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이 주요 에너지원인 북한이 중동 사태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교란 속에서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근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광 지역 선거장을 찾아 직접 투표하며 석탄 중심의 에너지 자립 노선을 거듭 강조했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수급이 흔들리는 상황을 의식해 석탄 산업을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부각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5기 대의원 선거일인 전날 평안남도 순천지구청년탄광연합기업소 산하 천성청년탄광을 방문해 현지 선거장에서 투표했다. 천성청년탄광은 1958년 개발된 탄광으로 매장량 7000만 톤 규모에 연간 수백만 톤의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석탄 산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고, 지난달 열린 노동당 제9차 당대회에서 석탄 생산량을 현재보다 1.2배로 늘리는 목표를 향후 5개년 계획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탄광 지역 선거장을 찾은 것은 최근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과 맞물려 석탄 중심의 자립 경제 정책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 사태 등으로 세계 에너지 공급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 내부적으로는 자국 자원 활용을 통한 에너지 자립 의지를 강조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 석탄·수력 의존 구조...북한 에너지 체계의 현실 북한의 에너지 구조를 보면 김정은의 ‘탄광 투표’가 단순한 상징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북한의 2021년 1차 에너지 공급 비중은 석탄 50.4%, 수력 33.8%, 기타 10.6%, 석유 5.3%로 석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력 생산에서도 수력과 화력이 양대 축이다. 통계청·KOSIS 기준 2024년 북한 발전전력량은 253억kWh로 이 가운데 수력이 156억kWh(61.7%), 화력이 97억kWh(38.3%)를 차지했다. 대외 제재와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 속에서 북한이 석탄 증산과 탄광 부문 동원을 거듭 강조하는 배경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약 90억 톤 이상의 석탄 매장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석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으로 꼽힌다. 다만 석탄 중심의 에너지 체계에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노후화된 발전 설비와 낮은 채굴 효율, 철도와 전력망 등 물류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실제 생산량 확대에는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북한은 과거에도 ‘석탄 증산 운동’을 추진했지만 설비 부족과 전력난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충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북한 역시 에너지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12일(현지시간)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경우 북한 역시 에너지 위기를 피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연간 정제유(석유) 수입 상한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다. ◇ 중국 송유관·러시아 정제유...북중·북러 협력 에너지 변수 이 시점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북중·북러 협력이다. 북중 협력은 북한 에너지 공급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 CNPC(China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는 북한에 연평균 52만 톤의 원유를 공급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한에 대한 공식적인 대규모 원유 공급 라인은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로 연결되는 ‘중조우의수유관(中朝友誼輸油管)’이 사실상 유일하다. 직경 377㎜, 길이 30.3㎞ 규모의 이 송유관은 1976년부터 중국 랴오닝성 단둥 외곽 뤄팡의 바싼 유류저장소에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 봉화화학공장까지 압록강 하저를 통해 원유를 공급해 왔다. 연간 최대 송유량은 약 300만 톤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북한 에너지 공급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최근 중국이 단둥–신의주 신압록강대교 일대에서 북중 연결 인프라 재가동에 나선 정황도 포착된다. 북한은 다리 주변에 세관·출입국 시설과 창고·화물 환적 건물을 조성하고, 중국은 단둥–평양 철도 운행을 재개하는 등 접경 물류망을 다시 움직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북한이 에너지와 교역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를 다시 높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북러 협력은 이러한 중국 중심 공급 구조를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는 2024년 러시아가 극동 보스토치니항에서 북한으로 정제유를 선적해 유엔 대북 제재 상한선을 넘겼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같은 해 공개된 위성영상 분석에서는 북한 선박들이 러시아 항구를 여러 차례 오가며 8개월 동안 100만 배럴이 넘는 러시아산 석유를 반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근 북러 관계가 군사 협력을 계기로 빠르게 밀착되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하는 우회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기본적인 원유 공급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추가적인 정제유 공급 창구로 작용하는 구조라는 해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총장은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하여 북한의 에너지 수급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은 옳지 않다”며 “북한이 군사훈련용이나 공업용으로 소비하는 수입 에너지의 대부분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 총장은 이어 “현재 이란은 북한에 에너지를 수출하고 있지 않고, 북한도 경제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석유 수입이 50만 배럴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다만 중국이 북한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정도여서 북한이 체제 유지 정도는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쟁의 포성이 들릴 때마다 떠오르는 식량 안보와 농업의 위기,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은 젊은이에게 무상(無償)이 아닌 유상(有償)으로 농지나 산지를 넘겨주는 것이다. 필자의 주장이 혁명 구호 같은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땅보다 100배가 큰 미국에서도 농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농지 보전을 담당하는 단체인 미국 농지신탁(American Farmland Trust)에서 일하는 브록스 램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앞으로 20년 안에 약 3억 에이커(9,915억 평, 1에이커=3305평)의 농지와 목장주들이 은퇴하거나 사망하리라는 것이다. 미국 농업의 거대한 세대교체가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문제는 그 땅을 이어받아 농사를 지을 젊은이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 현상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농촌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농가 경영주 평균 연령은 67세 안팎에 이르렀다. 65세 이상이 절반을 넘는 초고령 산업이 된 것이다. 반면 40세 미만 청년 농업인은 1% 남짓에 불과하다. 농촌에서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은 이제 과장이 아니다. 농지가 사라지는 속도도 빠르다. 산업화와 도시 확장 속에서 농지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농업의 수익성은 낮고 노동 강도는 높다. 젊은이들이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땅을 얻기 어렵고, 얻는다 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지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고령 농민의 땅을 임대하거나 매입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제도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임차농으로는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사는 땅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다. 소유와 책임이 합쳐질 때 비로소 땅에 대한 헌신이 생긴다. 역사를 돌아보면 토지 문제는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이란이 오늘날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든 여러 요인 가운데 토지개혁의 실패도 그중 하나였다. 팔레비 국왕 시절 추진된 토지개혁은 농민의 삶을 안정시키지 못했고 농촌 사회의 기반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토지개혁은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해방 이후 농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지주제를 해체한 것은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이었다. 한국전쟁 발발 직전 시행된 이 개혁은 농민에게 땅을 소유할 기회를 주었고, 이들 농민 다수가 자유민주 체제를 지지하는 기반이 되었다. 많은 역사학자가 이 토지개혁을 대한민국 사회 안정의 토대로 평가하는 이유다. 반대로 토지를 완전히 국유화한 북한의 경험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사유지가 사라지면서 농민의 책임과 동기도 함께 사라졌다. “내 땅”이라는 의식이 없는데 생산성과 혁신이 나오기 어려웠다. 너나 나의 것도 아닌 토지는 동시에 누구의 땅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내 땅이 아닌데 어느 누가 혼신으로 힘을 쏟겠는가? 농지와 산지를 체계적으로 정비해 젊은 세대에게 무상이 아닌 유상으로 공급하는 새로운 토지 정책을 고민하자. 단순한 보조금이나 임대 정책이 아니라, 땅을 삶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도록 소유와 책임을 함께 부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농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전쟁의 포성을 들을 때마다 식량이 곧 안보라는 생각이 필자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앞으로 20년, 우리나라 농촌도 거대한 세대교체의 문턱에 서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농지는 버려진 땅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산업의 토대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겹치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탈탄소 전환을 통한 구조개편 필요성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과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석유화학 지역위기 극복을 위한 탈탄소 전략’ 토론회를 열고 업계와 전문가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에서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과잉공급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등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하며 “정부가 승인한 ‘대산 1호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설비를 효율화하고, NCC 중심 범용 제품 비중을 줄여 고부가·친환경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김아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여수·울산·대산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된 구조를 짚으며 “산업 위기가 곧 지역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남은 제조업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의 29.5%, 충남은 26.5%가 석유화학에 해당한다”며 “특히 충남 서산 대산단지는 제조업 출하의 81.4%가 석유화학에서 발생하는 등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석유화학 탈탄소의 핵심으로 NCC(나프타 분해시설) 공정 전환을 제시하며, 연료 전환 기술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하나는 열분해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 기반 연소열을 전기로 대체하는 ‘NCC 전기화’로, 전기 가열 스팀 크래커 기술로 불린다. 다른 하나는 기존 연소 시스템을 수소로 대체하는 ‘연료 수소화’ 방식이다. 그는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NCC 전기화가 수소화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탈탄소 전환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히트펌프 등 일부 공정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어 2030년 이전부터 적용이 가능하고, 2035년을 기점으로 NCC 전기화가 본격 도입되는 시나리오다. 김 연구원은 “2035년까지 상용화가 이뤄져야 산업 부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며 “빠른 실증과 기술 축적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개발 수준에서도 해외와 국내 간 격차가 확인됐다. 독일 바스프와 사우디 사빅, 영국 린데 등은 2021년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한 뒤 2024년 전기 가열로 파일럿 플랜트를 가동하며 실증 단계에 진입했고, 미국에서도 관련 실험 유닛이 가동되며 검증이 진행 중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LG화학이 NCC 전기화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소규모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연구원은 “석유화학 산업의 탈탄소는 단순한 환경 대응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전략 과제”라며 “전기화 확산을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인 가운데 기술과 산업의 흐름을 비교적 냉정하게 바라보는 인물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상무부 장관을 지낸 지나 레이몬도 여사다. 그녀는 최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기고한 글에서 의미심장한 경고를 했다. 인공지능이 촉발할 노동 시장 변화로 미국이 다가올 경제적 충격을 지금의 방식으로는 견뎌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과 정부가 역할을 분명히 나눠서 기업은 인공지능 경제에 필요한 기술을 정의하고, 그 기술이 실제 일자리로 이어지는 경로를 만들어야 하며, 정부는 노동자가 빠르게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교육 인센티브와 사회 안전망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과 교육계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고용주들이 교육 과정(커리큘럼) 설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가는 졸업해 봤자 시대에 뒤떨어질 위험이 있는,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학위에서 벗어나, 교육과 취업을 연계하는 짧고 저렴한 학점 이수 과정에 초점을 맞춰 가야 한다”라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공과 민간 사이의 새로운 타협임”을 역설했다. 다시 말해서 기술의 속도가 너무 빨라 국가(공공)와 기업(민간)의 역할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문제는 특히 샘 올트먼이나 에릭 슈미트 같은 기술 지도자들도 반복해서 언급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는 더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제도와 합의가 늦다. 미국은 정부와 기업, 대학이 오래전부터 역할을 나누어 왔다. 예컨대 인터넷의 초기 기술은 정부 연구기관에서 나왔고, 이후 민간 기업이 상업화를 이끌었다. 이런 전통 속에서 “공공이 기초를 만들고 민간이 확장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술 도입과 산업화에서는 빠르지만, 공공과 민간의 역할 규칙을 정하는 사회적 합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둘째, 인공지능이 노동 시장에 미칠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제조업과 사무직 비중이 높은 구조다. 인공지능이 번역, 회계, 법률 보조, 디자인 같은 지식노동까지 빠르게 대체하거나 보조하기 시작하면 중산층 직업 구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 데이터 권리, AI세 같은 아이디어가 우리나라에서도 결국 등장할 수밖에 없다. 셋째, 플랫폼 기업과 국가 사이의 균형 문제다. AI 시대에는 데이터와 계산 능력을 가진 기업이 국가만큼 큰 영향력을 갖는다. 미국에서도 거대 기술기업과 정부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가 중요한 정책 주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기술 기업의 성장과 공공의 책임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결국 질문은 AI 시대에 국가는 무엇을 책임지고 기업은 어디까지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다. 기술은 민간이 더 빨리 발전시키지만, 그 기술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충격을 관리하는 것은 결국 공공의 몫이다. 그래서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과제는 기술 경쟁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기술과 사회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사회계약-의 속도일지도 모른다. 산업혁명 이후 여러 차례 기술의 물결이 있었으나 사회는 그때마다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 왔다. 노동법, 사회보험, 공교육, 직업 훈련 제도 같은 것들이 그런 타협의 산물이다. 로봇 인공지능 시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그 변화에 대비할 창의성과 역량을 가진 사회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바꾸어 놓을 노동의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주식 가격과 같은 단기적 투기 열풍에 시선이 쏠려 있다면,기술혁명은 기회가 아니라 또 하나의 사회적 충격이 될 수밖에 없다. 공동의 미래를 준비하려는 사회적 의지를 모으고 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진정한 리더의 출현을 기대한다.
17일 오전 부산에서 국내 한 항공사 기장이 흉기에 찔리는 사고가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경찰은 전직 기장인 50대 용의자를 추적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용의자는 과거 함께 근무했던 조종사들에 대한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오늘 오전 5시 30분쯤 부산에서 국내 항공사 소속 50대 현직 기장이 자택 인근에서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전직 동료 기장을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추적하고 있다. 사건은 부산시 부산진구 소재 아파트 인근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는 국내 항공사 소속 50대 현직 기장 A씨로, 오전 7시 무렵 흉기에 찔린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용의자로 추적되는 50대 전직 기장 B씨는 하루 전인 16일 새벽에도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또 다른 기장을 대상으로 범행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도주 중인 B씨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전국적으로 용의자 수배령을 발령했다. 또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항공업계 인사들에 대한 보호 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파병 관련 공식·비공식 요청이 있었냐’는 질문에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또 윤후덕 민주당 의원의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것은 파병 요청이 왔다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는 “요청이 있었다는 말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파병 요청이 있었다, 없었다를 공개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며 “가장 최근에 한·미 간에 전반적인 내용에 관한 협의는 전날 저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간의 전화 통화였다”고 답변했다. 이어 “언론에 보도되는 바와 같이 조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이슈와 관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SNS라든지 이런 것들에 주목하면서 한미 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현안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 다. 조 장관은 “3월 25일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 회담이 있고 한국 등이 초청을 받았다”며 “아마 참석하게 되면 거기서 (루비오 장관과) 면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바라건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정치권은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과 관련해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전쟁 상황이기 때문에 호위해서 이동할 때 미사일이나 드론의 공격을 받으면 대응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대응하는 순간부터 참전이 되는 것이다. 참전이 되면 헌법에 따라 국민 동의를 받아야 하고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도 “당연히 국제법, 유엔헌장 위반”이라며 “파병이 불법이 되는 것이고 위헌이고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은 “호르무즈 해협 안에 갇혀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선박이 네 척에, 선원들 숫자도 꽤 있지 않으냐"며 "이분들이 계속 거기 있을 수 없고 확전됐을 때는 위험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핵가족시대, 우리 사회는 정신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 느린 학습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이들을 여전히 ‘예비범죄자’로 치부하거나, ‘홀로 설 수없는 존재’로 여기는 편견을 가진 이들이 많다. 이들이 이웃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러한 편견을 해소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당사자들의 고유성과 상황이 존중되고 받아들여지는 지역사회공간이 주어질 때 비로서 이들에게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질문을 던졌다. 소규모의 집단주거공간을 기반으로 공동비지니스를 개발하며, 지역 주민과 어우러져 사는 마을은 만들 수 없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서귀포 상효동 농장에서 시작했다. ◇5천평 귤밭에 분양된 500그루의 희망 3월 26일 오후 2시부터 서귀포시 상효동의 제주트립티팜 농장에서 열리는 가족축제는 그 희망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축제 당일에 제주트립티팜 농장에서 음악이 곁들인 작은 기념식을 하려고 한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기꺼이 귤나무 분양에 동참해주신 분들, 현재 치료에 전념하느라 마음으로 함께 하며 뜻하는 선한 일이 이루어지
2026-03-16 편집국 기자
오늘(3월 13일) 자 뉴욕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더블린 펍 투어, 하지만 술은 마시지 않아요, A Dublin pub crawl, but hold the booze」라는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더블린은 아일랜드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많은 문학가가 배출된 도시로 유명한 데다 활기찬 펍 문화와 전통 음악으로도 잘 알려져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와 취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니 무슨 까닭일까? 기사를 읽고서 알겠다. 그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건강과 음주 습관을 둘러싼 문화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술을 덜 마시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바에 가서 친구를 만나고, 음악을 듣고, 분위기를 즐긴다. 결국 술이 중심이던 공간이 이제는 사람과 분위기 중심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술은 “마실 줄 아는 사람”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소주병이 줄지어 서야 친분이 쌓였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강한 사람으로 통했다. 필자 역시 젊은 시절에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술을 꽤 마시던 축에 속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풍경을 보기 어려워
2026-03-16 김소영 기자
마일스톤(Milestone)이라는 용어는 원래 도로에서 목표지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돌로 된 이정표를 뜻하는 합성어(Mile+Stone)이다. 프로젝트 또는 기업의 경영 목표 달성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요한 단계나 사건을 의미한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군대나 여행자가 이동 거리를 확인하고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알기 위해 1마일마다 돌로 된 표지판을 세웠다고 한다. 오늘날 벤처투자에서는 이 개념이 확장되어 ‘지금 이 회사는 어디까지 왔고 다음 단계로 가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성장 단계의 기준점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마일스톤이란, 스타트업이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중요한 단계별 목표를 의 미하는 개념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적자가 지속되고 미래가 불확실한 사업을 하고 있다. 투자자는 투자 대상을 검토할 때 그 회사가 ‘현재 돈을 벌고 있는가’ 보다는 ‘이 회사가 제대로 성장 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는가, 또는 성장을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더 중요시한다. 즉, 막연한 비전보다는 단계 별로 검증된 성과제시에 관심이 있다. 이를 보
2026-03-15 편집국 기자
최근 국내에서 미술관·박물관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박물관은 이미 관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로 역할하여 왔다. The Art Newspaper 자료에 의하면, 2024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 1위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874만명), 2위는 이탈리아의 바티칸 박물관(683만명), 3위는 영국의 대영박물관(648만명)으로, 유럽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박물관이면서 방문객 수 상위에 위치한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여행사 근무 이후, 필자는 지금까지 파리 방문에서 루브르박물관을 대략 10~20회 방문 했을 것이다. 그만큼 파리 투어에서 루브르박물관은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는 의미다. 유럽의 대표적인 미술관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고야의 옷 입은 마하 등을 소장한 스페인의 프라도미술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카라바조의 메두사의 머리 등을 소장한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크림트의 키스를 감상할 수 있는 벨베데레 궁전 오스트리아 미술관 등 인지도가 높은 곳이 많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소크 라테스의 죽음과 빈센트 반 고흐의 싸이프러스 나무 등을 볼 수 있는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도 유명하다. 프
2026-03-14 편집국 기자
커피가 퇴비가 되고, 퇴비가 채소가 되는 도시. 그런 도시에서는 치유와 힐링, 위기 대응 먹거리 교육, 사회적경제 활성화, 원 헬스(One Health)의 실천이 제각각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고리로 진행될 수 있다. 필자가 그리는 서울의 청사진이다. 서울의 도시 문제를 따로따로 보면 해법도 흩어진다. 1인 가구의 외로움은 복지 문제로, 반려동물 증가는 생활 문화 문제로, 커피박은 폐기물 문제로, 도시농업은 취미나 교육 문제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이 문제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서울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환경 정책도, 단순한 복지 정책도 아니다. 도시민의 정서적 고립을 줄이고, 도시의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며,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대응하는 통합적 생명순환 정책이 필요하다. ◇ 외로운 서울 그 출발점은 서울의 생활 구조 변화다. 서울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서울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가구의 19.5%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반려동물 보유 가구 가운데 36.4%가 1인 가구다. 서울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39.3%로 나타났다. 더 주목할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어
2026-03-13 편집국 기자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 것입니까?” 현대 전쟁사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질문이 있다면, 2003년 이라크전 당시, 전쟁을 취재하던 기자가 장군에게 던진 이 질문이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훗날 미군 총사령관이 되는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당시 소장이었다. 질문을 던진 기자는 퓰리처상을 받은 전쟁 기자 릭 앳킨슨이다. 이처럼 전쟁의 시작은 언제나 명확하지만 끝은 늘 불확실하다. 그 질문이 다시 중동으로 되돌아왔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이 맞물린 현재의 긴장은 많은 사람에게 “이 싸움은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2013년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의 보수성향 칼럼기고자인 브렛 스티븐스(Bret Stephens)은 오늘(3월 10일)자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기고한 글에서 네 가지 종전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불확실한 미래를 비교적 명료하게 정리하고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민중 혁명이다. 수백만 명의 이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현재의 억압적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란 사회 내부에는 이미 강한 불만이 축적돼 있다. 젊은 세대는 종교적 통제에 염증을 느끼고, 경제는 제재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독재 정권이 외부
2026-03-13 편집국 기자
바닷속에는 ‘우렁쉥이’라는 생물이 있다. 흔히 술안주로 즐겨 찾는 ‘멍게’다. 이들은 굴이나 산호처럼 평생 한 곳에 달라붙어 고착 생활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유년기다. 방금 알에서 깨어난 우렁쉥이 유생은 올챙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척삭과 신경관, 그리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원시적인 뇌와 눈이 존재한다. 입을 벌릴 수 없어 뱃속에 품고 태어난 난황의 영양분만으로 버텨야 하는 이틀.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렁쉥이 유생은 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자신이 평생 머물러야 할 안식처, 즉 단단한 바위를 필사적으로 찾아 헤맨다. 과업이 완료되어 마침내 평생의 안식처에 안착하는 순간, 우렁쉥이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의 뇌와 척삭을 소화해 먹어 치운다.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으므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인 뇌부터 소화해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뇌가 사라진 후에 비로소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입수공과 뱉어내는 출수공이 생긴다. 이제 우렁쉥이는 죽을 때까지 바위에 붙어 입만 벌린 채, 흘러들어오는 플랑크톤을 수동적으로 걸러 먹으며 평생을 보낸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월퍼트(Daniel Wolpert)는 이 우렁쉥이의 일생을 언급하며 “뇌는
2026-03-09 편집국 기자
유튜브 플랫폼 역사상 가장 가장 빠르게 성장한 채널은 미국의 ‘미스터비스트(MrBeast)이라고 불리는 지미 도널드슨(Jimmy Donaldson)이 운영한다. 그의 메인 채널 구독자는 약 3억 명 이상이고, 여러 언어 채널과 보조 채널까지 4억~5억 명 수준의 구독자를 거느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 인구보다 많고 세계 최대 방송사 몇 곳을 합친 시청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선 영상만을 만드는 게 아니다. 초콜릿 브랜드, 패스트푸드 체인 등을 운영하는 그는 유튜브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큰 개인 미디어 권력 중 한 사람이다. 최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은행과 유사한 금융 앱인 스텝(Step)을 인수해 금융사업까지 뛰어들었다고 한다. 금융 앱, 스텝(Step)은 청소년과 젊은 세대가 카드 사용과 저축, 신용 관리 등을 쉽게 경험하도록 돕는 서비스로 특히 부모의 계좌와 연동해 안전하게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미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사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는 투자나 신용, 돈 관리에 대해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릴 때 갖지 못했던 금융 교육의 기반을 다음 세
2026-03-09 윤영무 본부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