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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조직 철학으로 '중대재해법' 풀자

콤포지션 경제학 (33)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법 시행이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중대재해는 줄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월 15일까지 46일간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는 64건, 사고 사망자 수는 7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사고 건수는 6건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3명 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1년간의 유예기간을 뒀음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에선 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중대재해로 사망한 사건의 대부분은 중소사업체의 공사에서 일어났고 ‘안전 부주의’가 최대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상한 대로다. 정부의 대책은 산업안전감독관을 늘려 감독을 철저히 하는 일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원천 업체가 협력업체의 입찰시 안전 실적과 안전관리 이행계획에 가 점을 주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들은 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어서 대표자의 책임을 면할 의도로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두거나 법률가 출신의 공동 대표를 두거나 심지어 아예 대표 자릴 내놓고 다른 대표를 내세우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의 조언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병은 의사에게 물어보라’는 식의 식상한 처방으로 귀결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인간이란 약점 등으로 인해 재해 사고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중대재해사고가 일어날 텐데, 그럴 때마다 대표자가 처벌을 받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그간 생각이다.

 

법이란 만능이 아니다. 아무리 엄격한 처벌을 해도 한쪽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법은 처음엔 지켜지다가도 나중에 흐지부지 되기 쉽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금이라도 현실에 맞게 경영계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방향이 이 법의 존재 가치를 증가시키는 길이다. 근래에 만든 법 중에서 비현실적인 법으로 지목됐던 게 소위 ‘김영란법’이 아닐까 싶다. ‘김영란법’은 윤리에 호소할 것을 법을 제정해 문제를 꼬이게 했다고 본다. 중대재해처벌법도 경영철학과 윤리경영, 인력관리 측면으로 접근해야 될 문제를 법적 처벌로 끌고 간 것 같다.  

 

인명을 소중히 하는 조직 철학의 일대 혁신 필요


현대의 경영조직 설계개념은 업무와 작업의 중요도와 비용을 합리적으로 따져보고 판단하는 데에 방점을 두고 있다. 어떤 기업이든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로 나눌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임금상승과 같은 고비용구조가 되면 비핵심 업무의 외주를 시도한다. 비핵심 업무는 경쟁 입찰을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위험작업을 외주화할 수 있다. 외주화된 위험작업은 대기업이 하던 때보다 위험도는 그대로인데 해당 작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업체의 대표도 책임을 면치 못하게 해놓았다. 


작업자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안전관리감독에 덧붙여 원청 기업의 감독도 세게 받게 됐다. 낮은 임금과 처우는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감독자의 눈초리만 엄격해졌는데, 스트레스는 더 심해지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오히려 중대 재해 발생위험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게 됐다.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를 나누는 기준은 기술 난이도라고 할 수 있다. 기술 난이도가 낮은 작업은 상대적으로 노동자 들이 많이 분포되는 영역이다. 중대재해는 기술 난이도가 낮은 작업에서 주로 일어난다. 기술 난이도가 높은 작업은 기계화와 컴퓨터화가 진행된 영역으로 기술자와 지식노동자들이 할 수 있어서 특별히 재해가 발생할 여지가 적다. 중대 재해법이 발동되자 기술 난이도가 낮고 위험한 작업의 노동력이 필요한 영역의 기계화와 자동화가 확대되고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삼성물산이 건설 현장의 자동화·무인화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지난 2월 18일 ‘건설 자동화·무인화 기술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MOU)’를 체결했다. 국내에서 건설기계 업체와 건설사가 무인 장비 기술 개발에 협력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기술 개발의 필요성으로 노동인구 감소와 숙련공 부족, 안전 문제 등을 꼽았다. 

 

위험작업의 자동화는 빠르게 진행될 듯


원래 자동화도입 취지는 공정 단축, 생산품질의 고도화와 비용 절감이다. 정부가 기업대표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함으로써 기업은 위험작업의 자동화를 빠르게 진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작업의 자동화는 위험작업만 콕 집어서 자동화되지 않고 현장 작업 전체를 재구조화하는 방식으로 자동화될 것이므로 노동력 투입이 많은 영역의 일자리의 전반적인 축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난이도가 낮은 노동력군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유탄’을 맞는 셈이다.

 

비핵심 업무의 재정의와 미션화 필요


기술 난이도가 낮은 업무와 작업, 그런 이유로 외주로 준 협력업체의 작업, 그리고 안전관리 업무는 대표적인 비핵심 업무에 속한다. 기업들은 이런 업무와 작업들을 관행적으로 비핵심 업무로 취급하고 있다. 비핵심 업무에는 회계, 인사, 홍보, 마케팅 등도 포함된다. 이전에는 연구개발 부서도 비핵심 업무로 분류됐으나 기술경쟁 시대로 접어든 지금은 연구개발부서가 핵심 업무가 됐다.

 

하지만 플랫폼 시대를 맞은 오늘날에는 과거 비핵심 업무로 분류됐던 곳들이 핵심 업무로 부상했거나 혁신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메타버스, 디지털 화폐의 등장은 비핵심 업무의 변신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글의 주제인 안전관리 업무는 당장 핵심 업무로 재정의하거나 기존 핵심 업무에 통합시켜 핵심 업무화 할 필요가 있다. 

 

2천억 원이 넘는 회사 돈을 횡령해 주식투자와 개인용도 등 으로 날려버린 오스템임플란트 회계부정 사건을 보자. 40대 의 재무팀장이 벌인 일이다. 이런 회계 부정 사건이 심심하면 터지는데, 핵심 업무로 분류되지 않았거나 핵심 업무로 보고 있었다고 해도 실제로는 비핵심 업무처럼 취급해서 일어 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 업무란 최고 경영자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그 관심이 경영 시스템 속에서 감시감독, 제3자 전문가의 수시 점검, 문제점 발견, 개선 및 혁신 프로그램으로의 업그레이드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회계 업무는 특수한 전문성 때문에 비핵심 업무로 경영자의 관심 밖에 벗어나 있기 쉽다. 전문성이란 이유로 회계 업무만 오랫동안 맡으며 회사 전체 업무 프로세스에서 소외된 채 사기는 떨어져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회계 담당자의 다른 보직으로 순환근무나 통합 근무가 필요하다. 안전관리 업무 담당자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기 쉽다. 비핵심 업무는 회사 내에서 유능한 직원들이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핵심 업무만 지루하게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업무를 더욱 루틴화하고 결국 대형사고로 나타나곤 하는 것이다. 

 

인간 개개인은 누구나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 사회적 지위가 보잘것 없고 돈이 없다고 해도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주면 크게 반발하거나 좌절감을 느낀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부여된 역할을 무시당하면 분노하고 짙은 눈물을 흘린다. 하물며 회사의 비핵심 업무라고 해서 방치하면 사고가 터진다. 하찮게 보이는 업무일수록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고 명예를 존중해줘야 한다. 그럴 때 그들은 자발적으로 사고의 사각지대를 밝혀내고 예방을 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주어진 업무와 미션이 분명치 않고 관심을 받지 못하면 일단 조직과 업무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업무와 미션을 분명하게 주기적으로 상기시켜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자기가 다니던 회사가 상장한 후 주가가 급상승 하자 갖고 있던 스톡 옵션을 팔아치우고 회사를 떠난 사례가 종종 있다. 그에게 회사 업무는 무엇이었던가,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업무에 대한 자부심, 가치는 손에 쥔 큰 목돈 앞에 내팽겨 치고 만 것 아닌가. 회사는 장기간 업무와 기술이 축적된 소중한 직원을 잃어버렸다. 금전 보장은 이처럼 의외의 부정적 효과가 있음을 알고 한국 기업들도 이제 자부심과 명예 등과 같은 비물질적 보상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     

자부심’은 행위자가 스스로 가지는 것이고 ‘명예’는 타인과 사회가 인정하는 것이다. 소방관은 화재를 당한 인명을 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해 사회에서 인정함으로써 영예로운 비물질적 보상을 받는다. 안전 관리자는 인명을 지킨다는 자부심, 위험작업을 하는 노동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일한다는 자부심을 스스로 가질 수 있으며, 회사가 그들의 기여를 특별히 인정하고 적절한 보상을 준다면 자부심은 강화된다.

 

대한민국 영토를 하늘과 땅에서 지키는 국군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건설 현장의 위험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그가 본사 소속이든 외주 소속이든 가리지 않고 자부심을 불어 넣어 주고 명예와 적절한 보상을 줄 때 안전은 더욱 탄탄하게 지켜지고 재해 사고는 그만큼 방지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22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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