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산물 유통구조의 개혁 방향 요즘 농민과 시민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이제는 정말 바뀔 수 있겠지요?” 농산물 가격폭락으로 지난 7일 농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 사이의 큰 격차를 지적하며 "농산물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혁"을 주문했다. 특히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에 비용을 투입하고 유통시스템에 참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산물 유통개혁의 목표가 단지 유통단계를 한두 단계 줄이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농민·소비자·소상공인이 가격 형성 과정에서 어떤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농민에게는 가격 결정권이 주어져야 한다. 표준생산비와 적정소득, 품질을 근거로 농민에게 공정가격을 제시하고, 농민 스스로 거래 방식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농가 수취가격과 유통비용, 단계별 마진을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는 정보 접근권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다가갈 수 있다. 소상공인에게는 특정 도매시장이나 공급자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공급처를 선택할 수 있는 구매 선택권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금요일 78주년 제헌절을 기념해 국민들이 내란을 막은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제정하겠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국민주권정부 이름에 값하는 좋은 지향이다. 이미 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대표 발의로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니 올 12월에는 국민주권의 날 행사를 국회에서 가질 것 같다. 문제는 기념일을 지정하고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국민주권을 제도화하고 실질화하는 가에 달려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국민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만, 아직 ‘국민에 의한’ 비젼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직 한반도 역사에서 한번도 그려보지 못한 청사진이기에 쉽게 나오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국민들과 함께 국민주권시대의 청사진을 그리겠다는 담대한 선언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득권에 물들고, 지배 논리에 포위된 기존 정치인들이나 기득권 엘리트들을 통해서는 쉽게 나올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담대한 비젼을 국민들과 함께 그려갈 때만 제대로 된 청사진이 나올 수 있다. ◇국민들이 함께 그릴 청사진 조정식 국회의장은 같은 날 제헌절 기념사를 통해 이미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87년 헌법이 내년에 4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벤처캐피탈(VC) 투자의 기본 전략이다. 이는 다양한 분야, 단계, 지역 등에 걸쳐 투자를 분산시켜 위험을 완화하는 것이다. 벤처캐피탈(VC)는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하여 투자 회사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지원을 한다. 여기에는 투자한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와 실적이 저조한 기업에 대한 처리도 포함이 된다. 포트폴리오 구성 자체가 위험을 관리하는 활동이다. 여기에는 투자 횟수, 자본 배분, 고위험/고수익 투자와 저위험/저수익 투자 간의 균형 결정이 포함된다. 다음에 소개되는 내용은 벤처캐피탈(VC)의 중요한 자산 배분 전략에 관한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다. 즉, 벤처캐피탈(VC)이 펀드(투자조합)를 결성하면 자금을 어디에 얼마나 쪼개서 투자할지(Asset Allocation) 계획을 세우는 데 사용되는 개념들이다. ◇코어(Core) 이번 투자전략의 핵심이자 메인 타깃이라는 의미로 가장 확실하고 성장성이 검증된 분야에 자금의 대부분(60% 정도)을 밀어 넣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푸드테크를 주목적 투자 대상으로 하는 펀드의 경우에는 외식 SaaS, 스마트 제조 등이 될 수 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는 IT
한국에서 수퍼 토스칸(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엄격한 이탈리아 와인 규정(DOC)을 따르지 않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국제 품종을 블렌딩하여 만든 최고급 와인)이 널리 알려진 계기 중 하나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즐겨 마셨다는 사실이다. 그가 사랑했던 사시카이아(Sassicaia), 오르넬라이아(Ornellaia), 솔라이아(Solaia) 같은 와인들은 수퍼 토스칸의 상징적 존재들이다. 수퍼 토스칸은 특정 지역 명칭이 아니라 토스카나 전역에서 생산 가능하나 역사적 출발점은 분명하다. 바로 볼게리(Bolgheri)다. 토스카나 서해안의 작은 마을 볼게리는 해풍, 사질토, 자갈 기반의 토양, 낮은 생산량이 결합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보르도 블렌드를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와인의 가격은 밭의 희소성과 테루아의 독창성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이건희 회장이 볼게리의 잠재력을 주목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벌써30년 전의 일이다. 그가 발견했던 테루아의 힘은 이제 세계적 브랜드 가치로 완전히 실현되었고, 볼게리는 더 이상‘발견의 대상’이 아니라‘투자 자산’이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 30년 전의 볼게리처럼 아직 저평가되어 있으면서도 잠재력이
기업에는 계획이 필요하다. 연초에는 사업계획을 세우고, 분기마다 목표를 점검하며, 하반기가 시작되면 전략을 다시 조정한다. 어떤 시장을 공략할지, 어떤 제품을 키울지, 어떤 고객을 우선할지, 어떤 비용을 줄이고 어떤 투자를 이어갈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미래를 바꾸는 것은 계획 그 자체가 아니다. 계획은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하지만, 성과는 결국 현장에서 움직일 때 만들어진다. 전략은 실행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처음에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시장에 적용해 보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때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인력과 자금이 제한된 상황에서 작은 판단 하나도 매출과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정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완벽한 계획보다 실천 가능한 행동을 먼저 정하고, 시장의 반응을 보며 방향을 조정해 가는 힘이 중요하다. 기회는 준비가 끝난 뒤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향해 움직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시장은 기업이 준비를
사립대학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190여 개 4년제 대학 중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있는 대학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라는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적인 영향이 크지만, 국립대학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정부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안정된 미래를 담보하는 경우의 수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립대학의 미래가 불투명한 전환의 시대에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거버넌스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의 경영 전략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고, 자구노력 등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할 수 있는 주체가 거버넌스이기 때문이다. 비영리조직은 다양한 관점에서 분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금조달 측면에서는 기부형과 사업형 두 개로 범주화할 수 있는데, 기부형은 기부 외에 회비 및 공적자금으로부터의 지원 및 보조금 등으로 자금조달이 이루어지며, 사업형은 생산하는 서비스를 판매함으로써 자금을 조달한다. 그리고 의사결정 측면에서는 자금제공자가 이사를 선출하는 경우 상호형이라고 하고 자금제공자와는 관계없이 조직 내부에서 자기 영속적으로 이사를 선출하는 경우가 기업형이다. 이 견해에 의하면 비영리조직은 ‘기부·상호형’,
정부가 지난주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3대 분야에 정부는 1500조원을 투자하겠다면서 AI강국으로 한반도를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과 SK가 투자하겠다는 4755조원을 생각하면 그 숫자에 압도당할 만하다. 국토를 새롭게 할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가 얼마만큼 실행될 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사회의 대변화를 촉발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면 AI시대에 복지는 어떻게 변할까? 저부담, 저복지로 인해 세계 최고의 자살율 국가, 세계 최저의 출생율을 기록하는 이 국가에서 여전히 AI강국은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AI가 만들어갈 거대한 프로젝트도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함께 가는 AI복지도 중요하다. ◇ 현장에서 시작한 AI복지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산자락이 집을 에워싼 조용한 마을. 이 마을에는 하루에 버스가 네 번 다닌다. 77세 이복순 씨는 눈을 뜨자마자 거실 스피커에 말을 건넨다. "복순 씨, 오늘 혈압약 챙겼어요?" 기기가 먼저 물어온다. 짧은 대화가 10킬로미터 떨어진 생활지원사 박 씨의 태블릿에 기록된다. 경기도가 2024년 6월 전국 최초로 조성한 'AI 시니어 돌봄타운'의 일상이다. 이
수확을 앞둔 곳곳의 양파밭이 트랙터로 갈아엎어졌다. 가격이 폭락하자 농민들이 최저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며 밭을 갈아엎는 투쟁에 나선 것이다. 전남 무안, 전북 완주, 경북 김천, 경남 함양 등지에서 전국양파생산자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양파밭 갈아엎기 투쟁을 벌였고, 언론은 생산량 증가와 소비 부진으로 양파 가격이 평년보다 30% 이상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한국 농업의 오래된 모순이 재차 드러난 장면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 소비자는 고통받고, 가격이 폭락해 농민은 밭을 갈아엎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럴수록 정교하게 작동해야 할 생산과 유통, 소비 연결 시스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 흔들리는 먹거리 체계 한편, 지금 세계의 먹거리 체계는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기후위기는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폭염, 가뭄, 집중호우, 병해충 증가는 농산물 생산량과 품질을 저해하고, 이는 곧 장바구니 물가와 식량안보 문제로 이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가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농식품 시스템 역시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위기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면서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즉 기후위
우리나라의 자동차 시장은 국토교통부의 노력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약 150조원 규모의 자동차 에프터마켓 중에서 중고차 분야가 40조원이 훨씬 넘는 매머드급 시장으로 성장했다. 과거에는 심각한 소비자 피해와 사회적 부장용으로 가장 탁후된 영역이었으나 국토부의 객관적 가치 평가를 위한 성능상태점검기록부 교부와 법정 품질보증제도를 도입해 사업자 거래 시의 의무화하면서 시장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최근 주무 부서인 국토부에서 중고차의 소비자 보상제도의 중심이 되는 성능점검자의 책임보험을 폐지하고 중고차 판매자의 보험체계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개편안은 시장 재편 세력에 휘룰려 소비자 보호를 후퇴시키고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중고차 시장의 허위매물과 부실 점검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지만 현재의 정부 개편 방향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경기도지사 시절 중고차 시장 정상화 토론회에서 "누군가를 속여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를 없애고 질서 파괴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이 대통령은 "작은 문제가 있으면
지방선거의 광풍이 지나간 지 한달 여가 되었다. 그 많은 정치 평론가들의 예상과 전망은 다시 돌아보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말의 상찬이 지나가고 되줍기가 그런지 다른 상찬을 준비한다. 여당의 당권경쟁과 월드컵 예선 탈락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지방선거 기간을 잠시 되돌아보자. 높은 대통령의 지지로 여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야당은 지리멸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었을 때 반전이 일어났고, 누구도 이기지 못한 결과였지만 여야의 기득권들은 자신들이 이겼다고 자평했다. ◇ 지방선거와 월드컵 예산탈락의 공통점 재미있게도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와 월드컵 예선 탈락은 공통점이 괘 많아 보인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더 답답하다. 그리고 그 문제 핵심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누가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지에 다다르면 더욱 난감해진다. 먼저 지방선거부터 보자. 대부분의 공천권이 중앙 양당정치에 귀속되어 후보로 나온 이들은 지역 문제를 얼마나 인식하고 풀어갈 의지와 역량이 있느냐는 것보다 당에 얼마나 충성할 건가로 공천된다. 양당이 만들어 놓은 제한된 선택권에 국민이 투표를 하려고 하니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고, 이번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는 5
◇오래된 농정 숙제 2022년 4월 양파 가격이 폭락하자 농민들은 수확을 포기한 채 밭을 갈아엎었다. 4년이 지난 올해도 농민들은 양파밭을 갈아엎고 소비 촉진 행사를 벌이고 있다. 생때같은 농산물 밭을 갈아엎고, 가격이 내려가 소비 촉진 운동을 벌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농민은 고통을 겪고, 전가되는 유통비용에 소비자 또한 한숨짓는다. 이러한 모순은 오랫동안 우리 농정이 풀지 못한 숙제였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의 소비지이자 중요한 농축수산물 생산지다. 화성·평택·안성·이천·여주·김포·파주 등지에서는 농수산물이 생산되고, 1400만 도민의 식탁에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먹거리가 소비된다. 즉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장 가깝게 공존하는 곳이 경기도다. 그런데도 농민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비싸게 농산물을 구매한다. 경기도의 농정 개혁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새로 당선된 추미애 경기도지사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추미애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기득권과 관행에 맞서는 개혁의 상징이었다. 검찰개혁이 그릇된 권력구조를 바꾸는 데 필요한 과제라면, 이제 경기도에는 밥상과 유통구조를 바꾸는 생활밀착형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농정은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제품이 필요하다. 기존 제품만으로는 시장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고, 고객의 요구도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신제품 개발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새로운 제품은 매출의 돌파구가 될 수 있고,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신제품 개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고객이 지금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가이다. 기술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최근 신제품 개발 환경은 더 빠르고 복잡해졌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도구는 제품 기획, 설계, 고객 반응 분석, 마케팅 메시지 작성까지 모든 과정에서 영향을 주고 있지만,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신제품 개발의 본질은 기술을 새롭게 더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요구하는 문제를 정확히 읽고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있다. ◇신제품 개발은 기술보다 고객의 불편에서 출발해야 많은 기업이 신제품 개발을 시작할 때 내부 기술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보유한 기술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최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대학 등록금 규제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고등교육법」에서는 “등록금의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2배(2025년 개정 전에는 1.5배)를 초과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고 있다. 헌법소원을 추진하는 이유는 “정부가 국립대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면서 사립대 등록금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않다”는 것이다. 등록금 규제가 대학 경쟁력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나름대로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등교육에서 국립대와 사립대가 독립재가 아니라 대체재이며 국립대 우대정책으로 교육환경이 월등히 좋아질 국립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자율화가 사립대학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인가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바꿔 말하면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고 국가로부터 안정적으로 재정지원을 받는 국립대학과 달리 시장 상황에 노출된 사립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자율화한다고 해서 일부 사립대학 외에 고등교육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사립대학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의문이라는 점이다. 그보다 사립대학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다른 대안도 생각할 여지가 있다. 먼저 정치
초고령화와 각자도생의 시대, ‘돌봄’은 이제 우리 삶의 가장 절박한 화두가 되었다. 아픈 부모를 모시는 자녀의 어깨는 날로 무거워지고,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동동거리는 맞벌이 부부의 발걸음은 위태롭다.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복지 제도를 확대해 왔지만, 역설적이게도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예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지금의 돌봄 제도가 현장의 목소리보다, 행정의 효율성을 따지는 전문가들의 책상 위에서 주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 정치는 유한하지만, 삶은 영속적이다 이제 돌봄에 대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다. 돌봄은 개인이 온전히 책임져야 할 사적인 부담이 아니며, 국가가 시혜적으로 베푸는 일방적인 서비스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안에서 주민들이 서로를 돌보고 연결되는 ‘공동체적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구조를 만드는 출발점은, 돌봄의 진짜 주인인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것이다. 특히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 이후의 정세는 우리에게 ‘시민의 지속적인 역할’이 왜 중요한지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방정부의 수장이 바뀌거나 연임되고, 지역 정치
◇가려진 시야, 황금 우상의 출현 최근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는 공공 조각을 통한 국가주의 비판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4월 30일(현지 시각) 런던 세인트 제임스 워털루 장소에 신작 동상 ‘깃발에 눈이 먼 남자(A Man Blinded by His Flag)’를 기습 설치했다.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를 상징하는 거리에 세워진 이 동상은, 당당하게 걷는 양복 차림 남성의 얼굴이 자신이 든 깃발에 완전히 가려진 채 좌대 밖 낭떠러지로 발을 내딛는 파멸의 순간을 포착했다. 이는 우리가 속한 체제나 이념, 집단적 정체성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깃발로 눈을 가린 채 앞을 보지 못하는 현대 정치인과 대중을 향한 통렬한 은유다. 극단으로 치우친 믿음은 인간의 시야를 제한하고 낭떠러지로 몰아세운다. 특히 그 대상이 '국가'일 때 파멸의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기묘하게도 이 동상이 세워진 같은 시간에, 미국 마이애미의 트럼프 소유 도랄 골프클럽에서는 가상자산업체 '패트리엇 토큰' 자본가들이 헌정한 4.5m 크기(약 7억 3천만 원)의 트럼프 황금 동상 ‘돈 콜로서스’가 우상처럼 공개되었다. 이는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의 오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