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은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과 평창군 진부면 사이에 있는 산으로 남한에서 9번째로 높은 산(1561m)이다. 그런데 2018 평창올림픽 당시 알파인 활강경기를 위해 환경부와 산림청은 ‘복원’을 전제로 보호구역을 해제했다. 그 결과 500년 이상 지켜온 보호림의 13만 그루 가까운 나무를 벌채했다.
강원도와 정선군은 올림픽을 마친 후 그곳에 설치된 곤돌라와 케이블카를 해체하지 않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케이블카 시범운영’이라는 명분으로 하봉 정상에 케이블카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하봉 케이블카 운영구간이 산사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전국에 장마가 시작되었는데 이곳엔 아직 공사가 한창이다.
특히, 케이블카 중간정류장 지점으로부터 상부로 올라가는 코스는 30°를 넘나드는 급경사 구간으로 이어져 있는데, 산비탈 양쪽으로 군데군데 복구용 방수포를 덮어 놓거나, 계곡부에 노출된 토석류들이 그냥 방치된 상태로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다.
많은 비가 내릴 경우, 계곡부의 토사를 그대로 쓸고 내려와 케이블카 시설을 포함하여 국가정원을 만들어달라고 고집하는 하류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8년 5월에는 시간 당 30~40mm의 비교적 적은 강우량에도 산사태가 발생해 하류지역의 6개 민가 주민들이 대피하였으며, 2022년 여름에도 산사태가 발생해 통신선과 전기선들이 밖으로 드러나고 지중에 매설한 배수관들이 모두 파손되어 군데군데 용출수를 내 뿜고 토석류들이 흘러내리기도 했다.
지난 6년간(2018년~2023년) 정선군의 강우량을 기상청 자료에서 확인한 결과 시간 당 80~100mm를 초과하는 강우일수는 불과 열번도 되지 않았지만 올해 장마철에 만약 시간당 100mm를 초과하는 비가 몇 시간만 쏟아져도 문제는 크게 달라진다.
가리왕산 하봉의 산사태 위험지수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은 물론, 계곡부에 정면으로 설치된 케이블카 중간 환승지점을 포함하여 하류에 위치한 호텔과 건물 등에도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현재 가리왕산 하봉 스키장코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훼손된 산지를 계통적으로 복구하기 위한 산지사방(산지재해방지공사) 원칙을 배제하고 땜질처방식 방편으로 복구가 실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이후 3번의 산사태가 났다. 산사태는 모두 숙암계곡을 메꿔서 만든 연습슬로프에서 발생했다. 경기 후 원래의 숲으로 복원하다고 약속했던 강원도는 3번의 산사태 이후 숙암계곡을 자연계곡이 아닌 슬로프로 복구했다.
이기호 호산 산림기술사무소 소장은 “산사태와 집중호우는 어느 지역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강원도와 정선군은 어리석은 행동을 멈추고 하루 속히 가리왕산을 원형 상태로 회복하기 위한 복원에 착수하여야 한다”며 “그것만이 가리왕산 산사태와 그로 인한 지속적인 수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