구)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임금 체불 금액은 총 2조 678억 9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30억 4천8백만 원 증가한 수치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6146억 원(29.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설업 4165억 원(20.1%), 운수·창고·통신업 2845억 원(13.8%), 도소매·음식숙박업 2479억 원(12.0%), 금융·보험·부동산·사업서비스업 2314억 원(11.2%) 순으로 나타나 제조업과 건설업 등 전통적인 체불 다발 업종에서의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 5826억원, 서울 5005억원, 경남 ,191억원, 부산 1090억원 순으로 체불 금액이 많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체불 노동자에게 지급된 대지급금이 1636억원에 달해, 다른 지역에 비해 정부 대지급금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체불 노동자에게 대신 지급한 대지급금은 6845억 원으로, 전년(7242억 원)보다 397억 원 감소했다. 지급금 회수액은 17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0억 원 증가했다. 전체 체불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임금체불에 대한 사법처리 비율은 2025년 22.6%로, 2024년(20.3%)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2021년 29.2%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5년 상반기 사법처리 비율 23%보다도 낮다. 윤종오 의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근로감독관 확충 등 체불 방지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임금체불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체불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법처리 비율을 대폭 높이는 등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3월 전국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이 총 3만1012세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월(8646세대) 대비 약 259% 증가한 규모다. 일반분양 물량은 1만9286세대로, 전년 동월(7585세대)보다 약 154% 늘었다. 3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이 같은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난 데에는 기저효과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월은 정치적 변화 국면 속에서 분양 일정이 위축됐던 시기였다. 올해는 연초 일정이 재정비되면서 3월 예정 물량이 크게 확대된 모습이다. 2월 분양 실적은 계획 대비 다소 낮았다. 2월 분양계획 물량은 총 1만4222세대였으나 실제 분양은 9484세대로, 총세대수 기준 67%의 실적률을 기록했다. 일반분양은 계획 6091세대 중 5324세대가 공급돼 87%의 실적률을 나타냈다. 3월 예정 물량을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1만8866세대, 지방이 1만2146세대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8985세대, 서울 8527세대, 인천 1354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단지가 다수를 차지한다. 영등포구 신길동 ‘더샵신길센트럴시티’(2054세대), 성북구 장위동 ‘장위푸르지오마크원’(1931세대), 동작구 노량진동 ‘라클라체자이드파인’(1499세대), 용산구 이촌동 ‘이촌르엘’(750세대) 등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도심 내 공급이 중심을 이루는 구조다. 경기에서는 남양주시 오남읍 ‘오남역서희스타힐스여의재3단지’(1056세대),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더샵분당하이스트’(1149세대), 광주시 양벌동 ‘경기광주역롯데캐슬시그니처’ 1·2단지(총 2326세대), 의정부시 의정부동 ‘의정부역센트럴아이파크’(400세대) 등이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서구 불로동 ‘검단호수공원역파라곤메트로파크’(569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지방에서는 충남 아산시 ‘아산탕정자이메트로시티’(1638세대), 충북 청주시 ‘청주푸르지오씨엘리체’(1351세대), 경남 거제시 ‘거제상동2지구센트레빌’(1307세대),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엘가로제비앙’(998세대) 등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직방 관계자는 “연초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던 사업장들이 분양 준비를 재정비하면서 봄 분양 성수기를 앞두고 공급 일정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에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에서도 계약 단계에서 일부 이탈이 발생해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 경쟁률보다 실제 자금 조달 여건과 가격 부담이 분양 성과를 좌우하는 만큼, 3월 분양시장 역시 단지별 온도 차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여야가 대미투자특별법을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4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오는 9일까지 사전 합의대로 법안 심사를 마무리하고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은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며 입법 절차가 지연된다면 미국의 관세 부과 등 무역불이익이 우려된다"며 "국익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승적으로 처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이 합의에 나서준 점에 감사하다"며 "여러 경제적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해 안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위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법안은 오는 12일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대미투자 관련 특별법안 9건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소위원장은 특위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이 맡고, 위원으로는 허영·박지혜 민주당 의원, 박수영·박상웅·강승규 의원,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참여한다.
연일 이어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그리고 이란의 보복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오래된 기억 하나가 되살아난다. 이란 혁명 10주년 행사에 이란 정부 초청으로 수도 테헤란을 비롯하여 군 수송기를 타고 이란의 유전과 남쪽 도시를 방문했었다. 당시 거리에는 호메이니의 초상, 혁명수비대의 행진, 그리고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카메라 밖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은 단선적이지 않았다. 혁명의 자부심과 피로감, 종교적 열정과 세속적 욕망이 한 도시의 공기 속에 공존하고 있었다. 오늘 자 뉴욕타임스에 토머스 프리드먼이 기고한 관련 칼럼은 복합적인 이란을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유용했다. 그는 중동 전쟁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하려면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머릿속에 담아둬야 한다고 했다. 종교, 석유, 부족 정치, 강대국 정치가 모든 주요 사건에 얽혀 있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흑백논리로만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차라리 체스나 두는 게 나을 거라고까지 했다. 또 테헤란의 성직자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이번 노력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테헤란 신정정권은 자국민을 학살하고, 주변국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위
2026-03-03 윤영무 본부장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판결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무기징역은 법정 최저형으로 국민의 법 감정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언의 신빙성, 절차적 공정성 등에 의문이라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어떤 판결이든 의견이 둘로 갈라지는 장면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논쟁은 다 시 진영의 언어로 굳어가리라. ‘세상사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갈 법도 한데 이번 재판을 지켜보며 유독 한쪽이 쓰렸다. 왜 그랬을까? 분열에 익숙해져서거나 재판이라는 제도가 갈등을 잠재우는 마지막 판결문이 되어 공동체를 설득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1심 판결이 나온 후 필자는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 약 2000년 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를 떠올렸다. 노예였다가 주인으로부터 풀려나 철학자가 된 그는 로마 제국, 특히 스토아 철학이 크게 번성하던 때 활동했다. ‘세상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누어 생각하라’고 가르친 그의 철학적 힘을 빌리면, 세상의 저울이 미세하게 기울어진 느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의
2026-02-28 윤영무 본부장 기자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영국 국민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크게 착각하고 있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순간뿐이며, 일단 선출이 끝나면 그들은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라고 말했다. 30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선언하지만, 현실에서 국민은 헌법을 고칠 수도, 법을 만들 수도 없다. 입법권은 오직 국회에만 있고(헌법 제40조), 국민은 투표로 대표를 뽑는 것 외에는 정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대의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라고 부른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착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핵심을 ‘선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고대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는 추첨을 통해 작동했다. 아테네의 500인 평의회는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들이 1년 임기로 교대하며 국정을 운영했다. 왜 선거가 아니라 추첨이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선거는 귀족정의 원리이고, 추첨은 민주정의 원리”라고 명확히 구분했다. 선거는 필연적으로 엘리트를 선출하지만, 추첨은 평범한 시민 누구나 권력을 행사할 기회를 준다. 이 책은 추첨제가 중세까지
2026-02-24 편집국 기자
서울에서 식품 제조업체 창업을 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작은 소스 공장 하나를 차리려 해도 설비 비용, 임차료, 위생 설비, 냉장·냉동 시설, 포장라인 구축, HACCP 인증 비용까지 합치면 수억 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원재료 확보 비용과 인건비, 물류비까지 더하면 청년이나 소규모 창업자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벽이 너무 높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브랜드는 서울에, 제조는 지방에서’라는 이원적 구조를 선택한다. 당연히 서울은 마케팅과 유통의 도시가 되고, 제조는 외곽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지금, 이 구조는 재검토할 시점에 와 있다. 최근 K-푸드 수출은 124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고, 5년 연속 1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라면, 김, 김치, 소스류, 과일 가공품 등 다양한 품목이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 달리 제조 현장의 디지털화 수준은 매우 낮다. ◇ 스마트공장의 필요성 국내 식품 제조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2.3%에 불과하다. 근로자 10인 미만 기업은 이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식품산업은 여전히 영세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원재료 가격 변동과 인건비 상승, 물류비 증
2026-02-24 편집국 기자
1년 전, 우리의 무심한 일상을 흔들었던 계엄령 포고를 듣고 분노하면서 늦은 시간 각지에서 달려가 계엄군의 탱크를 막아서는 민주시민들의 모습이 생중계됐다. 계엄은 헌법 절차를 통해 해제되었다. 이후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적대국에 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의 비상식적인 계략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다시금 악의 평범함을 떠올린다. 새로운 입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던 자들의 수많은 조작과 위증이 특검을 통해 어느 정 도는 사실에 근거한 퍼즐로 맞춰지면서 임무에 종사했던 각 분야의 권력자들과 군인,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그를 위한 방어 전략에 목숨을 건 듯했다. 불법 계엄 파동이후 국가 경제는 휘청거렸고 서민들의 삶은 더 위태로워졌다. 아렌트의 ‘악의 평범함’이 오늘의 현실에서도 너무도 당당하게 꿈틀거리고 있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사유하지 않는 자들의 평범한 악행이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음이다. 광주 민중항쟁에서 축적된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사이비 신념 △음모론의 확장 △확증편향의 선동과 억지 주장 등등의 부조리한 사태는 최소한의 이해마저 포기하게 만든다. 국정 책임자인 장관이라는 자는 법정에 나와 대통령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
2026-02-23 편집국 기자
근대철학의 이단아인 스피노자(1632~1677)는 23살 때 ‘신을 다르게 이해한다’는 이유로 암스테르담 유대 공동체에서 파문을 당했다. 그는 이에 대항하지 않고 조용히 현미경과 망원경용 유리 렌즈를 갈아 만드는 일을 하며 철학 연구에 전념했는데 아쉽게도 1677년 2월 21일 44살이란 비교적 젊은 나이에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대표작 《에티카》는 그가 죽은 뒤 친구들이 원고를 정리해 출판한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어떤 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나는 바뤼흐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고 답했다. 우주의 조화로운 법칙을 경외했던 아인슈타인으로서는 ‘우주가 수학적 질서 속에서 필연적으로 움직이며, 그것을 이성으로 이해할 때 전 세계를 사랑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는 스피노자의 철학에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실제로 그는 평생 스피노자를 존경했다. 물리학의 거인이 스피노자를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는데 우리 가운데 과연 철학자를 마음에 두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근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를 말하는 노자의 도덕경에 마음이 끌리고 있지만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뒤처지는 철학이 아닐까 싶어 선뜻 마음에 품지 못하
2026-02-23 윤영무 본부장 기자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을 규정짓는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특징이나 꼬리 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무리는 항상 움직인다. 집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사람들이 모인 회당에서는 내 성적일 수도 있고, 강세장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주식 투 자자가 약세장에서는 지나치게 신중할 수도 있다. 행동은 ‘만약 ~라면 ~일 것이다’라는 조건문과 같은 맥락에 더 가깝다. 어떤 상황이 되면 이런 생각의 흐름과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상황이면 전혀 다른 생각의 흐름과 행동을 보일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범주들이 오히려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셨으리라. 우리는 정신 활동을 지각, 추론, 감정, 욕망, 행동과 같은 범주로 나눈다. 이는 뇌의 모듈식 구 조와 잘 맞아떨어진다. 시각은 머리 뒤쪽에서, 추론은 앞 쪽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소용돌이의 집합체로 바라보면, 이 모든 다양한 정신 활동이 하나의 전체적인 과정의 일부로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여러분이 느끼는 감정은 여러분이 보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러분이 보는 것도 여러분의 느낌에 영향을 미친다
2026-02-21 윤영무 본부장 기자
최근 독일에서는 전기·가스 요금이 급등해 난방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차에 2월 11일자, 뉴욕타임스에서는 뜻밖의 기사를 실었다. '영국에서 굴뚝 청소부가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산업혁명기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직업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니..., 시대가 거꾸로 가는 것일까? 런던발 이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사람들이 전기 가스에만 의존하기 어려워지면서 벽난로와 목재를 사용하는 난로를 보조 난방으로 두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굴뚝 점검과 청소를 해주는 전문가의 수요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굴뚝 청소부는 예전과 같은 형태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집 위를 맴돌며 지붕 상태를 살피는 드론이나 굴뚝 내부를 살펴보는 CCTV 카메라, 그을음을 청소하는 산업용 진공장치 등 현대적 도구를 사용해 예전과 다른 기술 기반 형태의 직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굴뚝 청소업계 단체에 따르면, 회원 수는 2021년 약 590명에서 현재 약 750명으로 증가했다. 훈련을 받는 젊은 인력도 등장하는 등 업계 자체가 재부흥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20세기 후반 중앙난방의 대중
2026-02-20 윤영무 본부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