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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헌재, “가출 끝에 이혼한 배우자에게연금 안 나눠줘도 된다”

법률혼으로만 판단하던 것에 제동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결혼생활 11년 만에 가출해 별거 끝에 이혼한 아내가 남편의 연금에 대해 분할을 청구했다. 이에 남편은 결혼생활보다 가출기간이 더 긴 전처가 자신의 연금을 나눠 갖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 2015헌바182 국민연금법 제64조 위헌소원


12월29일 헌법재판소가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연금 형성에 기여가 없는 이혼배우자에 대해서까지 법률혼 기간을 기준으로 분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하는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은 헌법에 불합치 한다”고 결정했다. 기존 법률상 부부관계만 인정되면 분할을 허용했던 것에 제동을 걸었다.


가출해 이혼한 전처가 연금분할 신청
… 결혼생활보다 가출기간이 더 길어


김도상 씨(가명)는 1988년 1월1일부터 2008년 12월31일까지 국민연금 가입자 자격을 유지하다가 2010년 6월14일 조기노령연금 수급권을 취득해 2010년 7월부터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노령연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어느 날 김 씨의 연금이 77만4천원에서 49만1천원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1975년 결혼했다가 2004년 이혼한 전처가 국민연금에 분할연금을 신청한 것이다.


하지만 김 씨는 박 씨가 결혼생활 11년 만에 가출해 홀로 지나다 결국 2004년 법정이혼을 한 사실을 알렸다. 이에 결혼생활보다 가출기간이 더 긴 전처가 자신의 연금을 나눠 갖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는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헌법재판소에는 별거나 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해 연금 형성에 기여가 없는 이혼배우자에 대해서까지 분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분할연금이란 …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


분할연금이란 노령연금 수급권자의 이혼한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의 가입기간 가운데 혼인기간 동안에 해당하는 연금액의 1/2을 받는 제도다. 분할연금 수급요건은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일 것 ▲이혼 ▲타방 배우자가 노령연금수급권 취득 ▲분할연금을 청구하려는 자의 연령이 만 60세(1953년 출생자부터는 출생연도별로 1세~5세의 연령을 상향 조정함)에 도달할 것이 필요하다.


분할연금수급권의 제척기간은 3년(법 제64조 제3항)으로 권리가 발생한 때로부터 3년 동안 청구하지 않으면 소멸되며, 제척기간 내 분할연금을 청구하지 않거나 청구하기 전에 미리 포기의 의사표시를 공단에 한 경우에는 노령연금수급권자에게 연금액 전액을 지급하게 된다. 가정주부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가정에 정신적·물질적으로 기여한 점을 감안해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국민연금에만 적용됐던 제도는 2016년부터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별정우체국연금 등에까지 확대 적용됐으며, 군인연금 역시 2018년부터 도입을 앞두고 있다.



헌재, “실질적 혼인관계 따지지 않고 연금분할하면 재산권 침해”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의 분할연금제도는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의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자에게 분할연금 수급권을 주면서 법률혼 기간의 계산에 있어 부부 사이의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는지 묻지 않는다. 따라서 이에 따라 국민연금공단도 법적인 부부관계에 있었다면 이에 따라 무조건 분할해 왔다. 헌재는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분할연금제도는 재산권적인 성격과 사회보장적 성격을 함께 가진다. 헌재는 “분할연금제도의 재산권적 성격은 노령연금 수급권도 혼인생활 중에 협력해 이룬 부부의 공동재산이므로 이혼 후에는 그 기여분에 해당하는
몫을 분할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기서 노령연금 수급권 형성에 대한 기여란 부부공동생활 중에 역할분담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가사·육아 등을 의미하므로, 분할연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실질적인 혼인 기간을 고려해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해소돼 노령연금 수급권의 형성에 아무런 기여가 없었다면 그 기간에 대해서는 노령연금의 분할을 청구할 전제를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번 사건과 같이 법적인 부부관계이긴 했지만 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일률적으로 혼인 기간에 포함시켜 분할연금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분할연금제도의 재산권적 성격을 몰각시키는 것으로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은 김도상 씨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헌법불합치 결정과 함께 국회는 2018년 6월30일까지 개선입법을 마련하라고 결정했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분할연금제도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본 것은 아니다. 분할연금을 산정함에 있어 법률혼 관계에 있었지만 별거·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혼인기간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점에 위헌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생활 속 법률정보 … 재산분할이란]

늘어나는 황혼이혼 … 늘어나는 재산 다툼


이혼건수는 줄고 있지만, 평균이혼연령은 높아져 가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이혼건수는 10만9,200건으로 2014년과 비교해 5.5%(6,400건) 감소했다. 하지만 평균 이혼 연령은 남자 46.9세, 여자 43. 4세로 증가 추세에 있다. 또 20년 이상 혼인을 지속하다 이혼하는 황혼이혼이 29.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지속기간 20년 이상 이혼은 10년 전과 비교해 1.4배나 늘었다. 2011년까지는 4년 이하 이혼이 가장 많았으나, 2012년부터 20년 이상 이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혼인지속기간 30년 이상 이혼도 지속적으로 늘어 10년 전에 비해 2.2배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혼기간이 길면 길수록 부부공동 재산 등 재산분할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혼을 진행하고 나서도, 다시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 사건처럼 나중에 받게 될 연금까지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협의이혼·재판상 이혼 모두의 경우에 인정되는
재산분할청구


부부가 이혼하면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모은 재산을 나눌 필요가 생긴다. 이때 이혼한 부부 일방이 상대 배우자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재산분할청구권이다. 재산분할청구권은 협의이혼·재판상 이혼의 경우에 모두 인정되며, 부부 사이에 재산분할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또 재산분할은 위자료 청구와는 별개로 인정된다. 대법원은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모은 재산에 대해 본인의 기여도에 따른 상환을 청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위자료는 부부 일방의 잘못으로 이혼하게 된 사람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등 그 권리의 발생근거, 제도의 입법취지, 재판절차 진행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따라서 재산분할청구와 위자료청구는 양자를 개별적으로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계없이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다.


재산분할의 대상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원칙적으로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서 모은 재산으로, 부부 중 누구의 소유인지가 불분명한 공동재산이다. 판례는 그 재산이 비록 부부 일방의 명의로 돼 있거나 제3자 명의로 돼 있더라도 실제로 부부의 협력으로 획득한 재산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부의 공동재산에는 주택·예금·주식·대여금 등이 모두 포함되고, 빚이 있는 경우에는 재산에서 공제된다. 중요한 것은 부부의 협력에는 맞벌이는 물론이고, 육아 및 가사노동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반면 혼인 전부터 부부가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에 부부 일방이 상속·증여·유증으로 취득한 재산 등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으로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다만, 부부 다른 일방이 그 특유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를 위해 기여했다면 그 증가분에 대해서는 재산분할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퇴직금·연금 등 장래의 수입은?


위 사례처럼 연금·퇴직금 등 장래에 받을 것이 예정돼 있다면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판례는 이혼 당시에 이미 수령한 퇴직금·연금 등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혼 당시 아직 재직 중이어서 실제 퇴직급여를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에 이미 잠재적으로 존재해 그 경제적 가치의 현실적 평가가 가능한 재산인 퇴직급여채권은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 빚은 어떻게 될까. 혼인 중 부부 일방이 빚이 있는 경우 그것이 같이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 부부의 공동재산형성에 따른 빚이거나 생활용품 구입 등 일상가사에 관한 빚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경제활동을 책임지는 과정에서 빚을 떠안은 한쪽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경우 그 빚도 재산분할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원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지내온 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이혼 당사자 각자가 보유한 재산에서 빚을 공제하는 등으로 재산상태를 따져 본 결과 재산을 분배하거나 빚을 분담하도록 하는 재산분할은 어느 것이나 가능하다고 본 사례도 존재한다.


아울러, 법원은 혼인 중 부부 일방이 다른 일방의 도움으로 변호사·의사·회계사·교수 등 장래 고액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나 자격을 취득한 경우 이 능력이나 자격으로 인한 장래 예상수입 등도 재산분할 과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유로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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