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질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증상을 ‘건강 염려증(Hypochondriasis)’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사소한 신체 변화나 징후를 과도하게 해석해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고 착각하는 증상이다. 그런 환자들은 병원을 찾아 정상이라는 확인을 받은 직후에는 마음을 놓지만 금세 또 다른 질병으로 의심하기를 반복하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건강정보와 병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등을 통해 의학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넓어지면서 건강염려증이 더 심각해졌다. 진료를 받을 때 이미 학습한 의학정보를 자신의 증상인양 말하기 때문에 의사들조차 건강염려증 환자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 환자들은 병의 증상보다는 결과에 집착해 ‘가슴이 아프다’가 아니라 ‘가슴이 아픈걸 보니 협심증이다’라고 판단하고 주장하며,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의사의 의학적 견해를 불신한다.
성형외과에도 정도와 양상은 다르지만 이 같은 건강염려증처럼 비슷한 증상이 있는데 필자는 그 증상을 ‘노화염려증’이라고 부른다. 내원 환자 중 A씨는 30대 중반에 미간 사이가 넓고 눈이 작아 앞트임과 쌍꺼풀 수술을 병행하였고, 자가 연골을 이용하여 코끝을 높이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너무 잘 되어 만족스럽다고 고마워하면서 직접 케익을 구워와 병원 식구들한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5년 정도가 지난 어느 날 여고 동창인 친구들과 함께 내원을 했다. 예약이 없던 터라 필자를 많이 기다리게 되었는데, 수술을 끝내고 나가니 신참 간호사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태 파악을 해 보니 A씨에 의하면 자기들은 주름살과 다크써클 때문에 보톡스와 필러를 맞아야 한다며 기다리는 동안 필자의 허락도 없이 얼굴 여기저기에 마취크림을 발라 달라고 하는 개업 이래 사상초유의 황당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먼저 간호사에게 주의를 주고 상담을 하니 우선 A씨가 자신은 5년 전보다 다크써클도 짙어졌고 주름살도 많이 생겼다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필자가 보기에는 모두 피부 탄력도 아주 좋고 곱기때문에 40대 초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들 젊어 보였다. 5년 전의 수술 전 후 사진과 현재 모습을 찍어 A씨에게 보여주었더니 변함없는 자신의 모습에 기뻐하면서도 뭔가 서운해 하는 눈치였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2~3년 후에나 다시 내원하라고 설득해서 보냈다. 마취크림 때문에 서너 시간은 얼굴이 얼얼하고 느낌이 무딜 것이라는 주의와 함께.
필자가 명명한 ‘노화염려증’ 환자들은 누군가 던진 ‘오늘 피곤 해 보인다’, ‘얼굴 살이 빠졌다’는 무심한 말들을 모두 ‘나이 들어 보인다’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웃을 때도 주름질까봐 눈가를 중지로 누르고 크게 웃지도 않는다. 잠을 못자서 생긴 다크써클도 노화의 징조라고 불안해하고, 못 보던 점만 하나 생겨도 검버섯의 시초라고 병원에 달려온다. 눈가 주름, 목주름, 팔자 주름, 미간 주름 등의 모든 주름과 피부 상태 변화에 민감하며, 자신이 염려하는 노화 상태를 누군가 끊임없이 부정해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필자는 보이는 얼굴의 나이보다 신체의 나이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취미 생활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하루를 건강하게 살다보면 얼굴의 나이도 덩달아 젊어지는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오늘도 노화염려증 환자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시네요. 2~3년 후에 다시 내원하셔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다. “운동 열심히 하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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