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는 글로벌 공급망이 거세게 재편되며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장기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반도체 밸류체인은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각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압력을 높이고, 설계–제조–패키징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은 지역별로 분절된 형태로 재정렬되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3460억 달러(한화 약 506조5786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18.9% 증가했다. 국가별 강점을 살펴보면 미국은 팹리스와 IP 등 설계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대만은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 생산) 중심의 제조 경쟁력을 공고히 한다. 중국은 대규모 투자로 전 영역에서 추격을 시도하고, 일본과 유럽은 첨단 패키징과 장비·소재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십 년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왔다. D램(DRAM)·낸드(NAND) 초미세 공정,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난도 기술에서 한국 기업은 양산 속도와 수율로 타국을 압도한다.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장기간 축적한 경험에 기반해 긴밀한 협력을 구축하고,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국산화에 속도를 내며 공급망도 안정화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 엔지니어 중심 ‘현장 기술력’, 정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세제 혜택, 인력 양성 등 국가적 지원이 이어진 결과다.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이 ‘설계–제조–패키징’ 전 영역으로 확장되며, 우리의 취약한 팹리스·IP 역량과 뒤처진 첨단 패키징 경쟁력은 리스크로 불거지고 있다. K-반도체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조’를 넘어 밸류체인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금이 AI메모리를 통해 메모리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할 때”라고 강조한다. ◇메모리 강국의 그림자...설계·IP 취약성과 공급망 리스크 부상 한국 반도체 밸류체인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설계와 IP(Intellectual Property, 설계자산)’ 분야다.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AI·자동차·모바일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흐름과 대비된다. 핵심 IP와 설계 자동화 툴(Electronic Design Automation, EDA) 역시 ARM, 시놉시스, 케이던스 등 해외 기업 의존도가 높아, 국내 생태계가 독자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국내 팹리스 산업은 스타트업·중견기업 중심으로 자본 조달 어려움과 인력 부족, 글로벌 시장 진입 장벽 등이 성장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고성능 AI 칩과 차량용 반도체처럼 기술 난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대규모 R&D 투자와 IP 축적이 필수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감당할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 설계 인력 양성 속도도 느려 전문인력 확보도 힘든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설계·IP 생태계의 취약성은 제조 강점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진다. 설계 역량 강화 없이는 K-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도 지속되기 어렵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장비·소재’ 분야에서는 EUV 포토레지스트, 특수가스, CMP 슬러리 등 일부 핵심 소재에서 국산화가 진전되며 공급망 안정성도 강화되는 추세다. 제조 생태계 전반의 기술력과 생산 효율성은 여전히 세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반도체 제조 부문을 보면 메모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초미세 공정·HBM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파운드리에서는 TSMC에 뒤처지지만, 삼성전자가 GAA 기반의 차세대 공정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리며 기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외부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일본·대만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 강화로 한국 제조 경쟁력은 지정학적 압력과 정책적 변수가 더 커지고 있다. 기술력에 관계 없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의 제조 우위가 언제든 흔들릴 수도 있다. ◇공급망 재편의 한가운데 선 한국 반도체...초격차 유지의 조건 AI와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고성능 컴퓨팅)가 주도하는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 ‘패키징’이 새 승부처가 되고 있다.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칩을 하나로 묶는 칩렛 구조와 3D 패키징 기술이 부상하며 후공정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미국과 대만은 이미 첨단 패키징 클러스터 구축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나서지만, 한국은 제조 강국임에도 메모리·파운드리 중심의 산업 구조가 패키징 경쟁력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며 AI 반도체 시대에 필요한 통합 기술 역량에서 뒤처질 위험도 제기된다. 제조에서 확보한 강점을 패키징으로 확장하지 못한다면, K-반도체의 경쟁 우위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가속화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위치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칩스법(CHIPS Act)을 통해 자국 내 생산·첨단 패키징 투자를 강화하고, 일본·대만은 국가 주도로 패키징 클러스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중국은 보조금을 뿌려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며 독자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이처럼 주요 국가가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가운데 우리가 기존 ‘메모리 중심 국가’에 한정한다면 글로벌 밸류체인 내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한국이 설계–제조–패키징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전략을 구축하면, 메모리 초격차와 축적된 제조 역량에 기반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인력·투자·정책의 통합적 국가전략이 뒷받침된다면, K-반도체는 공급망 재편 파고 속에서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국의 메모리 초격차는 ‘투자-기술-공정-생태계-인력’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다. 반도체 산업의 세계적 변화 추세 속에서 초격차를 설계와 패키징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가 K-반도체의 차기 과제로 꼽히고 있다. ◇‘종합 반도체 국가 전략’이 K-반도체의 미래를 결정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메모리 분야에서의 우위에 자만하지 않고, 밸류체인 전체의 균형적 강화를 추구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HPC 중심의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며 밸류체인 가화가 새로운 생존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강화해야 한다. 첫째, 설계·IP 생태계 강화로, 팹리스 기업의 성장 기반을 확장하고, EDA·IP·인력·투자 생태계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 둘째, 제조 초격차 유지와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로 GAA(Gate-All-Around, 트랜지스터 채널 4면을 게이트가 둘러싸 전류 제어를 강화해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구조), EUV, HPC 공정 등 차세대 기술에서 선도권을 확보해야만 제조 강국의 지위를 지킬 수 있다. 셋째, 첨단 패키징 역량 강화로 칩렛·3D 패키징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가 차원의 패키징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설계–제조–패키징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내는 ‘K-반도체 종합 국가 전략’은 단순히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패러다임 전환이다. 기술·인력·투자·정책 통합의 국가적 로드맵 없이는 공급망 재편의 파고를 넘기 어렵다. 반도체 밸류체인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적 전환이 K-반도체의 다음 10년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메모리 분야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메모리 중심 AI’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연구기관 전문가는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의 역할이 단순 저장을 넘어 연산과 지능 기능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는 만큼, 한국이 AI 메모리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공정, 설계 툴, 재료 등 핵심 요소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자와 통화한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반도체와 CPU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팹리스가 설계한 칩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실증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우리 기술 수준이 아직 낮더라도 꾸준히 사용하고 개선해 나가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설계·운용·측정장비 등 전반적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이 국가 주도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 8월 ‘ESS 대규모 건설 특별행동계획(2025~2027)’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자국 내 ESS 설비 용량을 1.8억kW(180GW)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3년간 투입되는 재원만 2500억 위안(약 52조8000억원)에 달한다. 보조금, 현물시장, 용량보상제 등 시장 제도와 함께 표준·안전·기술 로드맵을 동시에 정비하겠다는 점에서, ESS를 단순 설비가 아닌 국가 전력 인프라로 규정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ESS 정책은 물량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고비 사막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기지에는 출력 변동을 흡수하는 ESS를 집중 배치하고, 퇴역 화력발전소 부지와 기존 송전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병행한다. 부하가 밀집되거나 재생에너지가 집적된 지역, 대용량 HVDC가 유입되는 지점에는 독립형 ESS 발전소를 구축해 계통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ESS를 재생에너지 확대의 ‘보조 장치’가 아니라 계통을 지탱하는 기반 인프라로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 제주에서 ESS는 ‘보조 수단’이 아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의 ESS 구축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산업통상부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제주 지역 장주기 ESS 필요 규모는 2030년 기준 설치용량 1730MW, 저장용량 4만6000MWh다. 그러나 이달 결과가 발표될 전력거래소 중앙계약시장 ESS 공개입찰 물량은 총 540MW(육지 500MW·제주 40MW)에 그친다. 제11차 전기본에서도 ESS는 연간 수백 MW의 단계적 도입에 머물러 있으며, 제주처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을 전제로 한 장주기 ESS 전용 목표치는 별도로 제시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제주 전력계통에서 ESS는 더 이상 선택적 보조 수단이 아니다. 출력제한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ESS는 계통 안정과 유연성 확보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지목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24년 말 발간한 ‘효율적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 비용(LCOS) 전망 및 최적 믹스 수립 시스템 구축 연구’ 보고서는 “제주 지역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유연성 부족이 구조적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며 ESS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제주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와 함께 출력제한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22년 제주 지역 출력제한 횟수는 125회로, 2019년 대비 2.7배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출력제한이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상시적 계통 리스크로 고착화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문제는 시간 스케일이다. 몇 분, 몇 시간 단위의 잉여 전력을 흡수하는 수준을 넘어, 일·주·계절 단위로 전력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장주기 저장자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 ‘필요한 ESS’와 ‘사들이는 ESS’의 간극 그러나 이러한 계통 진단이 정책 집행 단계로 내려오면서 구조적 간극이 드러난다. 현재 중앙계약시장 ESS 공개입찰에서 제주를 대상으로 공고된 물량은 40MW에 불과하다. 에경연이 제시한 장주기 ESS 필요량과 비교하면 두 자릿수 이상 차이가 난다. “제주의 ESS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조달 정책은 지나치게 소규모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이는 단순히 물량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겨냥하는 문제 정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에경연 보고서가 다루는 ESS는 출력제한 완화와 계통 안정, 장주기 유연성 확보라는 ‘계통 인프라’ 관점의 자원이다. 반면 중앙계약시장은 전력시장 내에서 정산 가능한 서비스, 즉 주파수조정(FR)이나 예비력 대체와 같은 계약 가능한 상품을 구매하는 제도다. 제주 계통이 요구하는 기능과 시장 제도가 보상하는 기능 사이에 구조적 어긋남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고서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에경연은 정책 시사점으로 “저장장치 필요 지역을 명확히 제시하고, 기술별·주기별 최적 조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의 조달 방식이 제주라는 특정 지역의 계통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본에 제시된 제주 장주기 ESS 목표치와 실제 조달 물량 간 간극에 대해 “제10차 전기본에 제시된 제주 지역 장주기 ESS 설치 물량은 특정 연도에 한 번씩 설치하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누적되는 목표 용량”이라며 “매년 일정 물량씩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2029년 제주 지역 ESS 필요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전기본의 전망과 관련해서는 해상풍력을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2029년 이후 설치 용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해상풍력이 본격적으로 계통에 연계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제주 지역 ESS 공공 입찰 물량이 40MW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 대해서는 “전기본 이 2년 단위로 롤링되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차, 12차 전기본을 거치면서 목표 용량은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이 사안과 관련해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도 했다.
변화하는 유럽연합(EU)의 주요제도에 대한 우리기업의 대응력을 제고하고 EU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EU 통상환경 변화와 대응전략 세미나’가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부 주최로 11일 대한상의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한국과 EU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의 선제적 규제와 대응 역량 확보가 관건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윤철민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개회사에서 “한국은 2011년 아시아 최초로 EU와 FTA를 체결한 이후 탄소중립·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해 왔다”며 “앞으로는 제품 생애주기 전반의 지속가능성과 데이터 관리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차관보는 환영사에서 “대전환기 속에서 EU는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공급망 재편에 빠르고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통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장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고 현장 애로를 해결하며, 기업의 목소리를 EU 집행위에 적극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우고 아스투토(Ugo Astuto) 주한EU대표부 대사는 “EU 규제 변화는 한국 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공급망 재편 등으로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필수”라며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공급망 실사요건 등은 철강·자동차·배터리 산업에 도전이지만, 한국 기업은 품질·혁신·신뢰성을 기반으로 EU 내에서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EU는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바라보며, 양측은 친환경 제조·디지털 전환 등에서 협력을 확대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고 축사를 전했다. ◇EU 통상환경 급변...한국‑EU 공급망·지속가능성 협력 강화 필요성 부각 ‘EU 통상환경 전망’이란 주제의 세션에서 장영욱 KIEP 북미유럽팀장은 ‘2026년 EU 통상환경 전망 및 공급망 대응 전략’에 대한 발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U 주요국의 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지며 경기 회복이 지연되자 EU는 산업 경쟁력 강화, 자주적 방위,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고 짚었다. 장 팀장은 “한국이 EU 통상환경 변화 속에서 도전요인과 기회요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EU와 협력 가능한 분야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핵심원자재, 기후중립, ICT 등 전략산업의 중간재 공급망 협력이 유망하며, AI·바이오·친환경기술·양자·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속가능한 무역질서 구축을 위해 한국과 EU가 유사한 입장을 공유하는 만큼 국제 공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월터 반 하툼(Walter van Hattum) 주한EU대표부 공사참사관은 ‘EU 주요 제도 도입 취지 및 한-EU 비즈니스 협력 시사점’에 대한 발표에서 “글로벌 통상환경이 회복탄력성과 공급망 안정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국가 간 상호의존이 더 이상 장점만은 아닌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쟁·보안·공급망이 핵심 이슈로 부상한 만큼 WTO의 예측가능성과 분쟁 해결 기능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U는 77개국과 FTA를 체결해 공급망 안정과 경제활동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최근 인도와의 FTA를 통해 열린 무역 기조를 재확인했다. 반부패 조치 강화, 투자 스크리닝 확대 등 경제안보 관련 입법도 추진 중이다. 그는 “한국과 EU가 가치 기반 협력을 확대해 지속가능한 교역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린딜과 기후 대응 정책이 기업 경쟁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의 대 EU 수출이 700억 유로에 달하는 만큼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경쟁력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U 주요 규제 대전환...CBAM·배터리·ESG 등 전방위 대응 전략 필요 이어 ‘EU 주요규제 변화 및 대응전략’을 주제로 한 세션이 이어졌다. 먼저, 환경·기후규제Ⅰ 파트에서 고순현 에코앤파트너스 부사장은 ‘EU 탄소국경조정제(CBAM)와 배터리규정(BR)’을 주제로 발표했다. CBAM은 ‘EU 역내 생산과 수입품의 탄소가격 형평을 맞춰 탄소누출을 막고, 공급망 탈탄소를 촉진하는 규제’이며, BR은 ‘배터리 전 생애주기를 탄소+순환+실사+정보로 묶어 의무화한 글로벌 선도형 제품규제’를 의미한다. 고순현 부사장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EU 수입품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20%에 달할 경우 탄소비용 부과가 불가피하며, 전력 외 내재배출량은 EU 집행위가 제공하는 기본값으로 산정된다”고 설명했다. 신(新) 배터리규정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법적 틀로, 코발트·납·리튬·니켈의 최소 재활용 비율을 의무화하고 모든 배터리에 주요 특성 정보를 라벨과 QR코드로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EU 배터리 생산자에게는 재활용·수거 의무가 부여되며 순환경제 촉진이 목표다. 그는 “기업이 제품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품환경 거버넌스 구축, 핵심 조직의 역량 강화, 전주기 환경데이터 시스템 통합 등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환경·기후규제Ⅱ 파트에서 김동수 김앤장 ESG연구소장은 ‘공급망실사법과 지속가능성공시’에 대해 발표하며 “EU가 지난해 ‘옴니버스 심플리케이션 패키지’를 통해 지속가능성 규제를 간소화했으며, ESG 규제가 산업별 세부 규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U 집행위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의 신뢰성과 비교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CSRD를 도입했고,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 CSDDD를 마련했다. 그는 “특히 CSDDD가 협력업체로부터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실사 보고를 요구하는 만큼 기업의 대응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성문 환경산업기술원 실장은 제품규제Ⅰ 파트에서 ‘에코디자인 규정(ESPR), 디지털제품여권(DPP)’를 주제로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출시되는 모든 제품의 내구성, 수리성, 에너지효율, 탄소발자국 등 지속가능성 요건 등을 강제하는 에코디자인 규정(ESPR)을 2024년에 발효했다. 조 실장은 “EU가 디지털 제품 여권 도입과 우려물질 최소화 등 16개 세부 요건을 제품별로 부과하며, 섬유·가구·타이어·매트리스와 철강·알루미늄을 우선 적용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ESPR 에코디자인 규정은 내구성·신뢰성·수리성 등 제품 성능을 사전 설계 단계에서 강화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로, 디지털 제품 여권과 구조화된 제품 데이터 구축이 핵심 이행 수단이다. 그는 “기업이 향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강화 요건을 가정한 선제적 설계 준비, 부품 교체 가능 구조 마련, 예비 부품 제공, 수리업체 접근권 확대 등 수리권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품규제Ⅱ 파트에서 이한영 친환경포장기술시험연구원 대표는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에 대해 소개하며 “EU 내 포장폐기물이 2030년까지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PPWR이 권고가 아닌 강행 규범으로 위반 시 시장 출시 제한·제품 회수·벌금 등 강력한 제재가 따른다”고 말했다. PPWR은 올해 8월부터 문서·설계·증빙 제출 의무가 본격화되며, 2030년에는 규정이 요구하는 수치와 목표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패널티가 부과된다. 그는 “DoC(적합성 선언서)와 TD(기술문서)를 유럽 수입업자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하며, 미제출 시 거래가 중단될 수 있는 만큼 기업이 문서 패키지를 사전에 완비해야 한다”며 “조화 표준에 따른 시험·측정방법을 사용하면 규정 충족으로 간주되며, 포장지도 조화 표준을 따르면 주요 요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보조금 규제 파트에서 박소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EU의 역외보조금 규정(FSR)의 주요 내용 및 우리 기업의 대응 전략’을 언급하며 “EU 역외보조금 규제에 따라 기업결합의 경우 EU 내 매출 5억 유로 이상이면서 역외 재정적 기여가 5000만 유로를 넘으면 FSR 사전신고 대상이 되며, 공공조달도 가액 2억5000만 유로 이상·국가별 재정적 기여 400만 유로 이상이면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심사는 보조금 성립 여부, 시장 왜곡 여부, 균형 평가의 3단계로 진행된다. 박 변호사는 “우리 기업이 재정적 기여 합산의 복잡성과 판단 기준의 모호성을 고려해 전사적 데이터 업데이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EU 집행위와의 사전협의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을 제언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1일 광역지자체 행정통합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2월 말까지 관련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으면 그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행정 조치와 선거 준비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해당 지역의 광역시도 통합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김민석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변하며 “국민의힘 의원들께서도 적극적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어 “어떠한 이유건 세 군데(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중에 한 군데가 통과되지 않으면, 결국 그로 인한 영향은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받게 되는 것”이라며 “4년 후를 바라볼 때 다른 광역통합된 곳과 비교해서 어떤 결과가 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의 의원들도 충분히 숙고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6일 광역 지방자치단체 간 행정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통합특별시에 연간 최대 5조 원씩, 4년간 최대 20조 원 수준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통합 특별시에는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도 부여하게 된다.
20년 전의 청소년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었다. 당시를 떠올리면, 10대 시절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일은 대개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간섭처럼 느껴졌고, 잔소리로 들렸으며, 무엇보다 ‘나만의 세계’를 침범당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아과 의사들과 공중보건 연구자들의 최근 연구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놓는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가족 간의 유대가 성인이 된 이후 더 나은 삶의 질적 수준과 정신적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주 「JAMA Pediatrics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시절에 부모와 친밀하고 따뜻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높은 사회적 유대감을 가질 확률이 23.4%포인트 더 높았다. 특히 성인의 사회적 행복의 측정에 사용한 '6가지의 모든 지표-예를 들어 소득, 건강, 심리 검사, 삶의 만족도 등) 에서 일관되게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연구 결과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로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면 접촉이 급격히 줄어든 사회다. 가족끼리 밥을 함께 먹는 시간은 줄었고, 대화는 메시지와 이모지로 대체됐다. 밥 먹으라고 하는 말도 메시지로 보낸다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미국에서는 2023년 공중보건국장이 공식적으로 ‘외로움 전염병’을 선언했다. 외로움이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불안 장애, 심혈관 질환, 우울증, 조기 사망 위험까지 높이는 중대한 건강 위험 요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외로움은 이제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낸 구조적 현상이다.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줄고, 세대 간 교류가 단절되며, 공동체는 파편화됐다. 아이들은 부모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화면 속에 머문다. 말은 줄고, 표정은 읽히지 않는다. 그 공백 속에서 외로움은 조용히 자라난다. 외로움 전염병이라는 말은 과장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미 많은 사회가 그 증상을 겪고 있다. 고립된 노인, 불안에 시달리는 청소년, 관계 맺기에 서툰 부모 세대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거창한 정책이나 첨단 기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오래된 방식,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에서 출발할 수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 아버지와 중등학교 아들이 함께 길을 걷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150여 쌍의 부자(父子)들이 말없이 산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하산 후 공연이 시작되자 같이 춤까지 추는 거였다. 마주 앉아 대화할 때보다, 나란히 걷는 상황에서 말문이 트이고 시선이 부딪히지 않아 부담이 덜하고, 침묵조차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걷는 속도만 맞추면 된다. 그 단순한 조건이 관계의 문을 연 것이었다.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이런 경험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AI는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을 돕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함께 걷는 경험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손의 온기, 호흡의 리듬, 같은 풍경을 공유하는 기억은 알고리즘이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기술이 인간의 일을 대신할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관계의 노동은 더욱 중요해진다.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뒷산에 올랐던 기억이 선명하다. 어린 내 손을 잡고 아버지는 풀과 꽃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이름을 알려 주셨다. 그날 나는 할미꽃 한 송이를 꺾어 들고 내려왔는데 그 장면은 나이가 들수록 더 또렷해진다. 삶이 고단해질 때마다 그 기억은 조용한 위로가 되고 자연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다. 함께 걷고, 함께 바라보고, 함께 침묵하던 그 짧은 시간이 결국 나를 지탱하는 뿌리가 되었음을 이제야 안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빠르게 재편하는 시대일수록 우리가 자녀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최신 기기가 아니라 그런 한 장의 기억, 부모와 함께 걸었던 시간의 온기일지 모르겠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기 신도시인 고양 일산신도시 정비사업 현장을 찾아 사업 속도를 주민 체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선도지구 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추진 현황을 점검한 뒤 주민 간담회를 열고, 주민 중심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주택을 더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주택공급추진본부’를 출범했다”며 “1기 신도시에서도 2030년까지 6만3000호 공급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금 지원과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HUG가 미래도시펀드 1호 모펀드 운용사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한 점을 언급하며 초기 사업비를 신속 지원해 주민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3일 개정된 ‘노후계획도시정비법’에 따라 특별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의 통합 수립이 가능해지고 주민 동의 절차가 간소화돼 사업 기간 단축과 편의성 제고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 LH와 협력한 미래도시지원센터를 통해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고,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전자동의 시스템을 구축해 사업 절차를 자동화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기준용적률 등 주요 사안은 관련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논의하고, 필요한 행정 절차 역시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은 도시의 주거환경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정책”이라며 “주민이 주인이 되어 사업을 이끌고 행정이 이를 뒷받침해 체감 가능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 일산신도시 선도지구 정비사업은 후곡·강촌·백송·정발마을 일대를 대상으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된다. 대상 구역은 총 수천 세대 규모의 노후 주거단지로, 용적률 개선과 정비를 통해 주거 환경을 전면 재편하는 것이 목표다.
20년 전의 청소년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었다. 당시를 떠올리면, 10대 시절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일은 대개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간섭처럼 느껴졌고, 잔소리로 들렸으며, 무엇보다 ‘나만의 세계’를 침범당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아과 의사들과 공중보건 연구자들의 최근 연구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놓는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가족 간의 유대가 성인이 된 이후 더 나은 삶의 질적 수준과 정신적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주 「JAMA Pediatrics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시절에 부모와 친밀하고 따뜻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높은 사회적 유대감을 가질 확률이 23.4%포인트 더 높았다. 특히 성인의 사회적 행복의 측정에 사용한 '6가지의 모든 지표-예를 들어 소득, 건강, 심리 검사, 삶의 만족도 등) 에서 일관되게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연구 결과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로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면 접촉이 급격히 줄어든 사회다. 가족끼리 밥을 함께 먹는 시간은 줄었고, 대화는 메시지와
2026-02-11 윤영무 본부장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올 하반기부터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뢰(Le Cordon Bleu)’처럼 한식 교육의 세계적인 기준이 되는 ‘수라 학교’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거주 외국인 조리사, 조리 전공자, 그리고 대중적이고 실무적인 외식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식을 글로벌 미식의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기보다 민간 교육기관을 공모·선정하여 각 기관의 특색을 살린 전문 교육을 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신청 방법과 상세 모집 공고는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나 한식진흥원을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해외에서건 국내에서건 한식의 이름으로 팔리는 음식이 제각각이고, 그중 상당수가 ‘한식 풍’에 그친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 취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한식은 ‘손맛·칼맛·불맛’이라는 아날로그적 설명이 격에 맞는 것처럼 여겨 왔다. 이는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하지만 계량화되지 않은 감각의 언어로는 국경을 넘는 순간 표준이 되기 어렵다. 해외에서 한식을 배우는 이들에게 “대충 이 정도” “불 조절은 느낌으로”라는 설명은 재현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각자의 해석이 덧붙여지고, 한식은 빠르게 변주되며 원형과 멀어진다. 세계화의 걸림돌은 바로
2026-02-11 윤영무 본부장 기자
많은 기업은 경영 환경이 점차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품고 사업을 이어가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대보다 불안의 신호가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 거래처의 발주 주기가 점차 늦어지고, 원자재 가격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며, 환율과 금리 변동에 대한 언급이 잦아질수록 조직 내부의 긴장감 역시 서서히 높아진다. 이러한 인식이 지속되면 조직은 외부 환경의 변화를 관리와 대응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불가항력적인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전략적 판단의 범위는 점차 축소되고, 선택과 조정을 통해 상황을 바꾸려는 경영의 역할 역시 약화된다. 결국 문제 해결 을 중심으로한 적극적인 경영은 뒤로 물러나게 되고,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수용하는 소극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조직 전반에 확산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사실 위기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급망 불안, 금융 환경의 변동, 소비심리 위축, 규제 강화와 경쟁 구도의 재편과 같은 요인들은 특정 시점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형태를 달리하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환경 변수에 가깝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는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에 지속적으로 작
2026-02-09 김소영 기자
대한민국의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천명관 (千明官)이 10년 만에 장편을 발표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다. 그는 2004년 장편소설 ‘고래’로 독자와 평단 모두를 놀라게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천 년 동안의 고독’과도 비교되며 주술적 사실주의의 백미로 거론되는 이 작품은 작가가 다양한 삶의 경험을 쌓아온 뒤에야 비로소 빚어낸 거대한 서사였다. 은희경은 당시 그의 출발을 두고 “전통적 소설 학습이나 동시대 작품에 빚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독자적 세계의 탄생을 주목했다. 그리고 지금, 10년 만에 발표되는 신작은 그 연장선상에서 다시금 이야기가 어떻게 확장될지 기대하게 한다. 문학의 귀환을 축하하는 방식을 여러모로 상상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한 병의 와인을 곁들 이는 것을 권한다. 천명관에게 어울리는 품종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탈리아 남부의 풀리아(Puglia)의 프리미티보(Primitivo)다. 프리미티보는 미국의 진판델과 같은 유전적 뿌리를 가진 품종으로,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고 과실향이 강렬하다. 잔에 따르면 밝은 루비색을 띠며 라즈베리·블루베리·딸기 같은 붉은 과일 향과 함께 시나몬 등의 향신 노트가 은근히
2026-02-09 편집국 기자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콩 재고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수급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히 소비 감소로 인한 상황으로 이해하면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산콩 생산량은 2021년 11만 톤에서 2024년 15만5000톤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 비중은 같은 기간 34.3%에서 30.5%로 오히려 감소했다. 1인당 콩 소비량 역시 줄었고, 감소분 대부분이 국산콩에서 발생했다. 생산은 확대됐지만 산업으로의 투입은 늘지 않았다. 이 간극이 현재 콩 문제의 핵심이다. ◇ 국산콩이 설 자리는? 콩의 가격 구조는 이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국산콩 가격은 수입콩 대비 약 두 배 수준으로 가격 격차가 크다. 2022~2023년 정부가 수입콩을 낮은 가격에 방출하면서 국내 시장 가격까지 동반 하락했고, 그 결과 국산콩의 경쟁력은 더 약화됐다. 가격으로 선택되는 식재료 시장에서 이 격차는 구조적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홍보나 판촉을 통해 일시적으로 판매를 늘릴 수는 있지만, 산업 공정으로의 편입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가격 수준이 아니라 시장의 성격이다. 식재료 시장에서
2026-02-09 편집국 기자
올해 자동차 분야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문제로 미국 시장의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고, 유럽도 점차 기준을 강화하면서 문호는 점차 좁아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이미 공론화된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은 결국, 지역으로 공장을 옮기라는 의미와 다름없을 정도로 공세가 강화되ㅏ는 추세다. 특히, 중국을 지향하는 유럽의 쇄국정책은 같은 지역에 있는 우리에게도 불똥이 튀길 수 밖에 없어 우려스럽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는 하이브리드 차종은 일본산과 전기차와 배터리 등은 중국산과 치열하게 전쟁을 치루는 중이다. 현재 전기차의 경우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금지가 지연되면서 몇 년의 시간을 벌었다지만 앞으로 빠르게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서방의 국가들 대비 10년 앞서 개발과 보급을 시작하고, 정부의 보조금과 각종 인센티브 정책으로 급격히 성장한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은 이제 글로벌 각국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미·중 간의 경제 갈등으로 아예 발을 들이지 못하게 만든 미국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시장은 이미 중국산 전기차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은 BYD 등 중국산 전기차 보급이 유럽산 대비 과반의 비용으로 공급 중이
2026-02-08 편집국 기자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미국의 토양 과학자 「페드로 A. 산체스」 박사가 85세로 서거했다는 부고 기사를 읽었다.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척박한 땅심을 살려 식량 증산에 이바지한 그는,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옥수수와 같은 작물을 수확한 후 '세스바니아(Sesbania)'나 '테프로시아(Tephrosia)' 같은 콩과 식물 나무들을 심어 1~2년간 나무들이 뿌리에 질소를 포집해 식물이 먹을 수 있는 형태인 암모늄 등으로 바꾸어 가득 저장하게 하고, 떨어진 잎이 천연 퇴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도록 했다. 그런 뒤 나무를 베어내 잎과 잔가지를 흙에 묻고 그 자리에 다시 작물을 심게 했다. 그 결과 비료를 전혀 주지 않았어도 토양의 질소 함량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옥수수 수확량이 2~4배로 증가했다. 비료를 쓰지 않는 이 농법은 '녹색 혁명'의 아프리카 버전으로 평가받아 농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식량상(World Food Prize)'이 그에게 주어지기도 했다. 고 산체스 박사가 꿈꿨던 토양은 미생물이 살아 숨 쉬고 탄소를 머금으며 스스로 생명을 길러내는 '살아있는 유기체'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 곁에는 비닐하우스라는 거대한 플라스틱 돔 안에서 화학비료와 농약이라는 링
2026-02-08 윤영무 본부장 기자
인공지능의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은 종종 신대륙 발견의 대항해 시대에 비유된다. 지도에도 없던 대륙,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땅. 그곳에 금이 흐르고 향신료가 쌓여 있다는 소문이 돌자 모험가들은 앞다퉈 항해에 나섰다. 그들은 바다를 건너 돌아와 보고서를 올렸고, 보고서는 다시 투자금을 끌어왔다. 위험은 컸지만, 약속된 미래는 더 커 보였다. 페르난도 세르반테스의 신대륙 정복사를 담은 《정복자들》이란 책을 보면 1500년대 초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지만, 그 발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콜럼버스가 도달한 "인도"는 자급자족적인 군도일 수도 있고, 인도와 중국으로 향하는 약속된 관문일 수도 있으며,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대륙일 수도 있고, 신화와 초자연적인 힘의 영역일 수도 있었다. 더 멀리 나아가는 탐험가들은 원시 부족이나 중국 함대, 용과 개 머리를 한 인간(문명 세계의 끝, 즉 인도나 아프리카 깊숙한 곳에 사는 존재), 프레스터 존(Prester John, 동방의 신비로운 기독교 왕국을 다스리는 사제 왕), 혹은 잃어버린 아틀란티스(9,000년 전 대서양에 존재했던 거대하고 강력한 섬나라. 아틀란티스 사람들이 탐욕과 오만
2026-02-06 윤영무 본부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