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6.6℃
  • 구름많음강릉 6.4℃
  • 구름많음서울 7.6℃
  • 구름많음대전 7.9℃
  • 구름많음대구 7.1℃
  • 구름많음울산 9.1℃
  • 연무광주 7.7℃
  • 맑음부산 11.5℃
  • 맑음고창 6.7℃
  • 맑음제주 9.1℃
  • 구름많음강화 6.5℃
  • 구름많음보은 5.8℃
  • 구름많음금산 6.4℃
  • 구름많음강진군 9.4℃
  • 구름많음경주시 9.5℃
  • 맑음거제 10.0℃
기상청 제공

2026년 03월 09일 월요일

메뉴

오피니언


AI 시대,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바닷속에는 ‘우렁쉥이’라는 생물이 있다. 흔히 술안주로 즐겨 찾는 ‘멍게’다. 이들은 굴이나 산호처럼 평생 한 곳에 달라붙어 고착 생활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유년기다. 방금 알에서 깨어난 우렁쉥이 유생은 올챙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척삭과 신경관, 그리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원시적인 뇌와 눈이 존재한다. 입을 벌릴 수 없어 뱃속에 품고 태어난 난황의 영양분만으로 버텨야 하는 이틀.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렁쉥이 유생은 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자신이 평생 머물러야 할 안식처, 즉 단단한 바위를 필사적으로 찾아 헤맨다.

 

과업이 완료되어 마침내 평생의 안식처에 안착하는 순간, 우렁쉥이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의 뇌와 척삭을 소화해 먹어 치운다.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으므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인 뇌부터 소화해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뇌가 사라진 후에 비로소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입수공과 뱉어내는 출수공이 생긴다.

 

이제 우렁쉥이는 죽을 때까지 바위에 붙어 입만 벌린 채, 흘러들어오는 플랑크톤을 수동적으로 걸러 먹으며 평생을 보낸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월퍼트(Daniel Wolpert)는 이 우렁쉥이의 일생을 언급하며 “뇌는 오직 ‘움직이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고착 생활을 하면서 뇌를 유지하는 동물은 단 하나도 없다. 사고할 필요가 사라지면, 사고를 담당하는 사치스러운 기관은 소멸하고 만다.

 

◇인지적 외주화, 인간 우렁쉥이의 탄생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며, 인간은 전방위적으로 지적 노동을 AI에게 외주(Outsourcing) 주고 있다. 복잡한 자료 조사, 기획서 작성, 외국어 번역, 심지어 코딩과 예술 창작까지 AI가 순식간에 해치운다. 일상은 전례 없이 편리해졌고, 우리는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완성된 결과물을 얻는다.

 

무슨 일이든 명과 암이 존재한다는 진리를 떠올리며 편리함의 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혹시 우리가 ‘편리’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스스로 사고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AI라는 안락한 바위에 찰싹 달라붙어 자신의 뇌를 스스로 먹어 치운 현대판 우렁쉥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알고리즘이 떠먹여 주는 도파민 영상과 AI가 깔끔하게 정리해 준 요약본만 수동적으로 삼키며 살아가는 삶. 그것은 뇌의 소멸이자, 인간다움의 상실이다.

 

재미있는 역설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AI 시대를 맞아 많은 이들이 "이제 글을 읽고 쓸 필요가 없어졌다"며 환호한다. 물론 최신 AI는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와 영상, 음성까지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모달(Multimodal)로 진화하며 세상을 맹렬하게 학습 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시각물을 뚝딱 만들어내는 AI라 할지라도, 그 기저에서 복잡한 기계를 통제하는 코딩의 본질은 결국 논리적인 텍스트다. 즉, 정교한 추론을 이끌어내는 가장 핵심적인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고도의 논리를 갖춘 언어'라는 점이다.

 

AI를 업무에 완벽하게 활용하는 ‘뇌 증폭 인간’이 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은 역설적이게도 뛰어난 텍스트 이해 능력이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맥락이 필요한지 정확한 언어로 구조화하여 질문하지 못하면 AI는 그저 표면적이고 허접한 답변만을 내놓는다. AI가 생성한 매끄러운 텍스트 속에서 논리의 비약을 찾아내고 환각 현상(Hallucination)을 걸러내지 못한다면 AI는 무용지물이다. 결국 내가 던지는 텍스트의 논리적 밀도가 AI가 창조해 내는 결과물의 해상도를 결정한다.

 

◇독서, 고통이 만드는 강력한 무기

 

문제는 인간이 태생적으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의 뇌에는 애초에 글을 읽기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사물의 모양을 식별하기 위해 수만 년간 진화해 온 뇌의 시각 피질을 강제로 징발하여, 검은 선과 점의 집합을 ‘의미’로 변환하도록 혹사시키는 행위다.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독서는 뇌의 기존 회로를 억지로 재배선하는 일종의 ‘해킹’이다.

 

그래서 텍스트를 읽고 사유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뇌의 고통을 수반한다. 없는 기관을 억지로 가동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머릿속에 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고통스럽고 비효율적인 인지적 부하를 기꺼이 견뎌낸 자만이, 흩어진 정보를 연결하고 자신만의 논리를 세우는 단단한 사고의 근육을 얻는다.

 

조선시대, 세상을 움직이는 지배 계급의 언어를 생각해 보자. 그것은 소수 양반들만이 해독할 수 있었던 복잡한 암호, 즉 ‘한자’였다. 한자를 안다는 것은 고도의 훈련을 통한 해석 능력을 갖추었다는 뜻이었고, 이는 곧 세상을 바라보는 지식과 부를 독점하는 막강한 권력이었다.

 

지금의 AI 시대를 이 역사적 메타포에 대입해 보면 뜻밖의 사회학적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오늘날 누구나 쉽게 소비하는 영상과 숏폼 콘텐츠는 과거 저잣거리에서 평민들이 스스럼없이 쓰던 입말이나 구전과 같다. 쉽고 직관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자본의 흐름과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

 

과거의 한자가 신분이라는 굳건한 '제도적 장벽'이었다면, 현대의 프롬프트는 고도의 문해력을 갖춘 자들만이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문화 자본(Cultural Capital)'이다. 생성형 AI라는 도구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졌지만, 그것을 지휘할 사유의 언어는 결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스스로 사유하고 질문할 언어를 잃은 사람들은, 텍스트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AI를 지휘하는 소수의 ‘프롬프트 권력자’들에게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 AI 시대, 사유와 연대가 새로운 지평을 연다

 

독서를 통해 단단한 사고의 근육을 키우는 것은 훌륭한 출발점이지만, 사유하는 개인은 결코 고립된 외딴섬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인간의 인지는 모니터 앞의 뇌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공간의 공기, 타인의 표정, 현장의 분위기를 감각하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를 거칠 때 사유는 비로소 입체성을 띤다.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가 역설한 '공론장(Public Sphere)'처럼, 텍스트를 통해 벼려낸 개인의 논리는 타인과 부딪히고 교감하는 관계적이고 실체적인 공간으로 나아갈 때 거대한 힘을 갖는다. 요즘 지역 곳곳에서 시작되어 서울 도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공유서점 형태의 공간 실험도 고립을 넘어선 지적 교류의 장을 복원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가치는 결국 '희소성'에서 창출된다. AI가 무한한 콘텐츠를 복제해 낼수록, 비즈니스 영역에서 가장 희소해지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물리적 공간에서의 지적 교감'이다. 고도의 문해력을 갖춘 새로운 계급들은 자신의 논리를 검증하고 비슷한 밀도의 사유를 지닌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며 오프라인 공간을 찾을 것이다.

 

이들에게 한 공간에 모여 사유를 공유하는 행위는 AI가 결코 연산해 낼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프리미엄 경험재이자, 가장 강력한 네트워킹 허브가 된다. 혼자 하는 사유는 테두리가 있지만, 타인과의 교류로 확장된 텍스트는 우리를 연대하게 하고 성장시킨다. 따라서 향후 도시 계획과 지역 재생 정책은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 시민들이 모여 사유를 섞을 수 있는 '관계적이고 실체적인 공간'을 동네 곳곳에 조성하고 지원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AI 시대, 사유하는 훈련과 오프라인에서의 연대는 단순한 낭만이나 취미가 아니다. 거대 기계의 부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거부하는 주체적 저항이자, 다가올 미래의 경제적, 사회적 본질을 꿰뚫는 생존 기술이다. 스스로 활자를 해독하여 벼려낸 언어로 세계를 구축하는 사람. 그리고 그 언어를 매개로 기꺼이 타인과 실체적인 관계를 맺고 지적 온기를 나누는 사람. 밀도 높은 텍스트와 이를 나누는 물리적 공간은 AI 시대의 새로운 권력이자 가장 강력한 인간 실존의 증명이다.

 

이선희 : 필자는 국토부 소속 예비사회적기업 ㈜어플 대표로 강화도 폐가를 리모델링한 한옥 스테이 '편안집'을 운영하며 공간 비즈니스의 노하우를 쌓았다. 최근 서울 성북구 성북천 변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유서점 '사서고생'을 준비하고 있으며, AI 시대 인간의 사유와 연대를 위한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다. 


배너


배너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
정부, 강호동 농협회장 관련 비위 6건 수사 의뢰...특별감사 결과 발표
정부 합동 특별감사에서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 전반에 걸쳐 공금 유용,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운영 등 구조적 비리가 확인됐다. 정부는 위법 소지가 큰 사안 14건을 수사의뢰하고 96건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과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은 9일 농협중앙회·자회사·회원조합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 1월 26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됐으며 지난해 농식품부 선행 감사의 후속 점검 성격으로 실시됐다. 감사 결과 농협중앙회 핵심 간부들의 비리와 전횡, 특혜성 대출과 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 등 문제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공금 유용, 분식회계, 특혜 대출 등 위법 가능성이 높은 사안 14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96건을 추진할 계획이다. ◇ 중앙회장 선거 답례로 재단 사업비 4억9000만원 유용 특히 중앙회장과 핵심 간부의 비위 의혹이 다수 적발됐다. 감사에 따르면 농협재단 핵심 간부는 재단 사업비를 빼돌려 중앙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조합원 등에게 제공할 답례품과 골프대회 협찬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