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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15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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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슈] 사립대학의 장래[3]

김상규 교육학박사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예산은 전년도보다 0.8조원을 증액 편성된 16조원(2026년도) 규모이다. 교육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일환으로 지역의 9개 거점국립대학에 전년 대비 4777억원 증액한 8733억원을 투입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대학을 지원하여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는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 예산도 전년 대비 1993억원 증액한 2조1403억원을 편성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춰 대학이 학과 구조혁신 등 특성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대학 850억원, 전문대학 340억원을 투자해 특성화를 지원한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가 만들어진 해인 2023년도의 고등교육 예산은 9조7400억원이었으나, 2024년 15조 5300억원으로 증액하고 2026년에는 16조원이 되었으므로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예산 중 학생들의 가계소득을 기준으로 학자금을 지원하는 국가장학금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국립대학 운영교부금이 약 3분의 1 가까이 되므로 사립대학의 교육 운영을 지원하는 예산은 전체 예산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3분의 1도 학생 수를 기준으로 배분하는 운영비교부금이 아닌 경쟁적 자금이므로 대학마다 수혜 규모에는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

 

우리나라 사립대학 재정 상황을 살펴보면 학생 모집이 대학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4회계연도 결산을 기준으로 사립대학의 운영 수입 중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6.5%로 매우 높다. 학교법인이 대학을 지원하는 전입금 수입은 7% 정도다. 교육 외의 수입과 순수한 외부 재원인 기부금도 각각 2~3%에 불과하다. 4년제 대학 190개교가 2024년도에 모집한 기부금 총액은 5373억원으로 대학당 평균 기부금은 28억2000만원이지만 100억원이 넘는 대학은 8개교에 불과하다.

 

기부금 상위 11개 대학 의 기부금 총액이 전체 기부금의 절반이며 1년에 기부금을 1억원도 모집하지 못하는 대학도 여러 곳이 있다. 운영지출 항목으로 교직원의 보수는 47.5%, 연구학생경비 37.2%, 관리운영비 14.9%이다. 교직원 보수의 등록금의 존 비율이 76.8% 규모이므로 학생이 20~30% 정도만 충 원되지 않아도 인건비 결손이 생기는 구조다.

 

인건비는 고정비용이므로 학생을 모집하지 못하면 인건비를 연구학 생경비 또는 관리운영비에서 충당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학문 분야가 계속 출현하는데 이를 담당할 교원의 모집은 언감생심이고, 학생들의 교육 활동이나 복지에 투입할 재정이 줄어들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이 여러 해 지속되면 대학은 학생들로부터 외면받게 되고 결국은 재정파탄에 이르러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우리나라보다 고등교육의 역사가 길고 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른 미국, 유럽 등지의 대학과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미국 비영리 사립대학(미국은 영리 사립대학도 허용)의 경우 운영 수입에서 학생들의 등록금은 30%에 불 과하다. 나머지 70%에는 연방정부의 보조금, 부속병원 수입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 수입의 30% 이상은 민간의 기부금과 기금(endowment)에서 발생한 과실(이자소득)이다.

 

미국에도 학생을 모집하지 못해 운영이 어려워 폐교하는 사립대학(특히 영리 사립대학)이 적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립대학은 학생을 충분히 모집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기부금과 기금의 수익만으로도 교직원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학생등록금과 정부 재정 의존도가 높은 반면, 미국의 대학은 역사적으로 축적해 온 기금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이나 민간의 기부금이 대학 경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대학의 재정 구조가 있다. 이는 민간이 교육을 지원하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다시 교육을 지원하여 후속 세대가 혜택을 받는 선순환 관계이며 이른 바 ‘사회 정의’이기도 하다.

 

◇교육을 지탱하는 사회 문화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2035년 이후 5년간 18세 인구가 13만명이 감소하므로 우리나라의 많은 사립대학은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학생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아울러 고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초고령사회에서 정치의 레이더는 선거권을 가진 이들에게 향할 가능성이 크므로 고등교육 재정의 획기적인 확대 또한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사립대학이 그동안의 학생 등록금 의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야 함을 의미한다. 재정적 자구노력에도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 중 자산 규모가 1조원에 이르는 학교법인도 수익사업체에서 발생한 이익을 대학의 경상비로 전출하는 규모가 연간 100억원이 되지 않는 사례에서도 학교법인이 사업 등 재정적 자구노력을 하여 대학을 운영할 수 있다는 기대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민간이 자발적으로 교육을 지원하는 기부금은 기대할 수 있을까? 위의 그림은 2024년 기준(우리나라는 2023년)으로 각국의 개인 기부금 규모와 기부금의 GDP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개인 기부액이 568조9000 억원으로 GDP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1조5000억원으로 GDP의 0.49%에 불과하다. 세계기 부지수(World Giving Index 2024)에서 8위를 차지한 미국 과 88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종교에 기부하는 규모가 가장 크기는 하지만 교육 부문에 대한 기부도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인이 거액의 기부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 가지만 지적하면 종교적 배경과 기부자를 존중하는 사회 문화가 있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기독 교 정신은 기부 문화 확산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교육이나 예술을 지원하고 이름을 남기는 것을 명예와 존경받는 일로 받아들이는 풍토가 있다.

 

미국의 학교, 도서관, 연구소, 미술관, 박물관 등 기증자의 이름이 붙은 건물이 매우 많은 것도 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존경의 표현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과대학 루스 고테스 만(Ruth Gottesman) 의장이 학생들의 수업료를 무료로 하고 의료 교육을 지원하고자 사재 1조4500억원을 기부한 사례에서도 우리나라와 미국의 재산에 대한 관점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같은 기부문화로 미국의 대학 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636년 설립된 하버드대학을 시작으로 동부 연안 지역에 설립된 많은 사립대학이 세계대학평가의 상위를 포진하고 있는 것도 역사의 길 이만큼 재정 규모가 경쟁력이 되어 있다는 증거다.

 

아래 그림은 미국 대학의 기금 순위를 나타내고 있는데 기금 규모가 20조원을 넘는 대학도 20개 이상이며, 이 중에는 주립대학이 3개 포함되어 있다. 이 대학들은 18세기에 설립된 6개 대학을 포함하여 19세기까지 설립됐으므로 150년 정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U.S.News가 매년 실시하는 미국 대학평가의 상위권 대 학이며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THE와 QS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대학 랭킹에서도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찾아야 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대학 진학률이 이례적으로 높고 고등교육을 진학하는 학생의 80%는 사립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국의 사립대학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과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제 공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국립대학과 전혀 차이가 없는 교육을 제공해 고등교육의 보편화에 기여했다.

 

그런데 국공립대학은 국가 또는 지방정부의 재정으로 설립되어 운영되는 학교이므로 정부가 운영을 지원하고 사립대학은 민간 부문의 비용으로 설립해 학생들의 등록금 등을 재원으로 운영하는 학교라는 ‘설립자 부담주의’ 논리를 바탕으로 추진되는 정책으로, 사립대학의 사회적·교육적 역할이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정 과제가 된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거점국립대학 예산 증액 등은 사립대학의 생존에 다모클레스의 검이 되고 있다. 지난해 고등교육기관에 장학금 등으로 기부한 10만원까 지는 세금을 전액 공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조세특례 제한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현재 10만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가 되는 정치자금(후원금, 기탁금, 당비)과 고향사랑기부금과 동일한 세제 혜택을 주자는 법안이다.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학교 교육 을 국민의 세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행 교육재정 구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졸업생의 사회 진로가 좋은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간에 기부금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처럼 일본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이 기부금을 대신 수취하는 특정 공익증진법인 제도처럼 기부금의 모집 경로를 다양화한다면 특정 대학의 기부금 편중을 완화하고 더 나아가 사회가 교육 전반을 지탱한다는 의식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사례만 소개하면 2025회계연도 기준으로 596억 달러의 기금을 가진 하버드대학은 지난해 3월, 세대의 연간 수입이 20만 달러(한화 약 2억9000만원, 1달러=1450원) 이하의 가정 출신 학생에게 2025년 이후 수업료를 무료로 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연간 수입이 10만 달러 이하 가정의 학생에게는 수업료만이 아니라 식비, 주거비, 건강 보험, 항공료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대학이 부담하는 그 야말로 완전 무료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들 학생에게는 입학 시에 2000달러의 보조금을 주고 3학년이 되면 졸업 준 비 보조금으로 또 2000달러를 지급한다. 이를 위해 2억 7500달러의 자금을 마련하고 있으며, 미국의 약 86%에 해당하는 가정이 하버드대학의 경제적 지원 범위에 해당한다. 하버드대학은 이미 2004년에 시작한 재정지원계획에 따라 연간 수입이 4만 달러 이하의 가정 학생에 대하여 수업료와 식비, 주거비를 지원했다. 이 계획은 지금까지 네번 경신되어 2006년에는 2만 달러, 2023년에는 8만5000달러로 상향되었다. 

 

현재 학부생의 55%가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며, 실제 학생들이 납부하는 평균 등록금은 1만5700달 러로 수업료 5만9320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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