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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남정욱 칼럼- 민변의 또 다른 인질극, 인신보호구제 심사청구 재판

탈북자 3만 명 시대를 맞아 기념 이벤트라도 벌이고 싶었던 것일까. 보면 볼수록 신기한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이 또 한 번 깜찍한 발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저장성의 북한 식당을 탈출한 북한이탈주민들이 혹시본인 의사과 무관하게 시설에 구금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자며 재판을 신청한 것이다. 전문용어로 인신보호구제 심사청구 재판인데 국정원이 탈북자들을 납치했다고 하는 북한 주장의 진위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민변이 나서다니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문제는 민변이 이런 북한의 주장을 검증할 자격도 지위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변이 누구인가. 오랫동안 정치권력과 싸워오면서 축적된 법률적 노하우만 책 열권 분량이라는 저력의 민변이다. 민변은 이 재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역시 일반인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발상으로 문제에 접근했다. 바로 북한 이탈주민들의 북한 내 가족들의 위임을 받아 인신보호구제 심사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도록 한 것이다.


탈출한 것이 아니라 끌려간 것이라는 주장의 북한 부모들의 마음까지 헤아리고 탈북 문제를 남한과 북한을 각각 주권을 가진 별개의 나라로 전제하고 바라보는 국제 사회의 시선까지 의식했다니 더 이상의 글로벌과 휴머니즘이 없다. 그런데 딱 이 정도에서 멈췄어야 할 일이다. 문제만 제기하고 끝냈어야 한다. 혹은 법원은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한다. 헌법 상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이라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탈출한 북한 종업원들의 신상에 접근하는 경로는 두 가지다. 국내 정보 계통 종사자이거나 또 하나는 북한 당국이 공개한 정보를 쉽게 입수하고 그 정보의 확인을 위해 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애북 인사 혹은 세계시민을 연결고리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종북이라는 표현이 명예훼손이라 해서 어렵게 찾아낸 단어가 애북愛北이다). 당연히 민변은 이런 정보를 자체적으로 입수할 수준이 안 된다.


민변은 사법과 관련된 단체이지 정보 관련 업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기열이라는 사람이 북한에 들어가 가족들을 만나 위임장을 받는 형식으로 일을 진행했다. 정기열이라는 사람을 신뢰해도 좋은지 혹은 정기열이 만났다는 가족들이 진짜인지 따위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정기열과 접촉하는 것이 법률 상 하자가 있는지 따져보려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탈북 종업원들이 법정에 섰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방송에서 탈북자들이 가명을 쓰고 음성을 변조하는 것은 신분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신분의 노출이 북쪽에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이미 탈북 종업원들의 신상이 북한 당국에 의해 다 공개된 상태다. 국정원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면 북한의 가족들도 할 말이 있다. 처벌은커녕 영웅 대접을 받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 종업원들이 법정에서 자기 의사로 제 발로 대한민국에 왔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순간 그 가족들은 반역자의 가족이 된다. 반역자의 가족이 어떤 험한 꼴을 겪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루아침에 일상생활이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탈북자들이 강제로 끌려왔다고 말하는 순간 그들은 북한으로 송환된다. 자기 의지로 왔다고 말하는 순간 가족들이 죽는다. 뭘 해도 결말이 암담한 이런 상황으로 탈북자들을 내몰고 있는 것이 이른 바 민변의 인신보호구제 심사청구 재판인 것이다. 이것은 초등학생 정도의 사고력만 가져도 추론할 수 있는 문제다. 문제 제기 딱 그 정도에서 끝냈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법원이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도 이런 죽음의 재판을 강행해야 하는가.


민변은 누군가 한 쪽은 죽는 이런 재판을 기어이 청구했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고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나라인가. 민변의 이번 인신보호구제 심사청구 재판은 깜찍한 발상이 아니다. 끔찍한 발상이다. 목숨을 걸고 탈출했는데 난데없이 법정에 서야하는 상황에 내 몰린 탈북자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피가 마를 것이다. 숨이 막히고 피가 쪽쪽 마를 것이다. 이 인질극의 결말에 대해 민변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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