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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어르신들의 모습이요? 노년의 제 모습이죠!” - 호구포요양원 김종금 원장

 

<M이코노미 김미진 기자> 인천 서해바다와 추억의 수인선이 오가는 호구포역. 소래포구와 오이도, 대부도가 인근에 있어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 세상의 힘든 기억들을 지워버리고 어린아이만큼이나 천진난만한 어르신 스물 세명이 모여사는 ‘호구포요양원’이 있다.

 

난 엄마처럼 되지 않을래. 힘없이 누워 있는 엄마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딸! 드라마 속 한 장면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나이가 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지면 나는 어떻게 하지?’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은 없다.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에 고민부터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세월은 어느덧 나이를 덧씌워 노인이라는 이름을 안긴다.

 

기자가 이곳을 찾을 때 어르신 여럿이 마주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를 하고 있었다. 김종금 원장은 어르신들이 잘 지낸다고 소개했다. 사회의 한 부분을 내가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호구포요양원 김종금 원장이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된 호구포요양원은 벌써 개소 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인심 좋고 위생적이며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곳이라고 소문나면서 입소를 희망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이곳은 구성원 전체의 친절함과 김종금 원장의 꼼꼼함이 더해져서 좋은 평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나이 들어가면서 동년배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그런 내 모습도 괜찮을 것같았고요.”

 

김종금 원장은 경기도 시흥에서 20여 년 간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김 원장은 그 경험을 살려 프로그램을 짜고 어르신들에게 재미를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 아이들처럼 좋아해요. 정말로 즐거워하고요.”

 

사람이 태어나 가장 먼저 사회활동을 하는 곳이 어린이집이라면 요양원은 그 반대시설이다. 김 원장은 이 둘을 다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노인주야간보호센터는 그나마 신체상의 기능이 남아 있을 때 가능해요. 기능이 더 약해져서 거동이 불편해지면 노인요양보호사가 직접 집으로 방문해서 돌보잖아요. 이게 하루 3시간으로 한정되어 있어요. 하루 종일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나머지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하는 거죠. 이럴 때 찾는 시설이 요양원이죠.”

 

요양원은 가정에서 생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사에서부터 세탁까지 모든 것을 챙기는 생활시설이다. 가족들은 언제든 방문해서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인근 병원과 촉탁진료체결을 맺어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인 진료도 해드린다.

 

잘 드시게 하는 것이 최고 ...밥이 보약

 

현재 이곳에 입소되어 있는 어르신들의 연령은 80대부터 90대 후반까지다. 스물 세 명의 어르신들 챙기는 건 13명(간호사, 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의 직원들이다. 당번을 주·야간 번갈아 가면서 어르신들을 챙긴다.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 김 원장은 ‘모두 다’라고 했다. 모두 노인들이다 보니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어르신들이 움직이다 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김 원장은 연세 드신 분들은 밥이 보약이기 때문에 잘 드시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식사를 잘 하시면 건강이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지난 7월에도 건강이 좋아진 어르신 세분이 집으로 가셨거든요.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일이 생겼다면서 비결이 뭐냐고 물어요. 그럴 땐 사회의 한 부분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크죠.”

 

매일 휴대전화를 침대 곁에 두고 자야 하는 위급상황의 연속이지만 어르신들과 같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 원장은 가족(김 원장은 직원들을 가족이라고 했다)들에게 “정성을 다해 어르신들을 모시자”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 저녁이면 매일 어르신들의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는 것도 하루 일과 중에서 중요한 일 중 하나라는 것이다.

 

“밤에 열이 오를 거면 오후부터 미열이 난다든지 하는 몸에 이상 징후가 있거든요. 낮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해서 당직자들에게 알려드리면 더 신경을 쓰고 챙겨볼 수 있잖아요. 어르신들은 건강히 갑자기 나빠질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늘 신경 쓰는 거죠.”

 

투정 부리는 어르신, 노래 부르는 어르신

 

“인간의 타고 난 기질은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은 거 같아요. 어르신들 중에 뭐든 자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분이 계세요. 무조건 1등으로 해야한데요. 그걸 안 해드리면 버럭 화를 내고 울고, 그런 모습이 어쩜 애들과 너무나 똑같아요. 하루종일 두만강 노래를 부르는 어르신도 계세요. 왜 하필 그 노래를 부르는지는 모르겠는데 입소한 날부터 매일 똑같은 노래를 하루종일 불렀어요. 지금은 몸이 편찮으셔서 자주 부르시지는 못하지만, 그 노래에 담긴 사연이 있을 것 같아요. 화투 치는 걸 좋아하는 어르신도 계시는데 꿀밤 때리기 내기를 해서 질 경우 어린아이처럼 이마를 내미실 때는 정말로 귀여워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린이집을 운영할 때 아이들이 하던 행동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는 김 원장은 어르신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청순해 보여서 인간의 본 모습은 저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고 했다. 다만 입맛을 맞추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라고 했다.

 

“나이가 드시면서 몸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혀 감각도 떨어져서 짜게 드시거든요. 첨에 입소한 어르신들을 보면 대부분 음식을 짜게 드시는 경우가 많아요. 시설에서는 연세에 맞춰서 영양사가 칼로리를 계산해 식사를 제공하다 보니까 싱겁게 드시는 경우가 많은데 입맛에 안 맞다 보니까 맛이 없다고 하시죠. 가족들은 그걸 모르고 불평하고요. 그럴 땐 정말 난감해요.”

 

건강도 좋지만, 어르신들의 입맛이 중요하기 때문에 드시고 싶다는 음식은 사다가 드리면서 점점 입맛을 바꿔간다고 했다. 98세에 돌아가신 친정엄마를 생각하면서 어르신들께 정성을 다하고 있다는 김 원장은 건강하시던 어르신이 너무 노쇠해져 요양병원으로 옮겨갈 때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기도 한다고.

 

“친정엄마가 아파 계실 때 언니가 지극정성으로 모셨죠.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4층에 살면서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갈때면 계단으로 엄마를 업고 내려왔다 올라가곤 했어요. 지금은 허리가 다 망가져서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는데 마음이 정말로 짠해요. 당시 요양병원 생각을 못 했으니까요. 우리나라는 노인 요양 관련한 시스템이 아주 잘 돼 있어요. 장수시대 노인이 노인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수발드는 분들이 찾아와 하소연 하는 분들도 많아요. 어떤 분은 찾아오셔서 울기도 하고, 어떤 분은 이러다 자신이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며 하소연하기도 해요. 부모님으로 잘 지내던 가족 간에 서로 불편해 졌다는 분도 계시고요.”

 

김 원장은 이제 우리 사회도 내 부모는 내가 모셔야 한다는 효 사상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어떤 차이

 

여기서 잠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차이를 알아보자. 요양병원은 노인성 질환을 중점으로 치료하고 요양하는 의료기관인데 비해, 요양원은 의료행위가 불가하고 요양만 하는 요양시설이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한다면, 요양병원에는 의료진(의사, 간호사)과 의료서비스(약, 주사)가 가능하고, 요양원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불가하다. 또 다른 점은 요양병원의 경우 65세 이상(65미만일 경우 노인성 질환이 있어야 함)일 경우 장기요양등급과 상관없이 입원이 가능하지만, 요양원은 장기요양 1등급, 2등급, 3등급(재가, 요양) 등급이 있어야 입소가 가능하다.

 

이를테면 나이는 젊다고 해도 치매가 와서 혼자서 생활이 어려워 등급이 있다면 요양원 입소가 가능하다. 나이든 노인들의 경우 어떤 곳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입소 전에 잘 체크해 건강상태에 맞는 곳에 입소하면 된다.

 

요양원에 입소한 경우 정부로부터 약 8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시설에서는 어르신 한 분당 약 190만 원 정도를 받게 되는데 이 돈의 80%를 정부가 부담한다. 김 원장은 “나머지 20%도 면밀히 들여다보면 본인 부담액이 아니다”고 했다. 가령 자녀의 소득이 낮을 경우 본인이 부담해야 할 20%의 60%를 감면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월 190만원의 요양원비용이 발생된다고 한다면 80%(152만원)는 정부가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38만원이 남는데 이중에서 60%(22만8천원)을 제외하고 나면 본인 부담액은 15만2,000원으로 줄어든다. 이 또한 정부가 매달 지급하는 노령연금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가족들과 정기적인 상담시간 가져 입소 어르신들의 가족과 정기적인 상담도 갖는다. 평소 어르신들이 드시던 약이라든가 이런 걸 기록했다가 알려드리고 생활기록부를 만들어 놨다가 가족에게 알린다.

 

“혈압약이라든가 당뇨약과 같은 약을 드시는 분들의 경우 한 번 처방받으면 평생 먹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집에 계시다 오시는 분들을 보면 혈압이 뚝 떨어졌는데도 혈압약을 드시고 계시거든요. 시설에서는 매일 혈압과 당뇨를 체크해서 상황이 좋아지면 가족들과 상담해 잠시 중지한 다음 일정 기간 지켜보다가 약을 드셔야 할 건지 아닌지를 결정하죠.”

 

한 분 한 분 관심을 가지고 체크하다 보면 이분들이 무얼 원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김 원장은 가끔 미래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할 때가 있다고 했다.

 

 

마당 딸린 요양원 운영하는 게 꿈

 

“텃밭을 가꿔가면서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계실 수 있는 마당있는 조용한 요양원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의 고층빌딩에 위치한 요양원은 불편한 게 너무 많다고 털어 놓은 김 원장은 과거 정부가 대책 없이 허가를 내준 것을 지적했다. 복합 상가에 있는 요양원은 화재와 같은 위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늘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매월 정기적인 소방훈련을 하고 있다는 김 원장은 법적으로 정해진 일 년에 한두 번 소방훈련은 너무 형식적이라고 했다.

 

“저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매월 정기적으로 소방훈련을 해왔거든요. 법 제도와는 상관없이 어르신들이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피하기 위한 훈련을 해나가고 있어요.”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라 국가가 할 일이구나 하는 생각에 요양원을 시작하고 나서 3개월 후 그만두려 했었다는 김 원장은 자식도 못 알아보는 어르신들을 모신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만두려는 김 원장의 마음을 돌린 건 지인이 운영하는 요양원 행사였다고 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하는 행사였는데 어르신들과 가족들이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행사를 하더라고요. 참석한 가족과 우연히 얘길 하게 됐는데 요양원이 있어 자신들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면서 너무 고맙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나서 가족을 대신해 이 일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해맑은 어르신들을 보면서 미소 짓는 자신을 볼 때면 그때가 떠오른다는 김 원장은 어르신들을 얘기할 때마다 “너무 예뻐요” “귀엽고요”를 반복했다. 20년 넘게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친해진 어린이집 원장들과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여기서 얻은 정보는 요양원을 운영하는데 아이디어로 활용한다고 했다.

 

노년 자신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어르신들을 더 꼼꼼히 챙기게 된다는 김종금 원장은 인터뷰 내내 ‘우리 어르신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몸에 벤 친절함과 화사한 미소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 기자의 마음까지 포근해지는 인터뷰였다. 김종금 원장의 작은 소망이 이뤄지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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