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식품 벤처투자 활성화 위해 법·제도 개선 필요
- 소득공제 부재에 개인·기관 투자 위축...조세특례 개정 촉구
- SAFE·세컨더리 도입 필요...AI 전환 대응 위해 투자 확대 시급
AI 대전환의 시대에 발맞춰 한국 농림수산식품산업의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법·제도적 지원과 보다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회 농림추산식품 벤처투자 정책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농식품분야에 자본이 모일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농식품 모태펀드 등 기존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 이외에도 농식품 벤처기업들에게 금융지원 등 추가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행사에서 농식품 벤처기업들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한국농식품벤처투자협회 권준희 회장은 “농식품 모태펀드가 2조6000억을 돌파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탄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벤처투자조합과 달리 농림수산식품 투자조합은 조세특례제한법상의 세졔 혜택에서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 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방해하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권 회장은 “동일한 모험자본 기능을 수행함에도 발생하는 이러한 세제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7년 민간자본 5조원 유치’을 위한 가장 시급한 인프라 정비”라고 밝혔다.
조재성 상임고문은 "농식품 산업이 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산업이 되어야 하며, 유망 스타트업의 기술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농업을 보조금 대상이 아닌 고부가가치 전략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책의 중심을 '지원'에서 '투자'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네덜란드의 사례처럼 민관이 협력하여 혁신과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은 스마트농업과 푸드테크를 통해 농업의 높은 성장 잠재력이 증명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첨단 기술과의 융합"을 강조했다.
◇ “농식품도 모험자본 필요…세제 역차별 해소 시급”
발제에 나선 정성봉 한국농식품벤처투자협회 상근부회장은 농식품 벤처투자의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피투자기업의 경우, 투자 기업의 경우 4년 차 기준 고용 증가율 29.7%, 매출 증가율 75.8%를 기록하며 성장성을 입증했다. 펀드 평균 내부수익률(IRR)도 약 7% 수준으로, 정책금융 성격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수익성이라는 평가다.
자펀드 결성 총액 2조6161억원, 모태펀드 1조4124억원, 민간금융 유치 1조2037억원 등의 성과도 이뤄냈다. 정 부회장은 “정부 정책금융은 예산을 절대로 깎아서는 안 된다”며 “더 큰 날개를 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본”이라고 강조했다.
피투자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은 “(정부가) 우리의 훌륭한 인력들이 대기업에 몰리는 것이 아니라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투자가 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록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투자금융부장은 2026년 농식품 모태펀드 운용 방향으로 정책 연계 투자 확대와 투자 방식 다변화를 제시했다. 전체 펀드의 70% 이상을 국정과제와 연계하고, 투자 전·후 단계별 지원을 강화해 전주기 투자 생태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농업 혁신성장 펀드는 전년 대비 66% 늘어난 1000억원 규모로 확대되며, 스마트팜·푸드테크·그린바이오 등 신성장 분야에 집중 투자된다. 창업–성장–후속 투자로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 체계도 도입된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농촌 재생 사업까지 투자 범위를 넓히고, 올해 총 20개 펀드·2660억원 규모 출자를 추진한다. 아울러 라이브커머스, 기업분석 보고서, 해외 박람회·바이어 매칭 등 마케팅·글로벌 진출 지원을 병행해 투자 성과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농금원은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정책의 활성화를 통해 전체적으로 수급 상황이 발전하는데 이바지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 미스터아빠·네명·목포직송 등 농식품 벤처기업 두각
이날 행사에서는 혁신적인 성장을 이룬 벤처기업의 사례발표도 이어졌다. 농산물 유통 플랫폼 ‘미스터아빠’는 산지와 소형 유통 채널을 직접 연결하는 B2B 모델을 통해 기존 도매시장 중심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복잡한 유통 단계를 줄이고, 산지 인근 소분센터와 새벽배송 체계를 구축해 물류 효율을 높였다.
특히 수요 예측 기반의 매입 시스템을 도입해 폐기율을 낮추고 재고 관리 효율을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전국 소형 슈퍼마켓과 식당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며 공급망을 확장했고, 해외에서는 ERP와 물류 시스템을 함께 수출하는 방식으로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친환경 농업 분야에서는 ‘네명농업법인’이 미생물 기반 재배 방식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개선한 사례를 제시했다. 해당 농법은 화학 비료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수확량을 늘리는 효과를 보였으며, 고구마를 중심으로 쪽파·채소 등 품목 다각화도 진행되고 있다.
또 홈쇼핑 채널을 활용한 대량 판매 구조를 구축하고, 정식기 등 기계화 설비 도입을 통해 생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수확 후 품질을 유지하는 큐어링 기술을 적용해 저장성과 상품성도 높였다.
수산 분야에서는 ‘목포직송’이 데이터 기반 커머스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산지 조업 정보와 가격 흐름 등 공급 데이터를 분석하고, 회원 소비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 상품을 추천하는 구조다.
현재 약 3만 명의 회원을 기반으로 운영 중이며, ‘블루박스’와 같은 첫 구매 유도 상품을 통해 신규 고객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건강기능식품과 선물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플랫폼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 투자 늘리기 위해선 투자 방식도 다양화 해야
발제와 사례발표 이후에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농식품 모태펀드의 구조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집행률 중심 평가’를 개선하고, 세제 지원 및 세컨더리 시장 구축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공지능(AI) 전환 가속 속에서 농식품 산업의 투자 생태계가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도 함께 제기됐다.
먼저, 농식품 모태펀드의 미집행 자금을 ‘불용’으로 보는 시각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벤처투자 특성상 약정과 납입이 분리돼 있고, 필요 시점에 자금을 집행하는 ‘캐피탈 콜’ 방식이 글로벌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나수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집행 잔액은 단순한 유휴 자금이 아니라 향후 투자 의무를 반영한 준비된 자본”이라며 “실제 글로벌 사모펀드 역시 일정 수준의 미집행 자금을 상시 유지하며, 후속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나 연구위원은 “특히 공공 모태펀드에 90% 이상의 집행률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관행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농식품 분야 특유의 구조적 한계도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해당 산업은 회수 기간이 길고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어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점에서 일반 벤처투자 대비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기관투자가 참여가 저조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유입마저 막혀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 제도상 농식품 펀드에 대한 개인 출자는 소득공제 혜택이 없어 투자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류준걸 와프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대표는 “농식품 분야 투자는 1차산업에 대한 투자이자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등 공익성이 크다”며 “투자자의 세졔 혜택을 막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컨더리(2차) 펀드 시장의 부재도 구조적 취약점으로 꼽혔다. 투자 지분을 중간에 유동화할 수 있는 시장이 미성숙해 자금 회전이 원활하지 않고, 이는 결국 신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농식품 펀드는 투자 대상 제한 등으로 인해 일반 벤처펀드 대비 세컨더리 거래가 더욱 제약받고 있어 제도 개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자 방식의 다양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실리콘밸리 등에서 보편화된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이나 전환사채(CB) 등 유연한 투자 수단 도입이 미흡해 초기 투자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경진 블리스바이인벤처스 대표는 “초기 창업기업 투자에서는 단계별로 다른 금융기법이 필요하다”며 “농식품 분야도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농식품 투자 관련 법체계가 ‘산업 촉진’이 아닌 ‘조합 관리’ 중심으로 설계된 점도 한계로 지목됐다. 벤처투자 촉진법과 달리 농식품 분야는 규제 중심 구조가 유지되고 있어, 산업 육성 관점의 전면적인 법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참석자들은 농식품 산업이 국가 기반 산업이자 지역 균형 발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공공 투자 확대의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단기 예산사업이 아닌 장기 투자 기구로서의 운영 체계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