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의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 가운데 약 27%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과 중대한 불법 전용은 엄정 처벌하되, 상속농지와 고령농의 관행적 임대차 등은 특별조치법을 통해 처분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3일 KBS1 라디오(전격시사)에 출연해 농지 추가 조사에 대해 "투기 유형에 집중할 것"이라며 "7월 말 기본조사는 끝났고, 현재 진행 중인 현장조사도 10월 중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또한 "투기나 중대한 불법 전용이 아닌 일반적인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농지법상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겠"고 재확인했다. 송 장관은 "농지법이 30년 묵은 법이다 보니 고쳐야 할 대목이 많고, 사회적 공론화도 필요하다"며 "특별조치법으로 현재의 위반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기간을 두고, 내년에는 농지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일정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 특별조치법을 발의해 연말까지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농지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상속·고령농 등 5대 농지 처분 제외...다만, 중대 불법전용은 법대로 조치 정부가 처분 예외 대상으로 제시한 대표적인 유형은 ▲상속농지, ▲고령농의 관행적 임대차,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맹지·영농곤란 농지, ▲미허가 농업용 시설 등 5가지다. 상속받은 농지를 경작하지 않거나 소유 상한을 초과한 경우, 고령이나 질병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 이웃이나 친척에게 농지를 맡긴 경우 등이 포함된다. 또 소유관계가 복잡한 종중·사찰 소유 농지와 경작이 어려운 맹지·급경사지도 처분 예외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는 정식 임대차 계약이 어렵거나 물리적 여건이 열악한 농지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다. 농식품부는 이들 5개 유형이 대표적인 사례일 뿐, 투기가 아닌 일반적인 위반을 해당 유형으로만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농지은행에 농지를 위탁해야만 처분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송 장관은 "농지은행에 농지를 맡겨야만 처분이 중단되도록 하지 않겠다"며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적인 사안은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관행적인 임대차를 적법하게 전환할 기회도 제공할 방침이다. 특별조치 기간에 서면계약을 체결하면 계약기간 동안 적법한 임대차로 인정하고, 농지은행에 위탁할 때 기존 실경작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농지은행의 매입 대상도 농업진흥지역 중심에서 비진흥지역 농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고령농의 농지를 매입하거나 임대 수탁해 노후소득을 지원하고, 확보한 농지는 청년농과 전업농에게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미허가 시설이 모두 양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농업용 창고나 농산물 처리시설 등 관련 법령상 허용되는 시설에는 사후 허가 기회를 제공하되, 농업진흥지역에서 금지되는 시설이나 중대한 불법 전용은 법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다. 이미 처분명령을 받은 농지에 특례를 적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기존 처분명령을 이행한 농지 소유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 농지 28.2% 외지인 소유...부산 41%로 가장 높아 농지 전수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전국 농지의 28.2%를 관외거주자가 소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농지대장상 농지 약 195만㏊ 가운데 55만㏊가 관외거주자 소유로 집계됐다. 관외 거주자는 농지 소재지 시·군·구 또는 인접 시·군·구에 주소를 두지 않은 소유자를 의미한다. 지역별 관외거주자 소유 비율은 부산이 41.0%로 가장 높았고 인천 39.2%, 서울 35.5%, 충남 34.5% 순이었다. 관외거주자가 소유한 농지 면적은 전남이 9만4천㏊로 가장 많았으며 충남 8만6천800㏊, 경북 8만6천200㏊가 뒤를 이었다. 전체 농지 소유자 577만명 가운데 관외거주자는 190만4천명으로 약 33%를 차지했다. 이들의 거주지는 서울 49만3천명, 경기 45만3천명으로 수도권 두 지역이 전체의 49.7%에 달했다. 다만 관외거주자가 소유한 농지를 모두 투기성 농지로 볼 수는 없다. 상속이나 이농, 고령에 따른 경작 중단 등 합법적인 소유 사례도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 농지 처분 확대 시 가격 하락 우려...처분의무 대상 1%만 돼도 연간 거래량 40% 폭탄 정부의 처분 예외 방침에도 농촌 현장에서는 전수조사 이후 농지가격 하락과 고령농의 노후자산 훼손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지방소멸·기후위기농업혁신포럼이 개최한 '농지전수조사, 진단과 과제' 세미나에서는 조사 이후의 처분 방식과 농지시장 안정 대책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포럼 대표인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농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며 "현장의 목소리와 정부의 목적이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기보다 현장과의 괴리를 좁힐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농지 소유와 임대차 제도를 농촌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수조사 이후 농지 처분이 집중될 경우 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채 연구위원은 "심층조사 대상 물량의 1%만 처분의무 대상이 되더라도 연간 농지 거래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올 수 있다"며 농지가격 하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농업인 감소로 농지 매입 수요가 줄어드는 인구감소지역에서는 처분보다 자율 시정과 농지은행을 통한 정상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지 소유 규제 중심의 정책을 실제 경작 여부와 농지 이용 상태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병옥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지TF 단장은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우리 농지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미래 세대에 어떻게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민단체 역시 농지 전수조사가 단순한 위반 적발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집행위원장은 농업소득 감소와 인력 부족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전수조사의 성과를 위반 적발 건수가 아니라 투기 차단과 농지의 실제 농업 생산 활용도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개호 의원 "옳을 일도 옳게 생각하지 않으면 옳은 것 아니다"...재검토 주문 농지 전수조사는 지난 7일 국회 농해수위의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정책 취지와 별개로 정부의 사전 설명과 현장 대응이 부족해 농민들의 불안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아무리 옳은 일을 해도 농민들이 옳게 생각하지 않으면 옳은 것이 아니"라며 "조사 방식을 비경작 농지와 수도권 투기성 농지 중심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임미애 의원도 "농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실망을 정부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짚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농지정책과 영농형 태양광 관련 발언이 농민들의 불안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농민들이 평생 일궈온 땅을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며 대통령의 농지 관련 발언이 시장 혼란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조승환 의원은 농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국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농민 몰아내서 결국 태양광이냐'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부착하면서 여야가 충돌했고, 회의가 약 20분간 정회되기도 했다. 이에 송 장관은 농민의 농지를 몰수하거나 일률적으로 강제 처분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송 장관은 "농지가격 하락과 지역별 가격 격차 등 시장 상황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농지 정책은 장기적인 가격 흐름과 최근 거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으로 투기성 농지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농지은행 지원 확대와 실경작자의 직불금 수급권 보호, 관행적 임대차 정상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 12일부터 '농지 전수 조사 상담센터' 운영 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이달 12일부터 ‘농지 전수조사 상담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상담센터는 농업인과 일반인에게 제도를 안내하고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 방안을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 기존 전력·재생에너지 병행 제시...발전원 구성·계통 보강 방안 구체화 과제 -이순형 동신대 교수 “재생에너지 풍부하면 공장 불안정하다는 가설 성립 안 해” -전력량 확보와 전력품질은 별개...송·배전망·ESS·UPS 아우른 공급체계 필요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의 추진 속도를 좌우할 핵심 기반시설로 전력과 용수가 꼽히는 가운데, 반도체 팹 4기에 필요한 전기를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을 고려하면 원전·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맞물리는 양상이다. 쟁점은 재생에너지로 대규모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를 얼마나 충족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조달한 전기를 생산 공정에 필요한 품질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다. 이 두 문제는 연결돼 있지만 같은 문제는 아니다. 필요한 전력량을 확보하더라도 순간적인 전압 강하나 정전에 대응하는 체계가 부족하면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공장에 공급되는 전력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순형 동신대 교수는 광주 지역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싼 전력품질 논란에 대해 이러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면 반도체 공장이 불안정해진다는 단순한 가설은 전력계통공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며 “발전원의 구성뿐 아니라 송·배전망의 계통구조와 전력품질 보상체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사용하면 품질이 나쁘고, 똑같은 전기를 송전선을 통해 수도권이나 타지역에서 사용하면 스스로 품질이 좋아지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 재생에너지 100% 조달, 연간 발전량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호남권이 보유한 재생에너지 자원은 메가프로젝트의 강점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를 반도체 공장이 실제로 사용할 전력으로 연결하려면 발전량과 소비량이 시간대별로 어떻게 맞물리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태양광은 야간에 발전할 수 없으며, 낮에도 구름이나 강수 등 기상 여건에 따라 출력이 달라진다. 풍력 역시 바람의 세기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한다. 태양광과 풍력을 함께 활용하더라도 두 발전원의 출력이 동시에 낮아지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반도체 공장은 이러한 발전 여건과 관계없이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재생에너지 설비의 설치용량이 크거나 연간 발전량이 충분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시간대의 수요를 충족한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발전량이 수요를 웃도는 시간대와 부족한 시간대를 나눠 보고, 부족분을 어떤 수단으로 보완할지 설계해야 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100% 조달’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도 중요하다. 연간 전력 사용량에 상응하는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인지, 매시간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발전설비와 저장설비, 계약 방식이 달라진다. 메가프로젝트의 공급 방안을 논의할 때도 목표의 의미와 이행 방식을 먼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ESS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시간과 소비 시간 사이의 차이를 보완하는 수단이다. 다만 저장할 수 있는 전력량과 공급 가능한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짧은 출력 변동에 대응하는 설비와 발전량이 장시간 부족한 상황에 대응하는 설비는 필요한 규모와 운영 방식이 다르다. 팹 4기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ESS의 출력뿐 아니라 저장용량, 충전 여건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 원전·LNG 병행 구상...발전원과 공급 경로는 구체화 과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할 발전원으로는 원전과 LNG 발전이 거론된다. 기상 여건에 따른 출력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발전원을 함께 활용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정부 측도 지난 8월 초 원전 등 기존 전력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해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이 실제 공급 계획으로 이어지려면 어느 발전원에서 얼마나 많은 전력을 확보하고, 어떤 송전 경로와 변전설비를 통해 공장까지 전달할지 구체화해야 한다. 기존 전력망을 통해 공급받을 것인지, 별도의 발전설비를 마련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사업 구조가 달라진다. 기존 발전소의 전기를 활용하더라도 메가프로젝트의 추가 수요를 수용할 송전선로와 변전소가 필요할 수 있다. 발전설비를 새로 확보하는 경우에는 입지와 인허가, 건설 기간, 연료 공급 등도 검토해야 한다. 현재 메가프로젝트의 전력 기반시설과 주요 발전원 구성은 구체적인 설계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 기존 전력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한다는 방향 아래 실제 공급 규모와 설비, 일정 등을 정하는 작업이 남아 있는 셈이다. 기업들도 기반시설 확보를 사업 추진의 주요 조건으로 보고 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메가프로젝트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 부지를 찾아 전력과 용수 공급 여건을 신속히 마련하고 사업 착수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도 현재는 사업 초기인 만큼 반도체 공장에 어떤 발전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입장을 밝히기에는 이르다는 답변을 내놨다. 기업의 생산시설 투자 계획과 정부의 기반시설 구축 계획을 맞물리게 하는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팹 4기가 순차적으로 들어선다면 전력 수요 역시 단계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필요한 전력 규모뿐 아니라 첫 공장 가동 시점에 확보할 공급 능력을 갖춘 뒤 증설에 맞춘 계통 보강 일정도 중요하다. 발전설비나 송전망의 완공 시점이 공장 가동 계획과 어긋나면 사업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많으면 불안정?”...전력품질은 계통 전체의 문제 이 교수의 반론은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 변동이 반도체 공장의 전력품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계통의 구조와 대응 설비를 함께 살펴야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반도체 공장은 순간적인 전압 강하나 정전에 민감하다. 충분한 전력량을 확보하는 것과 별개로 전압과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전력 공급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생산설비를 보호할 체계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 자체보다 송·배전망의 계통구조와 전압·주파수 안정성, ESS와 무정전전원장치(UPS) 등을 포함한 전력품질 보상체계의 설계와 운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역에 어떤 발전원이 많으냐만으로 공장의 안정성을 판단하기보다, 전기가 공장까지 전달되는 과정과 공장 내부의 대응 능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ESS와 UPS의 역할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ESS는 설계와 운영 목적에 따라 발전량과 수요의 차이를 보완하거나 계통 안정화에 활용할 수 있다. UPS는 전력 공급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연결된 설비에 전력을 이어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두 설비 모두 필요할 수 있지만, 어느 하나를 설치했다고 모든 공급 위험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원전이나 LNG 발전의 전기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전력품질 검토는 필요하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송·배전망을 거쳐 공장에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별개의 단계다. 공급 경로에 고장이 발생했을 때 대체 경로가 있는지, 공장이 어느 수준까지 이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결국 발전원 선택만으로 반도체 공장의 전력 안정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발전 단계의 공급 능력, 계통의 전달 능력, 공장 내부의 보호·보상 설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 엘리스그룹이 오는 2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한국거래소는 16일 엘리스그룹의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매매거래는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며 공모가는 9만500원이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다. 2015년 설립된 엘리스그룹은 AI 교육 플랫폼 사업에서 출발해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현재 인공지능 전환(AX) 솔루션과 AI 클라우드 인프라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95억원, 영업이익은 52억원을 기록했다. 엘리스그룹은 지난 7~8일 진행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4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신청 물량은 2억2673만7440주로, 증거금은 10조2599억원에 달했다. 앞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3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인 9만500원으로 확정했다. 엘리스그룹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 자금을 수도권 및 지역 거점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과 차세대 GPU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과 싱가포르 법인을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AX 솔루션의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김재원 엘리스그룹 대표는 "고성능 AI 인프라와 클라우드부터 산업별 AX 솔루션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파트너'로서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전주보다 2%포인트 오른 39%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0월 3주차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9%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52%였으며, 모름이나 무응답 등 의견을 유보한 비율은 9%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8월 3주차 45%를 기록한 뒤 내림세를 보이며 9월 3주차(37%)와 10월2주차(37%) 모두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소폭 반등했다. 직무 수행 평가의 긍정 이유로는 '외교'(20%)가 가장 높았다. 이어 '경제·민생'(11%), '소통',' 전반적으로 잘한다'(이상 7%) 순이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19%)이 가장 높았고, '경제·민생·주식시장 대응'(12%), '국방·안보·대북'(11%) 순이었다. 부정평가 사유 중 '외교',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인사'(人事)는 5%를 차지했다. 한국갤럽은 "부동산 문제가 7월 넷째 주 이후 부정 평가 최상위를 차지하며, 국방·검찰 개편 관련 언급은 지난주보다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 대응 등 경제 관련 지적 증가는 7,000선에서 5,500선까지 후퇴한 코스피 7거래일 연속 하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36%, 국민의힘이 27%를 각각 기록하며 양당 모두 직전 조사 대비 1%p 상승했다. 조국혁신당은 3%, 개혁신당은 2%, 진보당은 1%의 지지율을 보였다. 무당층은 29%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접촉률은 43.0%, 응답률은 10.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16일 국정감사는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에 대한 제척(배제) 의결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본질의도 하지 못 한 채 개시 1시간 30분 만에 중단됐다. 이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제척 의결에 거듭 유감을 표하며 "YTN 민영화와 관련해 관여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상임위원회의 발언권은 대구 달성군 유권자가 부여한 권한으로 이를 박탈할 권한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민주당은 KBS, EBS 등 공영방송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인 만큼 이 의원과 이해충돌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제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여당 간사인 한준호 의원은 "의정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며 "이 의원의 KBS 이사 선임 과정 직접 관여에 대해 위법 판단이 있었던 만큼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해충돌 잣대가 지극히 주관적이라 맞서며 'KBS 보도 외압' 의혹이 있는 한준호 의원 역시 함께 배제돼야 형평성이 맞다고 주장했다. 야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지난 2냔 동안 YTN에 출신 의원이 직접 YTN 청문회를 수차례 진행하지 않았냐"며 "이런 식으로 이해 상충을 걸고 넘어지면 한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방이 계속되자 송기헌 과방위원장은 "국회법에 위원회의 효력을 정지할 법적 규정이 없다"며 이진숙 의원에게 오늘 발언권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 "꼼스 쓰지 말고 나오라"...KBS 박장범 사장에 대해 비판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박장범 KBS 사장의 불출석을 둘러싼 공세도 있었다. 세계공영방송 서울총회 의장을 맡고 있는 박 사장은 이날 총회 일정을 이유로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민주당 김현 의원은 "꼼수 쓰지 마시고 나오라"며 "'조그마한 파우치' 때문에 하해와 같은 은덕으로 사장이 됐고, 그 이후로 끊임없이 KBS 신뢰를 실추시켜 800억원대의 자산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 와서 무엇이 잘못됐고 앞으로 KBS의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건지, 후임 사장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면 본인이 책임지고 답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도 “KBS 수신료 수입이 늘고, 제작비·인건비까지 줄였는데도, 적자를 막지 못하고 오히려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은 박장범 체제의 경영부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박장범 사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우성 부사장에게 “흑자 목표와 실제 실적이 크게 벌어진 이유가 뭐냐”고 추궁한 뒤 “1479억원 적자가 박장범 체제의 경영 무능 결과라는 것을 인정하냐”고 물었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일정을 보면 총회 개막식과 주요 세션은 어제 다 끝났다"며 "폐막식도 오늘 오전 11시30분이었다. 남은 일정이라고 해봐야 MOU 체결, 박물관 관람, 뮤직뱅크 생방송을 본인이 시청하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물관과 뮤직뱅크가 국정감사보다 중요한가”라며 “국정감사는 엄밀히 얘기하면 국민의 감사다. KBS는 지금 여러 가지 문제를 앓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 자리에 나와서 증언대에 서야 되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송기헌 과방위원장에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부도덕한 박장범 사장을 반드시 오늘 중으로 출석하도록 조치해 달라"며 "불응할 경우 위원회 차원에서 고발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KBS, 제작비·인건비 깎고도 대규모 손실…실제 적자 규모 1400억대 한편, KBS가 이훈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BS는 방송제작비 446억원과 인건비 215억원 등 총 661억원의 비용을 줄이고도 8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비용을 줄이지 않았을 경우 실제 적자가 1479억원이나 달했을 것임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지난해 KBS의 수신료 수입은 6196억원으로 당초 목표인 6120억원보다 76억원 많았으나, 자체 수입 확보는 실패했다. 특히 광고 수입과 콘텐츠 판매 수입이 목표보다 각각 432억원, 365억원 부족해 총 797억원의 목표 미달을 기록했다. 올해 또한 적자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신료 통합징수가 재개된 이후 올해 1~8월 수신료 수입은 4481억 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1억5000만원(8.8%) 늘었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526억원을 기록했다. KBS는 당초 올해 수입 1조 3645억원, 비용 1조 3641억원으로 4억원의 흑자를 내겠다는 예산을 편성하며, ‘5년 만의 흑자 전환’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8월까지 실적은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아이폰 듀오'가 오는 23일 정식 출시에 앞서 16일 국내 사전예약에 돌입했다. 최초의 화면 접이식 아이폰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329만원에서 최대 509만원에 달하는 고가와 높은 수리비, 제한적인 초기 공급량이 흥행의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아이폰 듀오는 책처럼 안쪽으로 접는 북타입 제품이다. 접었을 때 화면 크기는 5.4인치(136.0㎜), 두께는 11.3㎜이며 펼쳤을 때는 7.6인치(193.0㎜), 두께는 5.2㎜다. 무게는 254g이다. 내부 디스플레이에는 나노 텍스처 레이어를 적용해 화면 주름이 눈에 덜 띄고 반사를 줄였다. 최신 A20 프로 칩을 탑재했으며, 카메라는 4천800만화소 듀얼 퓨전 메인 카메라를 갖췄다. 애플펜슬 필기를 지원하고, 애플 스마트폰 최초로 여러 앱을 화면 분할해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도 제공한다. 저장 용량은 256GB, 512GB, 1TB, 2TB 등 4종이며 가격은 329만원부터 509만원까지다. 색상은 스타 화이트와 나이트 스카이 등 2종이다. 이동통신 3사는 사전예약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제휴카드 할부 구매와 중고폰 반납 보상을 연계해 최대 221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올리브영·무신사 상품권과 힌지 보호 패키지 등의 사은품도 제공한다. KT는 이용 요금제에 맞춰 에어팟 프로3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폰케어 및 폰체인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최대 144만원 상당의 혜택을 구성했다. LG유플러스는 최대 113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한다. 개통 6개월 차부터 단말기를 반납하면 출고가의 최대 70%를 보상하는 조기 반납형 '70% 보상패스'도 선보인다.
국내 대도시는 주차장 수가 차량 수보다 1.5~2배 많음에도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다. 최근 중대형 SUV 등 대형차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데다, 동급 대비 300~500kg 더 무거운 전기차 구매까지 늘어나면서 기존의 좁은 주차 공간 주차가 더욱 어려워진 탓이다. 이와 같이 주차장 수가 충분함에도 주차난이 발생하는 이유는 시간대와 장소에 따라 특정 주차장으로 차량이 쏠리기 때문이다. 도심 상가나 아파트는 차량이 몰려 자리가 부족한 반면, 선호도가 낮은 한적한 주차장은 주차 공간이 남아돌아 실질적인 주차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좁은 주차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거나 주차 요금을 높게 책정하는 정책이 활용된다. 서울시 일부 지자체는 낮에 비어 있는 주거지 전용 주차장을 주변 기업용 주차장으로 공유하고, 야간에는 주민이 쓰도록 해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낮 시간 공유에 동참하지 않는 배정자에게는 재배정 시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각종 정책에도 주차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각 지자체들은 강변, 주차 건물, 주차타워 등을 통해 주차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파트 역시 주차난이 심각해 주민들은
2026-10-15 편집국 기자
LP(Limited Partner)는 투자조합을 구성하는 출자자 중 출자액 한도로 유한책임을 지는 조합원으로, 개인,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유한책임투자자이다. LP라는 이름은 펀드에 자금을 투자하는 펀드 출자자로서 투자한 금액만큼 책임을 진다고 해서 붙여졌다. 유한책임투자자는 순수하게 투자만 하고, 수익을 받아 가는 존재인데 책임은 투자한 금액으로 제한되고. 투자한 자본을 초과하는 손실에 대한 책임이 없다. 투자에 관한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도 제한된다. 우리나라 주요 LP로는 국민연금, 연기금, 공제회, 금융기관 등이 손꼽힌다. LP의 출자금은 벤처캐피탈(VC)이 GP가 되어 펀드를 운용한다. GP(General Partner)는 투자조합을 구성하는 출자자 중 조합의 채무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지는 조합원이다. 역할은 펀드나 파트너십의 운영을 총괄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된다. 조합을 결성하고 관리하며 투자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한다. GP는 LP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지니면서 펀드의 성과와 운영에 대한 책임을 맡으며 때로는 무제한의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GP는 펀드를 운용하는 팀이나 업무집행조합원을 말하며 LP가 자금을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
2026-10-12 편집국 기자
소상공인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 가운데 하나가 “사람은 다니는 데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장을 찾는 고객은 있어도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온라인에서도 조회 수는 늘지만 주문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격을 낮추면 매출은 잠시 늘어도 수익이 줄고, 가격을 유지하면 고객이 떠날까 걱정된다. 이처럼 현재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단순한 소비 감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의 소비시장은 전체 소비가 일률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선택 기준이 더욱 뚜렷해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상적인 소비에서는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하고 지출을 줄이면서도 건강, 취향, 경험, 편의성처럼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분야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결국 가격 경쟁력이 분명하거나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과 매장은 선택받는 반면, 가격과 가치 어느 쪽에서도 뚜렷한 선택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사업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히 경기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소비 양극화 속에서 우리 가게를 찾는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 다시 살펴보고, 그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 구성
2026-10-12 편집국 기자
과거의 경제 구조, 즉 토목 공사, 대형 공장 유치, 인프라 확충에 의존하던 전통적‘ 구경제(Old Economy)’는 더 이상 사람과 자본을 지역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 물리적 인프라만 구축하면 사람이 모이고 지역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환상은 이미 전국 곳곳에 남겨진 비슷비슷한 아파트 단지, 획일화된 상가 건물, 그리고 비어 가는 지자체의 산업단지들이 증명하고 있다. 오늘날 지역 경제가 직면한 인구 절벽과 소멸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의 결과가 아니다. 이는 산업화 시대의 생산성 중심 패러다임이 수명을 다했음을 알려주는 구조적 경고음이다. 전국 어디를 가도 똑같은 프랜차이즈 간판, 복제된 상권, 개성을 상실한 도시 계획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감도 제공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삶의 터전으로서의 매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지금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대전환기 한가운데 서 있다. 기존 구경제의 방식으로는 지역을 재창조할 수 없다. 이제 지역을 살리는 힘은 외부에서 대규모 인프라나 기업을‘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개인의 창의성으로 재해석하여 대체 불가능한 유니크함(Uniqueness)을 창출하는 데서 출발해야
2026-10-12 편집국 기자
요즘 필자는 애프터 유(after you)라는 번역 소설을 거의 3주째 가방에 넣고 다닌다. 전동차 안에서 카톡에 답변하거나 유튜브를 들여다보다 독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스마트폰의 영상과 뉴스, SNS가 쏟아지고, 궁금한 것은 검색 몇 번이면 알 수 있으니, 가방 속에 든 소설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깜박 잊어버리지 않을 수가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글과 책(text)을 읽는 것이 멋지고 세련된(hip)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뜻하는 ‘텍스트힙(Text Hip)’이란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SNS에는 책을 읽는 모습과 책의 문장(文章)을 찍은 사진이 올라오고, 독서 모임과 필사 모임도 생겨난다. 재미없고 오래된 매체처럼 느껴지는 책이 다시 ‘힙하게 된’ 건’ 어인 까닭일까? ◇ 정보는 넘치고 생각은 얕아질 때, 책의 가치가 시작된다 어쩌면 ‘텍스트힙’은 책의 진화라기보다 디지털 세계에 지친 인간의 반응인지 모른다. 지금 우리는 정보가 부족해서 힘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넘치는 정보 때문에 피곤하다. 출근길에는 쇼츠를 보고, 일하는 동안에는 메신저가 울린다. 잠시 쉬려고 영상을 켜도 알고리즘은 다음 영상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우리는 하루 종일
2026-10-10 윤영무 본부장 기자
지금부터 12년 전, ‘디지털 정당’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설렌 적이 있었다. 특히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가 보여준 디지털 정당의 실험을 보면서 그랬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정당의 조직과 선거에 들어오면 정치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수많은 사람을 조직하고 당원대회를 열고 선거운동을 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디지털 기술이 대신할 수 있다면, 아날로그 정치가 훨씬 싸지고 효율적으로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 진실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시대 더 중요한 것은 참여였다. 시민들은 선거일 하루 투표하는 것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로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 듯했다. 정당 지도부가 결정한 것을 당원들이 추인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누구나 의견을 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보고, 정책을 선택할 수 있다. 필자는 그것이 직접 민주정치를 대신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기술이 직접민주주의를 현실로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완전히 접은 건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이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을 연결했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2026-10-08 윤영무 본부장 기자
◇양극화의 그늘 경제가 성장해도 그 성과가 가계와 기업, 지역에 고르게 전달되지 않으면 그 성장의 기반은 약해질 수 있다. 소비 여력이 부족한 가계는 지출을 줄이고, 판로와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 사람이 떠나는 지역에서는 시장 자체가 줄어든다. 양극화는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지 못한 데서 파생되는 문제로, 이는 다시 다음 성장을 이끌 소비와 생산의 힘을 약화시키게 된다. 최근 소득분배 지표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25, 소득 5분위배율은 5.78배,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기준)은 15.3%로, 모두 전년보다 상승했다. 평균소득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계층 간 격차가 확대된 것이다. 한 해의 변화만으로 장기적인 추세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평균적인 경제지표가 개선된다고 꼭 국민의 생활 여건이 나아진다고 할 수는 없는 게 분명하다. 기업 간 격차도 한국경제의 성장 기반과 직결된다. OECD의 「한국경제보고서 2024」는 한국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대기업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다른 OECD 가입
2026-10-08 편집국 기자
지난 10월 2일, 검찰청이 간판을 내리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이 제도적으로 중요한 고비를 넘어선 것이다.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한 이래 2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권력의 부당한 행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갈등과 희생을 감당하며 개혁을 이어왔다. 오늘의 변화는 그 노력 위에서 이루어진 성과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관의 출범이 개혁의 완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공소청과 중수청의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갈등은 새 제도의 앞날을 걱정하게 한다. 더 깊은 문제는 사람을 임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공소청이 기소를 담당하고 중수청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수사를 담당하는 체계가 실제로 권력을 분산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소청의 조직과 기능 공소청의 핵심 임무는 수사기관이 제출한 사건을 독립적으로 심사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법정에서 그 판단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공소청은 증거가 적법하게 수집되었는지,
2026-10-07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